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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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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최근연재일 :
2024.08.29 23:41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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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6
추천수 :
606
글자수 :
136,818

작성
24.08.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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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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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긋지긋한 도전

DUMMY

2-2 무승부는 양 팀 모두 만족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인츠는 만족은 할 수 있는데 어차피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라 크게 달라질 게 없고.

브레멘은 아무리 원정이라도 전력 차를 생각하면 만족할 수 없지.


그래서 브레멘은 이반 클라스니치 대신 넬손 발데스, 팀 보로프스키 대신 애런 헌트를 교체 투입해 공격 숫자를 늘렸다.

마인츠는 페트르 루만 대신 김강찬, 파비안 거버 대신 문이안, 미하엘 터크 대신 벤자민 아우어를 투입해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 역습을 강화했다.


<ARD, SWR>

-에리크 회네스 (SWR 캐스터)

[후반에 교체 투입된 김강찬은 재앙입니다! 오른쪽을 다시 한 번 파괴하며 역습! 크로스 올리고 니어로 잘라서 리온! 팀 비제! 한 골 막아내는 선방!]

-올라프 마르샬 (전 독일 국가대표)

[리온이 니어 포스트로 기가 막히게 잘라 들어가면서 머리까지 잘 가져다 댔는데 이걸 막네요. 독일에 좋은 골키퍼가 워낙 많아서 그렇지, 비제도 국가대표급이라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마인츠는 동점 골 이후 확실하게 기세를 잡았지만 게겐프레싱의 단점 중 하나인 후반 막판 체력 저하 때문에 교체투입된 스피드 스타들을 지원하지 못했다.

반대로 베르더 브레멘은 마인츠의 체력 저하를 노리기엔 원정 경기에서 기세를 너무 많이 빼앗겼다.


-터-엉


그러니까 이것만 넣었어도!


[그나저나 리온은 두 경기 연속 멀티 골에 끝까지 해트트릭을 노리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기회를 놓친 게 분해서 광고판을 걷어차는데 저런 승부욕은 좋아요. 누누이 말하지만 공격수는 저래야죠. 아직 피가 뜨거운 젊은 선수이기도 하고.]


오늘 마인츠의 전체 슈팅 개수가 일곱 개는 되려나.

내가 네 번 정도 때린 것 같고 그 중 두 골이면 나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만족이 안 된다.

원래 스트라이커는 넣은 골보다 놓친 골을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니까.

정말 중요한 순간에 터졌거나 정말 멋지게 넣은 골이 아니라면.


<<Waaaaaahhhhhh-----!!!!!>>


하지만 팬들은 다른 것 같다.


[여기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마인츠가 베르더 브레멘을 홈으로 불러들여 2-2 무승부를 기록합니다.]

[지금 홈팬들이 환호하잖아요? 마인츠 입장에선 기대 이상의 결과라는 거죠. 심지어 상대 전적도 좋고.]


나만 빼고 다들 기뻐하는 결과.

그러니 눈치껏 웃는다.

베르더 브레멘은 누구나 인정하는 우승후보인데 최근 세 번의 맞대결에서 1승 2무.

객관적으로 웃을 만한 결과가 맞긴 하지.


마지막에 놓친 한 골이 계속 생각나니까 문제지.


“잘하더라? 기어이 두 골을 따라오네.”

“기어이 두 골 먼저 박은 사람도 있는데 뭐.”


뒷목을 긁으며 라커룸으로 향하는데 클로제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도 멀티 골, 멀티 골해서 네 골이지? 나도 그렇거든.”

“뭐야? 벌써 득점왕 선언인가? 1라운드에 멀티 골 넣은 사람만 다섯 명 정도 있던데. 이제 고작 2라운드 끝났고.”


이번 시즌 득점왕이 클로제라는 걸 알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무슨 말만 해도 전투적으로 들린다.

전투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내게 득점왕이란 그럴 만한 타이틀이니까.


“하하하,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래도 유니폼은 바꿔줄 거지?”

“뭐 그 정도는.”


뭔가 바꿔주기 싫다는 마음도 드는데.

이게 클로제의 부탁이라 덮어놓고 그냥 싫은 건가.

경쟁자랑 엮이는 게 그냥 싫어서.


내 기분을 나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 우리 둘 다 잘 한 번 치러보자고. 내가 의외로 리그 득점왕은 물론이고 20골도 넘겨본 적 없거든. 그게 이번 시즌 목표야.”

“그걸 나한테 말해주는 이유가?”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는 클로제.


“나한테 경쟁심을 불태우는 것 같아서. 아니야? 아니면 말고.”

“들켰네. 득점왕이랑 20골? 좋지.”


패기 넘치는 10대 선수의 대책 없는 욕심처럼 보이려나.

우리 둘만 경쟁자가 아니니 어떻게 보든 사실 달라질 건 없겠지만.

괜히 무시받기 싫고 그러네.


상대가 클로제라서 그런 걸까.

원래 남들이 무시하든 말든 전혀 신경 안 쓰는데 지금은 신경 쓰인다.




2005.08.14

분데스리가 2라운드

Mainz 2 : 2 Bremen

: 한리온 42', 66'

: 클로제 21', 36'



[‘넣었다 하면 멀티 골’ 한리온, 이번 시즌 선발 출전한 세 경기에서 8골 폭발]

[한리온도 득점왕 후보로 포함시켜야 할까? 심상치 않은 초반 페이스]

[마인츠에 발목 잡힌 베르더 브레멘]

[새로운 브레멘 킬러? 승격 후 세 번 만나 1승 2무 기록 중인 마인츠]

[마인츠와 클롭, 한리온을 주목하라]


***


[2005/06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

5골 - 로이 마카이 (바이에른 뮌헨)

4골 - 미로슬라프 클로제 (베르더 브레멘)

이반 클라스니치 (베르더 브레멘)

한리온 (마인츠 05)

하릴 알틴톱 (카이저슬라우테른)

3골 - 세르게이 바르바레즈 (함부르크 SV)



내가 봐도 이번 시즌 초반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약팀인 아슈타라크를 상대로 네 골을 터뜨리긴 했지만 어쨌든 3선발 1교체에 8골 1어시스트.

상대가 어떻든 이 정도면 인정해야지.

어느 정도나 만족하느냐가 문제일 뿐.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어어. 그래.”

“우, 우리 둘째! 잘 잤어!?”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내려왔는데 부모님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내가 또 부모님 표정 읽는 건 도사 수준이거든.

처참하게 망가진 마지막 모습에서도 가끔 표정을 읽어야 할 때가 있다 보니.


‘이건 대표팀이네.’


아무래도 대표팀에서 연락이 온 것 같다.

네 경기에서 여덟 골을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관련 주제를 피해가는 분들인데 대놓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부모님의 표정을 읽는 도사라면 부모님은 내게 비밀을 만드는 전문가.

두 분이 이럴 정도면 100% 대표팀이다.


어쨌든 나의 트라우마는 아버지의 국가대표 호러쇼에서 시작된 것.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순 있다.


“대표팀에서 연락이라도 왔나 봐요?”

“어, 어어. 어떻게 알았어?”

“아이, 여보!”


슬쩍 찔러보니 곧바로 실토하는 아버지.

엄마가 깜짝 놀라 등짝을 때리지만 이미 늦었지.

사실 그게 아니었어도 이미 확신하는 중이었고.


“그걸 뭐 숨겨요. 어차피 당장 뽑겠다는 것도 아닐 텐데.”


국가대표의 부담감에 트라우마가 도지든, 아니면 국가대표가 꼭 되고 싶어서 마음이 앞서든.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기세가 꺾일까봐 걱정하셨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런 부담감이야 돌아온 그 순간부터 있었고 나아가 30년을 함께 했는데 이젠 너무 익숙하다.

익숙하다 못해 친근할 정도.

한지온의 말처럼 부모님이 너무 내 눈치를 보는 것도 별로고.


“크흠, 그래. 우리 막내가 그래도 좀 컸구나.”

“바로 뽑겠다는 건 아니죠?”

“아니지. 공식적인 연락도 아니야. 내가 아버지니까 이것저것 좀 물어본 거지.”


그래, 그 정도겠지.

내가 잘해봤자 한 시즌을 잘했어, 반 시즌을 잘했어.

반 시즌은커녕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직 너무 어리고 기간도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

“그래도 다음엔 좋게 말해주세요. 아버지 득점 기록 깨려면 최대한 일찍 들어가야지.”

“어? 으하하하!!”

“여보! 비웃는 거 아니죠? 대견한 거지? 그치?”


역시 내 입으로 직접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니까 부모님 표정도 밝아진다.

역시 이게 맞다.

한지온의 말이 맞았다는 게 기분 나쁘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지금 연락 온 게 근데 의미 있어요? 대표팀 감독 바뀔 것 같던데.”

“본프레레?”

“네. 잘릴 분위기던데요?”


거스 히딩크, 움베르투 코엘류에 비해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던 조 본프레레.

남미와 유럽팀 상대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아시아팀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는 바람에 경질 직전까지 몰린 시기였다.


공한증이 여전하던 시절에 중국에게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살아나거나, 북한과 비기거나, 일본에게 0-1로 패배하거나.

나중에 알려지기로 한국 축구가 전성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네임밸류가 약한 본프레레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게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결국 대표팀의 감독이라는 자리는 축구뿐 아니라 정치, 언론 플레이까지 전부 필요한 자리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전부.

그걸 못했으면 역량 부족이 맞다.

경기력이라도 압도적으로 좋았다면 이런 이야기는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을 테니 더더욱.


“본프레레 라인에서 온 게 아니라 협회에서 온 거라 괜찮을 거다.”

“감독이 뻔히 있는데 그쪽 라인을 무시하고 협회에서 직접? 그것도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그 부분을 찌를 줄은 모르셨던 걸까.

아버지의 표정이 다시 어색해졌다.


“하, 하하... 공식적인 접촉만 아니면 괜찮지? 그냥 나랑 친해서 연락한 건데?”


뭐, 아직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2002 월드컵에 맞춰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살아있는 시기니까.

점점 망가지다가 2010년대 중반 즈음부터 걷잡을 수 없어진 거지.


“그런 거예요? 하긴, 친하면 연락할 수도 있지.”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만.

일단 지금은 이 정도로 넘긴다.

나중에 위상이 오르고 돈도 좀 벌면 그때부터 슬슬 설득해야지.

이름이랑 돈은 빌려드리든 넘겨드리든 할 테니 어떻게 좀 해보시라고.


“어쨌든 다음에 연락 오면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태극마크는 저도 달아보고 싶으니까.”


응? 이 타이밍에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고?

내가 태극마크를 다는 건 이미 정해진 수순 아니었나.

딱히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다.


“진짜지? 너 독일대표 안 하고 한국대표 할 거지? 진심이지?”

“예?”

“아니, 너 독일 국적도 있으니까...”


하아. 그게 되면 나도 고민했지.

고민하다가 전차군단에 합류했을 수도 있겠지.

아닐 수도 있지만 선택지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뻔했지.


대표팀에서 부진했을 때 스트레스는 독일이 훨씬 심하겠지만 어쨌든 여긴 강팀이니까.

적어도 죽이고 살리고 다시 살리고...

이딴 미션 같은 건 없었겠지.


“그럴 거면 리히텐슈타인도 물어보시지, 왜.”


차라리 리히텐슈타인이면 대표팀 스트레스가 아예 없었을 거고.

그 누구도 승리를 기대하지 않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을 리히텐슈타인 국가대표라도 되고 싶다.


한국이고 독일이고 다 싫다.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대표팀 욕심이 있으면 거기는 좀... 인구가 5만 명은 되나?”

“4만 명도 안 될걸?”

“엄마 말 들었지? 욕심 있으면 독일까진 괜찮은데 리히텐슈타인은 좀...”


그래, 그래.

한국 대표한다니까 아버지라도 저렇게 좋아하시는 게 어디냐.

불만을 쏟아내기엔 이미 너무 늦기도 했고.


적어도 30년은 늦었지.


“아오, 태극마크 달 거라니까요. 분명하게 말을 해도 뭐가 그렇게 불안하신 건데요?”

“하, 하... 알잖아, 내 목표. 4강 신화 재현. 그러려면 우리 아들들이 도와줘야지.”


안 그래도 내가 그것 때문에 이 꼴이 됐다.

이번에는 제발 그 목표를 이루셨으면 좋겠다.


이젠 아버지보다 내가 훨씬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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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39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5 18 11쪽
»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7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0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3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8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8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5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4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8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1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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