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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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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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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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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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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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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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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7. 본선 (6)

DUMMY

027. 본선 (6)



팡!


스튜디오에 금박이 흩날렸다. 조명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금박을 보며, 하령이가 기쁘게 손뼉을 치는 것이 보였다. 내 앞에 있던 아저씨 역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제야 어떤 실감이 났다. 나는 지금 <세.가.퀴> 본선에서 우승했구나.


“축하드립니다! 최지식 참가자. <세.가.퀴> 본선의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탈락자인 아저씨의 인터뷰가 짧게 지나가고, 육덕한이 내게 말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조금 감동했습니다. 사실, 마지막 문제를 맞히고 우승자가 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둘 다 틀리거나, 한 쪽이 운이 좋아서 맞히거나. 보통은 이런 식으로 끝이 나죠. 그런데, 보기도 다 안 듣고 맞혔잖아요? 이건 알고 있었다는 증거죠. 도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예전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봤던 것이, 머릿속에 남았나 봅니다. 제가 원래 숫자를 잘 기억하거든요.”


숫자를 잘 기억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 전에 한 말은 거짓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년월일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역시, 박학다식(博學多識)의 기본은 어느 것이든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나는 육덕한의 말에 콧등을 긁었다. 사실, 박학다식은 내가 들을 말이 아닌데. 나는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는 권승용 아저씨를 잠깐 봤다.


“자, 마지막 문제에 관해서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세.가.퀴>의 우승자가 된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기분이 어떠냐고?


“생각 외로 담담합니다.”

“오, 담담하다고요? 상금이 100만 원밖에 안 돼서 그런 겁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아니 그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있거든요.”


AD의 <환호> 팻말이 올라가고,


“오오오!”


방청객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뭐 이런 건가요? 좋습니다. 더 이상 인터뷰는 필요 없겠네요.”


육덕한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면, <세.가.퀴> 본선의 진정한 마지막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아주 간단한 OX문제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아, 그거다. 언제나 우승자가 나오면 나오는 ‘그 문제’


“그러면 여기서 문제드리겠습니다. <세.가.퀴>의 본선 우승 상금은 100만 원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포기하면, 4000만 원이 걸려 있는 명인전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과연, 최지식 참가자는 우승상금을 포기하고 명인전에 참가할까요? O 아니면, X 무엇인가요?”


빠밤빰바밤!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답은 O입니다.”


***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 안은 분주했다. 정리를 위해 움직이는 스태프들, 그리고 빠져나가는 방청객들. 그 안에 섞여 있던 하령이는 먼저 나가 있겠다고 몸짓으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기다리면, AD가 와서 안내해 줄 겁니다. 명인전의 촬영 날짜 같은 것도 그때 같이 들으시면 돼요.”


육덕한은 그 말을 끝으로, 수고했다고 인사한 후 사라졌다. 나와 아저씨만 무대에 덩그러니 남았다.


“거기서 그렇게 쿨하게 명인전에 도전할 줄은 몰랐는걸?”

“예?”


침묵을 깨며, 아저씨가 뭔가 대견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하긴 나라도 그랬겠지. 남자라면, 언제나 더 위로 향해야 하는 법이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말이었다. 아, 예선이 끝나고 집에 갈 때 고진만 사장님이 했던 말과 비슷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저씨와 사장님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 분명했다.


“그냥, 별 생각은 없었어요. 이왕 하는 거, 더 큰 걸 노리는 게 좋잖아요? 100만 원과 4000만 원은 비교가 안 되니까요. 못 먹어도 고, 뭐 이런 거죠.”

“행동의 동기야 어떻든, 생각한 걸 망설이지 않았다는 점은 훌륭한 게 맞아. 나는 지금 그 점을 칭찬하고 있는 거고. 나라면 망설였을 거네. 새가슴이라서”

“그런가요?”


생각지도 못한 금칠에 얼굴이 무거워질 것만 같았다.


“아, 그래. 젊은 친구, 내가 고깃집 사장님인 건 아나?”

“네. 아까 촬영 때 들었어요.”

“오, 역시 기억력이 좋구만. 그래, 나중에 꼭 한 번 놀러와. 내가 서비스 많이 줄 테니까.”


나중이라, 문득 명인이 되는 데 성공하면 한 턱 내겠다는 사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같이 가면 되겠구나. 물론, 돈은 내가 낼 생각이었다. 미안한 마음을 갚으려면, 매상이라도 좀 올려드려야지.


“좋아요. 갈 때, 좋은 친구 한 분 소개해 드릴게요. 제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편의점 사장님인데, 퀴즈를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그래? 기대되는데?”


내 말에 아저씨는 기꺼워하며 가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생각 외로, 자취방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참가자분들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두런두런 아저씨와 주고받는 이야기에 AD가 끼어들었다. 드디어 돌아갈 시간. 그런데,


“잠깐, 잠깐만.”


발걸음을 막아 세우는 누군가가 있었다. 이창훈 CP였다.


“최지식 씨, 잠깐 말 좀 나누죠. 아, 재훈이 너는 권승용 씨 모셔다 드려. 명인전 관련해서는 내가 설명할 테니까.”


그렇게 AD와 아저씨가 사라지고, 이창훈 CP와 나 둘만 남았다.


“무슨 일로······?”

“아, 잠깐 시간 되죠?”

“네, 시간이야 됩니다만······.”

“다행이네요. 그럼 저번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마저 해볼까요?”


저번에 나누었던 이야기? 아아, 그거 말이구나.


문득 이창훈 CP와 예선이 끝나고 나누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방송 출연에 관한 이야기 말인가요?”

“바로 그거에요.”


이창훈 CP의 대머리가 반짝 빛났다.


“저번에는 우승할지 못 할지 모른다고 내빼셨잖아요. 오늘은 그러기 없깁니다. 우승자 씨.”

“아하하······.”


나는 난감해서 콧등을 긁었다.


“그래서 그 방송이라는 게 대체 뭔데요?”


일단 이야기나 좀 들어보기로 했다.


“아, 그거부터 말씀드려야죠. 거창한 건 아니고요. 파일럿 프로그램이에요. 이제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니, 설날이니 난리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나 내볼까 하는데, 거기에 좀 출연해줬으면 좋겠어요.”

“파일럿 프로그램이요?”

“네, 옛날부터 하나 구상하고 있던 게 있는데, 최지식 씨를 보니까 확 불타오르네. 이게 ”


이창훈 CP가 껄껄 웃었다.


“어떤 프로그램인데요?”

“포맷은 간단해요.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서, 각자 영상을 제작하고 그걸로 대결을 벌이는 거에요. 아이파이프 알죠? 거기에 크리에이터처럼 말이죠. 물론 편집이야 저희가 해드리지만요.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 중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사람은 그 조회수를 상금으로 환산해서 받고요. 어때요?”

“그러니까, 제가 동영상을 찍어서 아이파이프에 업로드를 해야 한다 이거죠?”


듣고 보니 나쁜 포맷은 아니었다. 개성 있는 젊은이들을 모으면, 그만큼 새로운 컨텐츠가 나올 테고. 그런데······.


“제가 대체 뭘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이게 치명적인 문제다. 아니, 내가 뭘 할 줄 안다고.


“그거야······. 지식 씨는 워낙 아는 게 많잖아요. 그러니까 더욱 컨텐츠를 제작하기 쉽지 않겠어요? 뭔가를 안다는 건, 그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게다가 본 촬영까지 시간은 꽤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셔도 되요. 작가 한 명이 붙어서 콘텐츠 만드는 것도 도와줄 거고요.”


콘텐츠 문제가 해결된다면야······. 생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 무엇보다 ‘상금’이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출연료도 따로 나오는 거죠? 상금뿐만 아니라.”

“물론이죠. 단기 아르바이트한다고 생각해도 되요.”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한번 해 볼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아마 프로그램 기가 막히게 뽑힐 겁니다. 물론, 제작 PD 역량에 달리긴 했지만요. 아, 신태천이는 안 시킬겁니다. 똘똘한 애로다가 해야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최지식 씨 눈치채셨죠?”

“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뭐를?


“에이, 모니터링 화면으로 보면 다 보여요. 이진원 이야기하는 거예요, 지금.”

“아······.”


이창훈 CP가 하는 말이 뭔지 깨달았다.


“비밀로 해주세요, 그거. 저도 골치 아팠거든요. 신태천이가 엉뚱한 짓을 해서. 역시 이렇게 눈치채는 사람이 나올 줄 알았다니까요. 그 대신에······.”


대신에?


“오늘 같이 온 그, 박하령 씨라고 그랬나? 아까 스튜디오에 울렸죠? 그 섬머벨인가 하는 밴드 노래. 그 장면 방송에 조금 내보내 드릴게요.”


나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하령이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울렸을 때, 이창훈 CP는 나를 보며 씩 웃었었다. 아, 이걸 위한 떡밥이었구나.


뭐, 어차피 나도 공론화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좋은 게 좋은 거지.


“좋아요. 저도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었거든요.”

“이거, 말이 잘 통하시네요.”


이창훈 CP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근데 저한테 왜 이렇게 호의적이신 건가요?”


맞춰준다고 할까. 이창훈 CP의 행동은 나에게 너무 친절했다.


“뭔가 예감이라는 게 있죠. 못 해도 중박은 터지겠구나. 뭐 그런 거. 제가 감이 좀 좋아요. 거기에 대한 투자라고 할까······. 그런 겁니다.”

“투자요?”

“네, 투자. 방송이라는 게 원래 인맥도 무시 못 할 거라. 여러모로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 거죠.”


내가 과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 그리고 말이에요. 그 아가씨가 하는 섬머벨이라는 밴드. 그거도 좀 감이 좋더라고요. 아마 잘 될 거에요. 장담합니다. 아차, 이럴 게 아니라 미리 연락처 좀 받아 놓는 건데······. 제가 사실 음악 프로 하나도 같이 하거든요.”

“아, 그거라면······.”


나는 아쉬워하는 이창훈 CP에게 연락처를 하나 내밀었다.


***


대기실에서 짐을 챙겨 나오니, 롱패딩을 입은 하령이가 반겼다. 날이 조금 추웠던 터라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요! 우승자! 아까 되게 멋있더라. ‘문제를 더 들으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나도 안 비슷해.”

“뭘! 이 정도면 똑같지.”


하령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아까 멋있었다는 건 진심이야. 쪼끔 칭찬해줄게.”

“칭찬이면 칭찬이지, 쪼끔 칭찬은 뭐냐?”

“많이 칭찬하면 부끄럽잖아.”

“웃기지도 않네.”


기가 차서 웃으니, 하령이의 미소가 짙어졌다. 베시시. 그 미소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아 맞다, 아까 <세.가.퀴>의 이창훈 CP라는 분이 네 연락처 받아갔어.”

“뭐, 진짜? CP면, PD 아닌가?”

“맞아. 뭔가 섬머벨이라는 밴드에서 가능성을 본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달라길래 줬지. 음악 프로도 같이한다고 한다니까. 그 섭외 때문이 아닐까.”


하령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우와, 눈에서 광선이 나올 것 같다.


“그, 그러면 나도 어디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가는 건가. 어떡하지, 셋 리스트는 뭐로 하지.”


보아하니, 김칫국을 항아리째로 마시고 있었다.


“야야, 일단 진정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 말에 하령이의 얼굴이 조금 불만스러워졌다.


“원래 꿈은 크게 가지는 거랬어. 그리고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다구.”

“그건 그래.”


맞는 말이다. 꿈은 원래 풍선 같은 거다. 최대한 크게 불어서 부풀어 오르면, 하늘로 들뜨는 기분이 든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 풍선이 터졌을 때의 일.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졌을 때는 아픈 법이니까.


그래도 뭐, 이런 말까지는 필요 없을 듯했다. 조금 진정한 듯, 반짝반짝이던 눈이 가라앉았다. 원체 자기 꿈에는 진지한 녀석이니까. 감정 조절도 알아서 잘한다.


“그럼, 이제 집에 갈까?”


하령이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긴 하루가 끝났다.


작가의말

며칠 골골거렸습니다. 조금 무리를 했더니 몸이 못버티네요 ㅎㅎ


그래도 서서히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정상 연재 될 거에요.


기다려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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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분식집 막내아들 (2) +3 18.10.22 416 11 13쪽
32 032. 분식집 막내아들 (1) +1 18.10.19 42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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