40화 - 찢어진 편지 (4)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종교, 사건, 역사, 물건, 인물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재미있게 봐주세요!!
40화 – 찢어진 편지 (4)
새하얀, 그러나 그와는 대조되게 뽀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어느 방에.
툭- 툭-
흰 가운을 입은 한명의 사내가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앞에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나풀거리는 얇은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다만 그 내용이...’
[■■■■■■■■■■■■■■■■■■■■■■■■■■■■■■...
...■■■■■■■■■■■■...
...
...
...
...■■■■■■■■■■■■■■■■■■■■■■ - (검열된 내용입니다.)]
‘...이따위여서 문제지.’
저 수없는 검은 색 공백과 마지막에 불친절하게 ‘검열됨’이라고 밖에 안 써진 편지의 정채는 바로 이 나라의 왕께서 쓰시는 편지.
그것도 단순한 일반 편지가 아닌 바로 그 우리의 왕께서 친히 친필로 쓰신, 나에게 안부를 물을 때 쓰시는 편지였다.
‘그래도 분명 저번 편지까지는 그나마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검열이 되었던 거 같은데...’
벌써 이렇게까지 심해질 줄이야...
과연 이제는 한물가기는 했어도 과거에 공을 세웠던 귀족들이라 할까?
‘쯧, 이래서 나랑 그 녀석이 그렇게 물갈이를 하려고 암중에서 노력했었는데...’
그러나 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고, 더욱이 몇몇 귀족들이 암중에서 우리들에게 앙심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쯧! 이런 쓸데없는 감정에만 빠져있었으니 소돔과 고모라 그 전조들이 그렇게 비참하게 멸망했지.”
하지만 그렇게 그들을 비판하는 중얼거림으로 방안을 가득 메워보아도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이제 자신은 옛날의 그 미쳐있었던 귀족도 아니었으며, 더군다나 우리의 왕께서도 나날이 영락에 격락을 거쳐 그 기가 쇠퇴해지시고 계시니까.
“물론 우리의 왕께서 영생을 원하신다면 그러실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로는 그는 그럴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의 수명을 깎아서 생명 하나를 살리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실 인물이지...’
지금 하고 계시는 일도 큰 틀에서 보자면 위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니까.
문제는 지금의 경우에는 그러신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그분의 희생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있지만...
“...제기랄.”
그러게 내가 티 좀 내라니까...
“왜 그리 명예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건지...”
그래서 왜 조금은 더 쉬워질 수 있는 일을 돌아서 하시는 건지...
기실 우리의 왕, 그리고 내가 이렇게 숨어서 일을 진행하는 것에는 우리의 백성들이 만일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원인인 4기사의 습격으로 인해 똑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음을 깨달아 발생하는 혼란 방지 말고도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 “...굳이 그래야겠어?”
- “허허, 무엇을 말인가?”
-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이 미친놈아! 상식적으로 이런 큰일을 계획할 때에는 만민의 찬성을 받고 또 지지를 받아야지... 애당초 이건 네가 헌법에다 크게 명시해 놨잖아! ‘전 인류의 존망, 혹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을 결정지을 때는 그 경우가 특수함을 제외하고는 만민에게 알려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게 한다. 이는 작은 틀에서는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을 담습하지 않기 위함이며, 나아가 모든 인간이 스스로의 삶은 스스로가 결정할 권리...’”
- “허허, 꼭 그것뿐인가?”
- “...”
- “아니지, 아니야. 설마 일반적인 법도(法度)나 정도(正度)도 웬만하면 융통성이랍시고 넘어가는 자네가 그런 형식적인 이유를 델리가 있나. 필시 다른 이유가 있게 때문이겠지.”
- “아니... 야! 내가 얼마나 모범적인 시민인지 몰라서 물어!”
- “허허, 물론 자네가 그녀를 만나고 나서 많이 나아진 건 나도 아네. 다만 그간의 전적이 있으니 어쩌겠나?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자네, 벌써 저번 달에 어느 귀족 집 자제를 팼다고...”
- “야! 그건 정당방위였어! 너도 보고 들어온 거 보면 알잖아! 그 새끼가 먼저 그 여자 강간하려고 했다니깐!”
- “허허, 나도 아네만 자네가 그거 연방 경찰과 행성 법원에 가서 진술만 제대로 해줬어도 될 것을 그냥 그 자리에서 신고 받고 출동한 그들까지 함께 팼다지? 심지어는 그 귀족 집 자제가 그 항성계를 관리하는 백작 급 귀족이여서 무마하느냐 조금 고생했네.”
- “아니 그건 그 새끼들이 무죄추정이나 이딴 건 다 팽개치고 대뜸 그 새끼 편들면서 구금부터 하길래... 아니, 너도 내가 쓴 보고서 받았으면 알거 아니야! 설마 지금도 그딴 새끼들이 거기 관리하고 있는...”
- “백작은 경질, 그 아들은 작위 박탈, 연관되었던 연방 경찰과 그 항성계 관리들을 모조리 구금, 후에 저기 어디 외딴 항성계의 감옥으로 보내버렸네. 아, 당연히 이번에는 인간이라 할 수 있는 백성들로 물갈이를 했고 말일세.”
- “아... 음... 뭐, 잘했네.”
- “허허, 무튼, 자네는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네. 내 그리도 당부를 하였건만...”
- “아니 아니! 야! 말 흐리지 마! 지금 우리 이 주제가 아니라 왜 그 ‘프로젝트’를 숨기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잖아!”
- “이런... 눈치 챘는가? 허헛, 자네도 슬슬 눈치가 빨라지는 게 조금 걱정이야. 이러다 나중에 가면 자네가...”
- “아니! 말 돌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그 ‘프로젝트’, 대체 왜 숨기는 거야?”
- “...말해주겠네.”
그리고 나서, 우리의 왕께서는 약간은 아련한, 그러나 침중하면서도 자애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결국 말할 것이면 왜 그리고 말을 돌렸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태산과도 같았지만...
[그들 모두를 용서하기 위해서네.]
...결국에 나온 답이 이거였으니, 나 또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아...”
내가 생각해도 우리의 왕은 조금은 미처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러겠지만...’
그래서 나와 지금 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그분을 따르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화르륵-
나는 그런 잡생각에 빠지며, 편지를 불어다 태워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것은...
‘...문양?’
놀랍게도 숫자가 아닌 어떠한 문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이 문양은...
‘이건 분명히...’
“헙-!!”
설마 벌써부터 그 일이 터질 줄이야!
“젠장!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개전(開戰)을 알리는 문양.
다만 문양을 보아 1명뿐이니 강습, 혹은 습격이라고도 못하겠지만...
“...젠장!”
...아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버렸다.
“이럴 시간이 없어... 조금이라도 빨리...”
탑(塔)을 완성해야...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그 순백의 방안을 빠져나갔다.
...보얀 먼지와 약간의 재가 흩날려, 찢어진 편지 위를 덮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다시 새로운 글로 인사드립니다!!
그럼 내일도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저는 내일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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