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다보스 별장의 제국 책사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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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다보스 별장의 제국 책사들 (1)
건우가 바그다디와 헤어져 호텔로 들어오는데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고 무장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딱 보니 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잠시 후, 무장 경찰들이 사람들의 호텔 출입을 금지하고 바리케이드까지 친다.
파이잘이 앞으로 나서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뚱보 무장 경찰에게로 다가가 말한다.
“무슨 일이요? 왜 무장 경찰들이 호텔을 에워싸고 있는 거요?”
파이잘의 질문에 녀석이 인상을 팍 쓰고는 소리를 친다.
“당신에게 보고할 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녀석이 소리를 치자, 파이잘이 발끈하며 같이 소리를 친다.
“아니, 나는 여기 투숙객인데 못 들어가게 하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
다른 데로 가라는 거면, 이유라도 말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
파이잘이 발작하듯 큰소리로 말하자, 경찰이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살피고는 파이잘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한다.
“...과격 수니파 분자들 때문이야. 더 자세한 건 나도 모르고.”
국민의 40%인 수니파를 기반으로 했던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는 60%의 시아파들이 저항세력이 되어 저항했고 후세인은 시아파 저항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사담 후세인이 제국에 꼬리를 흔들지 않고 가끔 이빨을 드러내기도 했고, 미국 지배세력의 절대 존엄인 이스라엘을 백만 지상군으로 밀어버리겠다고 설쳐댔다.
게다가 후세인은 미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석유 거래에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화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겁도 없이 미국 패권의 근간인 달러 패권에 도전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달러 패권에 가장 강력한 도전 세력인 유로화가 눈엣가시여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었다.
하룻강아지가 겁 없이 사자 코털을 뽑아 버린 것이다.
당연히 미국 제국은 무지막지한 군사력을 동원했고 제국에 협조하던 동맹들을 모두 동원해 순식간에 이라크를 초토화했다.
수니파 사담 후세인 세력의 핵심인물들이 처단되고 감옥으로 보내지자, 이라크 정권은 자연스레 시아파의 몫이 되었다.
세상이 바뀌자,
새롭게 권력을 잡은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 저항세력들을 탄압하고 있다.
제국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
제국의 명령.
[갈라져 처절하게 싸우고, 원한이 쌓여 영원히 싸워라.]
#
30분 후,
두 명의 남자가 수갑이 채워져 끌려 나오더니 호송차에 태워지고 무장 경찰들이 사라졌다.
호텔 방으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자, 파이잘이 건우에게 말한다.
“이라크는 이제 시아파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란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우리 수니파들에게도 손해지만, 미국에게는 더 큰 손해 아닙니까?”
“미국은 이스라엘을 위해 강력한 100만 대군을 가지고 있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거야.
제국 미국 안에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딥스테이트는 거의 유대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21세기는 유대인의 시대다.
이스라엘이라는 존엄을 위협한 세력은 일단 ‘스윽’ 이렇게 되는 거지.”
건우가 오른손 검지를 목에 가져가 옆으로 긋고는 말한다.
“일단 손을 보고, 다시 생기는 문제는 생기는 대로 손보면 되는 거니까.”
“......”
파이잘이 쿠션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녀석은 감정적이다.
어린 탓이다.
겨우 23살.
몇 년 더 참혹한 현실을 겪다 보면, 약육강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
인구 1만 명의 국제적 휴양지 스위스 다보스.
높은 산 아래 계곡에 있는 다보스 주변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다.
높은 해발과 깨끗한 공기로 겨울에는 동계 스포츠로 여름에는 깨끗한 자연과 산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아직 2월이라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1월 말에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하러 왔다 휴가를 즐기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키장이 보이는 산 언덕에 있는 중세 영주의 별장 같은 2층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안에는 4명의 남자가 거실에 앉아 있다.
고풍적인 인테리어와 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거실은 남자들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암시해준다.
“타닥! 탁!”
벽난로에 화목이 타오르고 있다.
거실과 주변에는 시중을 드는 사람마저 없다.
오직 2층에 방들과 외곽에 있는 작은 초소들에만 건장한 남자들이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고 뚱뚱한 매부리코의 키신저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올해도 다보스 포럼이 성황을 이루고 세계 경제를 통합하려는 우리의 의도가 강화되고 있어서 만족스럽구먼.”
키신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팔짱을 끼고 키신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한다.
“흐흐. 그 말이 맞지. 빌더버그 그룹, CFR (미국 외교 협의회), 삼극 위원회 (Trilateral Commission)으로 최상위권을 장악하고 이제는 전 세계 상위 정·재계 인사들을 다보스 포럼으로 조직화해버렸으니 앞으로 우리 딥스테이트가 전 세계를 완전히 통제하게 될 거야.”
말을 마치고 폴란드계 유대인인 브레진스키가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시늉을 하다 말고 갑자기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키신저는 브레진스키가 짓궂은 표정을 짓자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키신저는 냉전 시대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 1973년 칠레의 멀쩡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폭정과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하다 멸망한 피노체트 정권을 만들었다.
그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쿠데타를 지원해 비델라의 군부 독재 정권이 들어서게 했다.
또한, 키신저는 남미 근현대 역사상 최악의 정치 탄압이라고 불리고 최소 6만 명 이상을 희생시킨 콘도르 작전을 추진했고 브라질, 우루과이, 볼리비아, 파라과이 독재 정권을 지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더러운 전쟁 (Guerra Sucia) 동안 최소 만 명에서 최대 삼만 명이 사망했고, 10,000여 명이 실종되었다.
1992년 발견된 '공포의 문서'에서는 이 과정에서 5만 명이 살해, 30,000명이 행방불명, 40,000명이 투옥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재판은커녕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체포한 사람들을 헬기나 군함에 태워 바다에 수장한 일이 수천 건이다.
이런 일로 독일계 유대인인 키신저는 냉전 이후로 중남미 국가들을 전혀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키신저가 표정을 구기고 째려보고 있는데도, 브레진스키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
“미국의 바로 아래에 있는 남미만 제외하고 이제 전 세계가 우리의 말이 통하게 된 건가?”
남미 사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고, 심지어 남미 국가들을 방문하지도 못하는 키신저에게 도발하는 말에 키신저가 발끈하고는 말한다.
“내가 남미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하하하! 친구 뭘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자네 말대로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공산주의자 놈들을 막기 위해 군부 독재자들을 잠시 활용한 거였잖아.”
“...아무리 그래도 결과가 좋지 않았지. 남미 국가들에서는 두고두고 날 욕하고 있으니까.
하여간 앞으로 내 앞에서 남미 이야기하지 말라고오!”
“하하하! 아, 알았네. 내 남미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삼가도록 하지.”
“자네 저번에도 그 이야기 하면서 빠져나갔지.
지금 당장 말해.
앞으로 절대 내 앞에서 남미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키신저는 1923년생, 브레진스키는 1928년생으로 키신저가 5년 나이가 많지만, 둘은 항상 티격태격하는 아주 가까운 친구이다.
브레진스키는 민주당에서, 키신저는 공화당에서 자리를 잡았고 딥스테이트의 인재들이 요직 곳곳에 포진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원로들이다.
키신저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하자, 충분히 놀려 먹은 브레진스키가 웃으며 말한다.
“알았어. 알았다고. 앞으로 자네 앞에서 남미 이야기하지 않을게. 크크크크.”
브레진스키의 말에 키신저가 손바닥으로 소파 앞의 탁자를 ‘탁!’ 내려치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한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재직하며 브레진스키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유도해 소련 붕괴에 일조했다.
대부분의 동유럽 출신 유대인들이 소련에 강한 적개심을 가진 것처럼 폴란드 출신 유대인인 브레진스키는 소련에 아주 강한 적개심을 보여왔고 소련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소련이 붕괴한 후에도 그는 러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해왔다.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이라는 저서에서 대륙세력 이론에 기반을 둔 유라시아지정학을 강조했다.
그리고 러시아 견제 방안을 역설하고 있다.
브레진스키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없이 제국이 될 수 없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제국이 된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그런 탓에 브레진스키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지적하는 걸 싫어한다.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키신저가 음흉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친 러시아계인 야누코비치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다지 아마?
자네는 우크라이나를 미국 쪽으로 끌어와야 러시아가 제국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사람들은 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 같단 말이야.”
키신저가 갑자기 브레진스키가 제일 싫어하는 야누코비치 이름을 거론하자, 브레진스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네, 복수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얄팍한 말에 끄떡없다고.
그리고 지금 내 수제자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서 그 빌어먹을 야누코비치 녀석을 끌어내릴 거야.
그러니 조만간 자네가 우크라이나로 날 놀릴 일은 사라질 거라고.”
브레진스키가 ‘야! 나는 조만간 내 말을 실현할 거야.’라는 어조로 큰소리치자, 키신저가 사뭇 신중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말이야. 우바마 정부도 선포했듯이 이제는 태평양 시대이고 중국을 밟아줘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너무 러시아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네.”
키신저의 말에 브레진스키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더니, 포도주를 한잔 따라 천천히 마시고는 말한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나는 미국과 유럽이 함께 하면 러시아와 중국을 한꺼번에 밟아줄 힘이 있다고 보네.”
“...그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런데 나는 러시아를 얕봐서는 안 된다고 보네.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러시아를 침공하고 결국 망했지.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 굴복시킬 수 없다고 보네.”
“...그럼 우크라이나만 떼어내고 경제적으로 망하게 하면 되겠구만.”
“...흐음. 일리 있는 말이지만, 왠지 우리가 굳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떼어내려고 무리할 필요가 있나 싶네.”
“무슨 소리야! 러시아가 유대인에게 한 짓을 잊었는가?”
브레진스키가 펄쩍 뛰자, 키신저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알았어! 알았으니 그만 흥분하게나.”
둘이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각자 자신들의 포도주를 따라 천천히 들이킨다.
‘러시아와 중국을 분리하는 게 맞는데···.’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중국을 개방시켰던 키신저는 과거의 원한을 잊지 않고 러시아에 보복하려는 친구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다 한숨을 내쉰다.
“후유우···!”
PS: 키신저는 세계정부 설립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브레진스키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고요.
브레진스키가 러시아에 집중한 것에 반해 키신저는 중국 문제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 작가의말
최근 미국 대학들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감히 어느 누구도 유대인에 대해 공격적인 말을 못하고 있더군요.
유대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 검찰 지옥보다 더 무서운 검찰 + 판사 + 변호사 지옥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평생 법원에 불려 다니며 끊임없는 조사와 재판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입법부도 장악되었죠. 상원 원내대표도 하원 국회 의장도 유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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