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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미쳐버린 아들이 축구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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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8
최근연재일 :
2024.08.29 23:41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7,332
추천수 :
606
글자수 :
136,818

작성
24.08.26 22:20
조회
291
추천
19
글자
11쪽

탐욕과 집념

DUMMY

<ARD, SWR>

-에리크 회네스 (SWR 캐스터)

[페이크 후 오른발로 돌려놓고 다시 한 번 중거리! 이번에는 꽤 많이 벗어납니다.]

-올라프 마르샬 (전 독일 국가대표)

[그래도 계속 때려야죠. 팀원들의 상태가 좋으면 모르겠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어요. 수비가 끌려나올 때까지 때리는 수밖에.]


“아오! 제기랄!!”


또 한 번 빗나간 슛에 자동으로 욕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휘두르며 아까워하고.


“그렇게 아깝진 않았는데?”

“크로스나 제대로 올려줄래요?”


슬쩍 다가와 깐족대는 김강찬도 퇴치하고.

저 형은 경기 중에 예민한 거 알면서 매번 저런다.

아무래도 내가 발끈하는 걸 즐기는 것 같은데.


변태구나. 몰랐던 건 아니지만.


[마인츠의 경기가 단조롭게 느껴지는 건 오랜만입니다.]

[UEFA컵 1차 예선부터 참가하느라 일정이 너무 힘들긴 했죠. 상위 리그 소속클럽들은 대부분 3차 예선부터 출전하니까.]


“계속! 계속!”


어쨌든 박수까지 쳐가며 패스를 강요한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주제에 건방져 보일 순 있다.

이기적일 수도, 탐욕적일 수도 있겠지.


근데 뭐.

나도 원해서 하는 게 아닌데.

팀원들이 축구만 잘했어도 이런 비효율적인 짓은 안 하지.


그걸 아니까 지금처럼 군말 없이 볼을 넘기는 거고.


[다시 한 번 롱패스로 때려주는 빌레펠트. 역시 주마의 스피드는 압도적입니다.]

[왼쪽의 바이게르트가 느린 것도 있죠. 여러모로 저쪽이 위험하긴 해요.]


우리가 중거리 슛만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처럼 빌레펠트 역시 역습에 목숨 건 모습.

분명 위협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밀집된 수비를 상대할 때 중거리 슛의 장점, 또 한 가지.

웬만하면 볼 데드 상황을 만들 수 있고 볼 데드 상황에선 역습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든다.


밀집 수비를 짧은 패스로 억지로 뚫으려다 빼앗겼을 때 역습이 치명적인 거지.


[낮고 빠르게 중앙으로, 노베스키가 끊어냅니다. 오른쪽의 선에게.]

[선은 또 언제 저기까지 내려간 거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격진 깊숙이 들어가 있었는데. 하여튼 하드웨어 하나는 최고예요, 진짜.]


볼을 빼앗기자 빌레펠트는 미련 없이 쭈욱 뒤로 물러난다.

수비는 뒤에서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쭈욱.

최전방에서의 압박은 거의 없는 수준.


‘웬일로 좋은 판단을.’


평소답지 않게 최고의 판단을 내린 선이건.

다섯 개의 선택지가 있으면 세 번째로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게 평소의 선이건인데.


[직접 몰고 올라가는 선. 한 번 더, 한 번 더 치고 아예 길게 쳐놓고 달립니다! 러닝 크로스, 아...]


깜짝이야. 선이건 아닌 줄 알았잖아.

그렇지, 판단이 좋았으면 크로스로 균형 맞춰야지.


‘이건이 형이랑은 그 맛에 같이 뛰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도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어쨌든 아우어가 끝까지 경합 중이었고 김강찬도 수비수를 끌어주고 있으니까.


[보르헤스의 클리어. 리온이 더 빠릅니다!]


봐. 세컨드 찬스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쪽이 따내는 거지.


-뻐--엉


떨어지는 볼을 각 잡고 왼발 발리.


‘어우.’


미하엘 핑크의 가슴에 맞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오는 볼.

반사적으로 머리를 가져다대면서 넥스트를 이어간다.


[수비 맞고 다시 머리 트래핑. 앞으로 떨궈놓고 전진! 리온과 베스터만!]


악으로 깡으로.

190cm의 괴물 베스터만과 서로의 멱살을 잡고 볼을 향해 달린다.


아니, 내가 잡은 건 배꼽인가.


“흐읍!”


힘에선 내가 이길 수가 없다.

자리도 처음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무리라도 해야지.


“으아아악!!”


나이스.

손가락을 뻗어 배꼽 근처를 강하게 찌른 뒤 곧바로 팔과 함께 뒤로 젖혀버렸다.

흠칫한 사이 힘을 줄 타이밍을 놓쳐 뒤로 넘어가는 베스터만.


나의 승리다.


-삐--이익!!

-뻐-엉!


뭔데? 휘슬 뭔데?

순간 감정이 확 올라온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마지막 슛을 처리한 뒤 주심을 향해 달려갔다.


“이게? 이게요? 이게 파울이라고요?”


이 정도는 정당한 몸싸움이지.

손가락으로 찌른 건 파울일 수 있지만 그걸 봤다고?

VAR도 없는 지금 이 시대에?


그럴 리 없다.

이건 오심이다.


[좀 잡아채긴 했네요. 체격이나 파워가 많이 밀리는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런데 쭉 보니까 파이팅이 있는 건 좋아요. 몸싸움을 피하지 않잖아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저런 깡이 있는 건 좋게 봅니다.]


“아...”


억울하다. 내가 경력이 얼마인데.

심지어 VAR도 있던 시대라서 완전 전문.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파울성 플레이를 이용하는 건 내가 전문이다.


해설자와 팬들은 알겠지.

내가 억울하다는 걸.


[그래도 지금은 좋은 파울이었습니다. 역습만 피하면 되는 거라서 의도적인 파울로 잘 끊었죠.]

[깡도 있고 영리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황금 유스네요.]


진짜로.




[파고드는 아우어에게 찍어주는 이안! 보르헤스가 끊어주고 흘러나오는 걸 다시 리온! 하인이 넘어지면서 끌어안습니다.]

[이걸로 오늘만 9개째 슛이죠? 73분 동안 9개. 중거리 슛은 맞는 선택인데 좀 많긴 하네요. 난사라면 난사일수도.]


“아! 또! 왜 자꾸!”

“진정하세요, 아버지. 숨넘어가시겠어요.”

“할아버지, 아까는 잘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아니에요? 왜요?”


오늘은 특별히 빌레펠트 원정까지 쫓아온 렐 가족.

단골 과일가게 아저씨 한스 렐은 리온의 중거리 슛 난사를 지켜보며 비명을 질렀고.

그 아들 로만 렐은 낄낄대며 그런 아버지를 말렸다.

그 아들의 딸 엘라 렐은 실시간으로 말이 바뀌는 할아버지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엘라. 너도 몇 년 더 응원하다보면 알겠지만 원래 스포츠 팬이라는 게 그런 거란다. 투페이스, 기억해두렴.”

“아빠도?”

“당연하지.”


하루하루 인생을 배워가는 8살 소녀는 고개를 갸웃대며 한 번 더 물었다.


“근데 왜 지금은 웃고 있어? 아빠는 행복해?”

“그럼. 행복하지.”


로만은 옆을 흘깃 쳐다 본 뒤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저러시는 게 재미있잖아. 원래 안 그러신 분이.”

“아... 그건 맞아. 나도.”


한스는 옆에서 아들과 손녀가 자신을 보고 무슨 대화를 나누든 관심이 없었다.

경기에 푹 빠진 채 외계어를 쏟아내고 있었으니까.


“아버지.”

“아, 좀! 그냥 측면을 파라고! 아우어 대신 케이시라도 넣어서 머리 노리면 되잖아!”


옆에서 아들이 말을 걸어도 못 들을 만큼.


“아버지!”

“그만 때리라고! 무리하지 말... 응? 어, 그래. 왜?”


어깨를 툭툭 건드려도 3초 후에야 반응.

그야말로 원정까지 쫓아온 마인츠 강성 팬, 그 자체였다.


“진정하세요. 그러다가 쓰러지시겠어.”

“나도 진정하고 싶지! 행복하게 보고 싶지! 근데 리온이 자꾸 건드리잖아!”


어릴 때부터 친했던 리온을 조카처럼 여기는 건 별개의 이야기.

원래 축구 팬에게 인간적인 친분은 두 번째다.

무조건 축구를 잘하는 게 먼저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가 단조로워지는 모습입니다. 마인츠의 중거리 슛과 빌레펠트의 다이렉트 역습.]

[골 찬스도 많이 안 나오고 치열한 미드필드 싸움도 없고. 아무래도 재미있는 경기는 아니죠.]


경기 자체가 워낙 재미없기도 했고.

스코어라도 이기고 있으면 신경도 안 쓰겠지만 지금은 스코어도 0-0.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경기는 당연히 패배하는 경기지만, 두 번째가 바로 오늘 같은 경기였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왜! 또 때리려... 어!? 가! 가봐! 가봐!!”


그러나.

전광석화 같은 몰입과 태세전환 역시 스포츠 팬들의 전유물.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던 한스는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두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박스 안의 김강찬에게 투입. 공간이 너무 빽빽합니다. 박스 바깥으로 나와서 받아주는 리온에게. 다시 툭 쳐놓고 중거리, 페이크! 페이크 후 접으면서 돌파 시도!]


마치 지금까지의 난사가 이 순간만을 위해 깔아놓은 함정이라는 듯.

리온은 슛 페이크로 모두를 속인 뒤 과감하게 박스 안프로 파고들었다.


<<Oh, Ohh, OHHHHH---!!!>>


점진적으로 커져가는 마인츠 원정 팬들의 환호.

반대로 작아지는 빌레펠트 원정 팬들의 목소리.


[슛 페이크 후 양발 드리블! 허수아비처럼 재끼면서 들어갑니다! 리온!!]


완전히 속아버린 빌레펠트 수비진을 순식간에 돌파하는 리온.

돌파가 전문은 아니었지만 상황만 잘 만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어쨌든 컴플리트 포워드 지망이었고 득점력과 슈팅이라는 특별한 장점이 있으니까.

하나의 독보적인 장점은 다른 플레이의 위력까지 함께 끌어올려주는 법이었다.


[어느덧 골키퍼와 1on1! 가볍게 툭 찍어서 넘겨버립니다. 경기 막판 기어이 득점에 성공하는 한리온! 역시나 마인츠의 어린 에이스!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래도 열 번 안에는 넣어주네요. 이런 경기에서 한 골이라도 넣어준다면 아홉 개를 놓치든 열아홉 개를 놓치든 아무 상관없죠.]


<<WAAAAAHHHHHH------!!!!!>>


“그래! 이거지! 나는 믿었다니까!? 리온을 누가 의심해! 너야? 아니면 너야! 혹시 당신이야!”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다시 한 번 외계어를 쏟아내는 한스.

아들과 손녀는 물론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말을 걸었다.

리온을 의심했던 미안함을 주변에 전가하면서.


물론, 문제는 없었다.

다들 똑같이 그러고 있으니까.


“... 아버지잖아요.”

“할아버지 이상해.”


더없이 평범한 스포츠 팬의 모습이었다.


<<Ree-On!! Ree-On!! Ree-On!!>>


"저거 봐! 이걸로 만족 못하고 팀원들 닥달하는 거! 선수라면 저래야지!!"


그 결과, 10초 사이 완전히 스탠스가 반전되어 리온을 극찬하기 시작한 원정팬들.

언제나와 같은 평범한 하루였다.




2005.08.28.

분데스리가 3라운드

Bielefeld 1 : 1 Mainz

: 주마 84'

: 한리온 73'



[끝내 버티지 못한 마인츠. 체력 부담 극복 못하고 경기 막판 동점골 허용]

[‘통한의 무승부’ 마인츠, 2주간의 꿀 같은 휴식]

[분데스리가 3경기 연속 골. 새로운 스타 탄생?]

[분데스리가 득점 단독 3위 한리온, 시즌 7경기 9골 2어시스트]

[19세 공격수가 집념의 힘을 보이다]


- 얘 진짜 또라이더라...

- 공격수가 저 정도 똘끼는 있어야지

- 패스 애매하면 한참 선배들에게도 짜증내고 들어갈 때까지 난사도 하는데 골로 증명하니 뭐. 그냥 최고야

- 공격수는 골 넣으면 끝이야

- 세 경기에 다섯 골을 넣어도 득점 단독 3위..

ㄴ 알틴톱, 마카이가 미침

ㄴ 19세에 둘이랑 비교되는 것만 해도 미친 거야

- 이러다 진짜 스타되겠어

- 쟤 독일 국적도 있다고 안 함? 국가대표 안 뽑음?

ㄴ 국대는 좀...

ㄴ 'The Team'이 그렇게 쉬워보이냐?

ㄴ 요즘은 쉬워보이던데

ㄴ 닥쳐

- 중거리 슛 미친 듯이 때릴 땐 진짜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기어이 하나 넣더라

- 돌파 테크닉도 괜찮던데? 마냥 받아먹기 원툴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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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4.08.29 344 5 1쪽
26 밀렵꾼은 인내한다 24.08.28 239 13 11쪽
25 미쳐버린 아들의 사회생활 +1 24.08.27 268 17 11쪽
» 탐욕과 집념 24.08.26 292 19 11쪽
23 타임어택 24.08.25 325 18 11쪽
22 지긋지긋한 도전 24.08.24 337 18 12쪽
21 나는 집착한다 +1 24.08.23 347 19 12쪽
20 전성기의 팀을 상대할 땐 24.08.22 403 18 12쪽
19 배고픔 +1 24.08.21 410 19 12쪽
18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1 24.08.20 426 21 11쪽
17 그녀의 품 안에서 +1 24.08.19 473 24 12쪽
16 따뜻한 마음으로 +1 24.08.18 463 21 12쪽
15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3 24.08.17 478 21 13쪽
14 당신들이 적응해야지 24.08.16 492 24 13쪽
13 최고의 시작 +1 24.08.15 548 22 12쪽
12 축구만 잘해주면 +2 24.08.14 560 23 13쪽
11 마인츠 5형제 어셈블 +1 24.08.13 622 23 15쪽
10 마지막 컨셉 +2 24.08.12 653 25 13쪽
9 또 한 명 재꼈다 +2 24.08.11 667 26 13쪽
8 기분 좋은 날의 시작 +1 24.08.11 726 23 12쪽
7 나의 도시에서 24.08.10 795 25 13쪽
6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24.08.10 864 23 12쪽
5 충분한 시간, 20분 +1 24.08.09 909 24 12쪽
4 여유는 없다 +2 24.08.08 1,044 29 11쪽
3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다 +2 24.08.07 1,268 35 13쪽
2 이런 게 총체적 난국이라는 건가 +6 24.08.06 1,549 31 11쪽
1 익숙한 모습이었다 +12 24.08.06 1,831 4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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