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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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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최근연재일 :
2024.08.29 23:41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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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7
추천수 :
606
글자수 :
136,818

작성
24.08.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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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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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1쪽

여유는 없다

DUMMY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연하지만 이것 역시 미리 정해놓고 왔다.


두 번째 세계선에서는 중앙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하는 게 급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컴플리트 포워드에서 포처+어드밴스드 포워드로의 변신?

그건 실전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완성할 수 있다.


‘무조건 몸이 먼저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저지르며 느낀 것 한 가지.

가장 먼저 수습해야 하는 건 피지컬이다.


축구지능, 노하우, 전술이해도 같은 건 회귀해도 그대로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니까.

오른발을 왼발 수준으로 쓸 수 있게 훈련해놨어도 돌아오면 다시 의족이 되는 것처럼.

원래 트라우마를 빼고 보더라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상당 부분 보완해냈다.


그러니 일단 몸부터 만든다.

오른발을 쓰는 노하우는 그대로지만 이를 위한 근육은 아직 빈약한 수준.

정교한 플레이를 위한 작은 근육들도 마찬가지.


축구가 아무리 복잡한 스포츠라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피지컬이다.


‘그나마 독일이라 다행이지. 프로라서 다행이고.’


한국이었으면 10대 선수가 웨이트? 꿈도 못 꾸지.

돈도 없고 뭐도 없지만, 다 떠나서 시간이 없다.


하루에 훈련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10시간 가까이 하는데.


다행히 여기는 독일이고 나는 프로를 지망하는 엘리트 유스 출신.

개인 훈련 시간이 충분하다.

커리큘럼도 한국보다는 훨씬 발전되어있고.


‘일단 확인부터 해볼까.’


당장의 오른발 상태부터 확인해본다.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를 알아야 훈련 방향을 잡을 수 있을 테니.


-뻐-엉! 픽! 뻑! 뻐-엉!


예상대로 꽤나 허접하게 날아가는 볼.

짧은 킥, 롱킥, 스핀킥, 슛이고 패스고 뭐 할 것 없이 전부 다 아쉽다.

물론, 내 기준이 높은 것도 있다.

냉정하게 반대 발 치고는 아주 나쁜 것까진 아니니까.


‘제대로 맞으면 파워는 나쁘지 않은데 정확도가 엉망이야. 매번 임팩트도 뒤죽박죽이고.’


내 기준에서는 왼발도 별로인데, 뭐.

득점력과 결정력에 올인하려면 정교하고 강력한 슛은 필수.

높디 높은 기준을 낮추진 않을 거다.

최대한 빨리 거기까지 끌어올려야지.


“뭐야. 한지온! 네 동생 킥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

“그러니까. 형이 보기에도 그렇지? 나도 지금 깜짝 놀랐는데.”


남들이 보기엔 지금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장이겠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저 두사람이 놀라는 걸 보면 남들이야 뭐.


“형도 왔어요?”


선이건.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선부용 큰아버지의 장남.

큰아버지는 아버지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님이고, 아버지보다 먼저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80년대 TOP 5 수비형 미드필더로 군림한 위대한 선수였다.


세리에 A의 프랑크 레이카르트.

라 리가의 베른트 슈스터.

프리미어리그의 브라이언 롭슨.

리그앙의 장 티가나.


그리고 분데스리가의 선부용.


‘우리 아버지도 크게 밀리지는 않았고.’


선수의 클래스는 살짝 떨어졌을 수 있지만 일단 공격수니까.

공격수가 주목받는 건 과거일수록 더해서 당대의 인기와 인지도는 아버지 한세훈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A매치 127경기 52골로 역대 최다.

레버쿠젠에서만 통산 138골을 기록하며 당시 기준 클럽 레코드, 재작년 즈음 울프 키르스텐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현재 기준 2위.

큰아버지에 이은 한국축구 GOAT NO.2


그런 선수가 만년 하부리그팀 마인츠로 이적해 2부리그 득점왕까지 거머쥐었으니 다들 특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은퇴 후에도 아버지와 마인츠의 관계가 끈끈한 것, 클롭 등 당시 마인츠 관계자 및 선수들이 아버지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


어쨌거나.


두 분은 대표팀뿐 아니라 레버쿠젠에서도 함께 활약하며 팀의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는 동안 안 그래도 막역했던 사이는 의형제로까지 발전했고.


현재 레버쿠젠의 감독인 큰아버지, 지난 시즌 마인츠로 이적한 이건이 형, 마찬가지로 선수생활 중인 희준이 형까지 전부 아버지의 고객이었다.


“너 킥 왜 이렇게 좋아졌어. 왼발은 그렇다 쳐도 오른발까지 좋은데?”

“글쎄요. 그냥 열심히 훈련한 건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한지온을 바라보는 이건이 형.


“너도 몰랐냐?”

“몰랐죠. 얘 요즘 사춘기라 뭐든지 다 따로 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아버지도 모르는데, 뭐.”


얼마나 다행인지.

사춘기가 고마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미션에 도전하면서 그렇게 되더라.

만 열아홉에 무슨 사춘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그래서 뭐. 그게 나한테 이득이 된다면 나쁠 건 없다.

흑역사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딱히 공감은 되지 않아서.


“그리고 형도 다 비밀이었잖아요. 희준이랑 예은이는 그래도 다 말해주는데 형은 무슨 할리우드 슈퍼스타인 줄 알았다니까.”

“한지온. 조용히 해라.”


첫 번째 세계선의 나보다도 어둡고 다크했던 게 이건이 형.

타고난 성격은 유쾌한 편인데 위대한 아버지의 그늘 때문인지 한동안 어두웠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도 한지온에게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로 놀림 받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보니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려 하는데 귀가 새빨갛다.

역시 저게 타고난 성격은 아니다.


‘저 형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을까.’


완벽한 하드웨어와 대비되는 투박한 소프트웨어.

측면 전 포지션과 3선까지 커버하는 만능 땜빵, 그러나 주전으로는 아쉬운 선수.


이건이 형은 마인츠 합류 전까지 이 팀 저 팀을 떠돌었다.

그러는 동안 성격도 점점 어두워진 거고.

저렇게 놀려먹는 건 한지온 나름대로 친한 형을 챙기는 방식.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위대한 큰아버지 때문에 본인 혼자 자책한 거지, 스물셋에 분데스리가 주전이면 빠른 거 아닌가.’


큰아버지가 선수와 감독으로 레버쿠젠의 모든 우승트로피를 따낸 위대한 축구인이고 하필 그 팀에서 유스부터 성장했던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절반은 이해가 되고 절반은 안 된다.

나중에는 유망주 기준 나이가 많이 어려지지만, 이 시기에는 23세까지도 유망주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던 시절이라.


나도 이렇게 버티는데 고작 그것 때문에 마음고생?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을뿐 매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그것도 4대 리그에서?


솔직히 절반이나 이해하는 내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어릴 때도 이해 못했고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진 지금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고.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 형이라서 그나마 절반인 거지.


'이해는 한지온이 대신 해줄 테니 다행이다.'


어차피 사람 챙기는 건 한지온에게 맡기기로 했으니까.

조금 더 이해해보려다가 때려치웠다.

때려치우고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나 킥 훈련을 재개했다.


팀 훈련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계속.

급해지지 않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부릴 이유까진 없으니.

한지온에겐 한지온의 역할이 있듯이 나에게도 내 역할이 있다.


내 역할은 축구를 잘하는 것.

그게 전부다.




오프시즌 휴가를 마치고 이제 막 팀 훈련을 다시 시작한 시기.

당연히 훈련의 강도 자체는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빡센 편인 건 맞다.

위르겐 클롭이 활동량과 체력, 강한 압박을 중요시하는 건 이때도 마찬가지라서.

체력 훈련을 빡세게, 자주 돌리는 건 지금이나 나중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냥 선수들이 익숙해져서 훈련 강도가 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뿐.

결론적으로 클롭은 이때도 클롭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까지 널널한 건 아니고.’


이번 여름 팀을 떠날 거라 예상되는 선수는 대략 열 명.

하지만 지난 시즌 1,300분 이상 소화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1,000분 이상 출전한 선수도 두 명에 불과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백업, 라이트백 백업 한 명씩.


그런데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미드필더 두 명과 2선 공격수 한 명, 총 세 명의 주전급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영입되었다.

이제 곧 이적시장이 열리면 세 명이 곧바로 합류한다는 뜻.

게다가 나와 크리스티안 드미르타스라는 라이트백 친구까지 두 명의 주전급 유망주가 2팀에서 승격되었고.


심지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영입 루머가 여전히 도는 중.

미드필더 두 명, 2선 공격수 한 명, 포워드 한 명.


지난 시즌이 마인츠의 1부리그 첫 시즌이었기에 스쿼드도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18개 팀 중 11위, 페어플레이 1위로 UEFA컵 진출.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스쿼드 리빌딩과 보강이 필요한 상황.


‘위기면서 동시에 기회지.’


기존 주전 선수들도 이 타이밍만 잘 버티면 UEFA컵 진출팀의 주전으로서 한 단계 뛰어오를 기회.

주전이 아닌 선수들도 증명만 하면 분데스리가, UEFA컵 진출 팀의 주전으로 올라설 기회.

주전이든 벤치든 본인 자리가 확고한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포지션 경쟁자가 영입된 몇몇 선수들만 긴장했으나 이내 팀 전체로 전염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긴장감이라고 본다.


“다들 모여! 연습게임 가볍게 몇 번하고 끝내자!”


젤리코 부바치 수석코치의 외침에 선수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모여들면서도 은근슬쩍 오가는 견제의 시선들.

오프시즌 휴가가 이제 막 끝났을 뿐인데 확실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역시 이 정도의 긴장감은 있어야지.

같은 팀 동료라지만 그 이전에 개인사업자고 경쟁자니까.


나 역시 그 사이에 있지만, 딱히 견제는 하고 있지 않다.

구경 정도라면 모를까.


‘7월 14일이 UEFA컵 첫 경기였던가.’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나? 나는 예외다.

자리가 확고하진 않은데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확고하거든.

나는 분명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이 되어있을 거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급할 이유는 없어도 여유부릴 이유도 없다.

7월 7일과 21일에 프리시즌 매치.

14일, 28일에 UEFA컵 1라운드.

8월 6일에 분데스리가 개막전.


‘적어도 28일 전까지는 끝낸다.’


마인츠 주전 공격수까지 한 달이면 충분하지.

축구선수로 걸어온 50여 년의 역사가 있고 가야 할 목표가 있는데.


빨리 주전 자리를 따내도 그땐 또 그때 할 일이 새로 생길 테니까.

굳이 개막 일정에 맞출 이유는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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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5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7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0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3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8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8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5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4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8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1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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