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3부 10화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잠들었던 코스펠이 깨어났다.

아침 일찍 간수가 와서 그가 씻고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

“어제도 악몽을 꾸셨습니까?”

“늘 반복되는 일이니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것입니까?”

“아침 식사를 끝내고 제 동료와 함께 족장 나리를 뵈러 갈 것입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포로가 된 초기에 비하면 감시를 맡은 장군이나 간수들의 말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노역장에 가면 그들의 태도가 돌변하여 조롱하고 멸시하며 마구 매질을 가했다.

당분간 족장의 명령으로 노역을 빠지게 된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족장 나리를 뵙겠나이다.”

“그래, 몸은 좀 어떤가?”

“주인이신 족장 나리의 은혜로 괜찮습니다.”

“어서 여기 와서 앉게.”

족장의 집무실에 간 코스펠은 동료의 부축을 받아 절을 올렸다.

자리에 두 사람이 앉아 족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루마리를 펼쳐 지도를 보여줬다.

“첩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산적들과 해적 떼가 우리 섬을 친다고 한다. 나는 여러 부족장들과 함께 저들을 막으려고 하는데 좋은 가?”

“족장 나리, 제 부하들이 있는 본진에 연락을 넣으려고 하는 데 허락해주실 수 있습니까?”

“당연히 허락하지. 전령에게 사절단 증표를 내릴 것이니 그들에게 보여주라고 명령하마.”

“족장 나리의 은혜가 넘치나이다.”

“자네가 생각한 방법은 무엇인가?”

“본국에 연락하여 지원병과 보급품을 요청하며 주둔지를 옮기게 할 것입니다.”

“자네가 데려온 병력은 총 몇 명인가?”

“약 2천여 명 정도입니다.”

“우리 병력에 비하면 턱없이 적게 데려왔어.”

원주민 족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병력에 깜짝 놀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강력한 레마 왕국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알렌시아의 백성이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인근 대륙의 족장들까지 회유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족장 나리, 어느 정도 병력을 본국에 요청할까요?”

코스펠의 질문에 원주민 족장은 조용히 뭐라고 소곤거리며 말했다.

“여봐라, 이 자에게 양피지 종이를 주도록 하라.”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은 노예에게 필기도구를 지급했다.

“족장 나리, 저들은 제가 어떤 상태로 지내는지 알지 못합니다. 제 부하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저희 폐하께 올릴 보고서를 쓸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그대의 뜻대로 하라.”

족장은 종이 걱정 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 쓰라고 명령했다.

코스펠은 갈대 펜을 잡아 부하들에게 보내는 편지, 왕에게 올릴 편지와 지시 사항이 담긴 명령서를 작성했다.

“이제 세 두루마리를 잘 봉인하여 저들에게 전하도록 하라.”

“족장 나리, 제 부하들에게 적이 아님을 반드시 알리셔야 합니다.”

“그래.”

원주민 족장과 코스펠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나무통에 넣어 단단히 묶었다.

족장은 대기 중인 장군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알렌시아 군대 주둔지로 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주둔지에 도착하면 자네는 내가 준 상징을 저들에게 보여주며 적이 아님을 알리고 델리시아 전하의 명령을 전하러 왔다고 하라. 그리고 우리의 사정들 자세히 알려줘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들이 군영을 옮긴다고 말하면 자네를 따르는 병사를 보내 우리에게 알리라. 우리가 저들이 주둔하기 좋은 장소를 내어줄 것이니라.”

“족장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코스펠이 원주민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약 3일 정도 걸렸다.

원주민들은 섬 지리에 익숙하기 때문에 하루 만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족장의 명령을 받은 장군은 병사 10여명만 데리고 원주민 마을 떠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길을 거쳐 코스펠의 부대 주둔지에 도착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온 누구인가?”

“저희는 족장님께서 보낸 사절단입니다.”

“델리시아 전하께서 원주민 족장님을 만나시고 거기에서 지내고 계신다는 말이냐?”

“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안으로 들여 보내주십시오.”

장군은 미리 챙겨온 족장의 상징인 지팡이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사절단임을 암시했다.

그러자 아스티엔 공주, 로스아린 참모장을 비롯한 여러 부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지금 저희 총사령관님께서 안 계시니 저희들이 맞이하겠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이십니까?”

“델리시아 전하가 우리의 남편입니다.”

“알겠습니다.”

원주민 사절단은 먼저 나무통에 봉해놓은 편지를 바쳤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풀어 천천히 읽어봤다.

“이건 델리시아 전하의 필체가 맞습니다. 전하께서는 잘 지내십니까?”

“저희들이 잘 모시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의 명령대로 저희 폐하께 글을 올려 지원군을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족장님과 델리시아 전하께서는 여러분의 주둔지를 옮기길 청하셨으니 읽어보십시오.”

두루마리를 펼쳐 읽어보니 그들이 말한 그대로였다.

코스펠이 떠나기 전 간곡히 당부하길 원주민은 우리가 함께 지킬 백성이지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곤하실 것이니 여기에서 머물다 가십시오. 내일 당신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로스아린은 사절단을 막사로 안내하여 극진히 대접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가 끝나자 코스펠의 부대는 원주민 족장의 부탁대로 주둔지를 옮겼다.

원주민 마을이 멀지 않은 견고한 성으로 옮겨 진영을 정비했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힘을 합쳐 적들을 물리칩시다.”

두 사람은 총사령관의 부탁대로 본국에 지원군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코스펠의 편지를 본국에 보냈다.

본국 알렌시아 왕국에서는 그 소식을 듣자 요청한대로 많은 군대와 보급품을 보내줬다.

“족장님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나이다.”

“그래, 수고 많았다.”

산적들과 해적들은 식량이 떨어져 호시탐탐 원주민 거주 지역인 섬과 대륙을 침략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적들이 침략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 다행이다.

“델리시아 왕자님께서 이끌고 오신 군대는 마을 인근 요새에 주둔했고 본국에서 추가 지원 병력과 보급품이 왔다고 합니다.”

원주민 병사는 정중한 목소리로 가져온 나무통을 코스펠에게 줬다.

감옥에 갇혀 있는 그는 조심스럽게 열어서 읽어보고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제 우리가 힘을 모아 적을 막아내는 일이 남았습니다. 제가 직접 전투에 나갈 수 없으니 약속대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왕자 전하께서 저희를 신뢰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푹 쉬십시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원주민 백성들을 안전한 곳에 대비시켜야 합니다. 이번 전투로 인해 민간인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족장님께서 주관하시는 군사 회의에 참석해보시는 게 어떨지요?”

원주민 장군은 비록 포로 신분이나 알렌시아 대표로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장군 나리의 말씀대로 하겠나이다. 제가 가고 싶어서 가고 오고 싶다고 오는 그럴 입장이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나이다.”

“왕자 전하...”

간수들은 두 노예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코스펠은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며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일 오후에 회의가 열릴 것이니 족장님과 함께 참석하십시오. 이미 족장님께서는 인근 부족과 대 족장님께 적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장군은 동료 노예에게 부장 직위를 내렸다는 사실을 알렸다.

알렌시아 출신인 것도 놀랍지만 이제부터 자신의 부하가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다음날 오후가 되자 간수가 와서 그들에게 옷을 새로 넣어줬다.

“이거 입고 따라오라.”

노예가 된 이래 지급 받은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천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주민 원로나 전사들에 비하면 질이 떨어지지만 이 정도면 평민들이 입는 옷에 가까웠다.

누더기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족장의 집무실에 함께 갔다.

“이 자들에게 병장기를 지급하라!”

족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자들은 검을 그들에게 지급했다.

“이 검은 무엇입니까?”

“비 마법사 전용 검으로 당신이 가지고 온 검 양식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회의실에 함께 갑시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여러 족장들과 신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은 노예들이 아닙니까?”

“모두 알다시피 산적과 해적들이 우리 섬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소. 델리시아 왕자가 이번 일에 대해서 도움을 줄 것이오.”

“알렌시아에서 꽤 유명한 장군이라 했으니 우리는 당신의 도움을 기꺼이 받겠으니 어서 앉으시오.”

원주민 족장들이 차갑게 대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으나 모두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준비된 자리에 앉은 코스펠은 동료 노예와 함께 지도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최근 레마를 연달아 물리치며 군사적으로 강해진 알렌시아를 저들이 목표로 삼기 힘들 것이오. 우리가 사는 이 섬과 대륙을 침략하려고 할 것이오.”

“첩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산적과 해적들이 식량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들을 어찌 막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코스펠은 원주민 족장과 장군들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지도를 바라보며 적들의 예상 경로의 막아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정말 우리가 저들을 막을 수 있습니까?”

“제 부하들에 온 보고를 들으니 저희 폐하께서 추가 병력과 보급품을 지원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적들을 기다립시다.”

“적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 경계를 강화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산적, 해적들과의 전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