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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상동 님의 서재입니다.

위즈위키 꺼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이하상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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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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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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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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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1.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1)

DUMMY

001. 버튼을 눌러 위즈위키. (1)



“어서 오세요”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손님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처음에는 잘 지어지지도 않던 미소가 이제는 자동이었다. 그러나 방금 들어온 손님이 누군지를 확인했을 때는, 구겨지려는 표정을 부여잡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해야 했다.


지금 들어온 손님은 얼굴이 많이 익은 손님이었다. 비록 그것이 좋지 않은 방향일지라도. 손님은 소위 말하는 개진상이었고, 그것도 희한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개진상 짓을 했다.


“던X 파인 컷 리믹스 한 갑.”


그는 평소와 같이 담배를 한 갑 달라고 했고,


“야, 너 치누크가 뭔지 알아?”


나에게 물었다.


치누크? 그런 건 당연히 모른다. 들어본 적도 없었다. 무슨 특이한 맥주 이름 같아 곰곰이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결과는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손님. 그게 뭔가요?”


물론 미소도 잊지 않았다. 안 그러면 사장님한테 혼나니까.


“하, 역시 이런 편의점에서 알바나 하는 놈은 이런 걸 몰라요.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군용 헬기 모르냐? 저번에 미군 기지에서 추락해서 난리가 났잖아. 뉴스도 좀 보고 그래라.”


거드름을 피우며 말하는 진상. 나는 그의 말에 황당해졌다.


대체 군용 헬기랑 공부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이가 갈렸다. 물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놈은 개진상인 주제에 단골이라, 사장님과 자주 마주치곤 했다. 혹시라도 사장님 귀에 들어가면, 굉장히 곤란해졌다.


지금 벌어진 상황이 이 손님이 하는 진상짓의 일부였다. 사는 건 끽해야 담배 한 갑인데, 언제나 나에게 희한한 질문을 했고 내가 대답을 못 하면 이렇게 면박을 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다.


나는 계산대 테이블 밑에 놓인 손이 하얗게 변하도록 주먹을 쥐었다. 나라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겠는가? 그저 저 개진상이 말한 대로 공부하기 위해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남들이 쉬고 있는 이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에이 씨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나는 개진상이 나간 것을 확인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켜고 나의 취미 중 하나인 위즈위키를 켰다.


위즈위키는, 쉽게 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이었다. 누군가 어떤 항목을 만들면, 모두가 힘을 합하여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의견을 적어나갔다.


꽤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에, 위즈위키에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은 웬만해서는 없었다. 그야말로 집단 지성의 상징이라 할만했다.


느릿하기가 굼벵이보다도 심각한 아르바이트 시간을 견디는 데는, 위즈위키가 딱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은 모바일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는 구형 핸드폰이었다.


그러나 위즈위키는 인터넷 사이트이기에 높은 사양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고, 또한 편의점의 와이파이 덕분에 데이터 걱정도 없었다. 위즈위키의 아무 페이지나 보여주는 랜덤글 버튼을 누르다 보면, 어느새 지루한 아르바이트 시간은 휙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개진상이 질문한 치누크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위즈위키의 검색창에 개진상이 말했던 치누크를 쳐 봤다. CH-47. 군용 헬기의 멋들어진 사진이 나왔다.


“아니, 내가 이딴 걸 어떻게 알아. 정말로 정신병자인가?”


절로 혼잣말이 나왔다. 나는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개진상을 욕했다. 대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나는 개진상이 지나간 방향을 보며, 외쳤다.


“가다가 벼락이나 맞아라!”


번쩍!


그 순간, 문밖에서는 번개가 치고, 잠시 후 '쿠르르릉!'하는 천둥소리가 났다.


까, 깜짝이야. 진짜로 벼락 맞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개진상이라도 그러면 되게 찝찝할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시답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방금 환하게 번개가 쳤던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했으며, 비는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우산을 집에 두고 온 나로서는 무척이나 난감한 상황이었다.


영락없이 비에 쫄딱 젖을 판이였다. 분명히 일기예보에서는 흐리기만 할 뿐 비는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놈의 일기예보는 당최 맞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기상청을 욕하고 있는데, 딸랑, 종소리가 났다.


“어이, 똑똑이 최지식이, 오늘도 가게 좀 잘 지키고 있었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손에 책을 든 넉넉하고 푸짐한 인상에 안경을 낀 중년 남성이었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의 사장, 고진만 씨였다.


“아, 사장님. 오셨어요?”


나는 최대한, 자본주의적인 미소를 띠며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은 푸근한 인상처럼 좋은 사람이었다. 월급도 재깍재깍 챙겨주고, 가끔 힘들 땐 간식도 챙겨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오늘도 퇴근하기 전에 퀴즈쇼 한 판 해야지. 안 그래? 최고 똑똑이 최지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또 시작이었다. 퀴즈 매니아인 고진만 사장은, 내가 퇴근할 때, 즉, 사장님과 교대할 때가 되면, 꼭 이상한 책을 들고 와서는 조그마한 퀴즈쇼를 열었다.


비록 한 문제 정도 물어보는 것이긴 했지만, 일을 마치고 빠르게 집으로 가고 싶은 나에게는 큰 고문이었다. 게다가 맞히지 못하면 그 문제에 대해 긴 해설을 늘어놓기에 반드시 문제를 맞혀야만 했다.


과연 오늘은 대체 어떤 문제로 나를 괴롭힐까.


“자, 자, 오늘의 주제는 영화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환데, 걔가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서 세상의 파멸을 막는 게 주제야. 브래드 피트가 싸이코로 나오고 어? 뭘까 이게?”


··· 제가 대체 그런 영화 제목을 어떻게 압니까. 오늘도 해설을 한바탕 들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다 아파 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모른다고 하고 싶었지만, 일단 최대한 고민하는 척을 했다. 단번에 틀린 답을 말하거나, 관심 없이 모른다고 말하면, 이 지옥의 퀴즈쇼는 점점 길어졌다. 아마 사장님은 순수한 마음으로 내게 퀴즈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이런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퀴즈쇼에 흥미가 생기겠냐고······.


그나저나 브루스 윌리스라. 생각나는 영화가 없었다.


어느 정도 고민하는 척을 한 나는 내가 생각한 답을 말할 준비를 했다. 차라리 답을 알면 좋으련만, 내가 아는 브루스 윌리스가 출현한 영화라고 해 봤자. 그 유명한 반전영화가 전부였다.


“어······.브루스 윌리스니까. 식스센스?”


나는 답을 말했고, 사장님의 입은 찢어질 듯이 커지며 환한 미소가 되었다.


“땡! 정답은 12 몽키스. 이거 되게 유명한 영환데 못 봤어? 이게 언제 나온 영화냐면 말이야······.”


사장님의 해설이 시작되었다. 나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대체 오늘은 얼마간의 퀴즈 해설이 이어질까. 이럴 때는 손님도 한 명 들어오지 않았다.


“······ 아무튼, 퀴즈의 참맛을 알려면 한참 멀었구나. 어여 집에 가서 세.가.퀴 녹화본을 챙겨 보아라. 지식이 늘어난다니까, 지식이. 어? 네 이름처럼 말이야.”


이 말을 끝으로 드디어 해설이 끝났다. 나는 퀴즈쇼에 관심을 가질 일도 없고, 지금은 그저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었다.


“··· 안녕히 계세요.”


나는 사장님의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재빠르게 편의점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장님의 퀴즈쇼 해설이 없었다면, 비를 맞지 않았을 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머리만은 가방으로 철저하게 보호하며 달렸다. 머리숱이 적은 아버지의 전례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빗줄기는 점점 커지고, 세차졌다. ‘쿠르르릉!’ 천둥소리도 점점 커졌다. 점점 벼락이라도 떨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개진상에 사장님의 긴 해설까지 이 연타를 맞은 이상,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제 저 앞 골목만 지나가면, 자취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시원하게 샤워를 한 뒤, 위키질을 할 생각으로 벌써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오늘은 어떤 항목을 수정해 볼까. 숨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위키질은 이상한 마력이 있어서, 한 번 재미를 붙이고 나면, 그 중독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비록 내가 건드릴 수 있는 항목은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눈앞이 번쩍. 멀리서 번개가 쳤다. 새하얀 번개는 하늘에 그림을 그리듯,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화려한 궤적을 보였다. 이거 진짜로 벼락에 맞는 건 아니야?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콰쾅!


번개를 뒤늦게 쫓아온 천둥소리가 불길하게 울렸다. 생각보다 너무 큰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어?”


발이 멈추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콰광! 천둥소리와 함께 고통이 몸을 달렸다.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가 벼락에 맞았다는 것을.


***


■■■■■■ 동기화 진행 중

[제 1단계]

- 가장 익숙한 형태로 시각화

- ????????????

- ????????????

[제 2단계]

조건 미충족으로 구현 실패

[제 3단계]

조건 미충족으로 구현 실패.


***


나는 최지식 23세. 이름이 이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질문은 항상 나의 차지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학교에서는 이랬다.


“오늘은 누가 발표해 볼까? 제일 똑똑할 것 같은 사람이 한 번 발표할까? 음······.최지식?”


군대에서는 이랬다.


“이름이 최지식이야? 너 졸라 똑똑하겠다? 이거 줄 테니까 알아서 배워. 야 그리고 오늘 식단 뭐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는 이랬다.


“야, 지식이 문제 한 번 맞춰봐라. 간단한 퀴즌데 말이야. 너 이름이 지식이니까 알 거 아니야?”


물론 그들이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알 리 없었고, 그 끝은 좋지 못했다.


“최지식, 나와! 이 새끼는 이름만 지식이지 완전 무식이네.”


학교에서는 엉덩이를 맞았고,


“새끼야, 군대가 사회냐? 모르면 군 생활 끝나?”


군대에서는 갈굼을 당했고,


“야, 이것도 모르네, 이 문제의 답은 말이야······.”


아르바이트에서는 지옥의 해설을 들었다.


···이런 젠장할.


어릴 때부터 이런 취급을 받아 온 나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적어도, 발표에 지목되었을 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는 되도록, 열심히 공부했다. 덕분에 성적은 쭉쭉 올라갔고, 나는 나름의 명문대학이라 할 수 있는 형설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름 좀 바꾸고 싶다는 나의 말에 부모님은 말한다.


“야, 그래도 네가 형설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네 이름 덕분이여. 어? 이름에 감사해 이 짜식아.”


그래서, 나는 이름도 바꿀 수 없었다.


그래, 이름 때문이다.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면, 항상 그것이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름 덕분에 학교도 형설대를 갈 수 있었으며, 또 영창을 가서 일정이 꼬인 덕분에 복학을 못 했고, 또 그 덕에 자취방 계약이 꼬여서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사장의 이상한 기벽 때문에 퇴근을 늦게 했고, 그것 때문에 나는 벼락에 맞았다.


이게 다 이름 때문이었다.


그래, 나는 이름 때문에 벼락에 맞았다. 어? 벼락에 맞았다고?


나 살아는 있나?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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