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이라크 돈으로 이라크 목줄을 잡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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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라크 돈으로 이라크 목줄을 잡은 미국
그날 저녁.
이브라힘의 초대로 건우와 파이잘은 이브라힘의 집에서 좋은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그런데 이브라힘의 저택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호화로웠다.
학자풍의 이브라힘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건우가 호기심이 생겨 말했다.
“이 저택은 왕족의 것처럼 호화롭군요.”
건우의 말에 이브라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좀 호화롭지요. 어쩌다 보니 후세인을 제거한 미 군정이 이 저택을 저에게 주더군요.
아마도 제가 그들의 정책에 자꾸 반기를 들자, 회유하는 차원에서 준 것 같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떤 정책에 반대하신 건데요?”
“미국은 이라크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뽑아낸 석유를 자기들 마음대로 내다 팔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들이 하는 짓에 아무런 감시나 제재를 할 수가 없고요.”
“그래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모양이군요.”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내 말을 그냥 귀찮은 벌레 소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런 저택이라도 줬지만, 힘없는 기자나 학자가 말하면 그냥 사회적으로 매장해 버립니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하는 최소한의 마음이 없습니다.”
“...!”
“더 나를 화나게 한 건, 미국이 석유를 내다 팔고 벌어들인 돈을 우리에게 바로 지급하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합니다.
이라크 정부는 필요한 예산을 짠 후, 미국에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지요.
이라크 돈인데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돈을 쓸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그거참 난감하겠군요.”
“미국은 돈으로 이라크의 목줄을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허어! 남의 돈을 가지고 너무 심하군요.”
“내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우리 석유를 자기들 마음대로 뽑아내고 자기들 마음대로 파는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왜 그 돈을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넣어놓고 찔끔찔끔 주냔 말입니다.
이라크는 독립국입니다.
그들의 식민지가 아니라고요.
후세인도 제거되었으니 그들은 마땅히 그만 군대를 철수시켜야 하는데도,
계속 군대를 주둔시켜놓고 석유를 마음대로 빼다 팔고 그 돈도 자기들 돈처럼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이브라힘은 분노가 치미는지 입술까지 부들부들 떨며 말한다.
건우는 미국에게서 돈과 무기를 지원받는 양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는다.
약소국의 비극이긴 하다.
제국이 들어와 수백만 명을 죽이고 석유를 독점해서 뽑아내고 독점해서 팔아치우고 판 돈도 자기들 입맛대로 주고 있다.
이라크인들 처지에서 생각하면 미치고 팔짝 뛸만한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라를 다시 둘로 쪼개 북쪽에 수니파 신정국가를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이겠는가?
성질난다고 깽판 치는 건 쉽다.
상황이 어렵고 창자가 꼬일 것처럼 억울하고 대책이 없더라도,
미래를 볼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건우다.
‘정당을 만들어 수니파와 시아파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지.’
CIA의 도움을 받아 독립국을 만들겠다고 전쟁을 하겠다는 건,
이라크를 망치는 일일 뿐이다.
진정한 이라크의 적은 미국인데···.
너무 강한 적에게는 덤비지도 못하고 근처 만만한 시아파 놈들과 전쟁을 하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미군의 상대는 오직 신뿐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군의 힘이 강하니···.
열 받는데 두 번째 적과라도 싸우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자는 제국의 손바닥 안에서 끝없는 피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겠다는 멍청한 손오공이다.
건우가 말없이 생각하고 있자, 이브라힘이 더 힘을 주어 말한다.
“문제는 석유를 판 자들은 미국 민간 정유업자들인데 이자들이 장부를 조작해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일 년에 200조 원어치를 팔아 놓고 150조 원어치를 팔았다고 미국 정부에 보고하고, 150조만 연방준비은행에 입금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허어! 그거 참으로 난감한 일이군요.”
“우리는 셰브런이나 엑손모빌, 로열 더치 셸 회사의 장부를 들여다볼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가 장부를 보자고 여러 번 했지만, 그 회사들은 들은 체도 안 하고 있습니다.”
“......”
‘진정한 제국의 실세인 석유 메이저들이 웬 벌레 새끼가 깽깽거리나 하겠지.’
미국 정부보다 위에 있는 게 미국 에너지 군산복합체다.
그들이 실질적인 미국의 주인인데 율법 학자 하나가 떠든다고 해봐야, 눈 하나 깜빡할 리가 없다.
“그자들은 이라크의 석유를 아주 대놓고 도둑질을 하는 겁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민주와 인권, 그리고 도덕성을 미국의 아니 세계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미국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요.”
“그렇지요? 인권, 정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뒤로 이렇게 도둑질하면 안 되지요.”
“......”
건우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쓴 비용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군은 4,500명이 죽었고 비용으로 930조 원을 썼다.
일 년에 이라크에서 50조 원어치 이득을 본다고 해도 930조 원을 보충하려면 하세월이다.
2004년부터 훔쳤으니 2050년까지 훔쳐야 본전이다.
훔친 돈은 미국 국민 것이 아니다.
전비 930조는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썼지만, 매년 50조 원은 석유 메이저 회사나 몇몇 석유 메이저 소유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흠···. 돈은 석유 메이저들처럼 벌어야···.’
완전히 거저먹는 게 아니겠는가.
연신 마음속으로 감탄하는 건우다.
‘나도 이렇게 한번 먹어보고 싶다···.’
국민의 뼛골을 빨아 먹는 현대판 봉이 김 선달들이 미국에 있다.
제국의 권력자들과 나눠 먹어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정말 꿩 먹고 알 먹고다.
그리고 아마도···.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이익은 회사보다는 회사의 주인과 그 측근들이 먹을 것이다.
‘쏠쏠하겠어!’
아니지.
쏠쏠한 정도가 아닐 것이다.
매년 수십조씩 먹어대면 순식간에 거부가 되고 세계적인 부자가 되지 않겠는가.
‘.....’
아니다.
그들은 이미 세계적인 부자들이다.
그런데도,
미국 국민과 이라크인들의 고혈을 계속 빨아먹는다.
. . . . . .
. . .
. .
.
‘대단하구만···.’
#
건우는 파티가 끝날 때 이브라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동으로 만든 납작한 카드인데, 그 표면에 아랍어로 이런 말이 적혀있다.
[이라크 이슬람 국가의 친구]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자로 ‘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적혀있다.
건우가 카드를 빤히 쳐다보며 글자들을 읽자, 이브라힘이 말한다.
“나중에라도 우리 이라크 이슬람 국가(IS)의 기관의 고위급 인사들에게 카드를 보여주면 아낌없는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예?! 이, 이런 귀한 걸 저에게 줘도 되겠습니까?”
“하하! 제가 칼리드와 상의해 드리는 겁니다. 아직까지 이 카드는 몇 장밖에 준 적이 없지만, 박건우 님은 앞으로도 우리 IS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 드리기로 한 겁니다.
앞으로도 미국과 IS의 메신저로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하하! 저야 당연히 최선을 다해 메신저로서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셨는데···. 저는 드릴 게 없군요.”
“하하하! 민망하시다면, 저희가 궁금해할 때 중동에 있는 CIA 지부장이나 그의 측근들에 대한 정보를 가끔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 뭐지?”
‘나보고 이중간첩이 되라는 말이냐···?’
건우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자, 이브라힘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정보료는 틀림없이 후하게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저의 이 말은 알라께 맹세코 믿으셔도 됩니다.”
알라에 미친 놈이 알라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니 빈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CIA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유용한 정보를 주면, 꽤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면이지만.
건우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알라신의 이름으로 맹세까지 해주시는데 제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신뢰해주신 믿음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알라신은 위대하십니다. 이교도인 당신 같은 용병도 바로 마음을 정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지요. 위대하신 알라 만세입니다.”
“조오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파티가 끝났다.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데 이브라힘이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 이름은 이브라힘이 아니라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시면 됩니다.”
“오! 이름이 멋져 보이는군요. 좋은 이름으로 바꾸시는 것 같습니다.”
“이라크 이슬람 국가의 이미르(총사령관)이셨던 아부 우마르 알 바그다디님이 전사한 후로 공석이 된 자리를 제가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 중 마지막 이름인 바그다디를 제 이름에 쓰기로 한 것입니다.”
“바그다디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원래 그분이 바그다디를 쓴 이유는 출신 지역이 바그다드였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의 수도이고 가장 중요한 지역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바그다디를 쓰게 된 이유는 그분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아! 그렇군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님!
아랍인들의 긴 이름은 기억하기가 쉽지 않지 않은데 한 번만 들어도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예. 이라크 이슬람 국가의 사령관에 걸 맞는 이름이군요.”
아랍 이름은 본인 이름, 아버지 이름, 할아버지 이름, 마지막으로 가문이나 지역 이름으로 구성된다.
전 사령관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출신이다.
이브라힘은 바그다드 출신이 아니라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사마라 출신이다.
통상적으로는 아부 바크르 알 사마라가 맞는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여쭤보는 건데요.
이브라힘 님은 율법 학자신데, 어떻게 총사령관이 되실 수 있으신 겁니까?”
“예?! 아. 그, 그건 제가 좋은 군사 전문가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IS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체포되어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있는 감옥에서 얼마간 있었습니다.
거기에 집권당이었던 바트당 소속 군 장교들이 같이 복역했었거든요
그때 친분을 쌓은 군 장교들이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바그다디 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치 알라께서 사령관이 되라고 예비하신 것 같습니다.
유능한 바트당 군 장교들을 감옥에서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되는 겁니까? 해석을 아주 기분 좋게 해주시는군요.
듣고 보니 알라께서 제게 시련과 함께 선물을 주셨던 거였군요.”
건우의 아첨에 껌뻑 넘어간 바그다디가 매우 기분이 좋아져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첨의 위력은 어디에서나 대단하다.’
좋은 인상을 남긴 건우는 이브라힘, 아니 군사령관이 되어 업그레이드된 이름으로 무게를 높인 바그다디와 갖은 덕담을 마치고 헤어졌다.
- 작가의말
시간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국이 석유 판 돈을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해두고 이라크 정부가 돈을 요청하면 심사를 해 지불하고 있는 건 팩트입니다.
최근 이라크 정부가 미군을 완전히 철수해 달라고 하자, 미국이 그럼 180조원에 달하는 석유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미군을 철수하면 이라크는 석유 국유화를 실시할 수도 있으니 미국이 미군 철수를 용납하려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뿐만 아니라 쿠르드족 자치구와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석유를 뽑아내 이라크 남부 항구를 통해 팔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게 퇴각해야 될 때까지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 확실합니다.
* 미국 석유회사들이 장부 조작을 해 뒤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건 아랍 국가들이 제기한 음모론을 각색한 작가 뇌피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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