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쵝오!

이능력자 - 강철의 군주 -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가후
작품등록일 :
2015.03.18 02:15
최근연재일 :
2016.10.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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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178

작성
15.03.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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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DUMMY

4월치고는 따뜻한 날씨. 햇살 역시 포근했다. 봄바람은 기분 좋게 불었고.

모두 삼십 대의 수송용 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세종특별자치시를 빠져나왔다. 목적지는 비공식 영토에 남아 있는 다섯 도시 중 하나인 안동이다.

수송용 트럭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인간들이 아니다. 이생물체들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자 인류의 희망.

이능력자들이다.

이생물체가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신기하게도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이능력자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생물체를 연구하는 국제기관, ET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생물체를 지구에 소환하는 ‘게이트’ 라는 물체에서 흘러나온 파장이 이능력자라는 신인류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선두에 있는 차량의 수송용 칸에는 다섯 명의 이능력자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두 줄로 배열돼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수송용 칸은 후방이 뚫려 있어 흙먼지가 그대로 들어왔다.

다섯 명의 이능력자들은 모두 젊어 보였다. 아니, 어려보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모두 이십대 초반 혹은 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으니.

그들 중 가장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태연하게 신문을 읽었다.

신문을 읽던 남자가 말했다.


“정부에서 건물면적 300m² 이상의 건물을 소유한 종교단체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한다네. 유일신교 사람들 아주 난리 치겠네. 그런데 웬일이래? 세금이란 무릇 담배 값을 올리는 것처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목소리가 또랑또랑했다.

그는 남자치고 체구가 왜소했다. 앞머리는 눈썹 위까지 짧게 잘라 단정했다. 비교적 큰 눈과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이었으며, 속눈썹은 여자처럼 길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 때문인지, 귀염성 있는 얼굴에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소년의 모습이 엿보였다. 나이가 스물여덟이나 됐음에도 그랬다. 나이를 감안하면 상당한 동안이다.

신체를 열심히 단련했는지 몸은 탄탄해 보였으나 원래 골격이 큰 편이 아닌데다가 체형이 호리호리해, 아무리 봐도 인간의 신체능력을 뛰어넘는 초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 정도?

하지만 그는 다소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이번에 안동으로 내려가는 이능력자들 중 가장 등급이 높은 레벨 7의 이능력자였다.

신대한민국의 이능력자 수는 대략 15만 명 정도. 그 중 최상위급 이능력자라 불리는 레벨 7과 8의 이능력자는 모두 합쳐 90명이 안 된다.

레벨 7의 이능력자 이지후, 그가 신문을 접으며 자신과 함께 있는 네 사람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뭐야? 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받아줘. 다들 시사에 관심 없어? 아무리 이제 스무 살밖에 안 됐다고 해도 그렇지. 그게 아니라면...”


다들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었다. 정자세를 하고 앉아 있는데,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아주 얼었구만, 얼었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긴 이해는 된다.”


이지후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이능력자들은 올해 2월, 지역해방전선 계열의 이능력 학교를 졸업한 파릇파릇한 새내기 대원들이었다.

2개월 간 지역해방전선 대원들과 함께 실전훈련을 받았고, 실제 이생물체들과 전투를 몇 번 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비공식 영토로 내려가 이생물체들을 상대할 자신까지는 없었다.

이제 안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량은 이전보다 더욱 덜컹덜컹 흔들렸다. 아무래도 도로 관리가 잘 안 되다보니 당연한 일이다.

그는 더 이상 못 읽겠다고 판단했는지, 신문을 옆자리에 놓아두고는 기지개를 켰다. 그 후,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은 채로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는 마. 내가 맨날 말하잖아. 그렇게 긴장하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고. 특히 승아, 너!”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성, 민승아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로.

이제 스무 살인 그녀는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뽀얬고, 눈매와 얼굴선이 부드러웠다. 입이 살짝 큰 편이었는데, 그 입이 그녀의 어여쁜 미모에 특색까지 가져다주었다.


“저희는 비공식영토에 파견 나가는 게 처음이라고요. 긴장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나는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충고해준 거고.”


이지후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멘토시면 멘토답게 저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줬잖아. 너무 긴장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그리고 종교세에 관한 이야기와 세금에 관한 농담도 해줬는데...”


지역해방전선에서는 신입대원들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신입대원들에게 상위 레벨의 이능력자를 멘토로 붙여주는 제도를 운영했다.


“저는 오빠가 조금은 진중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장난치는 식으로 말하지 말고요.”

“이럴 수가! 나는 충분히 진중하게 말한 건데. 왜 알아주지 않지?”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이지후의 시선을 외면했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그가 말을 덧붙였다.


“아이러니한 말인데, 긴장감은 가지되 긴장은 하면 안 된다고. 그걸 할 수 없다면 실전에서는 정말 위험해질 테니까!”

“저도 머리로는 알아요. 하지만 잘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해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해가 된다.

이지후가 생각하는 이능력자는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보통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면 이생물체에 대항할 힘을 갖추고 있다는 것뿐이다.

이능력자들도 무서우면 떨고, 슬프면 우는 게 당연한 그냥 사람이다.


“승아야.”

“네.”

“우리가 내려가는 안동의 특색에 대해서 읊어봐.”

“비공식 영토에 있는 5대 도시 중 하나예요. 비공식 영토에 있는 도시들 중 최북단에 있어, 공식 영토와 가깝기 때문에 이생물체들의 침입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인 게 특징이고요.”

“최근 3개월간에 나타난 가장 강한 이생물체는?”

“인간형 계열의 둥근 갈색 난쟁이 종족의 센튜리온(Centurion)급이요. 당연히 네임드(named) 는 아니에요. 흑월도라는 네임드 나이트급(Knight)이 6개월 전까지는 자주 출현했으나 장창진 선생님께 패하고 뿔이 잘린 다음에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역시, 우리 승아는 모범생이야. 중요한 걸 잘 외우고 있네.”


이지후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안동은 꽤 안전한 편이라는 거지. 치프틴(Chieftain)급은커녕, 나이트급도 거의 안 나온다고. 그러니까 너희 같은 꼬꼬마들을 파견하는 거 아니겠어? 알았으면 이제 긴장 좀 그만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그녀의 긴장이 풀리지 않자 이지후가 표정을 바꿨다.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마치 비밀을 속삭이듯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녀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지역해방전선의 실질적인 2인자이자 뛰어난 능력덕분에 판타지 스타라고 불리는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그러니 안심해, 나만 따라오면 다 된다고. 안 되는 게 없어!”


항상 저런 식이었다. 이런 가벼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빠가 판타지 스타라는 촌스러운 별명으로 불린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럴 수밖에. 그 혼자 밀어붙이고 있는 별명이니까. 그는 이전과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종교를 안 믿으니 유일신교는 그렇다 치고... 승아, 네 실력이면 정부나 EOA로 갈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왜 지역해방전선을 택했어? 솔직히 말해서, 지역해방전선이 돈도 제일 적게 주고, 환경도 열악한데. 게다가 비공식 영토로 파견까지 나가야 하잖아.”


그녀는 그 목소리에 다소 안심이 됐는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비공식 영토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유일한 단체니까요. 저희 가족은 예전에 지방에 살았어요. 운 좋게도 제가 살던 곳이 비공식 영토로 지정되기 전에 서울로 이사 와서 공식 영토에 살게 된 거예요.”

“그래서?”

“죄책감이 들었어요. 분명 예전에는 다 같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공식 영토에 있는 사람만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그래서 비공식 영토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지역해방전선을 선택한 이유예요.”

“착하네. 이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꼬... 꼭 착해서 그런 건 아니... 고요...”


말을 마친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지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다른 이유가 또 있다면...”

“뭔데?”

“웃기 없기예요. 약속해줘요.”

“도대체 뭐 길래. 알았어. 약속할게.”


그녀는 이지후가 입고 있는 녹색 갑옷의 가슴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역해방전선의 상징인 ‘팔이 긴 여신’이 그려져 있었다.


“파... 팔이 긴 여신이 마음에 들어서예요. 여신의 팔이 긴 이유가 더 많은 사람들을 차별 없이 안아주기 위해서라고 해서... 그 의미가 정말 좋아서 지역해방전선에 지원했어요.”

“푸핫!”


이지후는 큰 소리로 웃는 것으로 조금 전 그녀와 한 약속을 시원하게 깼다.

그러자 그녀의 양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문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결국 폭발해 소리를 질렀다.


“우... 웃지 않기로 했잖아요. 멘토라고 한 명 있는 사람이 맨날 사람을 놀리기만 하고 약속은 안 지키고!”


이지후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그가 이렇게 신나게 웃고 있는 이유? ‘팔이 긴 여신’이라는 지역해방전선의 상징을 만든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너 그거 알아? 지역해방전선 창단할 때, 팔이 긴 여신...”


- 지지직!


민승아를 비롯한 멘티들에게 팔이 긴 여신을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줄 기회가 사라졌다. 수송칸에 달려 있는 무전기에서 갑자기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지후 씨, 이생물체들이 출몰했습니다. 10분 후에 조우할 거 같습니다. 긴급상황이니 빨리 전투준비를 해주십시오.]


이지후의 표정이 변했다. 여유 있던 태도와 웃음기가 싹 가셨다.

지금 그들이 이용하는 길은 이생물체들과 만날 확률이 극히 희박한 곳이다. 그런데 이생물체들과 만날 거라니...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 지이이잉!


그의 손끝에서 반투명한 비수가 생성됐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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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화 : 합당한 대가(1) +11 15.04.09 8,025 168 10쪽
31 10화 :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로서(2) +25 15.04.08 7,625 183 13쪽
30 10화 :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로서(1) +11 15.04.07 7,782 170 10쪽
29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4) +20 15.04.06 7,811 189 12쪽
28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3) +8 15.04.05 7,914 184 9쪽
27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2) +15 15.04.04 7,504 175 10쪽
26 9화 :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1) +6 15.04.03 8,130 207 10쪽
25 8화 : 녹색 눈의 늑대(3) +10 15.04.02 7,842 179 12쪽
24 8화 : 녹색 눈의 늑대(2) +9 15.04.01 8,027 183 11쪽
23 8화 : 녹색 눈의 늑대(1) +8 15.03.31 8,170 188 10쪽
22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3) +17 15.03.30 8,204 173 11쪽
21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2) +9 15.03.29 8,575 199 13쪽
20 7화 : 누구를 위한 토벌인가(1) +5 15.03.29 9,154 205 12쪽
19 6화 : 그 아이(3) +25 15.03.28 9,337 198 13쪽
18 6화 : 그 아이(2) +10 15.03.28 9,186 207 10쪽
17 6화 : 그 아이(1) +16 15.03.27 9,416 223 10쪽
16 5화 : 민가 탐색 임무(4) +9 15.03.27 9,593 210 10쪽
15 5화 : 민가 탐색 임무(3) +10 15.03.26 10,263 222 9쪽
14 5화 : 민가 탐색 임무(2) +10 15.03.26 11,429 268 11쪽
13 5화 : 민가 탐색 임무(1) +11 15.03.25 11,875 246 10쪽
12 4화 : 안동 입성(2) +19 15.03.24 12,241 279 8쪽
11 4화 : 안동 입성(1) +18 15.03.24 12,909 289 8쪽
10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3) +34 15.03.23 12,968 298 11쪽
9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2) +17 15.03.22 13,229 290 8쪽
8 3화 : 흑월도와 세 도적들(1) +15 15.03.21 13,764 3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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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화 : 둥근 갈색 난쟁이들과의 전투(1) +17 15.03.20 15,927 324 8쪽
5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4) +30 15.03.19 17,003 367 8쪽
4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3) +13 15.03.19 19,023 391 8쪽
»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2) +18 15.03.19 24,230 456 11쪽
2 1화 : 비공식 영토, 안동으로(1) +30 15.03.19 30,153 5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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