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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님의 서재입니다.

CIA용병에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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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작품등록일 :
2024.03.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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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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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4화 개코원숭이는 되지 마라

DUMMY

제14화 개코원숭이는 되지 마라



시테르 중앙시장 상인회 사무실.


“상인회 간사 아흐메드 바스라입니다.”


“김건우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흐메드가 건우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 후, 표정이 변한다.


‘최고의 용병이라고 했는데···.’


느낌이 평범하다.


아흐메드는 날카롭고 예리하고 살벌하거나 난폭한 인상의 용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저 덩치만 큰 무색무취의 분위기다.


동네의 덩치 좋은 청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


아흐메드가 이집트에서 온다는 용병을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는 시테르에 있는 무슬림 형제단의 무장봉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아흐메드가 건우를 이리저리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오마르 사장의 말로는 용병 계에서 엄청 강한 분이라고 들었는데요···?”


“예?! 아, 하하! 오마르 사장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예.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용병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 제가 좀 위장을 잘하는 편입니다.”


“예? 아. 그러신가요? 위장···. 이시라고요.”


아흐메드는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말한다.


“CIA와 프랑스 정보국을 통해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주선을 해주실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건 가능할 겁니다. 무기를 주면 그걸 들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충분히 있습니까?”


“...한 2백 명 정도 됩니다.”


“2백 명 정도면 이집트에 있는 CIA 담당자 선에서도 가능할 겁니다.”


“...어느 정도 수준의 무기인지요?”


“소총과 수류탄, 기관총, 그리고 알라의 요술봉인 RPG-7 정도가 지원될 겁니다.

박격포 같은 건 5백 명은 넘어야 지원될 거고요.”


건우의 말에 아흐메드의 표정이 좋아지더니 말한다.


“그럼 자금 지원은 어떻게,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요?”


“이쪽 상황과 계획을 정리해 연락하면 그 내용에 따라 지원될 겁니다.”


“...그렇군요.”


건우의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파이잘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한다.


직업이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고 전통 아랍 복장에 수니파의 터번인 구트라를 쓰고 있는 아흐메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전통을 고집하는.


그런데···.


이 고등학교 선생은 무장봉기를 생각하고 있다.


많은 전투에 참여해온 파이잘의 처지에서 보면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사가 혁명을 꿈꾸는가···?’


혁명에는 교사보다는 군인이 훨씬 유리하다.


파이잘이 볼 때 이 역사 선생은 혁명 와중에 눈먼 총알을 맞아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냥 애들이나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복장과 말투를 보니 샤리아 율법을 외치며 17세기 아랍으로 돌아가자는 신정국가를 꿈꾸는 아랍 세계에 흔한 근본주의자 중 한 명이다.


21세기에 17세기로 돌아가자고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


파이잘이 왜 무슬림 형제단들이 17세기로 돌아가자고 하는지 궁금해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어 말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물어보는 겁니다.

아랍국가들이 17세기 이슬람 신정국가로 돌아가 샤리아법을 시행하면 아랍국가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파이잘의 물음에 아흐메드가 약간 당황하더니 이내 표정을 바로 잡고 말한다.


“하하! 당연하지요. 우리는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후, 서유럽을 추종하고 모방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결과가 어떻습니까?

사회는 여전히 혼란하고 백성들은 살기 힘듭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바꿔야 합니다.

아랍은 미국과 서유럽을 따라 하기보다는 이슬람의 율법을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


아흐메드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슬람 율법 지키면 사회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살기 좋아질 거다.]


‘이게 맞아?’


파이잘은 이해가 안 되는 아흐메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아랍이 수백 년간 그리고 가장 심하게 1990년대부터 미국에게 줘 터지고 있는 건 약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침공으로 이라크 국민 3백만 명이 죽은 것도 이라크가 약했기 때문이지 샤리아 율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라크의 무기와 훈련된 병력이 약했기 때문이지, 절대로 신정국가가 아니어서 계속 당하고 사는 건 절대 아니다.


아흐메드의 말은 신정국가를 건설하면 국가가 저절로 강해진다는 말이다.


탱크와 전투기, 미사일이 저절로 생기고 강한 군대를 가진다는.


매일 알라를 경배하고 17세기 신정국가로 돌아가면?


리비아는 더 약해질 것이다.


이슬람 형제단이 권력을 잡게 되면 제국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 애국단, 이슬람 근본단, 이슬람 민주단 같은 단체들과 내전을 하게 될 거다.


‘무슨 초딩새끼도 아니고···.’


이런 자가 근래 들어 세를 불리고 있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자는 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강력한 독재자 카다피가 사라지면, 리비아는 수많은 군벌로 나라가 갈라지고 서로 피 터지게 싸우며 원한을 쌓아가게 될 뿐이다.


제국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파이잘이 볼 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자들은 그렇게 당하고도 제국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잠시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린 파이잘이 팀장을 쳐다본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은 웃고 있지만, 탁자 아래에 있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고 있고,


오른발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화가 났을 때 하는 습관이다.


‘역시 팀장님도 헛소리를 들으며 참고 있으시군···.’


표정이 썩어가는 파이잘을 흘낏 보더니 아흐메드가 건우에게 말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쯤에나 2백 명에 대한 무기와 활동 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이집트로 돌아가면 오마르 사장을 통해 연락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신경 좀 써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하하! 아무렴요. 같은 일을 할 분의 부탁인데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까?

만약 지금 움직이고 있는 반군이 시테르 시를 공격하게 되면 저도 참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 같이 잘 해보시지요.”


“반군이 시테르 시를 공격한답니까?”


“투브루크, 벵가지가 점령되면 그다음엔 시테르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럼 그때는 같이 협조해 공을 세웁시다.”


“예. 당연하지요.”



#



잠시 후,


건우와 파이잘이 시장 안에 있는 리비아 전통 음식점으로 들어가 안쪽에 자리 잡고 앉는다.


음식을 주문하고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파이잘이 말한다.


“캡틴! 아랍의 봄을 틈타 미국이 내분을 부추겨 내전 일으키는 짓을 막을 수는 없는 겁니까?”


파이잘의 말에 건우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말한다.


“네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지금으로서는 없다.

미국의 힘은 10년 전 소련을 멸망시키면서 최고조에 달했거든.

이제 겨우 20년이 지났을 뿐이다.

최소 30년은 지나야 힘이 약해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 30년이면 저는 50대 중반이 됩니다. 그럼 저는 니제르가 미국과 프랑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걸 못 보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어쩌겠는가? 미국이 약해지려면 패권을 잡은 후 100년은 지나야 하거든.

미국이 세계의 제국이 된 후 100년이 되려면 한 20년이나 30년 정도 더 있어야 하거든.”


“......암울하군요.”


“흐흐흐. 암울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때가 아니면 준비하면서 기회가 올 때를 기다려야지.

전투할 때 상대방이 강하고 조심성이 있으면 이길 수가 없다.

실수하고 오판을 할 때 승리할 기회가 생기지.”


“알고 있지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답답합니다. 희망이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그래도 사자가 늙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늑대들이 사자를 이길 수 있는 때는 사자가 힘이 빠질 때뿐이니까.”


“...후유!”


파이잘이 거하게 한숨을 쉬자, 건우가 잠시 생각한 후 말한다.


“강한 사자에게 이기려면 사자에 대항할 수 있는 강자들과 연합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

점점 강해지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과 연대하면 한 15년 후에는 가능할 수 있지 않겠어?”


“15년 후요?”


“20년 후가 될 수도 있지. 어쩌면 우리가 죽기 전에는 안될 수도 있고.”


“......!”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니제르에서 프랑스가 꼽고 있는 빨대를 뽑아내고 싶겠지.

그러나 그 일은 네 힘만으로는 어림없다.

그들이 약해지기 전에는.

아니면 그들의 힘을 극복할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을 얻기 전에는.”


“......”


“내가 좋은 방법을 알려주마. 니제르 군대에 들어가 장군이 되어라.”


“예?! 장군이요?”


“그래 넌 아직 20대 중반이니 니제르 군대의 장교가 될 방법이 있을 거야.

니제르 군부에 들어가서 너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규합해 봐.

그리고 니제르의 박장희가 되어봐라.”


“...후! 너무 험난한 일 같습니다. 체질에 맞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크크. 호구가 조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일인데 쉬운 일만 할 수 있겠어?”


“......”


“하여간 잘 생각해라. 무려 세계 최강국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충고하는데, 절대로 프랑스와 미국에 대책 없이 들이대는 개코원숭이는 되지 마라.”


“물,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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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4화 뭐가 옳은지 나도 장담은 못하겠다 +2 24.06.10 216 10 12쪽
33 제33화 기분이 싸해진다 +2 24.06.07 23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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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1화 알누스라 전선 합병을 막아라-(1) +4 24.06.03 26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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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뚫린 아가리라고 마구 지껄이는 거냐? +2 24.05.27 359 13 11쪽
27 제27화 도박장에서 눈 돌아간 사람들처럼 +2 24.05.24 371 12 11쪽
26 제26화 당연히 미국도 썩어야지요 +4 24.05.22 423 11 13쪽
25 제25화 에프터 서비스까지 해드리겠습니다 +2 24.05.20 405 12 14쪽
24 제24화 한 몫 챙길 수 있겠는데 +2 24.05.17 421 13 11쪽
23 제23화 이라크 쿠르드는 미국 마음대로 +4 24.05.15 436 9 11쪽
22 제22화 말단 미군 병사들은 약한 동물 +1 24.05.13 457 12 10쪽
21 제21화 이라크인들에게 미군은 철천지원수다 +2 24.05.10 496 12 12쪽
20 제20화 다보스 별장의 제국 책사들 (2) +2 24.05.08 567 11 12쪽
19 제19화 다보스 별장의 제국 책사들 (1) +2 24.05.06 730 12 13쪽
18 제18화 이라크 돈으로 이라크 목줄을 잡은 미국 +6 24.05.03 821 14 12쪽
17 제17화 IS 율법관 +4 24.05.01 774 14 10쪽
16 제16화 강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2 24.04.29 841 16 12쪽
15 제15화 CIA가 업어 키우는 알카에다와 IS 24.04.24 918 17 11쪽
» 제14화 개코원숭이는 되지 마라 24.04.24 910 19 10쪽
13 제13화 약한데 잘못 행동했다간 무조건 소멸각이다 +2 24.04.22 989 19 11쪽
12 제12화 돈! 돈을 벌어야지요 +1 24.04.19 1,056 18 10쪽
11 제11화 유대인은 왜 안된다는 겁니까? +2 24.04.17 1,086 20 13쪽
10 제10화 성 상납 캐비닛 – 중동에도 미국에도 24.04.15 1,159 17 12쪽
9 제9화 말이 안 나온다 24.04.12 1,218 21 13쪽
8 제8화 천년의 전략, Divide & Rule 24.04.09 1,374 19 10쪽
7 제7화 혹시 그런 이름의 사람을 아십니까? +2 24.04.08 1,403 22 13쪽
6 제6화 사자가 사슴을 안 잡아먹고 잘 살게 해준다고? +2 24.04.05 1,525 24 11쪽
5 제5화 힘이 생기니 쓰고 싶다고? +2 24.04.03 1,682 25 12쪽
4 제4화 이상한 노인을 만나다 +4 24.04.01 1,880 24 13쪽
3 제3화 리비아에서 돈 냄새가 난다 +1 24.03.29 1,994 24 13쪽
2 제2화 우라늄의 저주 24.03.29 2,202 28 13쪽
1 제1화 니제르 임무 +4 24.03.29 3,061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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