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3부 15화

프론티아 반도의 도시 건설은 터를 닦는 공사가 끝나자 바로 기초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물 사냥 이후 일이 많아져 약식 시공식을 한 후 곧바로 공사를 진행했다.

오두막에서 지내는 코스펠은 건설 현장을 노심초사하며 지켜볼 때가 많았다.

시간이 흘러 총독 궁전과 저택, 성과 성 내 감옥 등의 주요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수확 철이 다가왔고 곡식과 과일, 채소를 처음으로 수확했다.

아직 낮선 환경에 풍성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식량을 본국에서 요청할 필요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델리시아 전하, 바쁘신데 저희와 어찌...”

“자네들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네.”

코스펠은 땀범벅이 되어 밀을 수확하며 임시 거처에 돌아와 몸을 씻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시종장에 와서 절을 올렸다.

“시종장, 앞으로의 일정을 내게 보고하게.”

“새로 입대한 원주민 부대 훈련과 성 건설 자제 마련, 인부 동원 일정이 연이어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세금을 바쳐야 하는데 큰일이네.”

“제가 왕명을 받아 책상 위에 놔둘 것이니 꼭 읽어보십시오.”

그는 시종장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깊은 한숨을 쉬었다.

본국에도 수확 철이 다가온다는 보고가 올라갔기 때문에 왕은 고민에 빠졌다.

‘코스펠은 프론티아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높은 세금을 내라 하면 원주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니 평균보다 낮추고 기간을 넉넉히 하여 부담 없이 낼 수 있게 해야겠다.’

에스테반 왕은 테오도르 재상을 비롯하여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여 왕명을 프론티아 총독에게 전하게 했다.

왕명을 전하는 전령은 며칠 동안 뱃길을 통해 총독의 임시 거처에 도착했다.

“델리시아 전하께서는 어디 가셨는지 아십니까?”

“지금 일정이 있어서 거처를 비우셨습니다.”

“이거 곤란한데...”

“제게 대신 주시면 총독 전하의 책상 위에 올려두겠습니다.”

“전하께 왕명이 왔으니 꼼꼼히 읽어보시라고 전해주십시오.”

프론티아 총독이 된 코스펠은 바쁜 날을 보냈고 총독의 임시 거처를 자주 비웠다.

전령 오기 전 임파온 제도를 지킬 원주민 부대를 훈련시키려고 거처를 비웠다.

전령은 어쩔 수 없이 시종장에게 대신 전하고 바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약 한 달여의 시간을 줬으나 세금은 물론이고 편지가 오지 않자 에스테반 왕은 혹시 중간에 왕명이 유실된 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추가로 한 달의 시간을 더 주며 세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포코스 섬을 지킬 원주민 출신 병사와 장교들을 훈련시키고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에 파묻혀 지내는 코스펠은 임시 거처를 비우는 날이 많아 두 번째 왕명도 받지 못했다.

“나는 코스펠을 신임하여 그의 요청이라면 뭐든지 들어줬다. 내 명령을 두 번이나 거부하다니 혹시 반역을 꿈꾼 게 아닐까?”

“폐하, 신들은 프론티아 총독을 믿나이다. 그러니 참고 기다리십시오.”

“두 번이나 왕명을 거부했으니 더는 지켜볼 수 없다. 시위대장은 들으라.”

“신은 여기에 있나이다.”

“반역죄인 코스펠 델리시아 아베스의 모든 관직을 박탈하고 알렌시아 왕성으로 소환하라. 시위대장은 그를 만나거든 총독의 모든 권한을 빼앗고 죄인으로 대하도록 하라.”

“왕명을 받들겠나이다.”

두 번이나 왕명에 대한 응답이 없자 에스테반 왕은 화가 단단히 났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치나 다름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반역을 꿈꿀지도 모른다.

그 놈을 소환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을 캐물으며 엄히 처벌해야 한다.

왕명을 받은 시위대장은 즉시 초라한 수레를 준비시키게 하고 병사들을 이끌고 배를 타러 나갔다.

“감옥 시설이 있는 군선은 준비되었는가?”

“폐하께서 일찍이 체포를 결심하신 이후 미리 대기시켜놨습니다.”

“앞으로 여정에 필요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가?”

시위대장은 왕명이 적힌 두루마리를 챙기고 병사들과 함께 배 안 창고를 살펴봤다.

알렌시아의 군선들 중 큰 함선에 속하는 배에는 포로들이나 죄인을 가둘 수 있는 감옥 시설은 물론이고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배에 올라 병사들을 바라봤다.

“프론티아 반도로 갈 것이니 빠르고 안전한 길로 안내하라.”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출항할 준비를 마치고 항구를 떠났다.

전쟁 영웅인 코스펠을 체포하러 가는 시위대장의 마음은 착잡했다.

‘내가 아는 델리시아 전하는 일부러 폐하의 명령을 거절할 분이 아니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인가! 비록 죄인 신분이지만 정중하게 모셔오자.’

약 2개월여 동안 이어진 바쁜 일정이 끝난 코스펠은 오랜만에 자신이 지내는 임시 거처인 오두막에 돌아왔다.

집무실에 앉아 살펴보니 꼼꼼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가 보였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는 깜짝 놀라 급히 밖에 있는 시종장과 여러 장군들을 불렀다.

“폐하의 명대로 바칠 세금은 준비되어 있는가?”

“네.”

“본국으로 보낼 준비를 서두르게.”

“전하, 왕명을 받은 지 약 2개월 이상 지났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시위대장님이 총독님을 모시러 오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일정이 바빠서 이를 까먹고 있었네.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일정 중에 잠시 자리를 비우고 프론티아 임시 거처로 왔더라면 부하 장군의 말대로 그나마 용서 받았을지도 모른다.

코스펠은 그들의 말에 공감하여 즉시 모든 관리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본론부터 말하겠다. 내가 프론티아를 떠나더라도 자네들이 원주민들과 협력하여 잘 다스리도록 하게.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왔을 뿐, 이 곳의 주인은 그들임을 잊지 말게.”

“네.”

“지금부터 내가 자네들이 할 일을 알려주겠네.”

그는 원주민 노예에서 풀려난 이후 꾸준히 준비해온 것들을 부하들에게 발표했다.

“이 두루마리는 내 유언장이니 가지고 있게.”

“전하...”

“본국으로 소환되면 이 곳에 꽤 오랫동안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네. 어쩌면 영원히 못 올수도 있는 일이고.”

“전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자네들의 일을 하게.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니 새로 확보한 영토를 지키며 원주민들과 함께 협력할 일을 고민하도록 하게.”

회의가 끝나자 코스펠은 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언제 본국으로 소환될지 모르니 자신의 집무실과 침실을 깨끗하게 정리해두고 필요한 자료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두 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종장, 자네가 내 임시 거처와 앞으로 완공될 궁전과 저택을 관리하도록 하게.”

“명령 받들겠나이다.”

다음날 아침 프론티아 항구에 큰 군선이 정박했고 시위대장은 많은 병력을 데리고 코스펠의 임시 거처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를 끝낸 코스펠은 무거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반역죄인 코스펠 델리시아 아베스는 왕명을 받으시오.”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오두막 밖을 나가 시위대 병사들을 맞이했다.

“폐하께서 당신에게 내린 소환장이니 읽어보시오.”

코스펠은 두루마리를 펼쳐 읽어본 뒤 동공이 흔들렸다.

모든 관직의 박탈하고 왕성으로 소환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두루마리를 다시 시위대장에게 줬다.

“시위대장님, 제가 제공해드려야 하는 자료는 무엇입니까?”

“네가 여기에 온 이후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자 하니 네 업무일지와 보고서, 편지, 지도 등 폐하께서 명령하신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것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직접 찾을 수 있겠지만 네가 총독으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 일만 끝나면 네 놈은 총독이 아닌 반역죄인이니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위대장은 까칠한 말투로 죄인이 된 코스펠을 차갑게 노려봤다.

“시종장, 자네는 즉시 시종들을 시켜 압수수색 영장에 적혀 있는 것들을 모두 내주게.”

“명령 받들겠나이다.”

왕명으로 압수수색 당하는 물건들은 코스펠의 개인 기록과 공적 기록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동안 모은 기록과 지도 등을 시종들이 가져왔다.

시위대 병사들은 나무 상자에 담아 배에 운반했다.

“당신은 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시오.”

코스펠은 시키는 대로 시위대장이 준 초라한 수의를 가지고 침실에 가서 입고 나왔다.

수의를 입고 나오자 시위대 병사들은 그의 손에는 무거운 쇳소리를 내며 수갑이 채워졌다.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출발합시다.”

수갑을 찬 코스펠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위대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프론티아 항구를 향해 걸어갔다.

전 총독이 체포되는 모습을 친하게 지내는 원주민 족장들과 부하 장군들이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항구로 뛰어가서 군선에 오르려는 코스펠을 만났다.

“총독 전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나는 왕명을 어겨 본국으로 소환되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총독님.”

원주민 족장들은 수갑을 찬 손을 잡고 울먹였고 시위대장은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

“갈 길이 바쁘고 왕명이 시급하니 서두르시오.”

“네, 그럼 갑시다.”

친하게 지내던 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군선에 오른 코스펠은 감옥 독방에 내던져졌다.

“아까 들었다시피 폐하께서는 네 놈의 모든 권한을 빼앗고 죄인으로 대우하라 했다. 너를 소환시키는 동안 괴롭히지 않고 최대한 예우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시위대장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시위대장은 죄인 신분이 된 코스펠을 비웃으며 병사들에게 출발하라 명령했다.

프론티아를 출발한 군선은 거친 바다를 해치고 알렌시아 왕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