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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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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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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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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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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DUMMY

2005.08.11.

UEFA컵 2차 예선 1차전

Mainz 3 : 0 Keflavik

: 김강찬 63', 아우어 76', 루만 78'

: .



분데스리가가 개막한 이상 UEFA컵 예선은 비교적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이슬란드 리그 준우승팀 케플라비크를 상대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비교적 손쉬운 상대와 어려운 상대는 분명 있는 거니까.


1차 예선 상대였던 아슈타라크와 비교했을 때.

아슈타라크가 속한 아르메니아 리그는 유럽 리그 랭킹 40위 근처, 케플라비크가 속한 아이슬란드 리그는 35위 근처.

아르메니아 인구는 약 250만, 아이슬란드 인구는 약 35만, 1부리그 참가 팀 수는 아르메니아가 8팀, 아이슬란드가 12팀.


분데스리가 소속 클럽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생각해서도 안 되는 수준이다. 두 팀 모두.

로테이션 및 벤치 멤버와 적응이 필요한 신입생 위주의 스쿼드로 나섰음에도 3:0의 대승을 거둔 것처럼.


“이번에 UEFA컵 안 나왔으니 오늘은 선발인 거지?”

“글쎄요? 근데 뭐 그렇지 않겠어요?”


과일가게 한스 아저씨의 말처럼 분데스리가 2라운드 경기 때문에 주전을 아낀 것도 있고.

2차 예선 1차전이 8월 11일, 분데스리가 2라운드가 8월 14일.


둘 다 홈경기지만 굳이 시즌 초반부터 무리할 필요 없잖아.

앞으로 9개월을 더 달려야 하는데


“홈 개막전인데 꼭 이겨야 해! 알지?”

“오늘도 믿는다고, 리온!!”

“난 걱정 안 해. 리온이잖아.”


시즌 홈 개막전인 만큼 오늘 경기가 훨씬 중요하기도 하고.

덕분에 경기장으로 출근하는 내내 근처 상인들의 응원을 받았다.

아니, 근처 상인뿐 아니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응원해주더라.


5분 거리라 금방이긴 한데 계속 걸어 다녀도 되나, 이거.

시즌 첫 공식전 이후 한 달 만에 이 정도면 한 달만 지나도 거리가 마비되겠는데.


‘그 정도는 아닌가.’


좀 오버하는 걸 수도.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자.

차도 있고 면허도 있으니 위험하면 바로 다음날부터 타고 다니면 되지.


근데 역시 오버인 것 같긴 하다.

걸어서 5-10분 거리인데 차로 출퇴근하는 건 역시 웃기지.


“역시 사랑받네.”

“아직은 모두의 귀여운 유스 느낌이죠. 믿음직한 에이스 같은 게 아니라.”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거는 지금 이 직원도 마찬가지.

팬들은 아무래도 유스 출신의 어린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으니까.

원래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관대한 게 인간인데 우리 팀 유스 출신이기까지 하면 말할 것도 없지.


심지어 그들이 처음으로 가져봤던 레전드급 선수의 아들이기까지 하고.


‘이 사람들이 그런 걸 다 잊어버리고도 환호할 정도가 되어야 바르샤든 레알이든 노려볼 수라도 있겠지.’


그 정도도 못하면 1년 재수해야지.

전에도 말했듯 다음 시즌과 다다음 시즌, 라 리가 득점왕은 앞으로 두 시즌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니까.


오케이. 그럼 저것도 일단 단기 목표로.


***


2005.08.14

분데스리가 2라운드


1.FSV Mainz 05

터크-한리온

루만

거버-페코비치-시우바

바이게르트-프리드리히-노베스키-선이건

바헤


SV Werder Bremen

클로제-클라스니치

미쿠

보로프스키-브라녜스-프링스

슐츠-파사넨-나우두-오보모옐라

비제



마인츠는 라인란트팔츠 주에 속한 도시지만 헤센 주의 최대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와 고작 40km 떨어져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경제 중심지이자 금융도시.

그런 만큼 인구의 약 30%가 외국인이었고 이는 독일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당연히 헤센 주에는 한국인도 많았다.

파독 근로자 1세대가 많이 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보다도 아주 약간 더 많이.

대한민국 총영사관도 헤센 주에 있었다.


뜬금없이 마인츠의 한국 팬이 많은 이유, 그리고 마인츠가 한국 선수를 많이 영입하는 이유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한국인 밀집지역에서 2, 3시간, 헤센 주에서 한 시간 이내.

독일 내 한인 인구의 70%가 사는 지역들과 모두 가깝고 애국심이 지금보다도 훨씬 강했던 시기에 아버지가 활약했던 클럽.


한국 팬이 많고, 한국 팬을 신경 쓰고, 한국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한국 분들이랑 인사하고 왔냐? 쾰른에서도 그러더니.”

“부르시는데 무시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리고 독일 팬들한테도 똑같이 인사하고 왔거든.”


한지온이나 이건이 형, 나는 독일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팬이 많아도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다른 두 형들은 확실히 마음 편하긴 하겠다.

마인츠 합류 이후 살아난 게 이것 때문일까.


“나도 인사하고 와야지.”

“쾰른 때도 그러더니 뒷북치지 말고 미리미리 좀 해라.”


아닌가?


“하긴, 벤치 선수 인사는 팬들도 별로 안 기쁘겠다. 나한테 꼽사리 껴야 겨우겨우 반가운 척이나 하시겠지.”

“... 너 진짜... 언제부터 네가 내 위에 있었다고.”


한지온의 표정이 구겨지면 기분이 좋다.

이 꼴이 되었어도 혈육의 본능은 그대로인 거지.

그래서 더더욱 강렬하게 놀려먹고 싶다.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감정의 폭풍, 그 자체니까.


“내가 너 때문에라도 NO.1 올라간다. 딱 기다려.”

“제발. 제발 좀 부탁하자.”


앞으로 월드컵 최소 네 번은 같이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빌빌댈래.

빨리 좀 올라가라고.




<ARD, SWR>

-에리크 회네스 (SWR 캐스터)

[지난 1라운드에서 각각 5-2, 4-2 대승을 거둔 두 팀의 맞대결입니다. 물론, 2년 전 더블과 작년 리그 3위를 기록한 베르더 브레멘이 분명한 탑독이긴 합니다.]

-올라프 마르샬 (전 독일 국가대표)

[브레멘의 전성기죠. 아일톤을 앞세워 더블을 차지하면서부터 흐름을 잡은 것 같아요.]


홈 개막전 상대로 베르더 브레멘은 좀 부담스럽긴 하다.

홈 개막전은 이기면서 시작하고 싶은데 이 시기의 베르더 브레멘은 바이에른 뮌헨, 샬케04 등과 함께 분데스리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니까.


이 시기 뮌헨과 함께 이적시장의 무법자였던 샬케가 우승 당시 에이스 아일톤, 중원의 엔진 파비안 에른스트를 전부 자유계약으로 훔쳐가고.

수비의 핵심이었던 발레리앙 이스마엘은 850만 유로의 이적료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역시 뮌헨으로 떠났던 국가대표 미드필더 토어스텐 프링스를 500만 유로에 영입하고 모하메드 지단, 나우두, 패트릭 오보모옐라, 레온 안데르센 등을 영입하며 1,400만 유로를 투자.

자유계약으로 국가대표 골키퍼 팀 비제, 수비형 미드필더 유리차 브라녜스까지 영입하며 훌륭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이적료 지출과 수익이 전부 1,000만 유로를 훌쩍 넘기다니. 우리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금액이네.’


마인츠는 이적료 최다 수익 250만 유로, 최다 지출 130만 유로던데.

둘 다 마누엘 프리드리히의 기록이고.


[보로프스키, 브라녜스. 프링스가 다시 브라녜스에게 주고 미쿠에게 투입. 다시 보로프스키에게 연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올라옵니다. 브레멘의 부드러운 공격 전개.]


확실히 레벨이 다르긴 하다.

나도 여러 번 겪어봤지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 이게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 전체를 성장시키는 비약 같은 거거든.

팀 전체가 자신감으로 가득한 게 보인다.


특히 베르더 브레멘의 전성기를 이끈 황금 미드필더 라인이 인상적.

팀 보로프스키, 토어스텐 프링스, 요앙 미쿠.

프랑크 바우만이 빠져있긴 하지만 유리차 브라녜스도 나쁜 선수는 아니다.


[특유의 압박으로 상대해보지만 몸으로 버텨버리는 보로프스키. 편안하게 넘겨줍니다.]

[보로프스키가 194cm고 프링스, 브라녜스, 미쿠도 185cm 근처죠. 브레멘의 미드필드가 대단한 건 눈에 띄는 단점이 없다는 거예요.]


클롭의 전방위 압박은 약팀으로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 고안한 전술.

나중에는 적절히 수정해 강팀에서도 훌륭하게 써먹지만 일단 시작은 그랬다.


그런 만큼 브레멘을 상대로도 무조건 통하긴 할 거다.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오래 걸리고 어려울 뿐이지.


오늘은 아무래도 소득없이 뛰어다니는 시간이 길어질 것만 같다.


‘수비진은 그나마 생각보다 헐거운데.’


나우두와 오보모옐라가 이제 막 합류했고 비제 골키퍼도 수비진과의 호흡이 완벽하진 않고.

무엇보다 브레멘의 ‘닥공’을 보완해주던 수비형 미드필더 바우만의 부재가 결정적.


수비와 미드필드를 완벽하게 연결하고 조율해주던 바우만의 역할은 아무나 메울 수 없다.

브라녜스도 좋은 선수지만 어디까지나 큰 단점이 없고 범용성이 높은 로테이션 자원.


포백 라인과 미드필드 사이 간격이 벌어지는 순간 그냥 놀이터 되는 건데.

다만.


[그래서 그런지 마인츠의 압박이 생각보다 성과가 안 나옵니다. 언제나처럼 많이 뛰긴 하는데 압박의 성과가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죠. 두 팀은 선수들 몸값 총합만 따져도 세 배 차이예요. 브레멘이 111M, 마인츠가 35M. 마인츠가 쉽게 상대하면 그게 이상하죠.]


아무래도 자존심이 좀 상했던 건가..

지난 시즌 막 승격한 마인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게.

홈에서 2-1 승리, 원정에서 0-0 무승부.

게겐프레싱에 개고생 한 번 제대로 했었지.


클로제에게 볼이 투입됐다가 미쿠를 거쳐 다시 보로프스키에게.

본인들도 불안한 걸 아는 건지 브라녜스에겐 어려운 걸 맡기지 않는다.

브라녜스에게까지 볼이 흘러도 프링스든 보로프스키든 직접 내려와 바로 받아가는 정도.


‘할 일이 없는데.’


거의 대부분 원 터치로 처리하니 압박하기도 애매, 그렇다고 미드필드까지 내려가는 건 말도 안 되고.

볼이 미드필드로 흐를 때마다 백패스 루트를 차단하긴 하는데 백패스 없이도 잘만 빠져나가서.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되는 전형적인 그림이다.


[압박을 끌어낸 뒤 미쿠에게 빼주는 프링스. 여유롭게 슥 보더니 중앙으로 올립니다!]


툭 찍어서 전방으로 붙여주는 미쿠의 패스.


‘아.’


약속된 플레이구나.

미쿠의 패스에 맞춰 기습적으로 전진한 보로프스키가 뛰어오른다.


클라스니치, 클로제의 K-K 라인이 제공권 좋은 선수들이라 수비수들은 그쪽으로 시선이 쏠린 상태.

189cm의 페코비치도 큰 선수지만 기습적으로 전진하면서 뛰어오른 194cm의 보로프스키가 너무 높다.


[뒤로 돌려주고 클로제 침투! 왼발로 강하게 때려 넣습니다. 아아... 브레멘의 선취 골입니다. 내내 주도권을 잡았던 브레멘이 전반 21분에 선취 골까지 기록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갑니다.]

[브레멘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긴 하네요. 수비가 약해졌다는 말은 있는데 뮌헨, 샬케 정도의 팀 아니면 이번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어렵지 않게 따내겠어요.]


“괜찮아! 아직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붙어주라고! 꾸준히 압박하면 기회는 무조건 와!”


오늘도 역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경기에 나선 위르겐 클롭.

역시나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터치라인 근처에 서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중이다.

이 시대의 감독은 보통 수트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있는데 저런 모습들 때문에 조금 더 주목받는 거지.


‘실시간 수정 중인가.’


그 뒤에서 젤리코 부바치와 페터 크라비츠는 심각하게 토론 중이었다.

경기 도중 선수들의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고 기세를 끌어올려주는 게 클롭의 역할이라면 실시간 전술 수정은 부바치, 크라비츠의 몫.


저 사람들의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가는 곳마다 말도 안 되는 성공을 반복한 조합이니까.


“일단 어떻게든 넘겨만 보라고! 넘겨만 주면 내가 뭐라도 해준다니까!?”


나야 뭐 아무렇지도 않다.

차라리 쾰른전에서 해트트릭 기회를 놓친 게, 21분 동안 기회가 한 번도 안 온 게 훨씬 빡치지.


냉정하게 팀이 지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팀이라면 더더욱.


이런 경기에서 원하는 건 딱 한 골이 전부.

아직은 충분히 침착할 수 있다.

어차피 두세 번의 기회는 무조건 찾아올 테니까.


오로지 그것만 기다리는 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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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40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9 17 11쪽
24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6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8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8 19 12쪽
»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4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1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7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4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9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9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1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3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8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6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5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10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5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9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50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3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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