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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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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최근연재일 :
2024.08.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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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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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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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DUMMY

2005.08.06

분데스리가 1라운드


1.FC Koln

마센-포돌스키

스프링어-포일너-슈트라이트

신카라-그라모치스

쉴리케-마팁-진키예비츠

베셀스


1.FSV Mainz 05

터크-한리온-김강찬

문이안-바바츠-시우바

로제-프리드리히-노베스키-선이건

바헤



“드디어 오늘이 왔군. 자, 다들! 내가 뭐라고 했지? 이번 시즌은 뭐라고?”

“뭐였지? 폭발하는 시즌이었나?”

“축제 아니었어?”

“브레이크 아웃 아닌가...”

“셋 다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셋 다 맞는 거 아냐?”


경기 시작 직전의 라커룸.

클롭은 선수들을 한데 모아놓고 연설을 시작했다.

모티베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설인데 분위기가 엄숙하진 않았다.


‘마인츠에선 사실상 큰형 정도 느낌이지.’


67년생인 클롭은 현재 38세.

마인츠에서만 20대 초반부터 15년을 보냈으니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다.

팀 문화가 이렇게 잡힌 것도 있고.


“그래, 셋 다 맞다, 이 자식들아! 마인츠가 한 계단 더 성장하는 역사적인 시즌이기도 하고!”


웃는 얼굴로 자연스레 버럭하는 클롭.

그러면서 동시에 선수들을 모두 집중시킨다.


“작년에는 페어플레이 1위, 행운이 따라줘서 유럽대항전에 나갔지. 하지만 올해도 그렇게 나갈 거냐? 폼 안 살게?”


가벼운 분위기에서도 손쉽게 전투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클롭의 능력이 놀랍긴 하다.

호쾌한 제스처와 쩌렁쩌렁하면서 사람을 집중시키는 목소리,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 등.

명장은 저런 사람들이 되는 건가.


“자, 가자! 오늘부터 9개월, 우린 더 위를 노린다!”

“가자!!”

“별로 어렵지도 않네! 아예 챔스로 가죠?”

“오버하지 마, 자식아. 일단 차근차근 가야지!”

“뭐 어때!? 마음은 챔스로 가자고!”

“어디든 가, 어디든!”


덕분에 원정에서 리그를 시작함에도 마인츠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를 이 꼴로 만든 저 위의 누군가도 분명 놀랐겠지. 마인츠의 사기가 너무 높고 날카로워서.


‘이제부터는 득점왕과 바로 연결되는 경기.’


그중에서도 나의 사기가 가장 높다.

적어도 전투력만큼은 비교도 안 되게 높다.

분명 예민함과 골에 대한 집착 등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심해지겠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아니, 오히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 하나에 걸린 게 얼마인데.




<ARD, SWR>

-에리크 회네스 (SWR 캐스터)

[자! 드디어 독일에 축구가 돌아왔습니다! 숨 쉬기도 힘들었던 오프시즌이 끝나고 본격적인 축구의 시즌입니다!]

-올라프 마르샬 (전 독일 국가대표)

[아아, 힘들었어요. 정기적으로 해설하는 일자리가 없으니까 눈치도 보이고 힘들더라고요. 역시 일단 일은 해야 된다니까요. 다들 명심하세요.]


현재 분데스리가 중계는 공영방송사인 ARD, 무료 스포츠 채널 DSF, 유료 채널인 Primiere까지 세 개 방송사가 나눠서 담당했다.

핵심은 당연히 공영방송이자 최대 방송사인 ARD.


ARD는 대표 채널인 Dar Erste와 9개의 지역방송국으로 운영되는 컨소시엄.

당연히 분데스리가 중계도 최대 빅매치만 Dar Erste로 송출되고 나머지 경기들은 지역방송국을 통해 나간다.


‘오늘도 중계 담당은 WDR이지만 우리 팬들은 SWR을 통해 보고 있겠지.’


Dar Erste에선 분데스리가 명문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의 경기가 송출될 테니까.

바이에른 뮌헨은 아예 어제, 하루 먼저 단독으로 개막전을 치렀고.


그래도 확실히 WDR이 좋긴 좋다.

인구가 가장 많아서 ARD의 핵심 방송국이기도 하고 그만큼 방송 인력과 퀄리티가 좋다고 해야 하나.

인구가 많은 만큼 도르트문트, 샬케, 레버쿠젠, 묀헨글라트바흐, 쾰른, 뒤셀도르프, 보훔, 빌레펠트, 뒤스부르크, 아헨, 파더보른 등등 축구클럽도 많다.


‘해설자 네임밸류도 높지.’


라인란트팔츠와 바덴뷔르뎀부르크 지역을 담당하는 SWR의 해설자는 올라프 마르샬.

마인츠의 라이벌인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8시즌 활약하고 동독 국가대표로 4경기, 독일 국가대표로 13경기 출전한 선수 출신.


반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담당 WDR의 해설자는 ARD 대표 해설자 중 한 명인 보도 일그너.

쾰른에서 11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5시즌 활약하고 독일 국가대표로 54경기 출전, 월드컵 우승과 유로 준우승에 베스트 유러피언 골키퍼까지 수상한 레전드였다.


그리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특징 하나 더.


“내가 정말 젊을 때부터 한리온 선수 아버지 덕분에 행복했어요. 그런데 이 나이에 이렇게 아들이 뛰는 것까지 보게 되다니...”


노르트라인-베스트파렌 주는 독일의 대표적인 광산 지역.

즉, 60-70년대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가 대거 넘어온 지역이고 그렇게 정착한 1세대 덕분에 지금도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한리온 선수의 아버지가 우리들의 영웅이었던 것처럼 한리온 선수도 우리들의 영웅이 되어주세요. 그래줄 수 있죠?”

“그럼요, 어르신. 기대도 하실 필요 없어요. 당연히 그렇게 될 테니까.”


파독 근로자 분들도 연령 분포가 넓어서 가장 연로하신 분들은 일흔을 훌쩍 넘기셨다.

내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거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게 아니다.

감정의 크기 자체가 작을 뿐, 아예 못 느끼는 건 또 아니고.


“대신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오래 즐기실 텐데 건강관리 잘 하시고요.”

“그래요. 오래 들어줘서 고마워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없을 때 태어나 타국에서 젊음을 불태운 어르신이 아버지를 보며 영웅이라는데.

나에게도 영웅이 되어주시기를 부탁하시는데.


내가 아무리 감정이 무디고 내셔널리즘을 싫어해도 아직은 인간이다.

또, 2005년인 지금만 해도 내셔널리즘이 강한 시대인데 이 어르신의 시대에는 훨씬 더 강했겠지. 아니, 그게 전부였을 거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진 않겠지만.’


사람들의 기대 덕분에 아주 약간이나마 더 열심히 하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

어차피 축구를 잘해야 하고 월드컵 성적을 내야 하는데 겸사겸사.


“팬서비스는 여전히 길게 하네? 성격 이상해져서 대충할까봐 걱정했는데.”

“뭘 또 이상해. 좀 진지해진 거지.”

“개뿔. 하여튼, 어디 예쁜 여자팬이라도 있었냐? 리나한테 숨길 일 생긴 거 아니지? 나 그런 거 싫어한다고.”


역시 호적메이트는 귀찮다.

따지자면 직장이 같은 건데 최악이야.


“저기 어르신이 아버지보고 영웅이시란다. 가서 인사라도 해.”

“...진작 말했어야지!”

“후보 골키퍼 따위를 보고 싶어 하실지 모르겠지만.”


깜짝 놀라 급히 달려가는 한지온.

나이스. 이번엔 빨리 보내버렸다.


***


1.FC Koln

우선 쾰른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팀이었고 무엇보다 분데스리가 원년 우승팀이었다.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후 1998년 최초의 강등을 경험하기까지 35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5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1977/78시즌에는 분데스리가와 DFB-포칼에서 우승하며 더블까지 기록했던 저력 있는 팀.


하지만 1992/93시즌부터 5년 연속 10위권 밖의 순위로 밀려나더니 1997/98시즌 강등.

이후 승격과 강등을 쉴 새 없이 반복하는 전형적인 엘리베이터 클럽으로 전락했다.


‘이번 시즌 역시 승격 시즌.’


5시즌 연속 승격과 강등을 반복 중인 상황.

덕분에 강팀, 명문팀 이미지는 다 사라지고 지금 팬들의 인식은 대충 ‘슈퍼 탤런트’ 루카스 포돌스키의 팀 정도가 끝 아닐까.

조금 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리그 정상급 윙어 알베르트 슈트라이트, 수비 유망주 루카스 진키예비츠와 마르빈 마팁 정도까진 알 수도 있고.


[양 팀 모두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두 팀 다 라인을 끌어올리고 싶은 거죠. 마인츠는 원래 그런 스타일이고 쾰른도 공격이 강점인 팀이다 보니.]


쾰른의 장점은 포돌스키, 슈트라이트, 마센이 포진한 공격진.

단점은 핵심 선수가 컨디션 난조로 빠진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


‘그리고 하나 더.’


진키예비츠가 열아홉, 마팁이 스물, 비요른 쉴리케가 스물넷.

재능이 뛰어난 건 맞는데 경험이 한참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느린 쓰리백 라인.


‘그냥 전체적으로 수비가 문제라니까.’


마인츠도 클롭의 팀이라 조직적인 강한 압박과 수비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안 그래도 미드필드가 약한 쾰른으로서는 볼을 뒤로 돌려야 했고.


[오늘 특히 마인츠 공격수들의 압박이 제대로 통하는 모습입니다. 터크는 물론이고 킴도 수비를 잘하는 건 아닌데 굉장히 많이 뛰어주네요.]

[리온이 가장 놀랍고요. 골만 잘 넣는 줄 알았는데 압박과 수비력은 분데스리가 공격수 중 손에 꼽히겠어요.]


중앙 미드필더 출신 공격수의 전방 압박.

압박에 익숙하지 않은 이 시대의 수비수, 심지어 한참 어린 수비수가 버텨내긴 쉽지 않을걸.


“어우, 살살 좀 하자. 표정이 무슨...”


황급히 볼을 넘긴 뒤 혀를 내두르는 마팁.

내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축구가 장난이냐. 뭘 살살해.”


적어도 나한테는 전쟁보다 심각한데.

내 표정이 살벌해봤자 전쟁터의 군인보다 살벌할까.


[점점 마인츠가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슛이 많이 나온 건 아닌데 미드필드 조직력 싸움에서 한 수 위입니다.]

[페코비치 대신 바바츠를 투입한 수가 적중한 거죠. 아무래도 팀원들과의 호흡은 바바츠가 더 좋으니까.]


더블 볼란치 아래 다섯 명 중 세 명이 신입생.

부지런히 압박하면 분명 기회는 생긴다.

확신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출발.


‘한 번이면 돼.’


시우바의 과감한 침투패스가 쉴리케에게 걸리자마자 바로 방향을 바꿔 압박에 들어갔다.

볼을 끊은 뒤 제대로 잡아놓지 못했던 쉴리케는 급히 가장 가까운 마팁에게 넘겼고.


덕분에 패스가 거칠다.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쉴리케의 패스 차단, 또 한 번 압박하는 리온! 마팁에게도 따라붙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

아무리 압박을 버티기 어려워도 골키퍼를 향해 아예 몸을 돌리면 안 되지.


‘그건 더 안 되고.’


몸을 돌렸으면 골키퍼를 주든가 아니면 어떻게든 처리하든가.

거기서 그렇게 돌아서려고 하면 속아주고 싶어도 속아줄 수가 없잖아.


[마팁이 돌아설 때 빼내는 리온! 골키퍼와 1on1!]


오늘 경기 최고의 기회.

뒤로 흐른 볼을 향해 나와 진키예비츠, 베셀스 골키퍼까지 세 명이 달려들었다.


‘골키퍼 위치 확인.’


베셀스의 위치를 먼저 확인 한 뒤 전력질주.


‘나이스.’


한 발 먼저 빼낸 뒤 다시 확인.

뛰쳐나왔던 베셀스가 황급히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


[리온이 먼저! 툭 치고 빠져나가서 잡자마자 왼발! 들어갑니다. 이번 시즌 마인츠의 첫 골, 본인의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기록하는 한리온!]

[지난 한 달 간 기대감과 확신을 주긴 했지만 첫 경기 17분 만에 해낼 줄이야.]


숨 막히는 적막 속 일당백의 환호성.

원정 득점에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이 분위기.

나는 이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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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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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4.08.29 345 5 1쪽
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40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6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8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1 19 12쪽
»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7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4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9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9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1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3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8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6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5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9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50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3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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