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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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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최근연재일 :
2024.08.29 23:41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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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9
추천수 :
606
글자수 :
136,818

작성
24.08.10 22:20
조회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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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의 도시에서

DUMMY

성장 방향을 뚜렷하게 잡아놓은 이상 헤맬 이유가 없다.

어떤 식으로 훈련해야 하는지, 어떤 능력치를 중점적으로 키워야 하는지 등등.

이미 모든 플랜을 준비해놓고 돌아왔으니까.


‘몸만 빠르게 잘 만들면 사실상 끝이기도 하고.’


컴플리트 포워드에서 포처+어드밴스드 포워드로.

사실 사람들이 그런 걸 워낙 좋아하니 그렇게 나뉘는 거지 결국 포워드는 포워드일 뿐이다.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나 차이가 나는 거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두 번째 커리어 말년에는 이미 포처였다.

컴플리트 포워드 대부분이 나이 들면 다른 스타일로 변신을 시도하거든.

‘컴플리트’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전부 다 잘해야 하는데 나이 들면 그게 쉽지 않아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의 선수마저 말년에는 포처로 변신했는데 나라고 버텼을까.

최대한 완벽한 준비를 위해 40세까지 현역으로 뛰었고 이러나저러나 포처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뻐---엉


이게 10대의 몸인가.

이전에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나이가 깡패라는 말은 정답이다.

열심히, 효율적으로 훈련 중인 것도 무시할 순 없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머리로는 전부 다 아는 거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면 이미 양발잡이인데.’


오른발이 훈련 도중에도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몸에 근육이 붙는 것도 운동 중에 이미 느껴지고.


거의 안 썼던 근육이라 초반 성장속도만 빠른 거라기엔 이미 그 레벨을 넘어선 수준.

아, 물론 몸에 근육이 붙는 건 초반이라 그런 게 맞긴 하다.


‘목표를 1년씩 당기자.’


몸이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질 줄 몰랐지.

오른발을 비롯해 몸 쓰는 방법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이 속도면 뭐.

당장 이번 시즌부터 득점왕도 노려볼 수 있겠다.


05/06시즌 4대 리그 데뷔.

06/07시즌 바르셀로나 혹은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토트넘, AC밀란 이적을 노리거나 마인츠에서 한 시즌 더 뛰면서 득점왕을 노려보거나.

07/08시즌 스트라이커가 급한 리버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날, AC밀란, 그때까지 분데스리가 득점왕 수상에 실패하면 바이에른 뮌헨까지.


이 정도는 당겨도 될 것 같은데.


‘2010년대 라 리가는 메호대전으로 골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웬만하면 라 리가로 가야지.’


바르셀로나의 에투가 장기부상으로 반 시즌 이상 날리고 호나우지뉴의 자기관리 문제가 임계치를 넘으며 리오넬 메시는 본격적으로 주전이 되는 시즌.

레알 마드리드 역시 호나우두의 시대가 끝나고 뤼트 반 니스텔루이, 곤살로 이과인 등을 영입하며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시즌.


메시의 전성기가 2008년 시작되고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2009년, 메호대전이 끝나는 게 2010년대 후반이니 사실상 라 리가 득점왕을 노릴 마지막 기회.

그러니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목표로 하고 실패하더라도 저 두 팀에서 오퍼가 오면 일단 떠나자.


이런 식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두 팀에서 주전경쟁이 가능할 만큼 성장한다면 일단 떠나보자.’


정 안 되면 라 리가 빼고 나머지 3대 리그 득점왕을 노려도 되니까.

먼저 빅클럽에 합류한 뒤 성장을 기다리기엔 여유가 너무 없다.


“요즘 네가 심상치 않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생각보다도 더 심상치 않은데. 오른발 훈련을 대체 얼마나 한 거냐.”

“아, 페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요즘 다들 똑같은 말만 하는데 훈련은 평소처럼 해요.”


강력한 동구권 악센트의 독일어로 접근하는 누군가.

마인츠 2팀 감독, 페터 노이슈테터였다.


“평소처럼이라... 다행이군. 훈씨는 잘 있고?”


역시나 아버지와의 친분이 먼저인 사람.

94년 팀에 합류했으니 아버지를 당연히 알 수밖에.


“아버지야 언제나 잘 계시죠. 건강하게.”


연습한 것처럼 살짝 웃는 듯한 느낌으로 대답한다.

목소리 톤도 살짝 올리면서 유쾌한 분위기로.

언제 농담을 던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처럼.


하지만 너무 갑자기 바뀌는 건 또 이상하니까 적당히 점진적으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연기까지 배웠고 머릿속으로 시나리오까지 탄탄하게 준비했는데 이 정도면 자연스럽겠지.


“내가 보기에도 많이 좋아졌구나.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똑같다고? 그럴 수밖에. 많이 좋아졌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날 의심하지 않았다.

축구실력만큼이나 성격,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말도 자주 들었고.


정확히 의도한 대로였다.


“감사할 뿐이죠. 아직 한참 멀었지만.”

“욕심은 여전히 크구나. 10대 주제에.”


소련 출신 독일계답게 오히려 페터가 훨씬 더 로봇 같은 느낌.


‘이런 거 보면 굳이 연기까진 안 배워도 됐을까.’


나 자신의 일이라 필요 이상으로 이상하게 느꼈던 건가.

뭐,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것과 아예 못 느끼는 건 다른 이야기일수도.

내가 겪은 일이 보통 이상한 일은 아니니 철저히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연기도 잘 배웠다고 생각은 한다.


“표정도 밝아 보이고. 기나긴 사춘기가 드디어 끝났나보구나. 그래도 널 10년은 봤고 2팀에선 직접 가르치기까지 했는데 어릴 때보다도 지금이 낫다.”


10년을 본 페터도 이 정도로 끝이니까.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동료였던 위르겐 클롭, 젤리코 부바치도 같은 반응.


“그것도 요즘 보는 사람들마다 그 소리네요. 기분 좋으면서도 대체 이전의 나는 어떤 놈이었는지 현타가 오기도 하고...”

“하! 사춘기도 1부터 10까지 있다면 15 정도였지. 내 아들 로만의 사춘기를 너를 보며 견뎌낼 만큼.”


음?


“그 친구의 사춘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너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 버팀목이 되었다니 기쁘군요.”


그래, 뭐.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는 건 좋은 거니까.

그 정도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도 알 수 있다.


“근데 농담이죠? 표정이 너무 진지하긴 한데...”

“진담이지. 웃자고 하는 진담.”


누군가의 기쁨도 되어주고 웃겨주기까지 하고.

첫 번째 세계선의 나도 꽤 좋은 사람이었어.


“저기 로만이랑 애들이 오는군. 나는 이만 가볼테니 애들이랑 놀아라.”

“아니, 저 훈련 중...”

“넌 훈련 좀 줄여야 해. 몇 년을 말해도 들어먹질 않으니 강제로라도 잡아놔야지.”


내 단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가뜩이나 구성원 숫자도 적은데 외부영입보다 내부 돌려막기가 많은 전형적인 중소클럽 마인츠.

그 결과, 마인츠 유스 출신인 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 잘 안다.


“여어, 리온! 오늘도 표정 좋네?”

“쟤가 며칠 내내 밝은 표정인 게 얼마만이지, 형?”

“기억도 안 난다.”


순서대로 로만 노이슈테터, 마리오 브란치치, 다미르 브란치치.

각자 88년, 89년, 85년생으로 나와 한지온 또래의, 유스 때부터 함께 성장한 친구들.


다미르는 2002년, 마리오는 2004년에 합류한 형제로 우리 형제와 공통점이 있어 금방 친해졌고.

로만은 무려 94년에 아버지 페터를 따라 입단했으니 우리 부자와 공통점이 있어 금방 친해진 친구.


마찬가지로 나를 너무 잘 아는.


“리온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그 이야기더라? 대체 어땠길래 그래?”


다만, 한 명은 나를 잘 모른다. 나도 저 친구를 잘 모른다.

마리오와 마찬가지로 2004년에 합류한 친구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한 가지.


‘첫 번째 세계선에선 없던 친구거든.’


마리오는 원래 2004년 합류한 친구지만 이 친구는 아니다.

원래는 2004년 알레마니아 아헨 유스팀으로 이적한 친구인데 두 번째 세계선부터 아버지가 에이전트 계약을 따낸 뒤 마인츠로 데려왔다.


아버지는 원래 2004년에 돌아가셨고 지금이 2005년 초여름이니까 그 사이 1년이 넘는 공백이 있다.

그 공백기에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가 지난 세계선에서 내 멘탈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했지.

모르는 이야기와 사람들을 대하면서 들키지 않고 넘어가야 했으니까.


“다들 오버하는 거야, 루이스. 궁금할 가치도 없어.”

“그래도 궁금한데. 로만이 제일 잘 알지? 어땠는데?”


이름 루이스, 성은 홀트비.

샬케 04, 토트넘 핫스퍼, 함부르크 SV 등에서 활약하며 한때 독일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루이스 홀트비가 가장 최근에 친해진 또래 선수였다.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더라.

우리가 친하다고.


“어땠긴. 완전 중2병에 사춘기에 혼자 불행한 척은 다했지.”

“아버지는 레전드 선수에 겁나 부자고 심지어 어머니쪽 유전자도 좋아서 외모까지 타고났는데 지가 제일 불행해. 보기만 해도 나까지 우울해졌다니까.”

“어느 날은 그라운드 정중앙에서 한쪽 무릎만 꿇고 한손으로 얼굴 반만 가린 채 울고 있더군. 친구가 우는데도 웃음이 나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정말 오랜만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게 쪽팔린다는 감정인가.


살아가는데 친구가 꼭 필요한 걸까.


“대부분 개소리야. 루이스, 믿는 건 아니지?”


여기서 루이스만 빼낸 다음에 새 친구들로 주변을 채우는 건 어떨까.


“아닌데. 다른 사람들 말이 훨씬 신뢰가 가는데. 혹시 아니라고 해도 저게 더 재미있으니까 저걸로 하자.”


실패군.

버릴 거면 루이스까지 버려야겠다.


***


“아저씨. 오늘 뭐가 좋아요? 엄마가 오늘 좋은 걸로 세 종류 사오라 했는데.”

“오늘은 블랙배리랑 살구 좋아. 두 개가 제일 좋고 블루베리랑 파프리카 괜찮고. 어때? 너희 아빠가 블루베리 안 좋아하니까 나머지 세 개 챙겨줘?”


작은 팀에 오래 있어서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

꼭 마인츠 구단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너 요즘 기분도 좋고 축구도 잘 된다며?”

“누가 그래요?”

“너희 형도 그러고 다른 애들도 그러고. 드디어 각성했나봐?”


종이 백에 과일과 채소를 담으며 말을 거는 집 근처 단골가게 한스 아저씨.

집에서 훈련장까지 걸어서 10분 이내, 학교도 비슷하다 보니 생활권 자체가 좁다.


덕분에 보는 사람들만 보게 되고, 여기서만 어릴 때부터 15년 가까이 살았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고.

고향은 레버쿠젠이지만, 실질적인 고향은 마인츠라고 봐야겠지.


“네 표정이 좋아진 걸 보니까 내 기분이 다 좋다. 너 좋아하는 블루베리 조금 담았으니까 혼자 먹고.”


블루베리... 좋아한다. 정확히는 좋아했다.

이제는 영양소만 챙기면 맛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원래는 좋아했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아는 사람들이 구단에만 수십 명, 동네에도 수십 명.


말 그대로 ‘나의 도시’다.


“각성했으면 이제 1팀 갈 거 아냐. 그거 먹고 이번 시즌에 15골만 넣어줘.”

“15골... 최선을 다해볼게요.”


어차피 동네 사람들도 대부분 마인츠 팬이니 크게 보면 결국 구단 사람인가.


‘나의 도시, 나의 사람들, 나의 팬들... 하지만 이번 시즌 끝나고 이적이 목표.’


보통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많이들 씁쓸해하겠지.

도시와 팀,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에 팀에 남는 선수들도 많고.

2000년대 초중반인 지금은 더더욱 많고.


적어도 씁쓸하고 허한 기분은 다들 당연히 느끼는 것 같던데...


‘이럴 때마다 자각하게 된다니까.’


아닌가? 아직 1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목표대로 잘 풀려도 1년은 남았으니 별 생각 없는 게 원래 정상인가?

나는 200% 자신 있어서 확신하는 건데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씁쓸해하지 않을까.


아니, 최소한 1년 내내 그런 기분을 느끼진 않더라도 지금처럼 목표를 설정하고 생각하는 그 순간만큼은 씁쓸할 거 아냐.


‘이젠 뭐가 정상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게 훨씬 씁쓸하다.

사실 이것도 호르몬이든 뭐든 실질적인 변화가 있다기보다 머리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미션 성공을 99% 이상 확신하는 순간이 온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봐야지.


‘실패를 99% 확신해도 마찬가지고.’


실패해도 내가 죽는 건 아니니까.

아버지, 엄마가 없는 첫 번째 세계선으로 돌아가는 거지.


어우, 다시 다른 세계선에서 성격 맞추고, 연기하고, 적응할 생각하니 토할 것 같네.

그냥 성공하고 이번 세계선에 정착하자. 꼭.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부모님의 생존이지. 진심으로.’


그래도 그 정도의 감정은 남아있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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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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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4.08.29 345 5 1쪽
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40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6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8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1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4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9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9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6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5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9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3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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