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28 08:42
조회
1,047
추천
7
글자
18쪽

263화. 선신의 경지에 이르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화정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화룡(火龍)은 입에서 불길이 일렁이는 장창을 수시로 토하며, 가상의 적을 향해서 한입에 삼킬 듯이 덮쳐 든다.


그런데 그에 앞서 이미 무형의 창강이 발출 되었으니······.


창을 보았을 때는 이미 창강이 심장을 뚫고 지난 간 뒤라 이를 어쩌랴!


‘파라밀경(爬羅密境)!’


제5초식은 더욱 거칠게 시작되었다.


주변의 바닥이 마치 악마의 손톱으로 굵어낸 것처럼 깊은 이랑이 생겨난다.


사방을 창이 긁어내고 또한 후비니 적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실제로 땅을 후비는 것은 이기어창으로 날린 창에서 발출 되는 창강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기막이 소리 없이 바닥에 깔리면서 무형의 압력을 가하여, 장창을 피하지 못하게 기의 구속을 가한다는 것!


‘혼돈파세(混沌破世)!’


이번에는 제6초식을 전개하자 주변에 음양이기(陰陽二氣)와 오행(五行)의 기운이 뒤엉키며, 온갖 색깔과 음영(陰影)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에 따라서 흰 뭉게구름처럼 기무(氣霧)가 피어나며 주변으로 퍼졌다.


그 기운이 주변 50장을 뒤덮으며 영역(靈域)을 구축하는 가운데, 창끝에서는 둥그런 달 같은 창환(槍丸)이 맺혀서 적을 향해 날아간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폭음!


꽈아아아앙! 꽝!!


혼돈의 기운으로 적의 기운을 흩어 놓고 강력한 창환으로 공격을 가하니, 같은 능력의 무신이 아니면 누구도 견뎌 낼 재간이 없다.


이어지는 마지막 제7초식.


‘이계관천(異界貫天)!’


쥬맥의 모습이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공간의 결을 찾아서 찢어 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다른 공간 속에서 무형의 창강을 찔러 대나니······.


적은 눈을 뻔히 뜨고도 당하게 된다.


무형의 창강만이 아니라 무형의 창환이 머리 위에서 소리 없이 떨어진다.


때로는 여기에 의형살기(意形殺氣)가 따라붙으니 공간을 투시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 당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막기도 어려운 데다가, 다른 공간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공격을 가하니 그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이렇게 새로 만들었던 각자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무공의 전 초식을 모두 시전해 보니, 비록 자신이 만든 무공이지만 꽤 자신감이 느껴졌다.


초식에 기본적인 틀은 있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했고 말이다.


다음은 그동안 익힌 법술과 마법을 하나씩 시전한 뒤, 영의가 다시 육신으로 돌아가서 넓고 높은 바위 위에 좌정한 채 명상(冥想)의 세계로 점점 빠져들어 마침내 선정(禪定)에 들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극(無極)에 이르니 몸에서 상서로운 서기가 번져 나오고 태극 문양의 광휘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극 속에서 한 송이 꽃 같은 영험한 기운이 피어나더니 점점 가늠할 수 없는 크기로 자라난다.


그것이 자랄수록 점점 어떤 형태를 갖춰 가더니 나중에는 눈이 부셔서 그 빛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결국 그 숭고한 빛의 생각대로 무극에 공간이 생겨나고 어느 순간 혼돈의 기운으로 가득 차더니······,


온 세상이 암흑의 기운에 뒤덮였다.


이번에는 무극에서 자라났던 숭고한 빛이 그 혼돈의 암흑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혼돈을 음양과 오행의 기운으로 키워 나가며 점점 세를 확장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존재를 자각(自覺)하는 의식을 갖게 되면서 찬란한 광명(光明)의 빛을 내뿜었다. 저 보이지 않는 암흑의 골짜기 깊은 곳까지.


이에 비로소 혼돈(混沌)의 암흑 속에 빛이 존재(存在)하여, 세상이 빛과 어둠으로 나뉘었고······.


수많은 세월 속에서···, 의식을 가진 그 존재의 의지(意志)대로 마침내 팔계(八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천지 창조!!


태초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쥬맥의 몸에서 떨림이 시작되더니 몸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오른다.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하나의 별처럼 말이다.


그때···, 하늘과 땅 그리고 대자연에서 영기가 빛무리처럼 일어나 엉기며 주변이 온통 영기(靈氣)에 뒤덮였다.


그 가운데 금빛 찬란한 기운이 쥬맥의 머리에서 시작되어 주변으로 번져 가자, 주변을 뒤덮고 있던 천지영기가 그 금빛에 스며들어 쥬맥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는데······.


그 흡수된 천지영기가 몸속에서 영혼과 의식이 일체화된 영의와 뒤엉키더니, 점점 조화(調和)를 이루면서 하나로 융합(融合)되었다.


그러자 하늘과 땅에서 법력과 법칙의 기운이 파동을 치면서 점점 영의에 빨려 들어 마침내 완전한 형태의 황금빛 영체를 만들어 냈다.


바로 영의의 영체화!!


그 황금빛 영체가 푸르게 변했다가 붉게 변하더니, 다시 자주색으로 바뀌었다가 점점 살색으로 돌아왔다.


투명해진 육체에 비치는 영체는 이제 육체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같아졌다. 다만 비술로 영의를 젊게 했기 때문에 영체도 모습이 젊어 보일 뿐.


그것은 신선들의 영체보다도 더욱 선명했고, 금빛과 오행(五行)의 영롱한 빛이 영체(靈體)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강한 기의 진체(眞體)를 이루었다.


그러자 그동안 축기한 모든 내공과 법력 그리고 마력의 기운이 하나로 섞여 뜨거운 물이 끓듯이 뒤섞이더니···, 점차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융합되어 모든 내력이 일체화(一體化)되었다.


즉 삼기일원(三氣一元)이 일어난 것!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인체에서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 일컫는, 영체와 육체가 한몸이 되는 이기일원(理氣一元)을 이루나니!


장엄(莊嚴)한 천지의 울림과 함께 수많은 법칙의 힘과 시공간(時空間)의 기운이 영체로 흡수되며 하늘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무와 선도를 융합한 선신(仙神)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하늘인들 어찌 기쁘지 않으랴!


파라라라랏!


경쾌한 소리와 함께 쥬맥이 앉아 있는 반경 십 리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금빛 보광에 휩싸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천지의 기현상(奇現象)에 놀라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보광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천인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라 그 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제 육체는 영체(靈體)를 담고 있는 그저 하나의 그릇일 뿐! 내부는 영체나 다름없었다. 무인이 마침내 선인(仙人)들처럼 진정한 영체를 이룬 것!


시간이 지나자 점차 황금빛 보광(寶光)은 희미하게 사라졌고······.


쥬맥이 선정에서 깨어나 눈을 가만히 뜨자 그 눈동자에 마치 우주가 담긴 듯 신비한 기운이 맴돌았다.


“으하하하! 드디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선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기쁨에 넘쳐서 웃는 소리가 내력을 싣지 않았음에도 멀리까지 메아리친다.


높은 바위 위에서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더니 환시(桓市)를 향해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벌써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철새들은 떼 지어 하늘을 날아간다. 저들은 먼 여행길을 떠나는 것일까? 아니면 고향을 찾아서 돌아오는 것일까?


동물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고향이 있을 것인즉······. 연어가 바다에서 살다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듯이.


돌아오는 길목에는 아직도 서성거리며 보광이 치솟았던 곳을 살피는 사람들이 많아서 은신술로 숨어 조용히 와야만 했다.


아니면 어떤 소문이 날지도 모르니까.


#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자 아내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고함을 빽 지른다.


“여봇! 당신 또 혼자서 어디를 다녀오세요.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혹시 이상한 일을 하고 다니면서 혼자 몰래 재미를 보는 거 아니에욧?”


“무슨?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야. 좋은 일이면 당신과 함께 다니지 나 혼자서 다니겠어? 그냥 무공을 좀 수련하고 왔수다. 에그······.”


“진작에 오셨으면 좋은 구경을 좀 했을 것 아니에요.”


“그래? 무슨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었나 보오?”


“말씀도 마세요. 무슨 보물 같은 광채가 환시성 밖에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니까요. 엄청 멋있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그 아래에 엄청나게 큰 보물이 묻혀 있을 거라고 하면서, 그 보물을 캐러 간 사람이 수도 없이 많대요. 누가 찾을지 궁금하네.”


“보물은 마음과 하늘에 있는데 당신은 무슨 쓸데없는 보물 타령이야?”


“호호호호! 당신은 마치 도 닦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런 쓰잘머리 없는 보물이라도 좋으니까 몇 개 주워다 주시구랴.”


여자들은 아무래도 보물이나 보석에는 사족을 못 쓰나 보다.


“아이구, 배고파. 그나저나 우리는 저녁밥을 언제 먹을 건데?”


“아니, 하루 종일 혼자 어디 가서 즐겁게 놀다 오더니 왜 저녁은 여기서 찾아요? 오늘 저녁은 없으니 굶어요.”


“그래? 나 배고픈데······. 안 주면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빨리 잡시다.”


“으휴~ 속상해. 안 준다고 그냥 굶어요? 빨리 씻고 오세요.”


그러면서 시녀를 부르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직접 주섬주섬 챙기는데, 이미 준비를 다 해 둔 모양이다.


뚝딱 차려 내는 밥상이 제법 푸짐하다. 아내는 항상 쥬맥의 밥상은 자신이 직접 차렸다.


집에 집안일을 돕는 시녀들이 있어도 그 일만은 자신의 일이라고 우겼고···.


그게 보이지 않는 사랑 아니겠는가?


깨끗이 씻은 뒤에 저녁을 먹고 아내의 말 상대를 해 주느라 지루하게 앉아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는 대화할 상대가 별로 없는지 남편을 잡고 세상사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자식들의 얘기까지 줄줄이 늘어놓았다. 지금 수르네 가족들이 살아가는 내용과 무엇을 도와주었는지 등등 온갖 얘기들을 넋두리처럼 끝없이······.


하품이 나와도 끝까지 참고 들어줘야 했다. 혹시 싫은 기색이라도 했다가 야단을 맞는 것이 겁나서가 아니다.


아내가 그만큼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는데, 자신마저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고 거의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오죽 답답할까?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하다. 자신의 꿈을 쫓는다고 맨날 혼자 두고 다니니 말이다.


#


아내에게 팔베개를 해 주고 잠이 들었는데, ···깊은 꿈속을 헤매고 있다.


꿈속에서도 어렴풋한 기시감에 앞뒤를 연결해 보니, 이것은 자신의 윤회(輪廻) 속 전생(前生)의 모습이다.


이제 시공간을 오갈 수 있는 법칙을 깨달아서 꿈마저 윤회 속을 오가는 모양이다. 자신의 윤회 속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꿈속에 자신은 어수룩한 시골 총각이고, 수르는 같은 마을에 사는 동년배 친구인데 제법 똑똑하고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하는 친구였다.


“으으으~ 창석아.”


여기는 꿈속,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흰 눈이 앞을 가리며 펑펑 쏟아지는 밤인데···, 어느 산골 마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초가집 안이다.


그곳에 몇몇 청년들이 모여서 놀고 있다. 수르의 전생인 창석이랑 또 다른 친구들인 유준이, 마람이, 기석이랑 다섯이 윷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전생은 무영이라는 청년이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모두 얼굴에 웃음꽃을 띠고 즐겁게 놀고 있는데···.


그때 놀고 있는 초가집 마루에 어린 녀석들 둘이 도둑놈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천에 싼 것을 문 앞에 두고 조심스레 도망을 간다.


꿈이라 그런지 그 전경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훤하게 다 보였다.


어린 녀석들이 가고 나서 수르의 전생인 창석이 녀석이 마루로 나오더니, 둘레둘레 사방을 살펴본다. 마치 무엇을 찾는 것처럼.


그리고 문 앞에 있는 천으로 싼 뭉치에 시선이 닿자, 혹시라도 누가 보지 않나 두리번거리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가? 마치 무슨 음모라도 꾸미는 모양새였다.


조심스레 그 뭉치를 들어서 열어 보는데 그 안에서 구운 고구마 같은 물건이 다섯 개가 나왔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는 모양이 매우 희한하게 생겨서 어떤 동물을 꼭 닮았다.


그 뒤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어린 두 녀석과 창석이 녀석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모의를 하면서 희희덕거리는데······.


“꼭 그렇게 하는 거야. 알지? 구운 고구마에 하나만 섞어야 돼.”


“히히! 형, 걱정 마세요. 오늘도 그 바보 형이 엄청 놀라겠다. 이히히히!”


두 어린 녀석은 창석이가 돌아가자 낡은 옷에서 바짓가랑이를 잘라 내더니 한쪽을 단단히 묶었다.


준비가 끝나자 쌀과 쌀겨를 쌓아 둔 곡식 창고로 살그머니 숨어든다.


그리고 쥐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으니···, 잠시 뒤에 통통하게 살이 찐 쥐 몇 마리가 나타나서 슬금슬금 가마니로 다가간다. 이미 자신들이 뚫어 놓은 구멍이 있는 곳으로······.


혹시 주변에 위험이 없는지 사방을 살피더니, 앞다투어 가마니에 뚫어 놓은 구멍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숨소리를 죽이며 기회를 엿보던 녀석들. 때는 왔다 싶은지 한 녀석이 바짓가랑이를 잘라서 만든 것을 들고 다가섰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도둑고양이처럼 말이다.


근처까지 그렇게 다가가더니···, 잽싸게 바짓가랑이 입구를 벌려서 구멍을 막은 뒤에 가마니 위쪽을 손으로 두들긴다. 도망갈 곳은 뚫어 놓은 구멍밖에 없는 쥐들이 얼마나 놀라겠는가?


안에서 먹는데 정신이 팔려 있던 쥐들이 깜짝 놀라서 구멍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오는데······. 그곳은 바로 바짓가랑이 속이다.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야, 잡았다 이놈들! 맨날 곡식을 훔쳐먹더니 아주 토실토실한데······.”


“빨리 죽여서 고구마랑 같이 굽자.”


둘은 바짓가랑이를 땅에 몇 번 거세게 두들겨서 쥐들을 죽이더니, 그중에서 가장 크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한 마리를 골라냈다.


이어서 칼로 귀와 주둥이, 다리와 꼬리를 자르고 창자를 꺼낸 뒤에, 볏짚으로 싸서 불 속에 넣어 구웠다. 마치 시골에서 고구마를 굽듯이 말이다.


그렇게 불에 구워 놓으니 털이 모두 타서 거무스름하여, 비슷한 크기의 고구마를 구워 놓은 것과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함께 구운 고구마 네 개와 쥐를 섞더니 바짓가랑이를 찢어 낸 천에 둘둘 말았다. 그러면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짓는 간교한 미소라니!


그것을 들고 고양이 걸음으로 무영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는 초가집 마루에 슬며시 가져다 놓은 것이다.


자신의 꿈속을 내려다보는 쥬맥의 눈에 그것이 훤히 보이는데···, 비록 꿈속이지만 ‘햐! 이놈들 보게. 누구에게 쥐를 먹이려고?’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창석이 녀석이 나와서 어느 것이 고구마고 어느 것이 쥐인지 살펴보더니 다시 싸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는 희미한 유등 아래 쥬맥의 전생인 무영이와 친구 유준이, 마람이, 기석이, 이 네 명이 누가 드나드는지도 모르고 윷놀이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방 안에 구수한 냄새가 퍼지자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모두의 시선이 창석이로 향한다.


“와아~ 구운 고구마 냄새가 죽이는데······. 우리 먼저 먹고 하자.”


판세가 불리했던 기석이가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판을 옆으로 밀어 놓았다.


그러자 창석이가 구운 고구마를 하나씩 건네 주자 껍질을 벗기는데, 방 안에 구수한 냄새가 가득 퍼진다.


마지막 하나를 집어서 무영이에게 주면서 능글맞게 말하는 창석이.


“야! 이게 정말 맛있겠다. 보약이니까 조금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말로 생색을 내면서 건네니 무영이는 무의식 중에 받아서 껍질을 벗겼다.


구운 고구마와는 약간 다른 냄새가 나는데도 이미 방 안에는 고구마 냄새가 가득 퍼졌고 조명마저 어두침침하니 분간이 어렵다.


그러니 어수룩한 무영이는 껍질을 일부 벗기고 고구마를 입에 덥석 물었다.


고기 같은 고구마가 그런대로 맛있다.


“맛있게 먹어라!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요즘 고구마는 뼈가 있는 것도 있다더라. 목에 걸리지 않게 꼭꼭 잘 씹어 먹어. 알았지?”


창석이가 얼굴에 비열한 웃음을 띠며 바라보자 어쩔 수 없이 한 입 더 베어먹는 무영이. 어두운 불빛 아래 드러나지 않지만 표정은 울상이다.


그때 안에서 정말로 뼈가 나오자 아무리 멍청한 무영이라도 그것이 고구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고기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


무영이는 똥구멍이 째지게 가난한 농부의 아들. 집에서 고기반찬을 먹어 본 지가 몇 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기네 전답(田畓)은 하나도 없고, 부모님이 품팔이로 연명하는데······. 그래도 형제가 많아서 일곱이나 되었고 날마다 먹는 걸로 아귀다툼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들 어떠랴.


다리 있는 부분의 살코기만 살살 떼어먹자 창석이 녀석이 한 술 더 떴다.


“임마! 다 먹어야 영양가를 골고루 섭취하는 거야. 다 먹어.”


그러자 무영이가 겉의 살만 대충 발라먹고 옆에 놓으면서, 얼굴에는 서글픈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하는 말.


“아니야. 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지고 가서 나중에 먹을 거야.”


“그래? 그러면 꼭 가지고 가서 먹어라. 몸에 무척 좋은 거야. 알았지?”


“그래, 알았어.”


하는데······, 방 안이 흐릿하여 창석이는 무영이의 눈가에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마음속의 통곡을 어찌 알랴?


다른 친구들은 알아도 모른 체하며 고구마를 다 먹더니 다시 판을 꺼낸다. 속으로는 웃음을 참으면서 말이다.


“흐흐흐, 야! 다시 시작하자. 지는 놈은 내일 산토끼 잡아 오기다.”


그러면서 떠들썩하게 윷놀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무영이도 눈물을 숨긴 채 어쩔 수 없이 다시 그 판에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가 없으니까.


윷은 한 뼘 길이의 나무 막대 다섯 개를 양쪽이 평평하게 깎아서, 열 개의 면에 각기 다른 숫자를 써넣었다.


다섯 개를 던져서 겉으로 드러난 그 숫자를 모두 합하여, 최종적으로 남는 숫자만큼 칸을 건너는 놀이였다.


즉 1 3 5 7 10 이 나오면 총합이 26 이 되고, 두 숫자 2와 6를 더하여 여덟 칸을 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2.09.28 08:51
    No. 1

    정말로 전생과 윤회가 있는 것일까? 인생이 죽는 것으로 끝난다면 정말 너무 섭섭........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0월 30일 오전 10시 유료 전환(291화~300화) 참조 23.06.29 94 0 -
공지 유료분 291화~300화 무료 전환(5/17~6/30 10:00) 23.05.12 141 0 -
공지 [완결 공지] 본 작품은 30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22.10.27 761 0 -
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4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4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1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9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1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1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3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5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5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2 7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7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4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2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7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3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8 8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