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쵝오!

이능력자 - 강철의 군주 -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가후
작품등록일 :
2015.03.18 02:15
최근연재일 :
2016.10.07 17:13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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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4.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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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
10쪽

11화 : 합당한 대가(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DUMMY

강영철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반겨주는 것은 쓸쓸한 어둠과 텁텁한 공기뿐.

그는 안동으로 혼자 부임해봤다. 정확하게 말하면 좌천돼서 온 것이지만.

지난 달, 회식자리에서 했던 일이 화근이 됐다.

새로 들어온 인턴 여직원.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서 그런지 그의 아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싱그러움이 있었다.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자 손이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로 갔다.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내 말만 잘 들으면 정규직으로 만들어줄게.


“씨발, 운이 없었지.”


여태껏 별 탈이 없었는데. 보통의 인턴 직원들은 다 얌전했는데. 그 직원만이 유독 유난을 떨며 신고를 해버렸다.


“콧대 높은 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냉장고를 열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물과 소주병들. 그게 다였다. 식탁에서 소주를 컵에다 따라 마셨다. 안주도 없이.

예전에는 이렇게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라면을 끓여다 주는 아내가 있었다.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걱정해주는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비공식 영토로 내려오기 전, 아내는 그에게 이혼서류를 내밀었다. 간신히 사정사정해 어떻게 이혼만은 막아냈다. 항상 ‘아빠 사랑해요’라며 아양을 떨었던 딸은 이제 그에게 말을 걸기는커녕 눈조차 맞추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공식 영토로 돌아가야만 했다. 다시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을 되찾기 위해...

성과가 필요했다. 그것도 눈에 띄는 확실한 성과가!

하지만 감시관인 그가 성과를 낼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토벌에 욕심을 냈다. 안동의 이능력자들이 게이트를 해체하고 치프틴급을 해치운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김우영과 신윤정을 꼬드겨 토벌에 나서고 이지후를 압박할 때만 해도 그 꿈은 곧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토벌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탓에 이전보다 더욱 위태로이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정부에 보고서를 올릴 때, 자신이 토벌에 관여했다는 것을 빼놓을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정부의 다른 파견 직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부단히 애를 썼으나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다.


“쉽게 선동 당하는 줏대도 없는 놈들.”


괜한 욕을 하며 소주를 넘겼다. 목이 탔다.


“잘 나가는 공무원이었는데, 어쩌다 내 꼴이 이렇게 된 거야.”


콸콸콸콸, 소주가 컵으로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벌만 성공했어도. 김우영, 이 멍청한 새끼.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더니.”


울분을 삼키기 위해 입을 꽉 깨물었다.

지금 시각은 오후 8시. 사실 그는 오늘 집에 일찍 들어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평소였다면 안동으로 내려오기 전에 알아봐두었던, 성매매가 가능한 술집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제해야할 것 같았다. 이지후가 자신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으니.

책을 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고 본능이 말해 줬다. 눈치는 있는 사람이었다.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이지후, 그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


이지후는 안동 지부의 뒤편에 있는 산속에서 홀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연이은 전투와 누적된 부상으로 인해 몸이 휴식을 원하고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더 강했으면...’


이 강박관념과도 같은 감정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망가진 몸을 아예 못 쓰게 만들 정도로 과격한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남들이 봤다면 다른 평가를 내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장기라 하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몸놀림에 이은 발차기 공격. 특히 오른발 상단 후려차기는 이능력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자자했다.

지금 그가 하는 훈련은 발의 길을 다듬는 훈련이었는데, 발을 가볍게 찰 때마다 바람을 칼로 베는 소리가 났다.

천 번 정도 발을 찼나? 그럼에도 발차기를 멈추지 않고 말했다.


“왔어?”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나무들과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뿐이었다.

그의 등 뒤에서 어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훌륭한 감지능력이네.”

“그게 회피의 생명이니까.”


아름드리나무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사람 한 명이 스르륵 흘러나왔다.

지역해방전선의 상징인 녹색 재킷을 입고 있는 그는 피부가 까만 편이고 눈이 가늘었다.

피부가 까만 남자의 이름은 박재성으로 레벨 6의 이능력자였다. 이능력 학교 3기 출신으로 이지후와는 이능력자가 되기 전인 고등학생일 때부터 친구사이였다.

박재성이 말했다.


“몸의 밸런스가 많이 흐트러졌는데,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냐?”

“이미 많이 쉬었어.”

“이야기 다 들었어. 연흠이 동생이 죽은 거... 네 탓이 아냐.”

“그걸 내 탓이 아니라고 하면 그게 무책임한 거지.”


박재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너는 평소에는 뻔뻔하고 유들유들하면서 이럴 때는 엄청 고지식하다니까.”


이지후가 아무런 말이 없자 박재성이 한 마디를 더 했다.


“이미 몸도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면서...”

“내 몸은 버텨줄 거야. 난 내 몸을 믿어.”

“세상에서 가장 믿어서는 안 되는 걸 믿는 거 같은데. 너는 명경이나 동현이가 아니라고.”

“잔소리는...”

“명경이가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이지후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박재성은 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더 이상 훈련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이지후는 발차기를 멈췄다. 박재성을 보며 말했다.


“사령관님께 대충 말씀 들었지?”

“일단 강영철이란 사람하고 이 사람에 관한 것만 조사해서 알려주면 되는 건가?”

“응. 나머지 공작은 내가 진행할 거니까. 오늘부터 시작하자. 5일 후에 명경이가 오면 바로 2차 토벌이 진행될 테니, 그 전에 해결하고 싶어.”

“알았어. 그러면 이따 밤에 보자고.”


박재성이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


강영철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한 비공식 영토의 일상 속에서 간만에 생긴 신나는 일.

안동의 유력자 중 한 명이 그를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유력자의 집은 중앙 시내에 있는, 안동 유일의 주상복합 아파트였으며, 100평이나 될 정도로 넓었다.

집이 없어 판자촌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동이 비공식 영토의 도시라고 하나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사유재산의 원칙이 지켜지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동에도 빈부의 차이는 존재했다.

물론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의 구대한민국 시절만큼 그런 가치들이 존중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동에서 자신의 재산과 사업적 수단을 가지고 훌륭한 일을 행하는 부자들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그렇지 않았다.

오늘 강영철을 초대한 유력자는 안동 시내에 여러 채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부자였는데, 대게 이런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공식 영토로 들어갈 수 있을까?

어제부터 안동지부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하나 돌았다. ‘비공식 영토 거주자 이주 제한법’에 관한.

현재는 레벨 3이상의 이능력자가 아니면 비공식 영토의 거주자가 공식 영토로 이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곧 있을 임시국회에서 이 내용이 수정될 것이란다.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들을 공식 영토로 이주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골자였다.

사실 이런 소문들은 이전에도 종종 돌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안동에 사는 대다수의 자산가들은 유난스레 호들갑을 떨었다. 강영철 같은, 정부에 끈이 닿는 사람들을 찾아가 정확한 정보를 얻는 한 편, 앞일을 대비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했다.

추천이나 서류 조작 같은 일을 바라면서.

노련한 강영철이 그들의 욕망을 모를 리 없었다. 오늘은 본인이 갑인 위치였다. 접대를 받는 자리가 분명했다. 안동에 와서 쌓였던 욕구를 풀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 초대의 목적은 그의 예상대로였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머리가 휑한 60대의 남자가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그 안건이 통과되겠지요?”


강영철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요. 이번에는 유력하다는 소문을 내려오기 전에 들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일명 친지역해방전선 의원이라 불리는 소진욱 의원 같은 사람들이 비공식 영토 거주자 이주 제한법을 수정 아니, 철폐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당분간은 원안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연기를 했다. 거짓된 환상으로라도 앞에 있는 남자의 욕망을 채워줄 필요가 있었다.


‘왜 이런 소문이 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됐군, 잘 됐어. 적당히 맞춰주면 한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겠네.’


슬슬 술이 얼큰하게 돌자 머리가 까진 남자가 강영철에게 말했다.


“오늘은 감시관님 같은 분과 친분을 다 맺고, 참 의미가 깊은 날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끝낼 수는 없죠. 여기 혼자 부임하셔서 밤마다 쓸쓸하셨을 텐데...”


순간 강영철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감시관님, 제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가 거절할 리 없었다. 안동의 유력자가 운영하는 가게다. 당연히 보안은 철저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기회까지 놓칠 필요는 없지.’


그 둘이 집을 나갔다.

그러자 어둠이 드리워진 거실의 커튼 뒤에서 그림자가 스르륵 나타나더니 사람으로 변했다. 박재성이었다. 그의 손에서 그림자로 만들어진 새가 생겨났다. 곧장 어딘가로 향해 날아갔다.


“이지후, 하여간 함정 참 잘 파.”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작가의말

연재 휴식일을 변경합니다.

내일하고 모레로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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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3) +8 15.04.05 7,914 184 9쪽
27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2) +15 15.04.04 7,504 1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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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화 : 녹색 눈의 늑대(1) +8 15.03.31 8,170 18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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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1) +5 15.03.29 9,153 2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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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화 : 그 아이(1) +16 15.03.27 9,415 223 10쪽
16 5화 : 민가 탐색 임무(4) +9 15.03.27 9,592 210 10쪽
15 5화 : 민가 탐색 임무(3) +10 15.03.26 10,263 222 9쪽
14 5화 : 민가 탐색 임무(2) +10 15.03.26 11,429 268 11쪽
13 5화 : 민가 탐색 임무(1) +11 15.03.25 11,874 246 10쪽
12 4화 : 안동 입성(2) +19 15.03.24 12,240 279 8쪽
11 4화 : 안동 입성(1) +18 15.03.24 12,908 28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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