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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3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1 08:37
조회
1,086
추천
8
글자
19쪽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어느 순간, 쥬맥이 손을 오므리면서 두 거인들끼리 서로 장을 맞대게 하고 번개처럼 하늘로 몸을 뽑아 올렸다.


퍼버벙! 펑!


그 순간 격체전력을 구사하던 나머지가 모두 떨어진 수박처럼 깨져 버렸다.


[이놈! 똑똑히 보았느냐? 이는 바로 네놈이 죽인 것이다. 내 몸을 통해서 평형을 이루던 힘을 네가 깨뜨려서 이렇게 된 것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쥬맥이 다시 땅에 내려서며 많은 생명이 죽어 간 것에 분노하여 소리쳤다. 물론 적이 죽은 것을 애석해하며 같은 편에게 왜 죽게 했느냐고 소리치는 것은 상황이 조금 이상했지만 말이다.


“크으~ 흐으윽~ 악마 같은 놈! 오늘 기어코 너를 죽이고 말리라. 우리 종족의 원수! 기필코 죽이리라!”


이제는 눈을 얼마나 부릅떴는지 눈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악귀나찰 같은 얼굴이 된 므므르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 마지막 수단을 준비하라! 오늘 우리는 저 악마와 함께 이곳에서 죽는다. 그것이 우리가 긴 세월 동안 수련해 온 최종 목표이며 위대한 거인족에 바치는 마지막 영광이다.”


삐이이이이이~ 삐이이이이이~


“와아~ 위대한 거인을 위하여!”


길게 호각이 두 번 울리니 부상당하거나 몸이 성하거나, 살아 있는 모든 거인들이 호응하여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등 뒤에 메고 있던 작은 바랑에서 작은 수박만 한 검은 물체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것은 폭뢰가 아닌가? 저들이 어찌 폭뢰를 가졌단 말인가?’


쥬맥이 놀라는 사이에 폭뢰에 불을 붙인 거인들이 폭뢰를 안고 쥬맥에게 돌진해 왔다. 므므르가 가장 앞장섰고.


하나··· 둘··· 열 ···백 ···천 ···삼천!


누구는 한 손으로 누구는 한 다리로 뛰며 동료의 부축을 받았다. 그것은 거인들 입장에서 보면 눈물겨운 장면이며 숭고하고 장엄한 의식과 같았다. 거인족의 영광을 위한 투신(投身)!


므므르가 이제는 원수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죽는 순간까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폭뢰를 안고 쥬맥에게 부딪쳐 온다.


모든 방어와 공격을 무시한 채!


꽈아앙! 꽝! 꽈과과광!! ······꽈광!!!


한동안 끊이질 않고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때마다 폭뢰를 품은 거인들은 갈갈이 찢기며 사라져 간다.


주변 3백 장까지 찢긴 육편(肉片)과 피가 마치 큰 우박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데, 하늘도 눈시울이 뜨거운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천지간에 위대한 거인이 있었으니 태양의 정열을 품고 달의 음덕을 빌려 저 우주의 심해에서 태어났다네. 우리는 거인! 위대한 거인의 전사! 거인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노니······.”


몇몇은 거인들의 노래를 합창하며 돌진하였고, 그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쥬맥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향하여 온몸을 던져 자신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외침 소리!


“위대한 거인 만세!”


“거인의 영광을 위하여!”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 각자가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 행동한다고 하지만 과연 자신만···, 우리만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게 옳은 것일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저 평화롭고 광활한 우주처럼 말이다. 헤아릴 수 없는 별을 품은 저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아름답던 갈대밭은 모두 폭뢰에 휩쓸려 뒤덮이고 불탔다. 폭뢰가 집중적으로 터진 중앙 부분은 거대한 구덩이가 10여 장 깊이로 파였고······.


초연(硝煙)이 휩쓸고 간 주변에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아직도 안개처럼 다 흩어지지 않은 초연 속에서 살 타는 냄새가 섞여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세상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빛을 잃어 가는 달빛이 황량해진 들판을 비추는데, 쥬맥은 어디로 간 것일까? 거인들도 간 곳이 없으니······.


그때, 전장에서 벗어난 근처 산기슭에서 거인들 셋이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마치 뭘 훔치러 온 도둑들처럼.


파밀붕천대를 여기까지 안내해 온 거인군의 정보대 소속 안내인들이다.


그들은 한 시진 가까이 폭발이 일어난 곳을 뒤지며 쥬맥의 흔적을 찾았다. 죽었다는 증거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살아서 나간 흔적도 없으니 난감하다.


“이 정도면 분명히 죽었을 거야. 설사 신이라 하더라도 이런 지옥을 살아서 벗어날 리 없지 않은가? 돌아가세.”


“그래, 이제 돌아가서 비록 우리 무사들은 모두 몸 던져 싸우느라 전멸하였으나 원수는 갚고 갔다고 전하세.”


“정말 가슴이 아프군. 우리 위대한 거인들의 영광을 위하여 3천의 무사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리다니······. 우리 위대한 거인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조상 때부터 전해 오는 노래라도 한 곡조 들려주고 가세나. 그래야 눈이라도 편히 감을 것 아니겠나?”


“맞아, 그리하세.”


“암, 그렇고 말고.”


셋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경건한 자세로 서서, 잔잔하면서도 애잔한 목소리로 전설처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거인들의 노래를 불렀다. 두 눈가에는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저~ 우주의 심해에서 찬~란한 태양을 품고 태어난 거인이여······.”


노래하던 거인들마저 떠나고 나니 황폐해진 갈대밭에는 그들이 부르고 간 노래의 메아리만 바람 따라 맴돌았다.


#


전투가 끝난 지 사흘째.


격전지에서 가장 인접한 천인족의 천단성에서 천인족 무사들 5천이 그곳에 도착했다. 거대한 폭음에 대한 정보를 듣고 몰려온 것인데 현장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폭약 냄새와 여기저기 흩어진 육편들, 비릿한 피 냄새, 그리고 황량하게 변해 버린 들판뿐이다.


“대장님! 도대체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런 난장판이라니,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 같습니다.”


“글쎄,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할지 난감하구나. 여기저기 드러난 해골로 봐서는 거인족들이 몰려와 전투를 벌인 것 같은데······. 왜 거인들이 멀고 먼 여기까지 와서 누구와 싸운 것일까?”


대장 천인수는 묻는 수하의 말에 자신도 모르니 가슴이 답답하다.


갈대밭이 아름답기로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났던 이곳은 이제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 거인들이 한둘도 아닌 것 같은데 누가 있어 이 많은 거인들을 이지경으로 박살을 냈단 말인가?


한 시진이 넘게 주변을 수색한 천인족 무사들은 부서진 무기와 조각난 거인들의 육편밖에 나오는 게 없자 마침내 복귀를 결정했다.


“우리는 다시 원대로 복귀한다. 무슨 이유인지 거인들이 폭뢰에 당하여 모두 몰살당했다고 보고하는 수밖에 없다. 모두 퇴각하라!”


“퇴각하라!”


명령이 전달되니 천인족 무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 기척이 모두 사라지니 이번에는 야차족 무사들이 산기슭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행여 들킬세라 조심스럽게 정황을 살피면서.


야차족이 돌아가자 이번에는 하늘에서 비월족이 나타났으니······.


이렇게 각 종족의 정보전이 또 한차례 벌어졌으나 들판은 말이 없다. 이제는 스치는 바람에 뒤엎어진 땅에서 흙먼지만 날아오를 뿐.


#


한편, 여기는 대협곡의 동굴 안.


쥬맥이 형편없이 찢긴 옷을 입은 채 운기조식을 하고 있다. 피부에도 일부 생채기가 난 듯한데 그렇다고 크게 부상을 당한 것 같지는 않다.


느린 들숨과 날숨이 이어지기를 한참. 마침내 눈을 뜨고 의복을 살피는데···.


“허 참! 그놈들 갈려면 곱게 갈 것이지 내 옷까지 모두 망가뜨리고 갔구나. 살생이 싫어서 살려 보내려고 했거늘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안타까운지 목소리가 가라앉고 얼굴빛이 어둡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가능한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려고 했는데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것도 자신 때문에 말이다. 복수를 한답시고······.


마지막 순간에 지둔술로 숨어들어 폭발은 피했으나, 너무 거대한 폭발이라 온전히 피하지 못하고 약간의 내외상과 함께 의복이 갈갈이 찢기고 말았다.


안내했던 거인들이 혹시 쥬맥이 살아 있을까 봐 주변을 뒤질 때는 이미 지둔술로 50리 너머에 있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 3천 명이나 몰려오다니! 내 목숨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목숨은 어느 누구나 모두 소중하거늘 그리 버리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참을 혼자 구시렁거리더니 혀를 차고 말았다.


“쯧쯧쯧!”


이렇게 거인들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를 물고 칼날을 갈아 온 복수극은 허망하게 끝을 맺고 말았다.


죄 없는 3천 무사들의 영혼만 나란히 저승길에 올랐을 뿐!


쥬맥은 이를 잊기 위해서라도 더욱 수행에 매달렸다. 이렇게 또 세월이 1년··· 2년··· 정신없이 흘러가더니······.


황량했던 갈대밭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2년 전 소슬바람에 그랬듯이 바람에 파도 치듯 물결을 이루었다.


그 바람 속에서는 거인들의 애잔한 노래가 들려온다.


잔잔한 목소리로······.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가······.


* * * * *


여기는 다시 선계.


쥬맥이 거인 무사들과 싸울 때 선계에서는 입구의 선궁 근처로 거대한 전함 20척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대장선은 자그마치 길이가 5천 장(15km)에 가까워 웅장함을 자랑했다.


태을 신선 일행이 탄 전함은 선궁(仙宮)에서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은하계에서 출발하다 보니 도착했을 때는 다른 전함들이 거의 다 도착한 뒤였다.


거대 전함들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우와! 형님, 저 전함들 좀 보십시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생계에서 다른 종족들과 싸울 때 쓰던 배는 저 전함들에 비하면 작은 종이배에 지나지 않는군요. 어떻게 저런 거대한 전함을 만들었을까요?”


“정말 대단하군. 더구나 그냥 전함이 아니라 다 허공을 의식의 속도로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용 법보가 아닌가? 아마 엄청난 자원이 들어갔을 거야.”


“저기 가장 큰 전함에 아무래도 시선께서 타고 계시겠지요? 이번 전투에 시선이 한 분 가신다고 했잖아요.”


태을 신선이 전함들 한가운데에 떠 있는 5천 장 길이에 7층 구조로 된 대장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 들은 얘기로는 우만공(宇滿空) 시선(始仙)께서 이번에 선군(仙軍)을 총괄하는 선군장(仙軍長)으로 가신다고 하더군.”


“인사를 드릴 기회라도 생겼으면 좋겠군요. 도대체 어떤 분들이 시선까지 오르나 궁금해 죽겠어요.”


“너무 기대하지 말게. 그런 분들은 좋은 일 보다는 나쁜 일 때문에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때 번호패를 통해 전음이 들려온다.


[이번에 적군 토벌에 출전하는 모든 신선들은 지금 모두 하선하여 일각(一刻) 이내에 선궁 앞으로 집결하라!]


“가시지요. 모두 모이라고 하네요.”


돈문 신선의 선실에서 창밖을 구경하던 두 신선은 나가면서 천령과 한수 영선 선실에 들러 함께 밖으로 나갔다.


“우와! 대단하네요.”


태을 신선이 선궁(仙宮) 앞에 설치된 거대한 단을 가리켰다. 지금 그 단 위에는 푸른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푸른 장포를 입은, 위엄이 넘치는 신선이 한 명 서 있었다.


그 앞으로는 20대 전함의 선관을 맡고 있는 신선들이 머리 위로 전함의 숫자를 높이 띄운 채 기다리고 있었고.


먼저 천간장들이 나서서 선관 앞에 갑을병정··· 천간 순으로 늘어서니, 다시 그 앞으로 선장들이 정렬했다.


나머지 신선들이 자기 소속을 찾아 늘어서자 순식간에 허공에 20만 명이 넘는 신선 대군이 질서정연하게 섰다.


모두 자리를 찾아 대오를 갖추자 단 위에 서 있던 신선이 두 손으로 앞을 향해 둥글게 휘저었다.


그러자 두 손에서 푸른 빛이 번져 나가더니 20만 대군이 포진한 공간 전체를 둥글게 감싸 안았다.


모두 시선(始仙)이 펼친 영역의 영향 아래 들어간 것!


그러면서 마치 옆에서 얘기한 것처럼 번호패를 통하여 선군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주목하라! 나는 이번 흑산계곡 (黑山溪谷)의 적군 토벌을 총지휘할 선군장을 맡은 시선 우만공이다.”


그러자 시선(始仙)이라는 말에 놀라서 모두 눈앞의 신선을 주목했다. 신선이라 하더라도 시선은 쉽사리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고위 신선답게 풍기는 영기의 압력이 대단했다. 20만이 넘는 선군 전체를 영역으로 감싼 것도 모자라서 그 기운의 압박에 모두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연히 시선이 집중되었고···.


“여기에 모인 선군은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에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신선이 있다면 보내 줄 테니 당장 나서라.”


은근히 으름장을 놓듯이 말하자 전체가 숨을 죽이며 조용해지고 서로 눈치를 보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감히 빠지겠다고 나서는 신선은 없었다.


“아무도 없는가?”


나서는 사람이 없자 말이 이어졌다.


“겁쟁이들이 없어서 다행이군. 여러분도 들은 것처럼 지금 마계의 흑산계곡에 적군(赤軍)이 너무 많아져서 더 이상 방치하면 앞으로 계면 간에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적군의 수는 자그마치 30억이 넘고 있다. 이번 우리 선군의 공격은 그 수를 삼 할 이하로 확 줄이는 것이다.

적군은 비록 무예를 중심으로 일어선 집단이지만, 그 안에는 마령이나 마선급의 고계 마인들이 수두룩하다.

즉 여러분과 버금가는 힘을 지닌 존재들도 수만 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가장 등급이 높은 마신급까지 몇 명 출현했다고 하니 모두 주의를 요한다.

절대 개인적인 전투를 삼가고 지시에 따라 진법을 펼치고 토벌한다. 항상 2인 이상을 1조로 하여 움직이도록!

아차 하는 순간에 여러분이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 온 불사영생(不死永生)의 길은 사라지고, 다시 끝없는 윤회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세부적인 작전 지시는 모두 각 전함별로 선관과 천간장을 통하여 하달할 것이니 모두 주의 사항을 철저히 인지하고 전투에 임할 것.

그리고, 전투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자는 바로 그 자리에서 즉결 처분한다. 모두 알겠는가?”


그러자 즉결 처분한다는 말에 모두 바짝 긴장하여 우렁차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이리되니 신선의 군대도 일반 범인의 군대나 다를 바가 없었다. 모두 범인들처럼 군기가 바짝 들었으니······.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는 모습이 보이자 선군장인 시선 우만공이 서늘한 시선으로 전체를 한 번 훑어보았다. 동시에 의식으로 샅샅이 훑고 지나니 일반 신선들은 그 시선만 받아도 정신적인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다.


“모두 승선하여 1호(一號) 전함부터 순서대로 출발하라! 그리고 모든 선관들은 대장선으로 집결할 것. 이상!”


그러자 긴장하여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추고 있던 신선들이 간신히 긴장을 풀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시 자신들의 전함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으휴~ 되게 겁을 많이 주네요. 아니 모두 신선들인데 꼭 병정들을 다루듯이 하니 좀 씁쓸하지 않습니까?”


태을 신선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이 티를 내며 불퉁거렸다. 이제 신선이 되었으니 정말 우아하고 멋지게 신처럼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생계와 다를 바가 별로 없으니 괜스레 울화통이 치미는 것일 터. 그러자 돈문 신선이 나서서 달랜다.


“여보게 아우!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기분 푸시게. 세상 어디에나 기본 질서가 필요한 법일세. 모두 나는 신선입네 하고 지휘 체계를 무시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니 그런 것이지.”


“아니 형님! 그래도 너무 애를 다루듯이 하잖아요? 우리만 해도 2백 살이 넘게 살았는데 말이에요.”


얼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생계에서 200살이 넘으면 완전히 할아버지 어른 대접인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가장 하류층의 어린애 취급이다. 그러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에끼, 이 사람! 선계에서 2백 살은 간난아기 취급이야. 수억 년을 산 존재들이 수두룩하지 않다던가? 당장 쥬맥의 형님이라는 기맥만 해도 5억 살이 넘었다며? 정 그게 아니꼬우면 빨리 고계 신선으로 올라가야지.”


“하긴 그렇네요. 우린 언제 만선이나 시선까지 올라가나요? 까마득하네.”


“허허허! 당장 영선도 까마득한데 벌써 무슨 만선이니 시선이니 타령을 한단 말인가? 천령 영선께서 비승하신 지 5천 년이 지나서야 겨우 영선에 이르셨는데 말일세. 허허 참!”


그래도 태을 신선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표정으로 큰소리를 쳤다.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쥬맥이 오기만 하면 남보다 몇 배는 빨리 쑥쑥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분하지만 조그만 참고 기다리세요.”


그러자 돈문 신선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태을 신선을 타일렀다.


“자네도 정신 좀 차리게. 신선이 되어 가지고 언제까지 생계에 있는 쥬맥 타령이나 하고 있을 것인가?”


“그래도 쥬맥이 있으면 좋은데······.”


태을 신선은 갑자기 기가 죽었다. 생각해 보니 쥬맥이 궁금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돈문 신선이라고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염려하여 하는 말일 뿐이지.


20만이 넘는 신선들이 모두 전함에 오르는 것은 금방이었다. 둔광이 어지러이 흩날린 뒤에는 전함만 높이 떠 있을 뿐 이제 신선들은 모두 승선하여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뿌우우우웅~ 뿌우우우웅~


마치 항구에서 떠나가는 배처럼 기적 소리가 드높게 울리더니, 거대한 전함들이 1호선부터 선궁 앞을 떠나 선계(仙界)의 입구로 출발했다.


다른 전함들도 일제히 순서대로 뒤를 따르는데 그 모습이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壯觀)이다.


전함들이 선계 입구에 이르자 별도의 문이 없는 선계의 계면에 푸른빛이 어리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그곳을 통해 전함들이 빠져나갔다.


마침내 계면을 지나서 마계의 문으로 다가서자 항상 쪽문만 열고 출입했던 대문이 마치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처럼 입을 쩍 벌렸고, 이미 사전에 합의가 있었는지 전함들은 거침없이 천장의 유도를 받아 마계로 진입했다.


“다시 대문을 닫아라!”


천장의 지시에 수천 명의 신장들이 대문에 연결된 밧줄에 천마(天馬)를 연결하여 다시 원래처럼 닫고 있었다.


이어서 펼쳐지는 마계의 전경.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대지에 두 눈 가득히 들어오는 핏빛 하늘······. 언제 보아도 으스스한 세계가 입을 벌렸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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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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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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