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3부 17화

전임 총독의 체포 첫 날 밤, 프론티아 임시 관청에서는 부하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는 평소처럼 원주민 대표들도 함께 했다.

“오늘 아침 전임 총독께서 체포되어 왕성으로 압송되셨습니다. 전 총독님을 도와드릴 방법이 있을까요?”

“전임 총독님을 섬기던 부하들 중 원주민 마을에서 지낼 때 함께 지낸 자가 있으니 그를 불러옵시다.”

코스펠의 명령으로 동료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 장교로 임명되어 총독을 옆에서 섬기고 있었다.

제이든 장군은 부하 장교인 그를 데려와 자리에 함께 앉았다.

“우리가 포코스 섬에 온 후 3개월 동안 자네는 전 총독님과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전 총독님께서 저와 함께 지낸 3개월의 일을 자료 조사하여 꼼꼼하게 기록하시며 반드시 말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지금 전 총독님께서 말씀하신 그 상황이니 부담가지지 말고 말하게. 자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네.”

동료 출신 장교는 포로가 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며 목숨을 연명했던 포로 시절과 노예로 강등되어 지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부하 장군들은 코스펠이 지난 3개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했으나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깨달아 안타까워했다.

원주민 대표들은 전 총독을 노예로 마구 굴릴 수밖에 없었는지 대대로 전해져온 아픈 역사를 이야기했다.

부하들은 원주민 대표들에게 우리가 힘을 모아 적국과 맞서 싸우고 함께 이 땅을 지키자고 굳게 맹세했다.

“전임 총독님께서 고생하셨기에 우리가 원주민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전 총독께서 원주민의 양해를 구해 3개월 동안의 사건을 기록한 두루마리를 얻어 옮겨 적을 때 너도 함께 했느냐?”

“네, 원주민 족장님께서 제게 아픈 역사 기록을 남기는 게 좋겠다면서 제가 포로가 되어 노예로 지내고 이후 모든 일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기록은 원주민 시점에서 기록되었느냐? 아니면 제 3자 시점에서 기록되었느냐?”

“원주민들의 기록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공식 기록과 개인 기록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요청한 건 객관적으로 작성한 공식 기록입니다.”

동료 출신 장교는 미리 준비해온 두루마리를 그들에게 보여줬다.

부하 장군들은 그걸 보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주민 대표들께서 전 총독님을 만났다고 하셨지요?”

“네, 총독님께서는 왕명을 어긴 죄로 체포되셨다고 하셨습니다.”

“반역죄로 체포되셨다니 이건 곤란하군요.”

“곤란하다는 게 무엇입니까?”

“알렌시아 법률에 의하면 반역죄로 체포되면 면회가 금지됩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요.”

“면회는 할 수 없지만 도와드릴 방법은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전임 총독님에 대한 기록들은 대부분 압수되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일 때문에 어떻게 되실지 모르겠군요.”

“일단 폐하께 언제 세금을 보내면 좋을지 편지를 보내 물어봅시다. 그리고 총독 자리가 공석인 이상 우리들은 함께 비상 체제로 바꾸고 영토를 지키도록 합시다.”

“그게 좋겠습니다.”

부하들과 원주민 대표들은 총독 부재중이라는 비상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일찍이 초대 총독 이였던 코스펠이 총독 부재라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뒀다.

우선 비상 운영 체제를 경영하고 원주민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총독 권한 대행이나 차기 총독을 선출한다.

부하들은 원주민 대표들과 회의가 끝난 뒤 내일 잠시 시간 내서 다녀오는 걸로 결정되었다.

한편 감옥 독방에 갇힌 코스펠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판관들은 죄인을 차갑게 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외면하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죄인의 상태가 안정되면 폐하께서 친히 고문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죄인이 많이 지쳐 보이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현재 원정 초기를 심문하고 있으니 심문 범위를 확대하여 모든 행적을 캐물으며 심리적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판관들은 심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초기 3개월 이후 압수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두루마리 10개에 불과한 초기 기록에 비해서 뒤로 갈수록 자료가 상세해졌다.

죄인이 제출한 자료들 중에는 보고 실수로 누락했던 지도와 이후 수정해서 보낸 지도도 들어 있었다.

다음날 오후 코스펠의 부하들은 왕성 감옥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번 심문을 받은 판관들을 만나 절을 올렸다.

“자네들은 죄인을 면회하러 온 것인가? 죄인의 면회는 엄히 금지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아니냐?”

“저희들이 온 것은 전 총독님에 대한 증언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편히 말해보게.”

부하들과 함께 온 동료 출신 장교는 원정 초기 행적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판관들은 죄인의 주장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

“자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는 가?”

“제가 가져온 기록은 원주민 마을에서 지낼 당시의 전 총독님에 대한 것입니다.”

압수물 중에는 코스펠의 초기 3개월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동료 출신 장교가 올린 두루마리를 받아본 판관들은 깜짝 놀랐다.

“죄인이 직접 기록한 내용과 같은 내용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저는 전임 총독님의 동료 노예였습니다. 노예 시절 보고 들은 걸 최대한 자료 수집하여 작성했고 원주민 공식 기록과 같은 내용입니다.”

“자네 증언을 기록하여 폐하께 보고하겠네. 이 기록을 우리가 잠시 맡아도 되겠는가?”

“네,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나중에 죄인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 압수물들 중 중요한 부분을 기록하고 돌려줄 것이니 찾으러 오게.”

부하들은 판관들에게 인사를 올린 뒤 프론티아로 돌아갔다.

그들은 서기관이 기록한 증언과 새로 제출된 증거를 가지고 왕을 알현했다.

“신들이 이 모든 내용을 들었는데 죄인이 심문받으며 한 말이 모두 사실 이였습니다.”

“나도 압수된 기록을 읽어봤느니라. 초기 3개월에 대한 행적을 죄인에게 캐물어 행적을 복원하도록 하고, 노예 석방 이후의 행적을 철저히 조사하라.”

“폐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에스테반 왕은 첫 심문 이후 피로와 고통에 지친 코스펠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동안 정말 바빴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심문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감옥 독방에 갇혀 있는 코스펠은 치료를 받으며 몸이 조금 안정되었고 이틀 후 다시 심문이 시작되었다.

이번 심문에는 왕이 참석하기 때문에 주요 고관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군부 장관은 현재 휴직이고 최근 관직이 완전히 박탈되었기 때문에 군부 장관 대행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죄인이 끌려와 형틀에 단단히 옥죄어졌고 바로 심문이 시작되었다.

“죄인은 원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잠이 들었다. 이후 어떻게 지냈느냐?”

“원주민 족장에게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노예가 된 이후에는 어떠했느냐?”

“원주민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사냥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중 산적과 해적들이 침략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네 놈은 노예 신분 이였고 원주민 족장에게 양해를 구해 부하들에게 연락했다고 기록했다. 내가 본 내용이 맞느냐?”

“네.”

“나는 네 놈이 포로로 잡힌 사실을 우리에게 보고조차 안했다는 게 불쾌하다. 어려운 일이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보고해야 하지 않느냐? 이 놈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전기 고문을 시작하여 뜨거운 맛을 보게 하라.”

왕은 차분한 목소리로 심문을 이어가다 화가 단단히 난 듯 고문을 명령했다.

기둥에 묶여 정신을 잃기 전까지 채찍을 맞은 뒤 의자에 앉아 몸이 단단히 묶였다.

전기 고문을 위해 몸에 선을 연결했고 코스펠은 고문에 지친 듯 힘들어했다.

“전기 고문을 시작하라.”

“크아아악....커억....크으윽...”

마법을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원주민들에게 고문 받을 당시보다 1단계가 높은 2단계로 설정한 후 고문이 시작되었다.

온 몸에 흐르는 찌릿한 고통에 신음하는 코스펠은 혹독한 고문에 지쳐 정신을 잃었다.

바로 물고문이 시작되었고 눈을 뜬 그는 흐릿한 시야로 왕과 신하들을 멍하게 바라봤다.

“그만하라! 죄인은 똑바로 나를 보라.”

에스테반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는 거칠게 머리카락을 잡아 머리를 들게 했다.

코스펠은 걱정과 분노로 가득한 에스테반 왕을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너는 너를 아껴 군부 장관과 총독으로 임명했다. 너는 총사령관 이였다. 네가 원주민들의 포로가 되었던 일은 나중에 풀려나서 얼마든지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네가 포로가 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는 걸 이제야 안 내 심정은 어떠하겠느냐?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고관들에게 뭐라고 변명을 해봐라.”

“폐하, 나중에라도 말하지 못한 건 모두 제 잘못입니다.”

“너는 포로 시절 보고 들은걸 전부 말하라.”

코스펠은 매를 맞아 아픈 상처의 고통을 참고 3개월의 포로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네가 원주민들을 도와 해적, 산적들과 함께 싸운 일은 잘한 일이다. 덕분에 우리는 골칫거리였던 그들을 처리할 수 있었느니라. 포로 생활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지냈느냐?”

“본진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쉬었습니다.”

“그 뒤로 정착 생활을 준비했을 것이다.”

에스테반 왕은 압수품 중에서 코스펠이 올렸던 보고서를 보여줬다.

“왕의 믿음을 배신한 죄를 물어 이 자를 엄히 고문시켜라.”

왕명이 떨어지자 기둥으로 끌려가 채찍질을 당했다.

매를 맞고 나서 의자에 끌려가 앉자 팔을 뒤로 젖혀 단단히 묶였다.

약간 정신이 돌아오자 다시 고문이 시작되었고 그는 고통에 신음하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