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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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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18:45
최근연재일 :
2018.10.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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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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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6. <세.가.퀴> 방영 (1)

DUMMY

036. <세.가.퀴> 방영 (1)



“여! 최지식이!”


고진만 사장님의 목소리가 어둑어둑해진 거리에 울렸다. 나는 그런 사장님이 조금 부끄러워 빠르게 차로 다가갔다.


“사장님 오셨어요?”

“그래, 그 옆의 여자분은 같이 간다던 그 친군가?”


사장님의 눈이 하령이에게 향했다. 하령이는 그런 사장님을 보며 꾸벅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하령이라고 하고요. 지식이 옆방 사는 친구예요.”

“옆방? 이야, 최지식이 이거 좋겠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옆방에 다 살고.”

“에이, 사장님. 그런 말 하면, 얘 진짠 줄 알아요.”


하령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그런 하령이를 피해 슬쩍 옆으로 움직였다.


“진짜라서 그런 건데 뭐. 그건 그렇고. 추운데 어여 타. 출발해야지.”


나는 앞자리, 하령이는 뒷자리에 타고 사장님의 차가 출발했다.


차는 여전히 덜컹거리며 달렸다. 슬쩍 보니, 하령이는 불안한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안전띠를 매고, 안전 손잡이까지 잡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웃겨서, ‘사용자 전용 위키’에 [기록]했다.


“그래, 그 고깃집이 어디라고?”

“어······. 여기서 오른쪽이요.”


잠깐씩 길을 물을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우리는 지금 권승용 아저씨의 고깃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명인전이 끝난 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바로, 내가 ‘퀴즈 명인’이 되는 장면을 보면서 고기를 먹는 일. 낯부끄러운 약속이었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하령이가 지금 일행에 끼어 있는 이유는, 당연하지만 내가 같이 가자고 해서였다. 하령이도 같이 방송을 보고 싶은 눈치였고, 기왕이면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싶었다.


“오! 저기 보인다.”


사장님이 천천히 차를 세웠다. ‘한결 가든’이라 쓰인 간판이 보였다.


소박하고, 따뜻해 보이는 가게였다. 비록 프랜차이즈와 같은 정형화된 시스템은 없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적어도 분식집 막내아들인 내 감상으론 그랬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가게로 들어가자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TV에 가장 가까이 있는 테이블만 비어 있었는데, 우리를 위한 예약석 같았다.


“어엇! 퀴즈 명인 오셨나?”

“아! 아저씨 안녕하세요.”


가게 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던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곧바로 반겼다.


“잘 왔어. 어, 이분들은 같이 온다고 했던 분들인가?”

“네, 맞아요. 이분은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의 고진만 사장님. 그리고 얘는 제 옆 방에 사는 박하령이라고 해요. 사장님, 하령아. 이분은, <세.가.퀴> 촬영하면서 만난 가장 참가자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권승용 아저씨.”

“아이고, 이거 비행기를 신나게 태우는구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권승용이라 합니다. 우리 퀴즈 명인이 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해서 누군가 했더니, 과연 인상이 참 좋으십니다.”


아저씨가 먼저 사장님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사장님이 받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하령이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진만입니다. 저야말로 지식이가 친구 한 명 만들어준다더니 아주 좋은 분을 소개해 주네요.”

“안녕하세요. 박하령이라고 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럼 자리 세팅해 줄 테니까, 편히들 앉아 계세요.”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아저씨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우리 테이블에 하나둘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밑반찬이 나오고, 숯불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넉넉히 담았다는 말과 함께 아저씨가 고기를 내왔다. 정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조합이었다. 살찌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치익!


그릴에 고기가 올려지고, 고기 익는 냄새가 퍼졌다. 집게를 든 내 손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고기를 뒤집는 타이밍. 정확하게 한 번만 뒤집어야, 육즙의 손상 없이 완벽한 고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소리를 들으며 타이밍을 쟀고, 완벽한 시기에 고기를 뒤집었다.


그 사이, 사장님은 어느새 꺼내온 맥주를 따서 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운전은 어떡하냐는 내 물음에 대리 부르면 된다고 쿨하게 답했다.


그나저나 역시 사장님이었다. 선택이 남달랐다. 대부분 착각을 하지만, 고기에는 소주가 아니라 맥주였다. 느끼한 기름이 씻겨 들어가는 청량감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장님이 따른 잔은 네 개였다. 왜 네 갠가 했더니, 사장님은 아저씨를 불렀다.


“권 사장님, 여기 이거 한잔하시죠. 맥주가 히야시가 아주 잘 되어 있네요.”

“아고, 이거 일 할 때 마신 걸 들키면 마누라한테 혼나는데······. 딱, 한 잔만 먹겠습니다.”


사장님과 아저씨는 알아서 친목을 쌓기 시작했다. 분명, 한 잔만 마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저씨의 목으로 맥주가 자꾸 넘어갔다.


그러는 사이, 고기가 다 익었고 우리는 한 점, 두 점 식사를 시작했다.


“뭘 그렇게 계속 보고 있어?”


하령이에게 물었다. 하령이는 고기를 주워 먹으며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 봤는데, 그게 못내 신경 쓰였다.


하령이는 그런 내 말에 씹고 있던 고기를 꿀떡 삼키고 말했다.


“아, 그냥. <세.가.퀴> 관련 불판 찾아서 보고 있어.”


불판?


나는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를 켜고, 불판을 검색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댓글로 실황을 중계하는 것. 여러 가지 뜻이 있었지만, 하령이가 말한 것은 이거 같았다.


“그걸 왜 찾아봐?”

“원래 방송은 불판이랑 같이 봐야 재밌는 거야. 실시간으로 반응도 알고.”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알 듯 말 듯 한 말이었지만, 우선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지식아, 저것 봐 나온다.”

“어, 승용 형님, 나옵니다.”

“그러네. 가만히 있어 봐. 한 병 더 가지고 올 테니까.”


<세.가.퀴>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그곳에 한 글이 올라왔다.


[오늘 <세.가.퀴> 2부 편성이라던데, 이진원이 나와서 명인이라도 됐나?]

━말도 안 됨. 솔직히, <세.가.퀴> 문제 난이도 미쳤음. 몇 개는 찍어야 하는데, 그거 찍어서 맞힐 바에야 로또를 사겠다.

━그냥 연예인 뽕 뽑으려는 거겠지.

━근데, 제가 어디서 들었는데. 명인이 한 명 탄생하기는 했다던데요?

┗ㅋㅋㅋㅋㅋ뇌피셜 지렸고요.

┗아니 진짜라니까요? 하, 이거 답답해 죽겠네.

┗그게 진짠지 가짠지는 방송 끝나면 알겠죠.

┗가짜라는 데, 네 손모가지 건다.

┗‘내’가 아니라?

━나는 경상도 양산의 안준영이다!


게시글은 조금씩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걸 모니터링하던 태천은 창훈에게 붙어 알랑방귀를 뀌었다.


“선배. 오늘 시청률 좀 나오겠는데요? 이거 좀 봐요. 게시판이 서서히 불타오르네요.”

“그럼. 장작을 던졌는데, 불타올라야지. 역시 시선 끌기에는 키배만 한 것이 없다니까.”


태천이 창훈의 핸드폰을 흘끗 보았다. 거기에는, 게시글에 불을 지핀 아이디 중 하나가 로그인되어 있었다.


“아?”

“에라! 이 덜떨어진 녀석아. 방송 송출이나 신경 써. 초보자 같은 실수하지 말고.”


창훈이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시청률 그래프를 지켜봤다. 준비부터 편집까지 자신이 신경 쓴 방송이었다.


‘고꾸라지는 건 용납할 순 없지.’


송출 화면으로 보이는 지식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훈은 생각했다. 이번 방송 결과에 따라 저 청년의 가치가 오르내릴 것이었다.


‘물론, 내 안목이 틀릴 리는 없지만.’


창훈은 스튜디오에서 보았던 지식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정말로, 자신 있었다.


***


“이번 <세.가.퀴>는, 평소하고 다르게 편집 때깔이 좀 다른데요? 안 그래요? 승용 형님?”

“그르게. 하, 내 얼굴이 TV에 나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어느새 서로 아저씨와 사장님은 서로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오, 지식아. 너 이진원이랑 저런 라이벌 관계였어?”


하령이가 화면에 나오는 스토리를 보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TV 화면에서는 예선전 영상까지 곁들여서, 나와 이진원을 아주 숙명의 라이벌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령이의 핸드폰을 흘끗거렸다.


━숙명의 라이벌이란다. 어디서 이진원한테 비벼?

┗보니까 스펙은 안 밀리는데? 생긴 것도 그렇고. 윗님은 아무래도 온리원 회원인 듯.

┗여자임? 반갑습니다. 저는 경상도 양산에 사는······.


댓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거 봐. 너 잘생겼대.”


하령이가 댓글을 하나 터치해서 보여줬다. 정말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사실,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여자들만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거든. 저게 나라는 건 모르는 것 같지만. 역시 화장빨은 남자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어, 본선 시작이다.”


참가자들의 소개가 끝났다. 그리고 시작된 본선. 그 감상은,


“진짜 재밌게 편집했네.”


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주목받던 참가자인 이진원,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라이벌. 투탑을 달리던 그들은 미니게임에서 그 희비가 갈리고, 그때까지 교묘히 기회를 엿보던 노회한 참가자가 결승을 가로챈다.


이진원의 퇴장 장면은 특별히 공을 들여 편집해 놓았다. 쓸쓸한 음악과 함께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이진원의 아래에 자막이 하나 걸렸다.


승자도, 패자도 정해져 있지 않은 드라마. 역시 인생은 실전이다.


꼭 끝에 ‘좆만아’가 붙을 것만 같은 자막이었다. 마치 <세.가.퀴>는 예능이야!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듯했다. 근데,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그런 내 걱정과 상관없이, <세.가.퀴>는 계속되었다.


“승용 형님, 캬, 정말 멋있는데요? 내가 참가했을 땐, 이런 편집 퀄리티가 아니었는데······.”

“으허, 이거 나는 운이 좋았구만. 노회한 호랑이라니. 저거 자막 쓴 사람 좀 보고 싶은걸?”


챙. 아저씨가 기분 좋은 듯 건배하더니 꿀꺽꿀꺽 맥주를 삼켰다.


“오······.”

“왜?”


나는 감탄하는 하령이에게 물었다.


“너 대단하다는 댓글이 진짜 많네. 저걸 도대체 어떻게 다 알고 있냐는데?”


무척 양심에 찔리는 칭찬들이었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답해주고 싶네.”


홀짝. 나는 잔에 있던 맥주를 마셨다.


이제 TV에서는 긴장감을 자극하는 BGM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분명 스튜디오에서는 저런 음악 안 나왔는데?


잠시 후, 어두웠던 스튜디오의 불이 켜지고 나와 권승용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리고 시작되는 불꽃 튀는 접전.


핑퐁. 주거니 받거니, 시소게임처럼 점수가 번갈아 가면서 오른다. 정말로, 공을 들여 편집했다는 것이 확 와닿았다. 느껴지는 박진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 봤자 뭐가 그렇게 재밌겠어.’라는 내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그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가게 안에는 어느새 소리가 사라졌다. TV에서 나오는 목소리만 들렸다. 정답을 말하는 나와 아저씨.


그리고 마침내 승부가 끝나고, 내가 명인전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야,


“이야, 이거 되게 재밌네.”

“그러게. 이거 2부까지 보고 가야겠다.”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분량이 딱 5000자가 나와서 두 개로 나눴습니다.

원래 한 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ㅎㅎ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모두 감기에 안 걸리시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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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6. <세.가.퀴> 방영 (1) 18.10.29 330 15 12쪽
35 035. 2단계 (2) +1 18.10.26 433 13 17쪽
34 034. 2단계 (1) +1 18.10.25 385 12 12쪽
33 033. 분식집 막내아들 (2) +3 18.10.22 416 11 13쪽
32 032. 분식집 막내아들 (1) +1 18.10.19 428 14 13쪽
31 031. 명인전 (2) +2 18.10.17 452 14 14쪽
30 030. 명인전 (1) +3 18.10.14 499 14 13쪽
29 029. 아이돌 서주현 (2) +1 18.10.12 463 10 13쪽
28 028. 아이돌 서주현 (1) +2 18.10.11 528 12 14쪽
27 027. 본선 (6) +3 18.10.10 456 12 13쪽
26 026. 본선 (5) 18.10.05 496 14 14쪽
25 025. 본선 (4) 18.10.04 508 14 13쪽
24 024. 본선 (3) +1 18.10.03 553 11 14쪽
23 023. 본선 (2) +1 18.10.02 558 9 13쪽
22 014. 본선 (1) +2 18.10.01 524 7 12쪽
21 021. 재장전 (3) +2 18.09.29 537 12 13쪽
20 020. 재장전 (2) +1 18.09.28 542 10 13쪽
19 019. 재장전 (1) +6 18.09.27 588 10 13쪽
18 018.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4) +2 18.09.22 606 14 13쪽
17 017.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3) +2 18.09.21 601 12 12쪽
16 016.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2) +1 18.09.20 546 16 13쪽
15 015.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1) +3 18.09.19 678 16 13쪽
14 014. 예선전 (3) +2 18.09.18 587 13 13쪽
13 013. 예선전 (2) +2 18.09.17 604 12 12쪽
12 012. 예선전 (1) +6 18.09.15 591 11 13쪽
11 011. 술 마신 다음 날에는 해장국을 (2) +1 18.09.14 590 15 13쪽
10 010. 술 마신 다음 날에는 해장국을 (1) +3 18.09.13 635 12 13쪽
9 009. 나를 화나게 하는 남자 +2 18.09.12 619 14 12쪽
8 008. 빛나는 사람들 (3) +3 18.09.11 642 18 12쪽
7 007. 빛나는 사람들 (2) +3 18.09.10 70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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