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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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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이하상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18:45
최근연재일 :
2018.10.29 22:36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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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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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글자수 :
209,488

작성
18.10.01 18:33
조회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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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014. 본선 (1)

DUMMY

014. 본선 (1)



바람이 차게 불었다.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는 가을바람은 무척이나 차가워서 귀가 살짝 시렸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몸을 움츠렸다. 옷 속으로 파고든 바람이 피부를 쓰다듬자, 소름이 돋았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운데?”

“응?”


옆에 있는 하령이에게 묻자, 하령이는 무슨 소리 하냐는 듯 나를 봤다. 아차. 멍청한 질문이었다. 하령이는 이미 따뜻한 롱패딩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게, 따뜻하게 입고 가자고 했잖아. 으이구. 말을 안 듣더니만.”


타박하듯 말한 하령이는 주섬주섬 롱패딩의 지퍼를 열려고 했다. 설마······.


“하령아, 혹시 그거 나 벗어주려고?”

“응? 그러려고 했는데 왜?”


내가 예상했던 게 들어맞았다. 이런 상여자······.


“아니, 그럴 필요 없다고. 조금 쌀쌀한데, 걸으면 어차피 괜찮으니까. 그냥 가자.”

“뭐, 그래. 네가 그러면. 대신 여기 목도리라도 해.”


하령이가 자시 목에 걸린 하얀 목도리를 줄줄 풀더니 내 목에 감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하령이의 행동에 당황해서 반응하지 못했다. 음······. 무척이나 따뜻하다.


“이제 여기서 지하철을 타면 된다고 했던가?”


내가 묻자, 하령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략 40분? 그 정도 걸린다던데.”

“역시 꽤 오래 걸리네.”


우리는 지금 KMS로 가고 있었다. 저번과 달리 고진만 사장님의 도움은 받지 않기로 했다. 죄송하기도 했고, 하령이가 함께 갔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하령이는 나와 대중교통으로 가기를 원했다. 덕분에 오늘은 저번보다 훨씬 더 일찍 나와야만 했다.


“방송 스튜디오면, 되게 크고 뭔가 신기한 게 많겠지?”


하령이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아까부터 무척이나 들떠 있는 상태였는데, 아무래도 방송국에 간다는 게 설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점이 무척이나 의외였다. 프로뮤지션을 꿈꾸는 하령이였다. 이미지로만 떠올려봤을 땐, 되게 익숙할 것 같은데.


“하령아, 너 방송국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맨날 가봤을 것 같은데. 왜 음방이라던가. 공연이라던가.”

“에이, 그건 좀 다르지. 거기는 무대가 있는 공연장 같은 느낌이고, 이거는 말 그대로 ‘스튜디오’잖아. 그리고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나 음방도 별로 안 가봤어. 화천에서 서울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 생각만 해도 피곤해.”


생각해보니 하령이의 말이 옳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고향이 화천이었구나. 화천이면 춘천하고 무척이나 가까운데. 우연히 획득한 정보를 머릿속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안 오셔? 왜, 가족분들이나 지인분들이나.”

“아니, 오늘 내가 초대한 방청객은 너뿐이야.”


안 그래도 어젯밤에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오긴 했다. 응원을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러나 나는 단박에 그것을 거절했다. 굳이 힘들게 서울을 오갈 필요는 없었다. 가게 일도 바쁠 텐데.


사실, 조금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것이 더 큰 이유긴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령이도 못 오게 하고 싶었으나, 급속도로 실망하는 하령이의 표정에 패배하고 말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우리는 어느새 KMS 방송국 앞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여유가 좀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해?”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제작진이 보낸 안내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그리고는 경비 아저씨에게 메시지와 함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인터폰을 든 경비 아저씨가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세.가.퀴>의 스태프 중 한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최지식 씨 맞으시죠?”

“아, 네. 반갑습니다.”

“옆에 분은······?”

“네, 저번에 말한 방청을 원하는 지인입니다.”

“여자친구 분이신가요?”

“아, 아뇨. 옆 방에 사는 친구예요.”

“안녕하세요.”


하령이가 꾸벅 인사를 했다. 언제나 발랄하던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차가웠다. 뭐야, 화났나?


“그렇군요. 두 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최지식 씨는 출연자 대기실로 안내해 드릴 거고요. 여자 분은 바로 스튜디오로 안내해드릴게요.”


우리는 앞장선 스태프를 따라 KMS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번에도 한 번 와봤던 곳이지만, 오늘 가는 곳은 조금 다른 길이였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출연자 대기실에 도착했다. 스태프는 나에게 안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으란 말을 했고, 하령이를 따로 불렀다.


“그럼, 먼저 스튜디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지식아 파이팅!”


하령이는 나에게 작게 파이팅 포즈를 보이고는, 스태프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아무래도 조금 차갑게 느껴졌던 목소리는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손을 흔들어 하령이를 배웅한 뒤, 출연자 대기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먼저 도착한 본선 진출자들이 보였다. 초조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진원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었다.


그들에게 대충 눈인사를 한 뒤, 나는 비어 있는 소파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가방을 뒤져 책을 꺼냈다. 퀴즈 관련 책은 아니었고, 시집이었다. 운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문득, 이 시집이 읽고 싶어져 가방에 넣어 왔다.


아까 길 안내를 받으며 듣기로는 본 촬영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시집 하나 읽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리라.


그렇게 한창 집중하며 시를 읽고 있을 때, 누군가가 톡톡 어깨를 두드렸다.


“최지식 씨?”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뿔테 안경을 쓴 여자. 제작진 중 한 명이었다.


“방송 출연 전에 메이크업을 해야 하거든요. 잠시 저기 앉아 계시면, 담당자가 알아서 해 줄 거예요.”

“아, 네.”

“그나저나, 집중력이 대단하시네요. 몇 번 말로만 불렀을 때는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네? 아아······.”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메이크업을 끝낸 후였다. 불러도 반응이 없자, 내가 가장 마지막 차례가 된 듯했다.


나는 콧등을 긁었다. 내가 이래서 아르바이트할 때는 문학작품은 잘 안 읽지.


스태프가 가리켰던 의자에 어색하게 앉아 있으니, 곧 메이크업 담당자가 다가왔다. 짧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곧 내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나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서서히 모습이 변해갔다.


“다 됐습니다! 오우야! 본판이 좋으니까, 결과물이 너무 잘 나왔네요. 누가 보면 연예인인 줄 알겠어요. 제가 원래 이런 말은 잘 안 하는데, 이진원 씨랑 비교할 만 한데요?”


메이크업을 마친 담당자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낯부끄러운 기분이 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뭘요, 사실을 말한 건데요. 그리고 여기 이건 의상이에요. 저기 간의 탈의실에서 갈아입으시면 돼요.”


나는 담당자가 건넨 옷을 받아들었다. 어쩐지 인터뷰에서 사이즈를 묻더니. 한 번 방송을 하는 데 이렇게 품이 많이 들 줄을 몰랐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탈의실 안에는 이미 누가 있었다. 나보다 먼저 메이크업을 마친 참가자일 것이다.


흠······.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았다. 소변도 조금 급하니.


나는 의상은 손에 들고, 스태프에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스태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이 있는 쪽을 가르쳐줬다.


잠시 소변기에서 소변을 본 다음, 가장 안쪽 대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이런.”


문을 잠그려고 보니, 문고리가 망가져 있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여기서 갈아입기로 했다. 굳이 자리를 옮기기도 귀찮았고, 어차피 옷을 갈아입는 거라 별다른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열린 문을 내버려 두고 가지고 온 옷을 살폈다. 캐주얼한 느낌의 정장인데, 평소에는 잘 안 입는 스타일이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적당히 갠 후, 재빠르게 상의와 하의를 갈아입었다. 이제 남은 건, 매는 것이 익숙지 않은 넥타이. 나는 그것을 보며 잠시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


“씨발.”


누군가 작은 욕설을 내뱉으며 옆 칸으로 들어왔다. 그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집중을 하니,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에 자동으로 ‘이진원’이 검색되었다.


······이런 식으로도 응용이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그나저나, 왜 이진원이 여기서 욕을 하는 거지? 순간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옆 칸에서 메시지의 수신음이 연달아 울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씨바. 이걸 이렇게 보내주면 어떡해. 하, 진짜. 이게 뭔 지랄인지. 기가 차서 원.”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런 욕설을 내뱉고 구시렁거리고 있는 걸까. 그 배우 이진원이.


나는 넥타이를 어떻게 맬지 고민하던 것도 잊은 채, 이진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씨발”


진원이 화장실로 들어오며 씹어 뱉었다.


저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평소라면 이런 비속어에 주의했을 것이다. 진원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인 배우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욕을 내뱉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나마 화장실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욕을 했다는 게 배우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어떻게든 해 보겠다던 태천는 이제 곧 녹화가 시작되려는 지금에 와서도 연락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단 한 문제도 못 맞히고 개망신을 당하겠어. 씨바 좆 같은 퀴즈쇼.’


뭔가 좀 해보려고 지난 <세.가.퀴> 방송을 잠깐 훑어봤지만, 절망감만 더 커졌다. 작정하고 떠먹여 주는 문제도 진원에게는 어려웠다. 이런 퀴즈를 잘만 풀어대는 참가자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진원은 대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갑자기 급변이 마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는 태천에게 한바탕 따지기 위해서였다.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낸 진원은 태천의 번호를 찾았다. 그러나 굳이 번호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갑자기, 여러 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수신되었다.


[발신자: 신태천 선배님]


‘선배는 니미’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는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진 파일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


[힘내라 진원아.]


어이가 없었다.


“와, 씨바. 이걸 이렇게 보내주면 어떡해. 하, 진짜. 이게 뭔 지랄인지. 기가 차서 원.”


사진에 찍혀 있는 문제와 답은 초점이 흔들렸는지 무척이나 흐릿했다. 이런 거나 건네주고 할 일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태천에게 화가 더 치밀었다.


‘알아서 하겠다는 게 이거야?’


녹화 시작까지는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렇게 알아보기 힘들면, 외우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진원은 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사진의 상태가 별로라서 잘 구분이 안 돼. 혹시 다시 좀 보내줄 수 있어?]


쿵. 진원이 화장실 벽면에 머리를 박았다.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진원의 핸드폰은 조용했다.


‘아니, 도대체 왜 답장을 안 해?’


태천은 심지어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진원이 간신히 인내심을 발휘하여 몇 번 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런 씨발 새끼가.’


진원은 당장에 태천의 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고, 태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가의말

프롤로그를 삭제했습니다. 그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아이페
    작성일
    18.10.01 19:24
    No. 1

    작가님이 스포일러 해주던 편이 사라졌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yo*****
    작성일
    18.10.02 23:30
    No. 2

    작가님 모쏠? 주인공 너무해요. 작가님은 더 너무해요. 저 바보같은 행태. 진짜 싫은데.... 현실적으로 저런 바보짓 말도 안되요. 한 두 번도 아니고.......흐이그..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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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2단계 (2) +1 18.10.26 433 13 17쪽
34 034. 2단계 (1) +1 18.10.25 386 12 12쪽
33 033. 분식집 막내아들 (2) +3 18.10.22 417 11 13쪽
32 032. 분식집 막내아들 (1) +1 18.10.19 429 14 13쪽
31 031. 명인전 (2) +2 18.10.17 452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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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본선 (6) +3 18.10.10 457 12 13쪽
26 026. 본선 (5) 18.10.05 497 14 14쪽
25 025. 본선 (4) 18.10.04 509 14 13쪽
24 024. 본선 (3) +1 18.10.03 553 11 14쪽
23 023. 본선 (2) +1 18.10.02 558 9 13쪽
» 014. 본선 (1) +2 18.10.01 525 7 12쪽
21 021. 재장전 (3) +2 18.09.29 53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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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8.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4) +2 18.09.22 60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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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2) +1 18.09.20 547 16 13쪽
15 015. 인터뷰와 대머리독수리 (1) +3 18.09.19 679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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