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4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6 08:50
조회
1,052
추천
8
글자
19쪽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아내 미루는 그저 행복하게 잘 지내다 왔다고 자식들을 다독거렸다.


신의인 유리를 불러서 진맥을 하고 약을 처방 받았지만, 원기를 조금 돋우어 주는 약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자식들이 교대로 곁을 지키고 쥬맥도 혹시 임종을 보지 못할까 봐 한숨도 자지 않은 채 옆방에서 대기하였다.


아내의 기침 소리만 들려도 달려가니, 미루가 손을 흔들며 걱정하지 말고 좀 쉬라고 성화다.


이미 선신(仙神)의 경지에 올라서 잠 좀 자지 않는 것은 쥬맥에게 별것이 아니었다. 잠보다는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


닷새째 되는 날, 쥬맥은 농담처럼 아내 미루에게 죽은 사후(死後)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영혼을 데리고 가는데, 하얀 빛으로 앞에서 길을 알려 주면서 간대.”


“정말이에요? 아유~ 무서워.”


“무서워할 것 없어. 그러니 죽은 뒤에 육신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면 그 흰빛만 열심히 쫓아가면 된대. 그러면 지구와 태양계를 벗어나고 은하계까지 벗어나서, 나중에는 커다란 검은 소용돌이로 들어간다는 거야.”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응, 나도 태을 선인께 들었지. 실은 나도 가 본 적이 있고······.”


“피이~ 당신이 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영혼이 거기를 가 봐요? 순 뻥이야. 의식만 가 봤다고 해 놓고는······. 전에 한 막내 얘기도 나를 달래 주려고 한 얘기일 거고, 그렇죠?”


“아니, 정말이야. 하여튼 거기는 육체가 없는 영혼(靈魂)이나 영체(靈體)들밖에 지날 수 없는데, 압력이 무척 세서 길게 늘어났다가 긴 동굴을 빠져나오면 다시 뭉치게 되어 있어.”


“그러면요?”


아내는 남편이 정색을 하면서 정말이라고 하니까 귀를 쫑긋하고 들으면서 어서 얘기하라는 듯이 종주먹을 댔다.


남편이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까 말이다.


쥬맥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그곳이 바로 팔계의 계면인데 검은 색은 마계고, 분홍색은 요계, 붉은 색은 유계, 파란 색은 선계, 백색의 광휘가 빛나는 것은 천계, 푸른 녹색은 생계, 황색은 중계, 노랑색은 영계, 이렇게 팔계(八界)로 나뉘는 거야.”


“아유~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간단하게 알려 주세요. 그럼 거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응, 거기서 큰 죄가 없으면 대부분이 황색의 중계로 간다는 거야. 물론 막 태어나서 죽은 애기들이나 수도자 등은 노랑색 영계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황색의 중계(中界)야. 그러니 황색을 잘 기억해 놔야 해.”


“황색이요? 거기가 중계라고요? 그 다음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요?”


정신이 멀쩡할 때 알아 두고 싶은 것인지 아내가 또 말을 재촉했다.


“중계에 들어가면 영천(靈泉)이라는 큰 호수가 있고, 모두 그곳에 들어가서 영혼이 깨끗해질 때까지 몸을 담가야 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아직도 아마 그곳에 계실 거야.”


“정말이요? 그러면 좋겠다. 아버님이 계시면 겁날 게 없을 것 같아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시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얼굴이 펴지는 미루. 나름대로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사람인데 어찌 그러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몇백 년은 거기에 계신다고 했으니까 혹시 나보다 먼저 가거든 손목이 잘린 아버지를 찾아봐. 나하고 많이 닮았으니까 보면 금방 알 거야. 절대로 무서워하지 마. 알았지?”


“알았어요. 근데 우리 막내는요?”


저세상 얘기가 나오니 바로 막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어미 심정에······.


“막내 신이는 이미 영계로 갔겠지만 혹시 그곳에 있으면 만날 수도 있을 거야. 어차피 다 거기 영계(靈界)에서 만나니까 하나도 겁낼 것 없어.”


“당신 말대로 정말 죽어서 가는 저승이 있을까요? 당신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별로 믿기지가 않아요.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먼저 간 우리 막내를 거기 가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러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이럴까?


“전에 거기 있으면서 곧 영계로 간다고 했으니까 먼저 영계로 갔을 수도 있어. 거기서 못 보면 영계에 가서 만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당신 말을 들으니 좀 마음이 놓이네요. 꼭 막내를 만나야 할 텐데······.”


막내를 만날 수도 있다는 말에 아내는 겁은 좀 나지만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죽으나 사나 오직 자식 생각이니 어미란 참······.


#


다시 이틀이 지나자 아내는 정신을 잃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얼굴에 회광반조(回光返照) 현상이 나타나면서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


둘러앉아 우는 자식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유언을 하더니, 마지막으로 떨리는 쥬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보!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내가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당신은 자식들을 더 돌보아 주고 천천히 오세요. 건강하게 지내다 와야 해요. 나 속상하게 혼자 비척거리고 다니지 말구요. 알았죠?”


“그래, 알았어. 당신을 더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오. 으흐흑!”


“아니에요. 당신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사랑해...요.”


소리가 작아지며 아내의 얼굴과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축 쳐졌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사별의 순간이 다가온 것!


쥬맥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넋 나간 표정으로 아내의 얼굴만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어머니! 가지 마세요. 엉엉엉!”


“엄마! 죽지 마! 으허헝!”


“할머니! 앙앙앙!”


집안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제야 현실을 인식한 쥬맥은 소리 죽여 울다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실신을 하고 말았다.


결국 이렇게 마음속으로 염려하던 날이 마침내 오고야 말았다. 자신에게만은 이날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기를 그리도 빌면서 고대했건만······.


실신에서 깨어난 쥬맥은 아내를 장사 지내는 내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줄초상을 치를까 봐 자식들이 걱정을 해도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천 명의 조문객이 다녀가며 인사를 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습관처럼 고개만 끄덕거렸다.


결국 아내는 평소에 자신이 원하던 대협곡의 언덕 위에 있는 미루의 무덤 근처에 묻혔다. 바로 쥬맥의 고향에.


그 무덤 위에도 꽃나무 한 그루를 심은 쥬맥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이 대성통곡을 하며 울어 댔다.


“여보!! 으흐흐흐흑!”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비통한지 대협곡 안에까지 널리 울려 퍼졌다.


그러자 그 소리에 놀라 독수리 달이가 날아오더니, 할부지의 아내가 죽은 것을 알고 옆에서 쥬맥과 같이 꾸루룩~ 꾹꾸~ 하면서 구슬피 울었다.


그러니 자식들도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그렇게 구슬피 울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바닥에 누웠는데···.


“으음~ 여기가 어디야?”


정신이 들어서 깨어 보니 그 사이에 사흘이 훌쩍 지났다. 자식들이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키고 앉아 있으니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서 거의 곡기(穀氣)를 끊었다. 그저 눈앞에는 아내의 얼굴만 어른거릴 뿐이다.


새벽에 큰아들 쥬온이 일어나 보니 아버지가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한 잔 따라서 아내의 영정 앞에 놓으며 하는 말.


“여보! 이제 힘든 세상을 벗어났으니 아프지 말고 부디 건강 하구려. 덧없는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지 않겠소. 으흐흑!”


울면서 자기도 술을 한 잔 마신다.


한 잔 술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고, 또 한 잔 술에는 먼저 가 버린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달래면서······. 그렇게 쥬맥은 홀로 영정(影幀)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그 슬프고 고독해 보이는 모습에 자식들도 못 본 체하며 자리를 피했다.


제대로 식사를 못 하니 몸은 나날이 야위어 갔고 눈에서는 생기가 사라져서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이런 날이 계속되어 세 달이 지나니 쥬맥의 모습은 폐인과 다름없었다. 선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육체가 유지되는 것이지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미 사달이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추레한 노인이 되어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어느 날 친구 수르의 아내인 맥아인이 찾아왔다. 죽은 남편 수르를 핑계 삼아 왔지만, 그동안 도와준 정이 있으니 자기 나름대로는 걱정이 되어서 들린 것이리라.


“여보세요! 온이 아버지! 내 말 들려요? 우리 애아버지가 이제는 영계로 갔을까요? 한번 가 봐 주시면 안 돼요? 아니, 간 김에 온이 엄마랑 막내 신이도 한번 보고 오면 좋잖아요?

온이 아버지! 내 말이 안 들려요? 아이고~ 이제는 귀까지 먹었나 보네. 불쌍한 양반. 쯧쯧쯧!”


위세가 당당하던 한울이 이제는 초라한 노인네가 되어 있으니 기가 막힌지 혀를 차면서 그냥 간다. 그런데 수르의 아내가 가고 한참 뒤에···, 힘없이 처져 있던 쥬맥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래! 아무리 죽은 사람의 세상에는 간섭하지 말라고 했지만 한번 몰래 가 보자. 영체가 가면 들킬 수가 있으니 의식만 가는 거야. 이제는 의식만으로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잖아.”


멍하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고 표정이 살아나더니 혼자 구시렁구시렁하면서 수련실(修鍊室)로 들어간다.


영체가 가면 신장과 천장들이 알아보고 사자(死者)의 영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니, 알아보지 못하는 의식만으로 가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당신을 보고 올 거야. 안 되면 한바탕 싸우지 뭐. 여보! 기다려. 내가 간다.”


이미 영혼(靈魂)과 의식(意識)의 합치를 이루었지만, 필요할 때 의식의 한 줄기를 영체(靈體)에서 뽑아내는 것은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더구나 아내를 보러 가는 일인데!


마침내 좌정을 하고 앉은 쥬맥의 몸에서 두정(頭頂)이 열리고···, 영체가 빠져나오더니 다시 옆자리에 앉아서 희미한 반딧불 같은 한 줄기 의식을 뿜어내어 수련실을 나섰다.


전처럼 지구를 떠나서 태양계를 지나고 은하수 위로 떠오르더니, 수많은 은하계를 바라보며 검은 연무가 넘실대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가느다란 실처럼 길게 늘어났던 의식이 다시 하나로 뭉치자 팔계의 계면에서 황색으로 빛나는 중계로 다가선다.


“내 아내 같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니 지옥으로 떨어질 리가 없어. 분명히 중계로 갔을 거야.”


그렇게 확신한 쥬맥은 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문을 지나서 혹시 알아볼지 모르는 신장(神將)과 천장(天將)들의 눈을 피해 영천으로 다가섰다.


‘어디에 있지?’


끝없이 펼쳐진 영천(靈泉)이지만 몇 번 와 보면서 인족들이 어느 구역에 몰려 있는지 대충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아버지를 보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훑어서 아내의 영혼을 찾았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너무 당혹스러워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영혼들은 영체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의 형체(形體)를 하고 있으나 머리 부분만 빛이 날 뿐 몸체는 반투명하여 영체보다 훨씬 흐릿하다.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서 찾느라고 당황스러운 눈에 먼저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전보다 어둡던 기가 많이 밝아지셨다. 뭐가 그리도 좋으신 것인지 잘린 팔목을 흔들며 유쾌하게 웃고 계시니 괜히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집사람을 만나셨나?’


그래서 그 주변을 살펴보는데 여러 영혼들이 윗사람을 모시듯이 둘러서 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아내 미루의 모습이나 막내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사람이 어디로 간 거야?’


막내는 영계로 갔을 수 있겠거니 하지만 이제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가 바로 그곳으로 갔을 리가 없다.


당황한 쥬맥은 아내의 영혼을 찾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영천을 이를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져도 보이지 않는데······.


‘여기도 없고, 저쪽으로 갔을려나?’


이번에는 다른 종족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이곳저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거인족처럼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영혼들 속에서 기가 약해져 흐릿하게 흔들리며 힘들어하는 아내의 영혼을 겨우 찾아냈다.


원래 중계에서는 다른 영혼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거인족 영혼들이 워낙 기가 강하니 그 틈에서 부대끼며 약한 기가 더욱 약해지고 있었던 것!


그런 아내의 모습에 속이 상해서 감정이 복받쳐 울컥한 쥬맥은 바로 아내에게 다가가 상심통으로 말을 걸었다.


[여보! 나야 나. 당신 왜 여기에 있어? 아버지와 막내를 찾아가라고 했잖아? 내 말 들려? 떠들면 절대 안 돼. 그냥 마음속으로만 말해.]


그러자 아내는 깜짝 놀라서 쥬맥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앗, 당신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왔어요? 혹시 당신도 죽었어요?]


[아니야. 당신이 걱정되어서 한 가닥 의식만 온 거야. 내가 당신의 영혼을 찾아온 것을 알면 큰일나니까 모른 척하고 마음으로만 말해.]


[알았어요. 여보, 나 무서워 죽겠어요. 거인들이 나를 죽일 것 같아요.]


아내는 그동안 거인들 틈에서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와 볼 것을! 그렇게 축 처져 있지 말고 말이다.


[이미 죽었는데 뭘 또 죽어. 걱정할 것 없어. 당신 기가 약하니 내가 당신 의식 속에 들어가서 주변의 기를 흡수하도록 할 테니까 놀라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모른 척 눈만 감고······.]


[알겠어요.]


그러고 나서 아내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합치(合致)를 이룬 다음, 주변의 영기를 흔적 없이 끌어들여 아내의 기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흐릿해서 금방 흩어져 없어질 것 같던 영혼이 점점 안정이 되었고···. 차차 주변의 다른 영혼들보다 더 강한 빛을 내며 뚜렷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아내의 영혼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주변을 휘젓던 거인들의 영혼이, 멈칫거리며 거리를 벌리고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흩어질 것 같던 영혼이 갑자기 빛을 내며 강해지니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래, 일단 이 정도면 되었어.’


일단 아내의 영혼을 강화한 쥬맥은 기를 보하고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호흡법과,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비술과 신통들을 아내의 영혼에 각인(刻印)시켜 주었다.


언젠가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아내의 영혼과 자신의 의식을 분리해서 밖으로 빠져나왔고······.


[당신 머릿속에 필요한 것을 여러 가지 기억시켰으니까 잘 활용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거야. 이제 인족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길 테니 잘 따라와.]


[알았어요. 고마워요 여보.]


의식으로 아내를 이끌어 인족의 영혼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잘 봐. 저기에 팔목이 하나 없는 분이 계시지? 나를 조금 닮았잖아? 그분이 바로 아버지셔. 나 때문에 이곳에 오래 계셨으니까 아마 막내 소식도 잘 알고 계실 거야.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아버지랑 같이 지내면 괜찮을 거야. 여기에 있는 동안은 내가 알려 준 것들을 열심히 수련해. 그러면 영혼이 훨씬 튼튼해질 거야. 여기에 오래 있으면 들킬 수 있으니까 나는 이만 갈게. 나를 만난 건 아무도 알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요. 죽어서도 나에게는 역시 당신밖에 없네요. 조심히 가세요.]


[그래, 그럼 당신도 잘 지내.]


쥬맥의 의식이 아내의 영혼 곁에서 멀어지자 아내가 인족(人族)들 틈으로 들어가더니, 팔목이 없는 시아버지 앞으로 가서 가만히 인사를 드렸다.


“아버님! 저 며느리 상미루가 인사드립니다. 신이 어미예요.”


“그래? 그럼 네가 우리 며느리 그러니까 쥬맥이 아내란 말이지? 왔으면 진즉에 나를 찾아올 것이지 그동안 어디에 있었단 말이냐?”


“잘못하여 거인들 틈새에 끼어 있다가 그이가 아버님의 손목 얘기를 해서 알아보고 찾아왔습니다.”


“그래, 그동안 내 아들놈을 챙기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이제 아무 걱정 말거라. 내가 여기서는 가장 오래된 영혼이라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다. 영혼의 상태를 보니 얼마 안 있어 영계로 갈 것 같구나. 손주 녀석 신이도 얼마 전에 갔으니까 곧 만날 거야.”


“신이가 벌써 영계로 가 버린 모양이네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미루는 가슴이 미어지는지 울먹거린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애처로운 눈길로 며느리를 바라보며 다독거렸다.


“여기서는 빨리 영계로 가는 것이 좋단다. 쥬맥 녀석의 친구라는 수르도 얼마 전에 영계로 떠났지. 너도 내 옆에서 가만히 있으면 곧 영계로 가서 만날 거야. 어서 이리 와서 앉거라.”


친절하게 며느리를 살뜰히 챙겨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힌다.


그제야 쥬맥은 안심을 하고 신장과 천장들의 눈을 피해서 입구 근처에 있는 검은 소용돌이 동굴로 들어갔다.


“어? 방금 뭐가 지나갔는데? 자네 혹시 못 봤나?”


“글쎄? 그냥 반딧불 같은 것이 슥 가긴 했는데······. 뭐 문제 있겠어?”


동굴 입구를 지키는 두 신장이 말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휴우~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경지가 낮아서 순수한 의식만 올 때는 너무 기운이 미약하여 신장이나 천장들이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지가 올라 전보다 의식이 강해져서, 의식만으로도 신통과 비술을 부리니 기가 감지되는 영역에 들어간 모양이다.

동굴로 들어선 쥬맥은 ‘휴우~’ 하고 없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아득한 암흑의 심연을 지나서 수련실로 돌아온 의식 한 가닥이 다시 영체와 합일한 뒤 육신으로 돌아왔다.


“으휴~ 가 보길 잘했네. 안 그래도 마음이 약한 사람을 그대로 두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수르도 신이도 모두 영계로 갔다고? 정말 다행이군.”


혼자 중얼대며 수련실 문을 나서자 갑자기 멀쩡해진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모두 놀랐다.


직접 가서 보고 오니 그동안 힘들어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10년 동안 앓던 체증이 쑥 내려간 듯이. 물론 그렇다고 모든 아픔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신이 돌아온 쥬맥은 자식들을 모두 불렀다. 이제 무언가를 정하고 삶의 방법을 새롭게 바꿀 때가 온 것이다. 걱정했던 아내의 영혼을 확인한 것이 그 계기가 된 것일 게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0월 30일 오전 10시 유료 전환(291화~300화) 참조 23.06.29 94 0 -
공지 유료분 291화~300화 무료 전환(5/17~6/30 10:00) 23.05.12 141 0 -
공지 [완결 공지] 본 작품은 30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22.10.27 761 0 -
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4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4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1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9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1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3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5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5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2 7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7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4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3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8 8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