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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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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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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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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18

작성
24.08.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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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분 좋은 날의 시작

DUMMY

1.FSV Mainz 05 A

터크 - 요바노비치 - 한리온

브란치치 - 선이건 - 다 시우바

바이게르트 - 노베스키 - 보도그 - 바누아스

한지온

코치 : 위르겐 클롭


1.FSV Mainz 05 B

아우어 - 케이시 - N.바일란트

거버 - 바바츠 - D.바일란트

로제 - 프리드리히 - 아벨 - 드미르타스

바헤

코치 : 젤리코 부바치, 페터 크라비츠



오프시즌 휴가가 공식적으로 끝나고 여름 이적시장 개막이 다가오는 시기.

2005/06시즌 시즌권 판매도 시작되면서 2개월 가까이 무료함에 몸부림치던 팬들도 슬슬 활동을 시작했다.


‘슬슬이라고 하기엔 시작부터 굉장히 격렬하지만.’


스포츠 팬이 다 그런 거지.

어쨌거나.

이렇게들 반응이 격렬한데 클럽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6월 29일, 마인츠는 1, 2팀 선수들을 한데 불러 모아 내부 평가전을 치렀다.

장소는 홈구장인 슈타디온 암 브루히베크, 티켓까지 판매해서 제대로.


“이야, 우리가 같이 뛰는 게 얼마만이야?”

“...? 지난 시즌에도 2팀에서 몇 경기 같이 뛰지 않았나? 또, 형이나 나나 1팀 출전 횟수는 비슷할 텐데.”


한지온도 드디어 미친 건가.

우리 둘 다 미쳐버리면 아버지랑 엄마가 많이 슬퍼할 텐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기분이라도 내자고.”


그런 거였나. 다행이군.


“난 또. 청년 치매라도 걸린 줄.”

“아아, 골키퍼는 억울하다. 세컨드 키퍼랑 6순위 공격수의 출장 경기 수가 비슷하다니.”


그게 골키퍼인 걸 모르고 선택했나.


“분 단위 시간으로 따지면 훨씬 많이 뛰었잖아. 그걸로 위안 삼던가.”


12월생이니까 20-21세 시즌에 세컨드 키퍼.

이번 21-22세 시즌에 NO.1 키퍼 경쟁이면 한지온도 말도 안 되게 빠른 페이스다.

2000년대 중반인 이 시기는 23세까지 유망주로 취급되는 데다가 골키퍼이기까지 하니 더더욱.


심지어 마인츠의 골키퍼 라인이 약한 것도 아니다.

아직 전성기인 디모 바헤는 분데스리가 중위권팀 주전으로 충분한 선수고 한지온보다 네 살쯤 많은 크리스티안 베트클로도 바헤의 뒤를 이었던 꽤 괜찮은 재능.

골키퍼 명가인 독일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물론 그런 독일에서 진짜로 대단한 재능이면 다른 리그로 팔려가지만. 다른 리그가 돈을 더 펑펑 쓰니까.’


바이에른 뮌헨 주전 골키퍼 딱 한 명만 남고.


“지금까진 그랬지만 이제 금방이야. 난 시작부터 주전일 것 같거든. 출전시간도 순식간에 따라가겠지.”


바헤는 좋은 골키퍼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커리어를 2부에서 보내면서도 팀에 계속 남아있었고.

베트클로는 그런 바헤가 떠날 때까지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고.

한지온은 서른이 되기 전 팀을 떠나 레버쿠젠, 리버풀, 도르트문트를 거치며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실제로도 머지않아 주전으로 올라서게 될 테지.

심지어 거의 전 경기에 출전하는 골키퍼라 끝까지 출전시간은 따라잡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좀 잡아보고 싶다. 잠깐이라도.


“요즘 자꾸 까부는데. 차라리 어두웠을 때가 나았던 것 같기도...”

“늦었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한지온이 모르는 게 있다.

그 어둡다는 그 시절보다 지금이 사실 더 어두울걸.

연기력이 늘었을 뿐.


지금처럼 가족조차 속아 넘어갈 땐 아주 미약하게나마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준비를 나름 괜찮게 해온 것 같아서.


“자! 다들 잡담은 그만하고 슬슬 모여 보도록.”


한지온과 대충 떠들다 보니 시간이 되어 클롭이 등장했다.

캐릭터답게 라커룸 문을 열자마자 머리 위로 힘껏 박수치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모습.


“부바치와 크라비츠, 두 사람 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신뢰하는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내가 감독인데 질 수 없다고! 다들 동의하지?!”


이 바닥 인간들은 어쩔 수 없는 게 오늘 같은 경기에도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1팀, 2팀 더해서 비슷한 전력으로 나눈 뒤 선수교체 제한 없이 치르는, 훈련이나 다를 바 없는 경기인데.


‘관객이 있고 지역 방송국에서나마 중계가 나갈 뿐.’


그럼 훈련은 아닌가?


‘몇몇에겐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경기지만.’


며칠 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면 이적생들이 우르르 합류할 터.

지난 시즌 막 승격했는데 돈도 많지 않고 UEFA컵 티켓까지 따낸 마인츠는 여전히 보강할 포지션이 많았다.

이미 자유계약 협상이 끝난 선수도 서너 명 있고 루머는 그 이상.


지난 시즌 주전-로테이션 멤버 중 밀려날 선수는 분명 있다.

위상 상승을 노리는 젊은 선수, 1팀 진입을 노리는 2팀 선수들도 있고.


‘그러네. 마음 편한 선수가 거의 없네.’


나도 마음이 편하면 안 되는 쪽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한 걸 어떡해.


오늘 못할 자신도, 주전이 되지 못할 자신도 없는데.


‘딱 좋아. 이번 여름에 누가 합류할진 모르겠지만 아우어부터 재끼고 가자.’


지금부터 두각을 드러내면 공격수 대신 타 포지션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는 거니까.

타 포지션이 강해지면 득점 기회도 늘어날 수 있고, 그러면 득점왕 확률도 높아질 테고.


기대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미션과 조금이라도 관계된 이상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


***


<<Waaaaaaaahhhhhhhhh-----!!!!!>>


확실히 팬들은 오프시즌을 버티는 게 힘든가 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가벼운 내부 평가전을 치르는데 수천 명이 모이고 선수들이 모습만 보여줬을 뿐인데 이 정도 데시벨이 나올까.


‘20,300석 중 7,000석 정도 찼다고 했나.’


굳이 따지자면 2/3나 빈 거지만.

오늘 같은 경기에 유료 관객 7,000명이 들어온 건 굉장한 거다.

어지간한 팬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선수들이 절반 이상 뛰게 될 텐데.


<OKTV MAINZ>

-헨드리크 슈스터 (OKTV MAINZ 캐스터)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괴로운 오프시즌이 끝나고 드디어 축구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미하엘 뮐러 (마인츠 역대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래도 거의 다 왔어요.]


관중석에는 팬들이 있고 라인 밖에는 중계 카메라까지 있으니 뭔가 기분은 확실히 난다.

로컬 방송국 단독 중계라 평소보다는 살짝 휑하긴 한데 이 정도면 뭐.

적어도 3부리그 레기오날리가 소속인 2팀 경기보단 잘 갖춰진 경기지.


“후우, 카메라까지 있으니 떨리는데.”


1팀 출전 경험도 있는 다미르마저 벌벌거릴 만큼.


“결론 나왔네. 이 정도로 떠니까 1팀에서 자리를 못 잡지.”

“우리 오늘 같은 팀인데 친구라는 게 시작부터 사기를 떨어뜨리는군. 친구가 맞는 건가.”


85년 10월생인 다미르 브란치치나 86년 5월생인 나나 똑같이 만 19세.

그래도 아직 막 급한 시기는 아니니까 놀리기도 하는 거다.


‘이번엔 잘 좀 해보라고 자극해주는 거거든.’


2팀에서 계속 빌빌대다가 전성기 때 주로 2, 3부에서 뛰고.

분데스리가에서 딱 한 시즌 활약한 이후 쭉 떨어져 30대 즈음엔 5, 6부리그 선수였지.

기량이 일찍 떨어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최소한 2부에선 좀 버텨봐라.


20대 중후반에 보스니아 국가대표까지 했던 선수가 30대 초반에 5, 6부리그?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 그래도 친구라는 놈이.


‘프리드리히는 또 반대편에 가 있네.’


1팀 주전-로테이션급 선수가 7, 8명씩 나뉜 라인업.

공격은 우리가 살짝, 수비는 저쪽이 살짝 우위.

미드필드와 골키퍼는 비슷한 수준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게 있다면.


‘나와 한지온이지.’


포처인 내가 있는 우리 팀 미드필더들이 오히려 수비 위주.

선방보다 조율이 장점인 한지온이 있는데 수비는 상대팀이 우위.


우리 외에도 젊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대부분은 평소 역할과 큰 차이는 없았다.

나와 한지온만 미묘하게 어긋난 정도.


‘확신이 있어서 조금 더 시험해보는 거면 좋겠네.’


지시만 제대로 들어가면 펄펄 날아다닐 젊은 수비수가 아닌 노장들과 10대 라이트백을 앞에 둔 한지온.

아무리 수비 조율이 특기라도 선방 능력 자체가 필요한 순간이 무조건 있겠지.


나도 마찬가지.

팀 내 최고 미드필더인 다 시우바가 있긴 하지만 다미르는 한참 부족한 유망주에 선이건은 아예 측면이 주 포지션인 선수.

골만 노릴 순 없고 연계든 활동량이든 개인 능력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 찾아올 거다.


‘역시 좋은 감독들은 이런 가벼운 경기도 그냥 안 넘어간다니까.’


한지온은 모르겠고 나는 좋다.

아마 한지온도 좋을 걸? 이전 세계선에서의 커리어를 보면 선방도 잘한다는 뜻이니까.

수비 조율이 월드클래스 수준일 뿐.


나도 마찬가지.

아무리 포처가 되겠다 해도 발롱도르 포디움까지 들어갔던 경험은 어디 안 간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거지, 꼭 해야만 하는 순간이라면 뭐 얼마든지.


[A팀의 킥오프로 시작되는 경기. 일단 뒤로 길게 보내줍니다.]

[양 팀 다 실전감각이 제로에 가까울 테니까요. 초반에는 골고루 천천히 볼을 만지면서 발밑 감각부터 끌어올리겠죠.]


주장단의 노베스키를 중심으로 실전 적응부터 시도하는 A팀.

B팀은 반대로 시작부터 기어를 확 끌어올려 클롭 축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다미르는 아직 기량이 부족하고 이건이 형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선 활동량과 운동능력밖에 봐줄 게 없는 수준.

둘 다 압박은 잘하지만 탈압박은 수준 이하.

B팀의 대처가 꽤 위협적이다.


‘어차피 선수교체 제한도 없으니까. 오늘 90분 내내 이런 분위기겠어.’


경기감각은 바닥에 출전시간은 짧은 경기.

아무래도 투박한 개싸움이 될 것 같다.


[이건의 부정확한 터치! 바일란트 형제의 압박에 길게 처리하는 이건!]


그러니 나도 죽어라 뛴다.

롱패스라기보단 냅다 걷어 찬, 뻥축구에 가까운 킥이지만 일단 따라가는 거지.


혹시 또 모르는 거니까.

물론, 아벨이 일찌감치 자리 잡긴 했다.


‘어?’


가볍게 헤더로 클리어를 시도한 아벨.

여유로운 상황이라 멀리 걷어내지 않고 정확한 연결을 시도했는데...


[스콜피온 킥으로 건드리는 리온! 왼쪽의 터크에게!]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왼발 뒤꿈치에 맞고 왼쪽 측면의 터크에게 연결.


[원터치로 다시 중앙! 리온!!]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B팀 수비진이 급히 달려와 보지만.


포처답게 본능적으로 라인을 부숴버린 뒤였다.


‘이게 이렇게 되네.’


살짝 나와 있던 바헤의 위치를 확인.

바운드된 볼의 아랫부분을 왼발로 가볍게 차올린다.


[바운드 맞춰서 높이! Tore!! Tor, Tor, Tor!! 리온이 경기 시작 47초 만에 그물을 가르면서 마인츠의 오프시즌을 끝냅니다!]

[패스 차단부터 원 터치 패스, 원 바운드 로빙슛까지. 굉장히 감각적인데요? 원래도 움직임은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이 정도였나 싶네요. 아직 너무 이르긴 한데 이번 시즌 기대해봐야겠어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살살 하자, 살살.”

“터크와 달리 나는 좀 급해서요. 살살할 거면 나 좀 밀어주죠?”


나를 뜨겁게 노려보는 포지션 경쟁자 요바노비치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뻗어오는 터크.

저 멀리서부터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아우어까지.


시작부터 필드 위 온도가 확 끓어올랐다.

역시 승부욕은 어쩔 수 없는 거지.


‘45분? 60분? 놓치지 말고 똑똑히 보시길.’


어퍼컷 셀러브레이션 이후 부바치와 크라비츠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약 올리는 클롭의 모습.

기뻐하는 걸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오늘 경기가 끝나면 주전 공격수 걱정이 사라져 다시 한 번 기뻐질 텐데.

덕분에 나도 오늘 여러 번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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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40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6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8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4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1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7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4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9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3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9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1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3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8 26 13쪽
»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6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5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9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50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3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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