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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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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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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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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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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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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DUMMY

분데스리가는 시즌 초반의 여름과 중반의 겨울, 두 번 휴식기를 가졌다.

여름에 2주, 겨울에 한 달 정도.

다른 빅리그보다 소속 클럽 숫자가 두 팀 적기 때문에 가능한 스케줄.


20개 클럽으로 진행하는 라 리가와 세리에 A는 겨울에만.

리그컵까지 두 개를 돌리는 프리미어리그는 오히려 같은 시기 가장 타이트한 ‘박싱 데이’ 일정을 보내는 것에 비해 확실한 장점.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유럽대항전에서 부진하면 항상 나오는 지적이기도 했다.

겨울 휴식기는커녕 박싱 데이까지 보내느라 체력적으로 불리하다고.

2000년대 중반인 지금도 박싱 데이 대신 겨울 휴식기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최소한 내가 마흔이 될 때까지는.


‘그래봤자 우리에겐 클롭이 있지만.’


휴식기라고 해서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사람.

아마도 빡센 체력 훈련과 지옥의 비디오 세션이 기다리고 있겠지.

시즌 막판의 체력 저하까지 신경 쓰기엔 당장이 급한 팀이라.

우승이 목표인 팀도 아니고.


“요즘 아주 기특해? 너한테도 정말 중요한 시기일 텐데 문자, 전화에 쾰른까지 매번 직접 와주고? 왜 이렇게 예쁘지?”


물론, 아무리 그래도 며칠 정도는 푹 쉰다.

클롭도 인간이니까.


휴가가 생긴 나는 당연히 쾰른으로 달려갔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9월이면 대학교도 개강이라서 리나와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테니까.

경기 직후 하루만 쉬어도 달려오는데 며칠을 쉰다?


당연히 달려와야지. 아니, 날아와야지.


“내가 바쁜 게 뭐가 있어. 지금 다 잘 되는데 오히려 그동안 못 챙긴 내 사람들 챙겨야지.”

“히히히! 그치! 내가 네 사람이지!”


참...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저렇게 티 없이 웃어봤을까.

그래서인지 리나의 저 표정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수십 년간 쌓아둔 어둠을 잠깐이라도 잊어버리는 유일한 시간.

이러니 쾰른에 안 오고 배길까.


나에겐 태양만큼이나 밝고 환한 리나의 미소.

그 미소를 본 순간 곧바로 무장 해제된 나는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지난 만남 이후 처음으로 갖는 휴식이었다.


‘지난 만남이 얼마 전이지만.’


어쩔 수 있나.

리나를 만나야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문자와 통화로는 한참 부족하다.


“주스? 커피?”

“그냥 물로 줘.”

“하여튼 관리는...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내 남자?”

“크긴 한참 전에 컸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언제? 잘 모르겠는데-에.”

“어허. 재작년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운 추억을 벌써 잊어버린 건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날 놀리던 리나는 작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듣자마자 새침한 표정으로 흘겨보곤 주방으로 도망갔다.

표정과 눈빛으로 숨겨보려 했지만 나는 못 속이지.

달아오른 얼굴도 귀엽네.


“아유, 이제 능글맞기까지 해! 징그러워!”

“하하하, 좀 더 가까이 와서 앉아줘. 나 좀 쉬게.”

“또 무릎베개? 요즘 왜 이렇게 좋아해?”


물을 받자마자 테이블에 내려놓고.

리나의 허리를 붙잡아 바로 내 옆에 앉혔다.

그리고 무릎을 베고 누웠다.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잖아. 네 무릎을 베고 누워서 쉬는 거.”

“나한테 어리광부리는 것 같아서 나야 너무 기쁘긴 한데 갑자기 너무 애교쟁이가 되니까...”

“그래서 어색해?”

“어색한데 너무 좋아! 갑자기 돌아가는 거 아니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어떻게 웃을 때마다 저 커다란 눈이 사라질까.


내가 저 눈웃음에 넘어갔지.

약 50여 년 전에.


“이제 3학년이지? 준비하는데 힘든 건 없어?”

“없지. 공부만 하는 건데 어려울 게 뭐가 있어.”


무릎베개를 하고 누워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리나와 문자하고, 통화하고, 만나서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조금씩 돌아온다.

마치 재활훈련 같은 느낌으로.


이번 세계선의 목표를 생각하면 이것 역시 고무적인 결과.

리나가 복덩이다.

이런 그녀를 밀어냈던 직전 세계선의 나는 등신 중의 상등신이고.


그때의 나도 꽤나 성과를 냈었는데.

리나가 있었다면 이미 성공하지 않았을까.


“실습은 언제부터 해?”

“겨울부터? 아니면 내년부터 할 수도 있고.”


됐다. 생각하지 말자.

과거를 후회하는 건 지금까지 너무 많이 했으니까.


“빨리 졸업해서 우리 팀 들어와야지. 그게 꿈이었잖아.”

“히잉, 경쟁률이 너무 세. 나도 꼭 들어가고 싶은데.”

“정 안 되면 내 팀으로 들어오던가. 나는 무조건 그 정도까지 클 거니까.”

“와! 개인 팀까지? 그 정도면 월드클래스 아니야? 내 남자 자신감 왜 이렇게 멋있어!?”


리나는 현재 쾰른대학교에서 스포츠 재활 분야를 공부 중.

스포츠 재활 및 운동처방 전공에 필라테스 자격증까지 공부 중인데 최종 목표는 마인츠 05의 팀 닥터였다.

실제로도 지난 두 번의 세계선에서 전부 성공했었고.

그러니 큰 걱정은 안 한다.


그 목표에 내 영향이 있었기를 은근히 바라긴 하지만 물어본 적은 없고.


“그러니까 마음 편히 공부만 해. 다른 건 걱정하지 말고.”

“그런데 너는 마인츠 계속 있을 거고? 아니잖아.”


아... 그러네. 마인츠 취직하면 오히려 더 못 보는구나.


“음. 그냥 처음부터 마인츠 말고 나한테 이력서내면 안 돼? 진짜 유명한 분으로 사수도 구할 테니까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배우면 커리어도 빵빵해질걸.”

“어느 세월에? 나 2년 뒤에 졸업인데?”


흐음.


“... 박사까지 하면서 기다려볼래?”

“자기야. 나한테 대학원가라는 거야?”

“좀 심했지?”

“응. 나 오늘 같이 보려고 DVD 빌려놨으니까 그거나 보자. 대학원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리나의 입에서 집어치우라는 말이 나오다니.

역시 대학원은 무리였나.

얘도 저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구나.


순간 쫄았네.


***


[갑자기 어른이 되더니 어제는 공포영화도 안 무서워하더라?]

“나? 나는 원래 안 무서워했는데?”

[안 무서워하는 척을 잘했지. 그게 얼-마나 귀여웠는데? 히히히.]


아, 그게 들킨 거였어?


“뭐야. 알면서 그동안 모르는 척했던 건가?”

[당연하지. 들키기 싫어하는 것 같았는걸?]


역시... 여자의 감이란.

그리고 리나의 배려심이란.


“근데 이제는 진짜로 안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 거고?”

[응.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반가워!]

“뭐가 아쉽고 뭐가 반가운 건데.”

[아쉬운 건 리온의 귀여운 모습을 못 보는 거, 반가운 건 이제 미안한 마음 없이 내 취미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거!]


누누이 말했듯 나는 취미가 없다, 아니, 없어졌다.

거의 모든 순간 미션을 고민하고 축구만을 생각하니까.

그러니 지금의 내 취향은 리나의 취향이고 내 취미는 리나의 취미다.

매번 만날 때마다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해왔고.


다만, 첫 번째 세계선에서는 센 척하고 싶어서 차마 거절하지 못했던 게 맞다.

공포영화보기 싫어서 억지로 핑계 댄 적도 많고.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다 알고 있었던 거지.

귀여워하고 미안해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왜 있어? 만에 하나 내가 공포영화를 진짜로 싫어했다 치더라도 네가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한데.”

[아이...]

“즐거워하는 네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비교하면 내가 싫어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


진심으로.

지금은 센 척하고 싶어서도, 배려하는 마음도 아니다.

리나의 취미를 함께 즐길 때,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게 가장 행복하다.


[요즘 하루하루 너에게 더 반해가는 거 알아? 이보다 더 좋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나보다는 아닐걸. 나는 요즘 하루하루 다시 태어나는 기분인데. 네 덕분에.”


아, 입 꼬리가 너무 올라가는 것 같은데.

평소에는 너무 무덤덤하고, 리나와 엮이면 너무 날뛰고.

중간이 없네, 중간이 없어.



행복하게 통화를 마치고 훈련장으로 돌아간다.

예상대로 이틀 딱 쉬고 훈련장으로 복귀하라더라고.

지옥의 체력훈련과 비디오 세션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 새끼는 얼굴이 두 개네.”


통화 내내 멀리서 지켜보던 강찬이 형.

한 마디 할 줄 알았다.

저 형이 이런 건수를 그냥 넘길 리 없지.


“사람은 다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넌 너무 심해. 한 사람의 두 얼굴 수준이 아니라니까? 그 정도면 사람이 둘이거나 인격이 둘이거나 둘 중 하나야.”


쩝.


“우리랑 같이 있을 때는 개자식도 이런 개자식이 없는데.”

“내가 뭘 또 개자식이야.”

“지금도 봐. 자연스럽게 말 짧아지는 거.”


내가 그랬나? 진짜 의식 못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말 까자. 어차피 경기 중에는 까야 하는데.”

“히딩크 감독님한테 잘 배웠네. 형이 제일 먼저 대놓고 깠다며.”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말 깐 거로는 뭐라고 안 하잖아.”

“개자식이라며?”


갑자기 눈동자를 하늘로 돌려 삼백안을 만든다.

그리고 뜬금없이 휘파람을 분다.


“... 80년대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갑자기 휘파람을 왜 불어.


“됐고. 어쨌든 보기 좋다. 운동이나 같이 하러 가자.”

“좋지. 그나저나 미리 와달라니까 또 와주네. 형답지 않게.”

“그래. 나답지 않게 빨리 왔는데 부른 새끼는 전화한다고 나 혼자 버려뒀잖아. 그런 개자식이 어디 있냐? 안 그래?”

“몸 풀라고 잠깐 둔 거지.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몸 풀라고.”


지나친 개인훈련은 이제 자제하기로 했지만 오늘은 예외다.

무엇보다 내가 고생하는 날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형 어시스트 챙겨주려고 굳이 같이 고생하는 건데 나한테 불만 있는 게 맞나?”

“......”

“심지어 난 마인츠 유스 출신인데.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형의 적응을 여러모로 도와줄 수 있는.”

“자, 이제부터 뭐하면 되는데? 크로스? 크로스 한 500개 올려볼까?”


반박 없이 볼을 몰고 저 멀리 달려가는 강찬이 형.

계속 보다 보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도와주고 싶어서 미리 부른 건 사실이다.

내가 골을 더 넣고 싶어서 그런 것도 물론 있지만.


위치와 거리에 따른 크로스의 궤적을 모두 파악하면 위치선정할 때 큰 도움이 되겠지.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다면 무조건 한다.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무조건 해야 하는데 이렇게 쉬운 건 무조건, 무조건 해야지.


‘확실히 크로스가 좋긴 해.’


강찬이 형의 크로스는 계산이 서니까.

구질만 익히면 예측은 어렵지 않다.

이걸로 리그에서 최소 두 골은 더 넣는다.

그러면 강찬이 형도 어시스트 두 개 이상 챙기는 거지.

공격수가 공격 포인트 두 개? 2시간이 아니라 20시간이라도 투자해야지.


그러니까 두 시간 먼저 부른 건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솔직히 강찬이 형 말고도 어시스트 두 개 챙겨준다면 당장 달려올 사람 널렸다고.


이번 세계선에선 나만 생각하지 않고 사회생활도 해볼 생각이었는데.

자평하자면 지금까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5 빈고니스트
    작성일
    24.08.28 00:22
    No. 1

    25화면 그래도 좀 쌓였는데 왜 유입이 안 늘까 생각해보니

    1. 제목을 바꿔보는게..

    2. 회귀 성공 조건이 많고 까다로움 치명적인건 작가님 계획에 따르면 너무 오래걸림 월드컵을 3번 치뤄야 성공각 본다는게 참.. 전작부터 회귀 성공조건에 왜 이렇게 집착하시는지 모르겠음 초반 진입장벽이 좀 쎔

    3. 회귀 주인공인데 압도적이지도 않고 전반적인 글 늬앙스를 보면 아무리 성장해도 메날두한테는 안된다는 그런 분위기라 별로 기대가 안됨 세번째 삶인데 아무리 포텐터져봐야 인간계 끝판왕? 보기 싫어짐

    대충 이정도..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최근에 신작들 자꾸 엎어져서 보는 저도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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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5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7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7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0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3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8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8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5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4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8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1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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