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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miel 님의 서재입니다.

최후의 사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카뮤엘
작품등록일 :
2020.06.24 23:55
최근연재일 :
2020.11.07 23:5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8,894
추천수 :
221
글자수 :
166,365

작성
20.08.18 22:10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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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21화 - 학문의 성 (5)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종교, 사건, 역사, 물건, 인물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재미있게 봐주세요!!




DUMMY

21화 – 학문의 성 (5)


자그마한 원목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와앙! 마이따!”


...눈앞에 있는, 지금은 양 볼 가득 음식 – 내 식량 중 하나인 초콜릿 바를 씹고 있는 한 명의, 아니, 한 소녀의 정체성이 조금 의심 가기는 하지만.


우물우물

“앙! 너눈, 앙 머거?”

쩝쩝거리며 초콜릿 바를 한참을 맛있게 탐식중인 저 푸른 머리칼의 아이가 이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에게 물었다.


“...괜찮슴... 아니, 괜찮아.”

사실 하나도 괜찮지는 않았지만.


그런 뒷말을 삼키며 나는 그저 심란한 눈으로 저 아이를 바라보았다.


“움뇸뇸.”


‘...조금 귀엽기는 하다만...’


“아, 호띠 더 이떠?”


“...하아.”

‘...여기는 밥을 안 먹이나? 근데 저렇게 많이 먹으면 배탈 날 텐데...’

그렇게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가방을 잠시 뒤져 보았고.


“...?”

동시에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앞을 바라보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우웅? 왜 그례?”


왜냐하면, 눈앞에.

“...”

내가 먹으려고 가져온 초콜릿 바 한 상자의 껍데기가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동시에 나는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갸웃?


...눈앞에 저 소녀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 ※ ※


이곳, 학문의 성의 내성.


아니, 그냥 편의상 내가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지어준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상당히 얼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웅? 학문의 성? 거기가 어디야?


-...정말 모르세요?


-웅웅! 저기 도서관의 책을 봐도 그런 곳의 명칭은 없던걸! 아니면 네가 직접 찾아봐도 돼!


이곳이 진짜 학문의 성의 내성에 위치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아, 그리고 나한테 존댓말 쓰지 말아줘! 애초에 너희 문자 체계가 원문보다 간단하기는 한데 너무 그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서 부담스러워! 본체한테 쓰는 건 좋은데 나한테는 괜찮아!


-...아, 네... 아니. 응...


-아, 그럼 우리 조금 낮아서 대화하자! 잠깐만 기다려봐!


그리고 갑자기 바닥에서 원목으로 이루어진 책상이 자라나고 갑자기 따뜻한 차(茶)가 생겨나고부터는 거의 생각을 그만두다 싶을 정도였고.


-자, 여기 이 차 마셔봐! 이거 어디 가서 못 구해!


-무슨 차인... 무슨 찬데?


-아, 이거는 우리 본체... 음... 자꾸 본체라 하니까 어감이 이상하네! 아무튼 무우우지 큰 나무가 있거든! 거기서 어어엄청 오래된 나뭇잎으로 다려진 차야! 이거 먹으면 어디 가서 픽하고 죽을 일은 없을 정도라고!


-...그냥 몸에 좋은 차라고 생각할게.


뒷말이. 아니, 모든 문장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마셨다.


-어때? 마시찌!


-...오! 진짜 맛있네!


의외로 (?) 맛은 진짜로 좋아서 다도의 예고 뭐고 그냥 무시하고 마셨다.


-히히, 당연하지! 내 몸인데!


...다시 조금 무언가 심히 걸리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리고 내가 답례...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가방에서 초콜릿 바를 발견해서 한 개씩 꺼내주기 시작한 게 조금 전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12개 들이 한 박스를 다 먹었고.’

물론 이걸 제외해도 먹을 게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달달한 것은 없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 아이는 여전히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방실방실 웃고 있을 뿐이었지만.


‘아, 그러고 보니 여전히 아이라 하는 것도 그러네.’

이름이라도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히히, 내 이름이 그렇게 궁금해?”

초콜릿이 입가에 잔뜩 묻은 여자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고.


“...!”

나는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내 생각을 읽었어?’


최근에 별의별 일이 일어나서 조금 자존심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회귀 전에는 그 어떤 악마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물론 예외인 몇몇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내 정신 방벽은 웬만한 악마도, 심지어는 천사도 읽지 못할 만큼 두꺼웠기에 나는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굳은 얼굴을 못 감추고 있는 사이, 나는 한편으로도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쩌면 저 소녀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불가해(不可解)적 존재겠지.

그런 존재에게 내 생각쯤은 손쉽게 읽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는 이게 참 끔찍한 자기합리화란 것이고, 내가 그 문제점을 잘 안다는 것에 있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내가 점점 혼란 속으로 빠지고 있는 사이였다.


“...? 아하!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알겠다는 표정을 지은 소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너는 너잖아!”

물론 지금은 조금 많이 잊은 거 같지만.


그런 의미 모를 뒷말이 이어졌으나 나는 그저 소녀의 앞말만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아! 나는 나...’


[...적어도 아직은 아니야.]


...


...?


이상하다.

분명 방금까지 무언가 참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다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화로워졌다.


분명 기억이 안 난다면 무언가 더 혼란스러워졌어야 할 텐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소녀의 변화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띄운, 얼핏 보면 행복한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슬퍼 보여?’


왜?


거기다 약간의 죄책감에 미안함 마저 엿보였다.


“...그래, 아직은 아니라... 적어도 알려는 주고 싶었는데... 그래, 결국 너희 둘은...”

하아.

“왜 또 참 어려운 비극으로 나아가려고... 그거 인과율 조작하고 과거 바꾸느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서...”


알 수 없는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유프라■스 강을 ■행하고, 티그■■ ■■이 융합되어서, 결국 키리■과 우■엘이 희■해서 대 시■ ■월 지도를 만들었고 결국 모두가 ■■■포라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가기 위해 루■님과 ■■님이 얼마나 ■■히 ■■을 ■■했는지 ■■■■■■.”


다만 이번에는 모자이크가 조금씩 낀 말들이었다.


“...하아.”

소녀가 답지 않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한 거 보면 ■■■■ 차의 ■■■효과가 다 되어서 어차피 이제는 ■■■■하겠네.”

어쩔 수 없지.


그 말을 끝으로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내 앞으로 다시 차 한 잔이 생성되었다.


“...그거 얼른 마셔봐! 아무래도 ■■은 우리가 더이상 대화하기를 바라지 않나봐! 쳇, 질투 많고 쪼잔한 ■■같으니라고.”

동시에 소녀도 다시 조금 전의 그 활발한 소녀로 바뀌었다.


“자! 어서 마셔봐!”

그래야지 얼른 내 이름 알려주고 그때 지었던 빚도 갚지.


뒷말이 삼켜진 소녀의 말에.


“하아, 알았어.”

나 역시 이해가 안 되는 현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며 차를 들이켰다.


후루룩-


차를 들이켜는 동시에 생각했다.


‘...왜 들리는 걸까?’

소녀. 아니,


‘새피의 뒷말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다시 새로운 글로 인사 드립니다^^

오늘 글은 어떠셨나요?  댓글로 여러분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한 일만 가득하셨기를 바라며, 내일 하루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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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제 2옥, 리비딘 Libidine (2) +2 20.09.11 5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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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 찢어진 편지 (2), 성이 사라진 곳에서... (1, 完) +2 20.09.08 55 2 7쪽
30 29화 - 그리고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5) 20.09.05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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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 그리고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3) +2 20.09.01 5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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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그리고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2) 20.08.25 86 3 7쪽
25 24화 - 찢어진 편지 (1), 그리고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1) 20.08.22 77 2 7쪽
24 23화 - 학문의 성 (7) 20.08.21 88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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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 학문의 성 (5) 20.08.18 92 3 8쪽
21 20화 - 학문의 성 (4) +2 20.08.16 10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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