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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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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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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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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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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
글자수 :
136,818

작성
24.08.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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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충분한 시간, 20분

DUMMY

위르겐 클롭은 쓰리톱을 선호했다.

4-3-3을 주로 쓰지만, 4-3-1-2와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도 혼용하는 편.

원톱과 윙포워드를 두는 전형적인 쓰리톱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세컨드 스트라이커 성향의 선수를 투입하는 투톱 전술도 자주 활용한다.


‘결국, 공격수 포지션의 T.O.는 세 자리.’


하지만 나는 전형적인 중앙 공격수.

경험이 그 누구보다 많은 만큼 측면이나 1.5선에서 못 뛸 것도 없지만, 압도적인 위치선정 감각과 라인 브레이킹 능력을 살리려면 중앙이 무조건 편하다.


'다른 포지션에서 뛰라고 하면 거절은 안 하겠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고 못할 것도 없다.

지난 세계선에서 경험도 꽤나 해봤고.

단지 이것저것 고려했을 때 중앙 공격수 자리가 가장 나은 선택지일 뿐.


중앙 공격수 경쟁자는 미하엘 터크, 벤자민 아우어, 라지나프 요바노비치, 코너 케이시까지 네 명.

그리고 한창 임대 영입 루머가 돌고 있는 베르더 브레멘의 모하메드 지단까지 사실상 다섯 명이었다.


‘7월 28일까지 갈 것도 없이 끝낼 수 있을지도.’


작년 겨울 영입된 터크가 공격진의 1옵션인데 이 선수는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면 왼쪽 윙포워드 주전으로 뛸 테고.

190cm에 육박하는 요바노비치와 코너는 사실 제공권 원툴로 후반 막판 투입되는 스페셜리스트.


그렇다면 남는 건 지단과 아우어.

지단이 훨씬 좋은 선수긴 하지만 입대 영입 완료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마인츠는 가난한 팀인 만큼 내가 잘하면 영입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는 거고.


‘일단 아우어부터 깔끔하게 밀어내볼까.’


그렇다면 남는 건 벤자민 아우어.

벤자민 아우어? 마인츠 기준으로 나쁜 선수는 아니지만.

지난 세계선에서도 아우어는 뭐 오래 지나지 않아 따돌렸다.

나쁜 선수는 아닌데 전형적인 작은 육각형 선수라 킬러 본능 하나라도 있던 내가 나았으니까.


공격수 포지션을 떠난 지 20년이 된 그때의 나도 금방 밀어냈는데 이미 한 번 정점을 찍고 돌아온 지금의 나라면?

오늘 하루면 충분하다.


“패스!”


원래 이 시절 나의 장점은 공간 침투와 위치선정, 체력, 스피드와 수비력.

단점은 오른발과 퍼스트 터치, 드리블, 파워와 골 결정력.


아무래도 필드가 좁아 압박이 강하고 패스와 퍼스트 터치가 중요한 미니게임에선 약할 수밖에 없었다.

골대도 작아 골 결정력이 중요하니 더더욱 그렇고.


그걸 아니까 지금도 패스가 거의 넘어오지 않는다.

딱히 나쁜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니 더더욱 좋은 기회지.’


미니게임에 약하고 정식 경기에 강한데 미니게임에서도 꽤 한다?

이러면 무조건 쓰고 싶지.

결정력 때문에 유명해지진 못했지만 이래봬도 팀 내에선 꽤 오래 전부터 기대받는 유망주였다고.


‘오케이. 좋아.’


최대한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볼을 지켜내던 우리 팀의 미드필더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순 없다.


결국, 안토니오 다 시우바의 패스가 도달했다.

팀을 이끄는 다 시우바가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만 넘겨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딱히 어려운 건 없었지만.


‘그렇지. 이런 걸 줘야지.’


지금은 아니었다.

마인츠 최고의 수비수인 마누엘 프리드리히와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토프 바바츠가 양 옆에서 빠르게 압박하는 상황.


내가 기다려온 빡센 상황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적응은 당연히 못했지만.’


지난 세계선만큼의 퍼포먼스는 당연히 안 나온다.

그렇게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지.

하지만 아우어를 잡는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패스가 도달함과 동시에 오른발로 볼을 끌어오며 등을 돌리고.

자연스레 바바츠를 등지며 압박을 버텨냄과 동시에 침착하게 왼발로 원터치 패스.

순식간에 압박을 풀어낸다.


“WOW!”

“리온! 좋아!”


대단한 플레이까진 아니지만 주인공이 나라면 충분히 놀랄만한 깔끔한 플레이.

내심 포기했던 팀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환호했고 순식간에 기세가 올랐다.


“좀 놀랐나?”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는 미니게임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프리드리히가 놀라 발을 멈출 정도.

멍하니 바라보는 그를 향해 가볍게 한 마디 던진다.


“나라고 언제까지나 받아먹기만 노리진 않아.”

“... 나야 좋지. 어차피 경쟁자도 아니고 골 넣어줄 선수 생기면 뭐.”


이내 씨익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프리드리히.

그의 말이 맞다.

수비수야 공격수가 환골탈태하면 좋기만 하겠지.


“리턴!”


프리드리히를 보낸 뒤 다시 집중해서 공간을 찾았다.

아무리 미니게임이라지만 양팀 인원도 적기에 공간은 무조건 나온다.

나 정도의 능력이면 더더욱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고.


절묘하게 빠져들어가는 나를 향해 찔러주는 바일란트.

다시 한 번 프리드리히와의 경합이 시작되었다.


‘역시. 역시 오른발을 노리는 건가.’


이런 게 내가 가장 잘하는 움직임이고 민첩성과 순간속도 역시 타고난 장점.

아무리 뛰어난 수비수라 해도 나보다 빨리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가 마인츠 역사상 최초의 국가대표라면 프리드리히는 두 번째이자 최초의 독일 국가대표가 될 선수.

좋은 위치를 먼저 내주고도 왼쪽으로 딱 붙어 왼발을 쓸 수 없게 견제하며 따라왔다.


이 시기의 나는 오른발이 의족보다 살짝 나은 수준이니까 좋은 선택.


‘이게 프리드리히 잘못은 아니지.’


이제 막 돌아와서 아직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젠 오른발도 견제가 전혀 없을 때 괜찮게 때릴 수준은 되거든.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테니 프리드리히의 잘못은 없다.


앞으로 잘하면 돼.


-뻐엉


모를 때 한 번 당하는 정도야 그럴 수 있지.


-철-썩


“...WOW!”

“아니, 오른발까지? 아니지, 골까지?”

“너 뭐냐? 드디어 터지나? 웬일로 슛이 안 날리고 정확하게 가냐?”

"그것도 심지어 오른발로?"


오른발을 썼다는 것, 그리고 슛이 날리지 않고 정확하게 날아갔다는 것.

이 시기 나의 가장 큰 단점인 골 결정력과 오른발, 둘을 동시에 극복해낸 골이었다.


다들 할 말을 잃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허를 찌른 득점.

필드의 분위기도, 팀원들의 표정도 전부 마음에 든다.


“나도 언제까지고 멈춰있진 않으니까.”


다들 놀라는 와중에 당사자인 나만 감흥 없이 건조한 느낌이라 은근슬쩍 자랑하는 척이라도 해본다.

잘은 모르겠지만 열아홉의 선수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했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하겠지 싶어서.

이때의 내가 꽤 알기 쉬운 성격이었던 것도 같고.


부끄럽지만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며 연기까지 살짝 배워온 터라 일반인에게 걸릴 정도로 어색하진 않다.


‘배울 땐 오랜만에 감정이라는 걸 느껴봤었지.’


축구 하나 하려고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감정이라는 게 전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자괴감은 느껴지더라.

감정이 무뎌지지 않았다면 수치사로 두 번째 도전을 끝낼 뻔했다.


‘만만치 않구나 싶은가.’


고개를 저으며 나 대신 호들갑을 떨어주는 팀원들을 살피다가 경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입지가 약한 케이시는 약간 어두운 무표정.

위상이 확실한 터크는 긴장감까진 느끼는 듯 하지만 흥미가 앞서는 것 같고.


문제는 아우어.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미래가 아무리 어두워도 나만큼 어두울까.’


뭐, 별 생각은 없다.

50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을 봤는데 아우어 정도면 미래가 창창하지.

최소한 2. 분데스리가에선 찾는 팀이 많을 텐데 그 정도면 프로로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거든.


그리고 아무리 불행해봤자 나만큼 불행할까.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500분 가까이 뛰었던데 그 정도면 행복한 줄 알아야지.


***


리온은 첫 골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무스하고 빠른 패스 연결,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볼 컨트롤, 점점 깔끔해지는 퍼스트 터치.

그리고 이 시기의 리온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수밖에 없는 침착하고 정확한 마지막 슈팅까지.


1팀과 2팀을 오가게 한 본인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극복했다고 온몸으로 시위했다.

타고난 장점들마저 살짝 숨겨가면서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보여주는 플레이들.


“리온이 드디어 눈을 뜬 건가.”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지.”


지켜보던 클롭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신뢰하는 수석코치 젤리코 부바치와 대화하는 클롭의 모습은 거의 조카를 자랑하는 삼촌의 그것이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골만 어느 정도 넣어줘도 리온은 이미 분데스리가급 스트라이커니까. 트라우마만 극복하면 다른 게 다 무슨 상관이야.”


부바치 역시 92년부터 95년까지 마인츠에서 활약했던 선수 출신인데 이는 리온의 아버지 한세훈과 정확히 겹쳤다.

클롭만큼은 아닐지라도 내심 리온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는 뜻.


그런 걸 다 떠나도 리온의 재능은 특별했고 팀의 코치로서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리온의 재능이면 트라우마만 극복해도 당장 15골, 20골까지 기대할 수 있잖아? 맞지?”


깊은 눈이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클롭.

실제로 지난 시즌 마인츠의 팀 내 최다 득점자는 32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중앙 미드필더 파비안 거버였다.

다음은 6골씩 기록한 벤자민 아우어와 니클라스 바일란트, 미하엘 터크.


겨울 이적시장에 합류해 13경기, 926분 동안 6골을 기록한 미하엘 터크가 1옵션 공격수가 된 이유였다.

그만큼 골을 넣어줄 선수가 시급했으니까.


“그렇지. 오늘의 저 모습이 운이 아니라면.”


의심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동의하는 부바치.


“오프시즌에 개인적으로 훈련해서 저 정도면...”

“오늘 보여준 것처럼 하나하나 단점들을 극복해나간다면 머지않아 30골도 기대할 수 있겠어.”


모든 팀이 만능 스트라이커를 보유할 순 없다. 축구 역사상 그런 일은 벌어진 적이 없다.

기껏해야 하나의 리그에서 많으면 네다섯 팀 정도나 그런 스트라이커를 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골 못 넣고 다른 거 다 잘하는 공격수보다는 골이라도 확실하게 넣어주는 선수가 대부분의 경우 우선이었다.

중하위권 이하의 약팀이라면 어떻게든 모셔가야 할 만큼.


리온은 누가 봐도 무조건 거기까진 성장할 재능.

오늘의 모습을 보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으니 감독이라면 당연히 마음이 기울 수밖에.


“바빠지겠어.”

“왜?”

“오늘부터 오프시즌 플랜을 다시 짜야 할 테니까.”


바빠지겠다 말하면서도 표정은 한없이 밝은 클롭.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같이 가난하고 작고 약한 팀은 하나라도 장점이 뚜렷한 선수가 좋잖아. 안 그래?”


만능과 무능을 오가는 작은 육각형의 아우어보다는 도형이 많이 찌그러졌어도 압도적인 장점을 갖춘 한리온이 낫다는 생각.


“오늘 하는 거 보면 단점도 많이 없어졌는데. 골만 좀 넣어줘도 벤자민보다는 무조건 리온이었을텐데 이제 테크닉도 좋아졌으니 무조건이지.”


영혼의 파트너답게 당연하다는 듯 동의하는 부바치까지.

마인츠는 위르겐 클롭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팀이었고, 그와 대등하게 의견이라도 나눠볼 사람이라고는 젤리코 부바치가 유일했다.

두 사람이 생각을 공유했으면 그게 최종판단이나 마찬가지.


이미 머릿속으로 공격진 구상을 수정하기 시작한 두 사람.

아우어부터 재끼고 시작하겠다는 리온의 목표는 연습게임 시작 후 20분도 되기 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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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8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5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7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7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0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3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8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8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5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4 23 12쪽
»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4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8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1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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