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3부 24화

약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한 코스펠은 간수와 함께 새로운 노역장을 향해 걸었다.

새로 배정받은 곳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놈인가?”

“네.”

훈련을 맡은 자들은 자신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이미 왕명으로 모든 사정을 들었기 때문에 코스펠을 데리고 시설을 둘러보게 했다.

“저도 저 사람들처럼 훈련하면 됩니까?”

“자네는 몸 상태가 나쁘니 재활 훈련부터 시작하게. 몸이 조금 안정되면 연습 경기를 나가도록 하고.”

“연습 경기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여기 있는 노예들과 함께 목검을 들고 싸울 것이다. 연습 경기 상대 선수는 우리가 정해줄 것이다.”

그들은 코스펠을 부축하여 의무실로 데려갔다.

“우리들은 다친 노예들을 돌본다. 이리 와서 누워라.”

그는 시키는 대로 자리에 누웠다.

훈련 교관들은 누워 있는 몸을 꼼꼼하게 진단했다.

고문 후유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그는 온 몸이 따갑고 아프다고 말했다.

“음...자네는 기초 체력 훈련을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겠다. 조금 나아지면 검술과 창술을 익히도록 하게.”

“네.”

교관들은 코스펠의 몸 상태를 고려하여 무리한 운동은 시키지 않고 가벼운 훈련부터 시키기로 했다.

그는 교관들의 지시를 받으며 천천히 재활 치료에 집중했다.

훈련을 받자 몸이 기억하고 있던 게 생각나서 다른 노예들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오늘 자네가 온 지 얼마나 되었지?”

“일주일 되었습니다.”

“자네도 연습 경기에 한 번 나가보는 게 어떤가?”

코스펠은 교관들의 지시대로 연습 경기에 나갔다.

실력이 뛰어난 검투 노예들이 많았으나 그는 긴장하지 않고 침착했다.

연습 경기가 시작되자 수준급의 검투 노예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이제부터 자네는 예비 검투 노예가 아닌 검투 노예이다.”

“저는 온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네가 비록 경기에 나가지 못하지만 예비 검투 노예로 두는 게 아까우니 그대로 하게.”

“네.”

그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일주일 만에 정식 검투 노예가 되었다.

매일 코스펠을 훈련장에 데려오는 간수는 코스펠 담당 의사들을 교관들에게 소개시켰다.

“교관님들께 부탁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전 총독님의 건강이 나빠 이대로라면 노예 생활 1년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최근 들어 고문 후유증이 심해지고 있는데 악화되는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하고 싶습니다.”

“자네 말은 지금 처지로는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군.”

“네, 제발 부탁드립니다.”

“폐하께서 시위대장님을 보내시어 비슷한 부탁을 했네. 우리가 자네의 부탁대로 한 번 해보지.”

훈련장 교관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코스펠이 중죄인이 아니고 최고의 의술로 치료받을 수 있었더라면...

고문 후유증을 오랫동안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재 문제는 약간의 식사로 목숨을 연명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몸 상태가 서서히 악화되며 죽어가고 있었다.

간수에게 들으니 악명 높은 감독관에게 고문을 당해 병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혹시 훈련장에서 구할 수 있는 좋은 약이 없는가?”

“노예들을 다루는 곳이라 약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여기에서라도 잘 먹이고 재활 훈련을 하는 것이군.”

코스펠의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교관들은 후유증을 낫게 할 약을 구하지 못하지만 체력을 기른다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일 훈련장에 와서 교관의 지시를 받으며 재활 훈련을 받는 노예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한편 티란토 왕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으게 했다.

“현재 내 사위가 옥에 갇혀 서서히 죽어간다고 들었다. 사위 얼굴을 보지 못하고 떠나니 아쉽구나.”

“아버지...”

“에스테반 폐하께 코스펠 델레시아 아베스 왕자를 중용하여 왕국을 지키게 하는 게 좋겠다는 내 뜻을 전하라. 내 사후 바로 전하지 말고 사위가 석방된 이후에 전해야 한다.”

“아버지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내 후계자는 아스티엔 공주이다. 아스티엔 공주는 내 뒤를 이어 티란토 총독에 오르도록 하라.”

티란토 왕은 여러 유언을 남기고 다음날 밤에 서거했다.

그 소식은 곧 알렌시아 왕국으로 전해졌다.

“티란토 왕께서 자신의 후계자는 왕이 아닌 총독이라고 했느냐?”

“네, 폐하.”

“일찍이 전 총독께서 통일을 완성 단계까지 끌어 올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공주의 티란토 총독 취임을 승인한다.”

“공주님께서는 바로 오르지 않으실 거라고 했습니다.”

아스티엔 공주가 초대 총독에 오르라는 유언을 받았으나 미룬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한동안 알렌시아에서 지내서 티란토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옥에 갇혀 있는 코스펠의 문제도 있었다.

“티란토 왕의 동생이 당분간 섭정에 올라 통일 문제를 마무리 짓고 공주가 총독에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주의 총독 임명은 두 왕국 통일 선언 이후로 미뤄야겠다. 티란토 왕국과 협력하여 통일을 완성하도록 하라.”

“폐하의 명대로 하겠나이다.”

에스테반 왕은 티란토 왕 서거 소식을 옥에 갇혀 있는 노예에게 전하게 했다.

검투사 훈련장을 다녀온 코스펠은 간수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장인어른을 뵙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서거로 아스티엔 공주가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장인어른....!”

“전 총독님, 당분간 훈련을 빠진다고 알릴까요?”

“제 장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충격이 크지만 어떻게든 이겨 나가겠습니다.”

코스펠은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았다.

교관과 의사들의 도움으로 겨우 몸이 조금 나아졌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에스테반 왕은 긴급 어전 회의를 열어 티란토 왕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

“원래대로라면 우리의 사절단 대표 코스펠 델리시아 아베스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그는 중죄를 짓고 노예가 되어 노역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를 대신할 자를 누구로 보내야 하는 가?”

“델리시아 전 총독의 부인 로스아린 군부 장관 대행을 사절단 대표로 임명하십시오.”

“경들의 말대로 로스아린 군부 장관 대행을 사절단 대표로 임명하겠다. 공동 대표로는 누가 좋겠느냐?”

“재상님을 추천합니다.”

왕은 서둘러 사절단 대표를 꾸렸는데 로스아린 장군과 재상이 맡게 되었다.

알렌시아 사절단은 티란토 왕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가 끝나자 바로 떠났다.

왕성 감옥에 갇혀 있는 코스펠에게도 그 소식이 전해졌다.

“티란토 폐하의 장례식에 가지 못하는 제가 죄인입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간수에게 이야기를 듣자 큰소리로 통곡하며 슬퍼했다.

티란토 왕의 병과 죽음은 코스펠의 몸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한편 왕이 파견한 신하들은 알렌시아 왕국을 대표하여 유족들을 위로하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선왕의 유언으로 장례식은 간소화하게 치러졌고 통일 완성을 위한 협상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주님께서 총독으로 임명되시기 전까지 과도기를 거치기 위해 당분간 연합 왕국 체제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섭정님, 그렇다면 우선 화폐부터 통일해서 사용하도록 합시다.”

연합 왕국에서 통일 왕국으로 가기 위한 세부적인 일정이 정해졌고 시간을 두고 점점 시행하기로 했다.

장례가 끝난 뒤 로스아린 장군은 아스티엔 공주를 위로했다.

연합 왕국에서 통일 왕국으로 가는 절차는 두 왕국에서 동시에 승인되었다.

시간이 흘러 코스펠이 노예가 된 첫 해가 끝나고 두 번째 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