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쵝오!

이능력자 - 강철의 군주 -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가후
작품등록일 :
2015.03.18 02:15
최근연재일 :
2016.10.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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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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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화 : 5월의 어느 날(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DUMMY

지금 시각은 새벽 5시. 잠에서 깬 이지후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구미호 아이를 바라봤다. 보호 시설에 혼자 재우기가 안쓰러워 어제 밤에도 데려오고 말았다.

아이는 침대에 재우고 그는 바닥에서 잔 것.


‘나는 도대체 얘를 왜 데리고 오는 거야.’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아이를 깨웠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아이의 손을 잡고 훈련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훈련장은 한산했다. 아이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무표정이었고, 까만 눈동자는 그저 어두웠다.

그는 아이와 함께 몸을 풀면서 이능력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너에게 마법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아이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고개의 끄덕임도 없었다. 이럴 때마다 그는 아이가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은 그 능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야. 내가 이걸 가르쳐주는 이유는 뭐나면, 나는 한 달 후에 이곳을 떠나서 공식 영토로 가야 해. 그러면 여기에 널 봐줄 사람이 없잖아. 그래서 일단 널 공식 영토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쉴 뻔 했으나 아이 앞이라 꾹 참았다.


“너한테 어려운 말일지 모르겠는데, 공식 영토로 이사를 가려면 레벨 3 이상의 이능력자여야만 해. 그러니까 네가 레벨 3 이상의 이능력을 가져야한다는 말이지.”


설명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능력이란 몸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진다. 아무리 이 아이의 잠재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어린 나이에 레벨 3 수준의 이능력을 뿜어낼 수는 없다.

몸이 견뎌내지 못할 테니까.

억지로 아이에게 이능력을 쥐어짜내라고 하면 순간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죽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근육이 터져버리거나 뇌가 타버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이에게 이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

일단 유혹 능력이 새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만약 아이가 안동에 남게 된다면 유혹 능력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하니까.

지금은 사람이 많은 곳에 아이를 데려갈 때마다 그나 서문영, 민승아가 아이의 이능력을 강제로 억제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동을 떠난다면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격리된 방에서 홀로 보내게 될 것이다.

이능력을 가르치는 두 번째 이유는 아이의 이능력 테스트 때문이었다. 아이가 레벨 3을 달성할 가능성은 0퍼센트에 한없이 가까웠으나 일말의 가능성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보통 이능력자들과 다른 방법으로 이능력의 기공을 운용했다. 이능력을 실보다 가는 선으로 만든 다음, 혈관 및 근섬유를 통해 온몸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은 다른 방법에 비해 신체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었다.

신체 강화 이능력이 약한 이지후가 고생고생해서 창안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공 운용법에 비해 훨씬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으며, 체력적인 부담 역시 상당했다.

이런 단점이 있었지만, 이능력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자신의 운용법을 배우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는 그의 설명을 듣자마자 구미호로 변신을 했다.


“내 설명을 듣고 있기는 했...”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가 변신을 하는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아직 어설프지만 그래도...

그는 숨을 쉬는 것도 잊고 아이를 바라봤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드럼을 치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는 착각이 일었다.


‘내가 옆에서 기공을 연결시켜주는 것을 도와줬다고 해도 그렇지... 나는 이 원리를 깨닫고 실제로 적용시키기까지 1년이 더 걸렸는데.’


구미호로 변신하자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유혹의 이능력이 뿜어져 나왔다.

만약 주변에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면 볼만한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일벌들이 달콤한 꿀을 품은 아름다운 꽃에 이끌려가는 모습과 같은...

아이는 천천한 속도지만, 아직은 불안정했지만 유혹의 이능력마저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지후는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래, 이능력의 선을 연결하는 방법이야 그렇다 쳐. 그 당시의 나에게는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내 재능이야 형편없는 것을 넘어선 수준이니까. 하지만 유혹의 이능력마저 자연스럽게 컨트롤 하다니.’


아이는 지쳤는지 유혹의 이능력을 컨트롤 하는 것을 멈췄다. 머리가 어지러운 듯 비틀거리다 그를 올려다봤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그늘 밖에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잘했어. 내 말 듣고 있었구나. 아닌 줄 알고 걱정했었는데.”


칭찬을 받아도 아이는 웃지 않았다. 이지후는 대신 자기라도 웃어줘야 할 것 같았다. 입 꼬리를 포근하게 올렸다.

표정과 달리 그의 심경은 복잡했다.


‘이 아이는 그저 천재인 걸까? 아니면 내 말을 알아듣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인 걸까? 모르겠네.’


아이는 지금 했던 것을 여러 번 반복했다. 땀까지 뻘뻘 흘려가면서. 이지후는 계속 아이를 지켜봤다.


‘오늘은 어차피 쉬기로 한 거, 얘랑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아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이능력을 배우기 시작한 그 때의, 매일 같이 질투와 동경이 어린 시선으로 다른 이들의 등을 바라봐야만 했던 그 때의 모습이.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같은 말을 계속 읊조렸다.


“최강의 이능력자...”


이능력자가 된 이후로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은 꿈이었다. 스스로 잘 알고 있기는 했다. 재능이 부족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남들은 그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능력 학교를 다닐 때 이미 전투요원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었으니까.

하지만 이룰 수 없다가 곧 포기할 수 있다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다시 아이를 바라봤다.


“그걸 바라면 안 되는 건데...”


그는 스스로에게 줄곧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에게 큰 관심을 쏟는 정확한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할 꿈을 이 아이를 통해 대신 이루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점심때가 되자 이지후는 아이를 어깨에 태우고 안동 시내를 걸었다.

이제 5월에 들어섰다. 하늘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파랬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태양을 적당히 진정시켜줬다.

그가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대답은 없었다.


“너 설마 말할 수 있는데, 내가 귀찮아서 대답 안 하는 건 아니지?”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이지후는 내가 왜 이런 되지도 않는 농담을 했을까, 후회했다.


“아저씨가 헛소리 했다. 그럼 내가 먹고 싶은 걸로 고른다. 그런데 아저씨라는 말은 싫은데 다른 표현은 없을까? 너랑 내가 오빠 동생 할 사이는 아닌 것 같고. 삼촌도 이상하고.”


그는 그렇게 계속 혼자 떠들었다. 아이를 위해서.

둘은 피자를 먹었다. 비공식 영토에서 피자는 엄청나게 비싼 음식이었다. 맛도 별로였고. 재료수급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었다. 공식 영토에서 2만 5천원 정도하는 피자 한 판이 여기에서는 10만원이었다.

그는 재력이 그리 풍족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중 하나가 피자였다는 생각에 조금 무리를 했다.

그 후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들고 근처의 공원을 돌며 꽃을 구경했다.

어디선가 병아리 색 나비가 바람과 함께 흘러오자 아이는 눈으로 그 나비를 쫓았다.

이지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노는 것도 재밌다. 그렇지? 너 같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하는데...”




***


민승아는 오늘 분홍색 반팔 남방에 반청반지를 입고 숙소를 나섰다.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으나, 계단을 내려오는데 근육통 때문에 몸이 욱신거렸다.

요 며칠 이지후의 훈련 강도는 이전보다 배는 심해졌다. 그녀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버티기 힘들었지만 꾹 참아냈다. 그가 왜 그리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

훈련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밝지 않았다. 훈련 도중 농담을 하거나 멘티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이지후였는데, 요즘에는 그러지 않았다. 기분이 쫙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고, 그녀와 동기들 역시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오늘은 간만에 훈련이 없는 날이다. 일어나서 창밖을 확인하니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산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항상 같이 다니는 서문영은 잠을 더 자야겠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나왔다.

공원길을 따라 걷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지후였다. 그 꼬마 아이를 목에 태우고 있었다.

나비가 스쳐 지나가자 아이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나비를 바라보았고 이지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보기 좋네...”


그의 밝은 표정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그를 보며 마치 아빠와 딸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그러기에는 오빠가 너무 어려 보여. 나이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만.’


그녀는 잠시 고민을 했다.


‘나만의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저기 낄까? 아! 어떻게 하지?’


이지후가 아이의 입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서 그와 비슷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싱그러운 5월의 향기가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이틀 간 쉬었는데, 다시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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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1화 : 합당한 대가(2) +15 15.04.10 7,863 174 12쪽
32 11화 : 합당한 대가(1) +11 15.04.09 8,025 168 10쪽
31 10화 :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로서(2) +25 15.04.08 7,625 183 13쪽
30 10화 :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로서(1) +11 15.04.07 7,782 170 10쪽
29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4) +20 15.04.06 7,811 189 12쪽
28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3) +8 15.04.05 7,914 184 9쪽
27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2) +15 15.04.04 7,504 175 10쪽
26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1) +6 15.04.03 8,130 207 10쪽
25 8화 : 녹색 눈의 늑대(3) +10 15.04.02 7,842 179 12쪽
24 8화 : 녹색 눈의 늑대(2) +9 15.04.01 8,027 183 11쪽
23 8화 : 녹색 눈의 늑대(1) +8 15.03.31 8,170 188 10쪽
22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3) +17 15.03.30 8,204 173 11쪽
21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2) +9 15.03.29 8,574 199 13쪽
20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1) +5 15.03.29 9,153 205 12쪽
19 6화 : 그 아이(3) +25 15.03.28 9,337 198 13쪽
18 6화 : 그 아이(2) +10 15.03.28 9,186 207 10쪽
17 6화 : 그 아이(1) +16 15.03.27 9,415 223 10쪽
16 5화 : 민가 탐색 임무(4) +9 15.03.27 9,593 210 10쪽
15 5화 : 민가 탐색 임무(3) +10 15.03.26 10,263 222 9쪽
14 5화 : 민가 탐색 임무(2) +10 15.03.26 11,429 268 11쪽
13 5화 : 민가 탐색 임무(1) +11 15.03.25 11,874 246 10쪽
12 4화 : 안동 입성(2) +19 15.03.24 12,240 279 8쪽
11 4화 : 안동 입성(1) +18 15.03.24 12,909 289 8쪽
10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3) +34 15.03.23 12,968 298 11쪽
9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2) +17 15.03.22 13,228 290 8쪽
8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1) +15 15.03.21 13,763 322 10쪽
7 2화 : 둥근 갈색 난쟁이들과의 전투(2) +31 15.03.20 14,443 324 10쪽
6 2화 : 둥근 갈색 난쟁이들과의 전투(1) +17 15.03.20 15,927 324 8쪽
5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4) +30 15.03.19 17,003 36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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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2) +18 15.03.19 24,229 456 11쪽
2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1) +30 15.03.19 30,153 5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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