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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님의 서재입니다.

위즈위키 꺼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이하상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18:45
최근연재일 :
2018.10.29 22:36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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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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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글자수 :
209,488

작성
18.10.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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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4. 2단계 (1)

DUMMY

034. 2단계 (1)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그것을 본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점멸한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친절하게 메시지까지 띄워주면서 나에게 무언가를 알리려 한 적은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가득 찼던 고민을 잠시 접어버리고, 눈앞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메시지는 존재감을 자랑하듯 영롱한 빛을 내고 있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나는 메시지에게 답하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정도 결정은 조금 전에 했던 고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메시지에 응답하는 일은 지금까지와 같았다. 확인하겠다는 의지. 그것을 메시지에게 집중했다.


그러자 저번에도 보았던 업데이트 창이 떠올랐다.


아■식■코■ 동기화 진행 중. 동기화율. 50%

[제1단계]

- 가장 익숙한 형태로 시각화.

- 오감과 연동.

- 본인의 경험에 한하여 접근성 향상.

[제2단계]

- 정보 수정 진행 중.

- 사용자 전용 위키 활성화.

추가 메시지: 물어보세요.

추가 메시지: 기여하세요.

[제3단계]

동기화 진행 부족으로 구현 실패.


나는 재빨리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을 집었다. 그리고, 이전에 옮겨둔 업데이트 창과 지금의 것을 비교했다. 40%였던 동기화율이 50%로 증가했고, 구현 준비 중이라는 말로 가려져 있던 2단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많은 점이 달라져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은 ‘물어보세요’라는 글귀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오늘은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예감은 바로 저것 때문임을.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드디어 베일을 벗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심장이 뛰었다.


그런데,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 걸까. 메시지를 보며 잠시 고민했으나,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 용자님 반갑 습 니다. 저 는 당신 안의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입 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뭐, 뭐야, 씨발!”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영롱한 빛을 내뿜으며 기괴하게 움직이는 글자들.


소름이 돋았다.


글자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었다. 내 안에, 의지를 지닌 존재가 들어있고,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내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다 시 한번 말 합 니다. 저는 당 신 안에 있 는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사용 자에게 해를 끼 치지 않습 니다.]


경계하며 글자를 읽었다.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 본색을 드러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비교적 빠르게 동요를 가라앉혔다. 어차피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를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상황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지금은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기에 놀란 것뿐이었다.


[사 용 자의 질문 을 기 다리 고 있 습 니다.]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그것을 보며, 나는 머리를 한 번 털었다. 맑은 정신으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이 산더미였다.


“말로 해야 해? 아니면, 속으로 생각해도······.”

[무 엇이 든 괜찮 습 니다. 사 용자의 뜻대 로]


그렇다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가족들이 보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면 뭘 먼저 물어볼까. 그 생각은 짧았다. 사실, 그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넌, 도대체 뭐야?’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의문이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는 과연 무엇인가?


꿈틀거리던 메시지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래쪽에 있던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반짝였다.


“뭐, 뭐야.”


반응할 새도 없이 제멋대로 켜진 위즈위키에는 어떤 페이지가 검색되어 있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뭐지?


이전에 한 번 검색해 봤던 페이지였다. 그때는 분명히 페이지가 없다고 했었는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 위즈위키로 같은 것을 검색해 봤다. 그러나 역시 페이지가 없다는 문구만 떴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이미 원래의 위즈위키와 전혀 다른 것이 되었음이 확실해졌다.


미지의 존재로 변해버린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부터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후······. 작은 한숨을 내쉬어 각오를 다진 나는, 천천히 페이지를 읽었다.


[1. 개요.

아■식■코■가 사용자에 맞추어 시각화되어 나타난 것. 일종의 미러 사이트(Mirror site)이다. 동기화율이 높아질수록 아■식■코■ 본래의 기능을 조금씩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2단계 구현을 완료했다. 위즈위키 페이지에서 잘못된 곳을 수정하고, 없던 항목을 추가하는 정보 수정이 진행 중이다.]


“아■식■코■? 미러 사이트?”


페이지를 읽은 나는, 조금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미러 사이트는 다른 웹사이트의 컨텐츠를 그대로 복사한 사이트를 말했다. 미러 사이트는 주기적으로 ‘동기화’를 통해 그 웹사이트의 컨텐츠를 복사하고 이것을 ‘미러링’이라 불렀다.


위의 설명에 따르면, 원본 사이트는 ‘아■식■코■’. 그러므로 아■식■코■의 정체를 모르는 한, 저 설명은 공갈빵이나 다름없었다. 알맹이가 쏙 빠진, 크기만 부풀린 빵.


나는 다시 물었다.


‘아■식■코■가 대체 뭐야? 그리고 이 필터링은?’


메시지는 내 물음에 빠르게 반응했다.


[필 터링은 사용 자께서 동기 화 율 부족으 로 이 름을 제 대로 인 식 하지 못 해서 생긴 것입니 다. 아■식■코■는 보 여 드립니 다.]


메시지가 멈추고, 다시 한번 페이지가 검색되었다.


[아■식■코■]

[1. 개요.

허공록, 우주의 도서관, 초차원적 정보집합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가상의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존한다. 지금 사용자가 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짧고, 아리송한 설명이었다. 허공록, 우주의 도서관. 무엇하나 들어본 적 없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에 그 둘을 검색해 봤지만, 아■식■코■ 페이지에 다시 접속(redirect)될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만졌다. 원래의 위즈위키와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는 분리되었다. 그리고 위의 설명에는 분명 ‘가상의 것으로 여겨지지만’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 개념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원래의 위즈위키에 페이지가 있지 않을까?


위즈위키에 허공록을 검색했다. 그러자, 페이지가 리다이렉트 되었다.


[아카식레코드

1. 개요.

신비학(오컬트)에서 말하는 초차원적 정보집합체. 아카샤 연대기라고도 하며, 허공록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모든 위키러들의 꿈. 궁극의 위키나 다름없다.]


벼락에 다시 한번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의 정체에 근접한 것 같았다.


‘아■식■코■는 아카식레코드야?’


메시지는 잠시 움직임이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촤자자작!


포스트잇이 여러 개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아카식레코드 동기화 진행 중. 동기화율. 50%]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와 관련된 모든 글자에서 ■이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사용자께서는 ‘아카식레코드’를 인식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보 개방 수준이 올라갑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저는 ‘아카식레코드’의 단말 의지.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입니다.]


메시지는 아까와는 다른 정돈된 글씨로 송출되었다.


“하, 하하······.”


나는 그 메시지에 웃음을 터뜨렸다. 막힌 것을 뚫은 듯, 시원했다.


***


이후로 나는 단말 의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나한테 왜 이런 능력이 생겼지?’

[사용자께서 맞았던 벼락 때문에, 사용자와 아카식레코드 사이에 링크가 형성되었고, 단말 의지인 제가 태어났습니다. 말하자면, 사고입니다.]

‘단말 의지는 뭔데?’

[본체인 아카식레코드에서 동떨어져 형성된 시스템 인격입니다. 일종의 도우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단계는 왜 나누어 놓은 거야?’

[사용자와 아카식레코드 사이에 ‘링크’가 형성되었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느다란 연결일 뿐입니다. 천천히 그 링크를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동기화이며, 각 단계는 그 수준을 나누어 놓은 것입니다.]

‘동기화율이라는 건 자동으로 높아지는 건가?’

[아닙니다. 링크가 넓어지는 것은, 사용자가 아카식레코드에게 기여 했을 때입니다.]


기여. 이 알 수 없는 말이 다시 한번 나왔다.


‘기여는 무얼 의미하는 거야?’

[기여란, 사용자께서 세상에 미친 영향을 말합니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상이라는 페이지를 수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향?’


나는 업데이트 알람이 떴을 때를 떠올렸다.


<세.가.퀴>의 본선에 합격한 후 방 안에서.

<세.가.퀴>의 본선 우승 후에 서주현을 만났을 때.

그리고 퀴즈 명인이 된 지금.


‘영향이란, 내가 유명해지는 것을 말하는 거야?’

[맞습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전부는 아니라고?’


내 추측이 틀렸다는 사실에 조금 의아했다.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사용자가 유명해지는 것은 그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데?’


나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설명에, 단말 의지를 재촉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감정?’

[사용자께서 타인에게 느끼게 했던 감정. 그리고 사용자 스스로가 느꼈던 감정을 모두 포함합니다. 지금 2단계의 구현이 완료된 것도, 사용자께서 강렬한 아픔을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 거였구나.’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가 움직였을 때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러면, 동기화율을 빠르게 높이려면 감정과 관련된 활동을 해야 하는 건가?’

[정확합니다. 저는 사용자께서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지?’

[제 탄생 목적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다만, 부정적 감정으로 동기화율을 높이는 것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안에서 태어난 저는, 사용자의 행복을 바랍니다.]

‘······’


마치 조언과 같은 메시지였다. 조금 전까지 노트를 보고 고민하고 있었기에, 더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더 물어보실 건 없습니까?]


잠시 말이 없자, 단말 의지가 재촉하듯 물었다.


‘잠깐만.’


나는 그 메시지에 물어볼 내용을 생각하다가,


‘아!’


생소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옆에 생성된 ‘사용자 전용 위키’가 보였다.


‘사용자 전용 위키. 저건 어떤 거야?’

[사용자 전용 위키는, 사용자 혼자만 이용할 수 있는 위키입니다. 여러 가지 정보를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명이 줄줄 송출되었다.


‘생생하게?’

[그렇습니다. 한 번 해보시는 게 이해하기 빠를 겁니다. 그리고 이 사용자 전용 위키는 3단계의 기능과 연동되며, 기여를 통해 획득한 AP를 통해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P? 또 알 수 없는 말이다.


‘AP는 또 뭐야?’

[AP란 아카식포인트로, 사용자의 영향을······. 이런,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단말 의지가 갑자기 메시지 송출을 멈췄다. 시간이 다 됐다니······?


‘단말 의지? 무슨 일이야?’

[활동 한계입니다. 사용자님, 더 많이 기여하십시오. 다음 업데이트 때 뵙겠습니다.]

“야, 야!”


나는 다급하게 단말 의지를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작가의말

원래는 어제 올라가야 했을 편이지만, 봐도봐도 재미 없어서 고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역시 설정 푸는 편이 제일 재미 없네요. ㅠ

사실, 다른 글에서는 아마 이 장면이 가장 처음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대화하고, 능력에 대해 알고. 이렇게 보니까 이전 편들이 꼭 프롤로그처럼 느껴지네요.


오늘 저녁 쯤에 한 편 더 올라갈 겁니다.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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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4. 2단계 (1) +1 18.10.25 386 12 12쪽
33 033. 분식집 막내아들 (2) +3 18.10.22 416 11 13쪽
32 032. 분식집 막내아들 (1) +1 18.10.19 429 14 13쪽
31 031. 명인전 (2) +2 18.10.17 452 14 14쪽
30 030. 명인전 (1) +3 18.10.14 499 14 13쪽
29 029. 아이돌 서주현 (2) +1 18.10.12 464 10 13쪽
28 028. 아이돌 서주현 (1) +2 18.10.11 528 12 14쪽
27 027. 본선 (6) +3 18.10.10 457 12 13쪽
26 026. 본선 (5) 18.10.05 497 14 14쪽
25 025. 본선 (4) 18.10.04 508 14 13쪽
24 024. 본선 (3) +1 18.10.03 553 11 14쪽
23 023. 본선 (2) +1 18.10.02 558 9 13쪽
22 014. 본선 (1) +2 18.10.01 524 7 12쪽
21 021. 재장전 (3) +2 18.09.29 538 12 13쪽
20 020. 재장전 (2) +1 18.09.28 542 10 13쪽
19 019. 재장전 (1) +6 18.09.27 588 10 13쪽
18 018.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4) +2 18.09.22 607 14 13쪽
17 017.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3) +2 18.09.21 601 12 12쪽
16 016.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2) +1 18.09.20 547 16 13쪽
15 015.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1) +3 18.09.19 679 16 13쪽
14 014. 예선전 (3) +2 18.09.18 587 13 13쪽
13 013. 예선전 (2) +2 18.09.17 60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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