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열폭하는 사우디 왕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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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열폭하는 사우디 왕의 동생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교부 장관 공관.
사우디 왕의 동생인 사우디 외교부 장관 압바스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가 UAE, 카타르 외무장관과 넓은 공관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 주위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 장관 압바스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가 주위를 훑어보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시아파 세력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이어 예멘에서도 세력을 강화하고 있어 국왕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수니파의 맹주 나라이고,
아라비아반도의 강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부 장관의 말에 같은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카타르 외교부 장관과 UAE 외교부 장관이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이라크가 시아파 국가가 된 것도 모자라 예멘에서 시아파가 세력을 넓히고 있어 사우디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사우디가 같이 예멘에 군사적인 개입을 하자고 여러 번 의사 표시를 했었다.
‘그런데 왜 카타르가 예멘 일에 끼어들어야 하냐고?’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카타르 외교부 장관이 말한다.
“예멘에서 시아파가 소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수니파 정권이 굳건하게 있는데 너무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카타르 장관의 말에 UAE 장관이 얼른 말을 더한다.
“하하! 그렇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에 무슨 일이 생기면 페트로 달러 협약을 맺은 미국이 지켜 줄 것인데 뭘 그리 예민하게 생각하십니까?”
[페트로 달러 협약]
1974년에 석유 파동이 터지자 미국은 사우디와 페트로 달러 협약을 맺었다.
미국이 사우디의 안전을 담보하는 대신 원유 결제는 오직 달러로만 한다는 약속이었다.
이 협약으로 미국의 달러는 국제 결제 수단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세계 유일의 패권적 통화가 된 달러로 미국은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셰일 가스, 셰일 석유가 터져 나오면서 사우디 원유의 전략적 가치가 확 떨어졌다.
그로 인해, 우버마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발표했다.
앞으로는 태평양 시대라고.
그리고 거부했다.
예멘 시아파 반군을 작살 내 달라는 사우디의 요구를.
미국이 사우디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인구 250만 명의 소국 카타르 외교부 장관 놈과 인구 9백만 명의 소국 UAE 장관 놈이 미국 운운하며 사우디와 함께 예멘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자는 제안을 슬그머니 거절하고 있다.
‘미꾸라지 같은 새끼들···!’
사우디 외교부 장관 압바스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가 인상을 구기며 둘을 쳐다본다.
‘이 모든 게 다 거죽만 흑인인 그 우버마 대통령 새끼 때문이야···.’
알사우드가 이를 뿌드득 갈아대며 생각한다.
미국은 이제 사우디에서 석유를 사가는 최고의 고객에서 같이 석유를 팔아먹기 시작하는 경쟁자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중동이 부담스럽다며, 엉덩이를 슬금슬금 빼고 있다.
오랜 동맹인 사우디의 입장과 처지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직까지 지들이 얼마나 혜택을 봤는데···.’
압바스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는 사우디 왕가에서 혈기가 왕성한 왕자들 사이에서 들끓고 있는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그 역시 미국에 대한 불만이 한둘이 아니지만 말이다.
과거에 사우디는 미국이 석유 많이 사 간다고, 그리고 사우디를 지켜준다고 다 쓰지도 않을 무기도 사달라고 하면 무조건 사줬다.
이라크를 쳐야 한다고 미군 공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까지 용인했다.
알라의 위대한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땅에 이교도 군대가 주둔하는 기지를 내줬다고 와하비즘 근본주의자들에게 온갖 욕을 처먹으면서도 말이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을 위해 온갖 욕을 처 먹으며 근본주의자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와하비스트 들의 불만 일 순위는 성스러운 땅에 있는 미군 주둔 기지이다.
‘그렇게까지 미국에 협조해왔는데···. 미군이 중동에서 하고 싶은 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해줬는데···.’
우버마가 대통령이 되고 미국이 배신하기 시작하고 있다.
중동은 더는 자신들의 중요한 지역이 아니라면서.
‘개새끼들···!’
빈 알사우드가 뺀질뺀질한 검은 얼굴의 우바마 미국 대통령과 항상 활짝 웃으며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욕을 퍼붓는다.
‘내가 페트로 달러 협약을 파기하자고 주장하는 과격파 왕자들을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빈 알사우드도 성질 같아서는 페트로 달러 협약을 당장이라도 파기하고 싶다.
석유 거래에 유럽의 유로화, 중국의 위안화, 러시아의 루블화, 일본의 엔화, 한국의 원화를 다 받아들인다고 확 발표해 버리면···?
‘......’
아마도 사우디는 바로 망할 수도 있다.
지금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리비아처럼.
이미 망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처럼 될 것이다.
시리아처럼 자유 어쩌고 민주 어쩌고 하는 무장단체들이 사방에서 난동을 벌일 거다.
‘참자, 참아. 암! 참아야지.’
빈 알사우드는 요놈의 미꾸라지 새끼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가 버리자, 사우디 혼자 예멘에 쳐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일 얄밉게 말하는 카타르 외교부 장관을 쳐다본다.
[카타르]
카타르는 종교적으로 사우디와 가장 가깝다.
지리적으로도.
카타르도 사우디와 같이 수니파 근본주의 와하비즘을 믿는다.
그런데 카타르는 변신하고 있다.
사우디와 달리 다른 종교에 관대해졌다.
그리고 카타르는 알자지라라는 방송사를 만들어 페르시아만 일대의 왕조 국가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사우디 왕가를.
막대한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대부분의 돈을 다 차지하고, 가장 부패하고 폐쇄적인 사우디 왕가의 어두운 면을 방송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아랍에서 유일하게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방송국이 되었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빈 알사우드도 카타르처럼 태세 전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재빠른 태세 전환은 250만 명의 소국인 카타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인구가 3천만이 넘는 사우디에는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카타르는 작은 나라여서 수니파 극단주의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고, 미국에게도 붙고 시아파인 이란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사우디가 그랬다간, 난리가 날 것이다.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
할 말이 없는 빈 알사우드가 입술을 잘근 씹으며 말한다.
“하여간 사태가 심상치 않으니 힘을 합쳐 대응합시다.
UAE 외무장관께서 오만 쪽을 잘 구슬려 예멘에 개입하는 일에 동참하게 만들어보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오만 설득은 저희 UAE에 맡겨 주십시오.”
“아무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예멘의 수니파 정부를 최선을 다해 도우면서 미국과 영국의 협조를 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빈 알사우드가 하나 마나 한 덕담을 하며 대화를 끝낸다.
“하하! 항상 아랍의 큰 형님이신 사우디가 수고가 많으십니다.”
카타르 장관 놈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말한다.
#
잠시 후,
카타르, UAE 외교부 장관들이 가고 난 후, 알사우드가 사우디 정보부 중요 인사들과 회의실에 앉아 긴 회의를 한 후 말한다.
“상황이 좋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로 근본주의자들을 보내 버린 수, 우리 내부의 정치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왕가를 공격하는 불순분자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불순한 언동을 하는 자는 가차 없이 체포해 사회에서 분리해야 한다.”
“예!”
“언제까지 우리도 와하비즘에 갇혀 있으면서 서방 국가들로부터 고립되어 지낼 수는 없지 않겠어?”
장관의 말에 정보부 책임자가 말한다.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는 개방정책을 채택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요.”
정보부 차관이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띄워진 지도를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서구와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려고 하면 UAE의 두바이를 빼고 마땅한 국가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터키, 이란, 이스라엘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제외되고, 우리 사우디는 와하비 파의 본산답게 샤리아 율법과 다른 여러 규제가 너무 강해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보부장의 말에 알사우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을 하다 말한다.
“자네 말은 충분히 알겠어. 그런데 어쨌든 무조건 중동의 중심은 우리 사우디가 되어야 해.
쥐새끼 같은 카타르나 UAE가 아니고 말이야.”
알사우드의 말에 잠시 눈치를 보던 정보부장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각종 규제로 폐쇄되어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하여간 잘 좀 연구해봐. 무슨 일이 있어도 아랍의 중심은 사우디여야 해.
변방의 두바이가 중동을 대표하는 도시가 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알사우드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고 있던 알사우드가 주제를 바꿔 말한다.
“그리고 말이야. 알카에다 극단주의자들을 모두 해외로 보내는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최근 들어 왕가에 대해 비난을 하고 다닌다는 하킴 후세인, 그 자식. 그놈 어떻게 했어?
시리아로 보내버리라고 했는데 보낸 거야?”
“예. 각하! 얼마 전에 담당 팀장에게서 시리아로 보내는 작업을 거의 완료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뭐야?! 거의 완료했다는 보고를 받아? 그렇다면 아직도 안 보냈다는 거잖아!”
쾅.
알사우드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친다.
“서두르라고 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그자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아들도 빨리 작업해서 시리아도 좋고, 리비아도 좋고 말이야.
튀니지, 이집트, 예멘도 좋겠지.
하여간 어디든 가고 싶다는 곳으로 돈 왕창 쥐어줘서 보내버려.”
“예.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습니다.”
알사우드가 얼굴이 벌게지며 다시 호통친다.
“말만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해. 우리도 천년만년 석유로 먹고 살 수는 없잖아.
석유 없이 먹고살 궁리를 해야 하는데, 그놈의 와하비 근본주의자 놈들이 문제야.
대외개방에 걸림돌이 될 그자들은 빨리빨리 해외로 다 보내버려야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개혁 개방을 할 수가 있지 않겠냐 말이야!”
왕의 동생이고 사우디의 개혁 개방을 주장하는 알사우드 장관의 말에 참석자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예! 각하! 명심하고 있습니다! 아랍의 중심은 언제나 사우디가 될 것입니다.”
“...알았다. 알았고, 회의를 마칠 테니 다 들 수고들 해 주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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