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쵝오!

이능력자 - 강철의 군주 -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가후
작품등록일 :
2015.03.18 02:15
최근연재일 :
2016.10.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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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3.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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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DUMMY

신대한민국의 경제 중심지는 경기도 수원시다.

서울에는 이상할 정도로 게이트가 자주 열렸는데, 2011년에 발생한 ‘여의도 게이트 사건’은 600년 이상 한반도의 심장 역할을 됐던 서울의 수명이 끝났음을 고했다.

수원의 중심부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100m 정도 높이의 고층빌딩 하나. 현재 신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수원이 비교적 안전한 도시라 하더라도 50m 이상의 고층 건물을 짓는 일은 자제하고 있었다. 비행형 이생물체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높은 건물의 정문에는 일종의 명패 역할을 하는 검은색 돌이 장식돼 있었다. 그 돌에 새겨져 있는 세 글자.

EOA!

EOA는 신대한민국 정부와 민간단체인 지역해방전선, 종교단체인 유일신교와 함께 신대한민국의 이능력 4단체 중 하나였다.

사실 이능력 4단체라는 단어는 공식 문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나 레벨 6이상의 이능력자가 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저 네 곳뿐이기에 사람들은 그리 불렀다.

현대 국가의 특징을 꼽으라면 혹자는 민주주의나 삼권분립, 잘 정비된 행정체계 같은 것들을 꼽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보유한 압도적인 군사력이야말로 현대국가가 가진 가장 큰 속성일지 모른다.

지역해방전선, 유일신교, EOA 이 세 단체가 힘을 합친다면 정부에 필적하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런 이유로 정부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신대한민국 정부가 나머지 집단들의 단합에 의해 무너질 일은 없을 듯 싶었다.

지역해방전선, 유일신교, EOA의 사이는 농담으로도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으며, 그들은 신대한민국 정부 체제 아래서 나름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중 EOA는 법인 형태로 성장한 집단이었다. VIP들의 대인경호와 이생물체들을 소탕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덩치를 키웠는데, 현재는 이생물체 자원화 사업과 무기화 사업, 기타 방산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중이었다.

이능력자들은 어떤 면에서 신대한민국 정부보다도 선망하는 직장이 바로 EOA였다.

레벨 5 이상의 이능력자라면 0이 8자리 혹은 그 이상이 붙는 기본급을 받을 수 있었고, 각종 위험수당 역시 확실하게 지급됐으며, 주택 제공을 포함해 다양하면서도 훌륭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곳이 EOA였다.

그러니 EOA에 다니는 이능력자가 2⦁30대 여성에게 배우자감 1순위로 뽑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EOA의 이능력자들은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다.

머리는 단정하게, 수염은 기를 수 없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구두를 신어야 한다. 전투에 나설 때는 검은 방어구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였다.

다소 보수적인 금융권 회사 같은 냄새가 났으나 EOA 소속 이능력자들은 이런 규정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다. 일부는 오히려 자긍심까지 가졌다.

EOA 빌딩의 최상층인 25층에는 단 하나의 사무실만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25층은 분주한 다른 층과는 달리 적막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유일한 사무실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어서 업무를 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서재에 가까워 보였다. 책의 종류는 다양했다. 경제학 서적에서부터, 경영학, 심리학, 사회학, 이생물체 해부학, 대이생물체 전투법 등등...

사무실을 가득 메운 종이 냄새에 설핏 섞여 있는 다른 냄새. 위스키 냄새였다.

검은색 가죽으로 된 고급 소파에 앉아 누군가 영어로 쓰인 경제 잡지를 읽으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배호영, 이곳 EOA의 사장이다.

30대 중반인 배호영은 평균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의 소유자였는데, 눈매가 날카로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처럼 항상 은색 안경테를 애용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가뜩이나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 은색 안경 때문에 더욱 차가워 보인다며 간접적으로 안경테를 바꾸라는 제안을 했었으나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들린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배호영의 곁으로 다가왔다. 배호영이 알은 척 하나 없이 잡지만 들여 보고 있었으나 그 여성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보고를 시작했다.


“대표님,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제는 실험재료가...”


배호영이 인상을 구겼다.

그는 정부 몰래 일종의 비밀실험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실험에 실패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실험이 쉽게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실패를 통해서 데이터를 계속 축적할 수만 있으면 괜찮기 때문이었다.

배호영이 말했다.


“그래요, 또 구해오기는 쉽지 않겠지요.”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상당히 정중했다. 음의 고저는 일정했고.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번 실험으로 소유 한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난감하군요.”


당면한 문제는 재료 수급이었다.

비밀실험의 재료는 살아있는 이생물체였다. 그것도 나이트급 이상의 상위레벨 이생물체가 필요했다.

엠페러급과 치프틴급을 생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논외로 치면, 재료수급을 위한 목표는 자연스레 나이트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이트급 이생물체를 상대하는 일 역시 쉬울 리 없다. 인명피해 없이 나이트급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레벨 7 이상의 이능력자를 투입시켜야 하며, 보조로 많은 이능력자들을 붙여야만 했다. 게다가 생포를 해야 하니 그 어려움은...

현재 EOA가 보유하고 있는 레벨 8과 7의 이능력자는 각각 두 명과 열두 명이었다.

정부에서는 특정 단체가 이생물체를 소유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한을 뒀다.

EOA는 실험을 목적으로 이생물체들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이미 실험재료로 모두 소모했다. 아니, 사실은 그 이상을 사용했다. 지난 실험에 이용했던 이생물체도 정부에는 알리지 않은 불법소유물이었다.

배호영은 탁자에 놓인 위스키 잔을 입에 가져갔다. 위스키 향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기를 바라면서.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앞으로 정부의 눈을 피해 실험을 지속하려면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할지... 대략적인 계산조차 안 되는 군요. 머리가 아파올 정도예요.”


흰 가운을 입은 여자, 실험담당 박지연이 물었다.


“이 실험 계속 이어가실 생각입니까?”

“보통 인간을 이능력자로 만들 수 있는 실험인데, 성공만 하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상 아니겠어요? 국가에 공헌도 하겠고요.”


배호영이 조소를 머금었다. 마지막에 한 말 때문이었다.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있으면서 국가에 공헌이라니. 그리고 언제부터 국가를 생각했다고.


“대표님, 실험 재료를 구하다 지난번에도 3명이나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직원의 서류 조작이 너무 잦으면 정부에 꼬리를 밟힐 수 있는데, 그래도 계속 진행하실 예정입니까?”


배호영이 소파에 몸을 묻었다. 천장을 쳐다보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실험은 당분간 중단하죠.”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박지연이 사장실을 나가자 배호영은 다시 위스키를 한 모금 넘겼다. 목과 위를 훑고 지나가는 그 특유의 화끈거림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수많은 생각들을 날려주기를 원했으나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눈을 한 번 비빈 후,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갔다. 서랍에서 지도를 꺼냈다. 지도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동그라미. 인천의 한 지점을 표시하고 있다.

한숨을 내쉬더니 혼잣말을 했다.


“내가 그 장치를 원하게 될 줄이야.”


표시가 된 그 지점, 구대한민국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인 게이트 강제생성 프로젝트가 실행된 위치였다. 현재는 강철의 군주의 영역이고.

그는 그곳에 게이트 강제생성 장치가 아직까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장치를 확보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조한다면 재료 수급에 애를 먹지 않으리라.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니까. 강철의 군주의 영역은 살아 있는 인간의 접근을 불허한다.

게이트 강제생성 장치에 관련된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떠올라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위스키를 마시자 그 뜨거운 기운이 가슴에 불을 붙였다. 복수라는 두 글자가 혀끝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 또한 허망한 일일 뿐이었다.


‘모두 죽었잖아.’


복수를 하고 싶어도 복수를 할 대상이 살아 있지 않았으니...

벌써 5년도 넘은 이야기였다.

배호영은 과거 이능력 학교의 1기 학생으로 당시에는 최강의 이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현재는 레벨 7의 이능력자고.

그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인 게이트 강제생성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었다. 그 프로젝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나라에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아무런 계산 없이 뛰어들었다.

문제는 그의 순수한 사명감이 한반도에 대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등장한 이생물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이생물체를 인천에 불러 들였다.

그게 바로 한반도 서쪽의 지배자 강철의 군주였다.

인천과 그 일대를 강철 종족에게 점령당하자 당황한 구대한민국 정부는 제대로 된 전력분석 없이 인천 탈환을 실행했다. 프로젝트의 실패를 덮기 위해서 어떻게든 강철의 군주와 강철 종족들을 물리쳐야 했다.

그게 바로 세간에 알려진 제 1차 인천공략.

하지만 강철의 군주는 이전에 등장했던 이생물체들과 그 수준을 달리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영역화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역화된 땅에 들어간 일반 군인들은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하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그 이유는 영역화된 땅에서 발생하는 기운 때문이었다. 이능력자가 아닌 사람이 그 기운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영역화된 땅의 다른 특징은 전자류 장비가 그 영역 안에서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탓에 이능력 학교 1기와 2기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이능력자 부대는 군 병력의 지원 없이 인천에 들어갔다.

그 대책 없는 작전의 결과는 참담했다.

전장의 후방에 섰던 2기 학생들 중 3분의1 가까이가 사망했으며, 공략의 주력이었던 1기 학생들 중 살아서 인천을 나온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

배호영은 그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다른 한 명은 지역해방전선에, 나머지 한 명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1차 인천공략이 대실패로 막을 내린 후, 그는 이능력 학교를 나왔다.

1차 인천공략과 강철의 군주의 탄생 내막을 가지고 정부와 협상을 벌여 당시 중간 규모의 경호업체였던 EOA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상위 이능력자들을 독점으로 고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그는 게이트를 강제로 열고 무리하게 인천공략을 명령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힘을 키웠다. 그 발판을 위해 EOA를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에게 복수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제 2차 인천공략이 실패한 해에 여의도에서 열린 게이트. 그 때, 그 비밀 프로젝트를 주도한 당사자들의 대다수가 사망했다.

게이트 강제생성 프로젝트의 이론적 뒷받침이 된 논문을 작성한 구영진이 유일신교의 2인자로 살아 있으나 당시의 그는 일개 연구원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복수의 화살을 그에게로 돌리지는 않았다.

다시 지도를 바라봤다.


‘나의 이 울분은 강철의 군주 외에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가실 것인가...’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작가의말

원래 오늘부터 한 화만 올리려고 했는데...

이번 화도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5시에 한 화 더 올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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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화 :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로서(1) +11 15.04.07 7,782 170 10쪽
29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4) +20 15.04.06 7,811 189 12쪽
28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3) +8 15.04.05 7,914 184 9쪽
27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2) +15 15.04.04 7,504 175 10쪽
26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1) +6 15.04.03 8,130 207 10쪽
25 8화 : 녹색 눈의 늑대(3) +10 15.04.02 7,842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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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화 : 녹색 눈의 늑대(1) +8 15.03.31 8,170 188 10쪽
22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3) +17 15.03.30 8,204 173 11쪽
21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2) +9 15.03.29 8,575 199 13쪽
»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1) +5 15.03.29 9,154 205 12쪽
19 6화 : 그 아이(3) +25 15.03.28 9,337 198 13쪽
18 6화 : 그 아이(2) +10 15.03.28 9,186 207 10쪽
17 6화 : 그 아이(1) +16 15.03.27 9,415 223 10쪽
16 5화 : 민가 탐색 임무(4) +9 15.03.27 9,593 210 10쪽
15 5화 : 민가 탐색 임무(3) +10 15.03.26 10,263 222 9쪽
14 5화 : 민가 탐색 임무(2) +10 15.03.26 11,429 268 11쪽
13 5화 : 민가 탐색 임무(1) +11 15.03.25 11,875 2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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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화 : 안동 입성(1) +18 15.03.24 12,909 289 8쪽
10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3) +34 15.03.23 12,968 298 11쪽
9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2) +17 15.03.22 13,228 29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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