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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3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7 08:17
조회
1,053
추천
8
글자
18쪽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같은 요계에 살면서도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만 명을 혈제의 제물로 죽이고, 그 영혼과 핏물 속의 요기를 흡수하려고 하는 요사스러운 구호요왕. 그리고 지금 하는 행위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받드는 저 사악한 무리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모두 멈추어라!”


분노한 쥬맥의 목소리가 영력(靈力)을 싣고, 상심통까지 곁들여 분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손에는 어느새 꺼내 들었는지 기검화 된 백호제마검이 들려 있고, 전신에는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른 채 연못 속의 가마를 향해 검을 내던졌다.


쉬이익!


제단 앞을 지키고 섰다가 이기어검이 빛살처럼 날아들자 당황하며 황급히 명령을 내리는 대장 녀석이다.


“적이다! 모두 공격하라!”


마음이 급하니 자신도 동시에 쥬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분지 안에 있던 수천의 요인 무사들이 쥬맥을 층층이 에워싸며 공격하기 시작한다.


쥬맥이 날린 검은 가마를 맞고 튕겨 나왔다. 쥬맥은 검을 회수하며 우선 근처에 묶여 있는 요인들 수십 명의 손과 머리의 두건을 단숨에 풀어 주었다. 영력의 검날들을 날려서 말이다.


그러면서 상심통을 이용해 독촉했다.


[빨리 다른 동료들을 구하여 이 자리를 뜨도록 하라! 머뭇거리면 죽는다.]


그러자 먼저 속박이 풀린 요인들이 또 옆의 동료들을 풀어 주면서 순식간에 몸이 풀린 요인들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들도 살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물들은 두고 우선 저놈부터 쳐라!”


그래도 무사들은 금방 제압할 자신이 있다는 듯이 쥬맥을 중심으로 몰려왔다. 멀리서 화살을 날리고 검기와 검강이 발현된 검으로 치고 들어온다.


“하압!”


“받아라 이놈!”


도객(刀客)들은 모두 도기와 도강을 발현하니 대부분 초일류급 무사 이상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초일류급 무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대한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쥬맥은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다시 검을 날려 가마를 공격했으나, 검이 가마에서 쏘아진 붉은 강기와 부딪쳐 튕겨 나왔다. 그렇다면 먼저 눈앞의 적들을 없애는 것이 우선. 회수하자마자 횡으로 길게 그어지는 검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그러자 검에서 수백 개의 영력이 쏘아져 나가더니 각기 검이나 도, 어느 것은 날카로운 비수나 화살로 변하여 주변의 적들을 향해서 쇄도했다.


분명히 눈에 보이게 손에 잡힐 듯이 느리게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 모두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는데······.


그 무기 형상의 강기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쥬맥을 향해서 짓쳐들어오고 있는 무사들의 뒷머리였다. 이미 한 자 거리에 다가서서 불쑥 뒤에서 치고 들어가니 순식간에 당한다.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퍼버버버버버벅!


시원하게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무수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200여 명의 초일류고수들이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어 나갔다.


죽는 순간에 영혼까지 소멸하는 영력이 폭죽처럼 터지니 작은 빛 알갱이를 이루어 허공으로 사라져 갔고.


새로 창안한 선신의 무공인데 무기형상의 강기가 각기 공간이동을 하면서 모습을 감추었다가, 적의 바로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실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지녔으나 아직 도망치지 못한 요인들 때문에 영력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했고, 공격하는 강기의 수도 줄여야만 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놈들아!’


이제 주변의 요인들은 대부분 손과 머리를 풀고 근처에 있는 산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니 혈제가 진행되지 못하고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자 연못 속에 떠 있던 가마가 그대로 날아올라 제단 위로 내려섰다. 가마의 창문에는 안에서만 보이는 특수한 주렴이 드리웠는데, 그 안에서 붉은 눈이 쥬맥과 무사들의 싸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공격하던 무사들은 순식간에 200여 명의 동료들이 빛으로 화해 사라지자 공격을 멈추고 주춤거렸다. 그러자 대장이 다시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른다.


“놈은 혼자다. 모두 동시에 달려들어라! 물러서는 자는 내가 죽이겠다!”


그러자 무사들이 또다시 우르르 몰려온다. 이제 이판사판이니. 이에 쥬맥이 이번에는 검을 하늘로 높이 추켜세우고 굵은 빛 기둥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꼭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우주만변(宇宙萬變)!’


하늘을 꿰뚫을 듯이 높이 치솟은 굵은 빛 기둥! 그 기둥이 천지가 뒤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터져 나갔다.


꽈아아아아아앙!!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공간 붕괴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는 빛덩이들! 마치 은하가 폭발하듯이 말이다.


수만 개의 빛무리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모습은 어두운 밤하늘에 퍼지는 불꽃놀이처럼 아주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으니!


눈처럼 흩날리며 내리던 빛의 편린들이 작은 꽃송이가 되기도 하고 큰 연꽃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로 바뀌더니 빛살같이 주변의 무사들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슈우~ 슈슈슉!


둔광을 일으키며 무사들의 호신강기(護身罡氣)나 갑주 등을 모조리 꿰뚫고 몸속으로 스며들더니, 커다란 폭음과 함께 폭탄처럼 터져 버렸다.


꽈아앙! 꽈과광! 퍼버버버버벅~~


순식간에 요족 무사들의 몸이 수천 갈래로 찢어져 날아가고 그 속의 영혼마저 연기처럼 터지며 흩어져 버렸다.


몸을 폭파시킨 강기(罡氣)에 소멸의 법칙을 섞어서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영역은 구축하지도 않았지만, 이 한 번의 공격에 요족 무사들의 절반이 먼지로 화해 사라져 버렸다.


“으으~~ 이럴 수가······.”


그러자 공포심을 느낀 무사들이 다시 겁을 집어먹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에 약이 오른 몇 명의 지휘관들이 뒤를 막으며 도망치려는 아군들의 목을 베어 참수했다.


그러면서 악에 받친 목소리로 부하들을 향해서 으름장을 놓았는데······.


“뒤로 물러나면 죽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어라!”


그러자 등을 돌리고 도망치려던 무사들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쥬맥을 향해서 떼거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와! 죽여라!”


“어차피 물러나도 죽는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같이 죽자!”


이제 이리 가도 죽고 저리 가도 죽으니, 그래도 무사라고 어차피 죽을 목숨 구차하게 도망가지 않는다.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지만 죽는 순간까지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겠다는 무사 정신이 되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우르르 무기를 추켜들고 돌격해 온다.


죽음을 불사한 무모한 돌진! 자제력을 잃은 영혼은 군중 심리에 힘입어 이리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포자기인가?


아군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윗머리들이 한없이 야비해 보였다.


[흥! 그런다고 내가 봐줄 것 같으냐?]


서늘하게 코웃음을 친 쥬맥이 주변 상황을 살펴보니, 붙잡혀서 손이 묶이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로 제물이 되기를 기다리던 요인들은 그 사이에 거의 서로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자들은 서로를 부축해서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목숨을 건질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행한다.


그리고 일부 외곽에서는 아직도 바닥에 꿇어 엎드린 동족들을 다른 요인(妖人)들이 달려들어 구하고 있었고.


‘흠! 이 정도면 되었는가?’


이제 쥬맥을 중심으로 달려들고 있는 요족 무사들의 무리 안에는 그들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니 마음 놓고 선신(仙神)의 경지에 맞춰 창안한 무공을 맘껏 펼칠 수 있게 된 것!


어차피 요계에서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쥬맥.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은하한설(銀河寒雪)!’


이번엔 검을 수직으로 내리긋는데···.


천천히 긋는 듯한 동작에 주변 수천 곳의 공간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찢긴 공간의 검은 틈새에서 흰 눈발 같은 강기가 겨울 혹한의 찬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추기 시작했고 말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한기가 북풍한설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북극이나 남극에 맨몸으로 선 기분이 이러할까?


‘은하한설’이 전개되자 쥬맥을 중심으로 공간이 터져 나갔고 한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은하처럼 아름다웠지만···, 그 안은 지금 생지옥을 연출하고 있었다.


쥬맥이 공격하는 무사들 둘레로 이미 거대한 영역(領域)을 구축한 상황.


영력으로 진법(陣法)을 둘러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가운데, 강기의 눈발이 은하처럼 전장을 하얗게 물들이며 바람에 흐느끼듯 날리나니!


눈송이 간의 틈새가 반 자도 되지 않는 사이를 어찌 빠져나가겠는가?


눈발이 휘날리는 은하 속에서 영력으로 구축한 진법에 갇힌 무사들. 그들에게 저주와 같은 눈발이 들이닥친다.


처절한 비명! 눈을 맞고 하얀 알갱이로 부서져서 먼지처럼 소멸(消滅)하는 존재들! 주변에서 펑펑대며 전신이 먼지로 터져 나가니 얼굴에는 절망만이 한가득이다. 남은 것은 오직 절규뿐!


“아아악! 살려 줘!”


“악마가 나타났다! 어으으윽!”


저마다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데 쥬맥의 손속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불과 반 각이 채 안 되어 남아 있던 2천여 명의 무사들이 바람결에 눈을 맞고 먼지처럼 스러져 날아가 버렸다.


휘이이이이잉~~~


무사들이 모두 쓰러진 자리에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혹한의 찬바람만 불고 있으니 인생무상이라고나 할까? 인간이 아니니 요(妖)인생무상인가?


이제 전장에서 떨어져 싸움을 주시하고 있던 구호요왕(九號妖王)과 큰 분홍빛 구렁이들, 그리고 반라의 시녀 수십 명만 남았는데······.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는지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쥬맥을 노려보고 있다.


‘이제 요왕이 나설 때가 되었는데···.’


그때 호화로운 보석으로 치장된 가마 안에서 주렴을 통해 가녀린 여자의 목소리 같은 요왕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로구나. 감히 내 군사들을 모두 죽이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시녀들은 빨리 나서지 않고 무얼 하느냐?”


그러자 반라의 시녀들 50여 명이 우르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요왕님의 명을 받드옵니다!”


시녀들이 두 손을 가슴에 대고 깊이 허리를 숙여 요왕에게 예를 갖춘 뒤, 쥬맥을 향하여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섰다. 모두 20대 절세의 미녀들인데···, 머리에는 황금색의 뿔이 앞을 향해서 앙증맞게 자라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분홍색 피부를 지니고 있으나 늘씬한 몸매에 허리에는 푸른색 뱀의 허리띠를 둘렀다.


안이 훤히 비치는 분홍색 망사 옷에, 하얀 망사의 목도리를 둘렀고. 긴 머리는 궁장처럼 틀어 올려 한 자 길이의 비녀를 찔렀다. 꼭 궁녀처럼······.


“요상대진(妖像大陣)을 펼쳐라!”


우두머리로 보이는 시녀가 외치자 다가오던 시녀들이 쥬맥을 둘러싸며 잽싸게 각자의 위치를 찾아간다.


아마 진법을 구축하는 모양이라 일부러 공격을 하지 않고 그 진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모르는 것을 또 하나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쥬맥도 진법에는 이제 일가견(一家見)을 가지고 있으니 전체의 구조와 흐르는 기를 파악했다. 그를 통해서 진법의 구동 원리를 파악하고 이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살피려는 것.


‘요계에서는 어떤 진법을 사용할까?’


쥬맥은 궁금증을 참으며 지켜보았다.


진을 지휘하는 시녀는 제법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그때 시녀들이 하얀 망사 목도리를 풀어내더니 요기를 주입하여 빳빳한 칼날처럼 만든다.


“쳐라! 놈을 죽여라!”


고함을 지르며 진을 가동하자 시녀들이 일정한 방위를 밟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시녀들이 펼친 진법 주위로 연분홍 색깔의 연무가 서서히 피어오르며 주변의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시녀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대충 보아도 일종의 환상진일 터.


과연 생각처럼 갑자기 시녀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어린아이로, 때로는 노인으로······.


끊임없이 변하며 힘없는 존재처럼 다가와서 슬며시 손을 내미는데, 측은지심이 절로 들어서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나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으로 전체를 투시하여 바라보고 있는 쥬맥에게는 사실 재미있는 장난과 같았다.


이제 진이 점점 빠르게 변하고 야차처럼 돌변하는 시녀들!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우며, 연분홍 연무 속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공격을 감행(敢行)한다.


찌르는 손톱이 갑자기 검게 변하여 길게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하고, 뱀처럼 꿈틀대며 빈틈을 찾아 찔러 들어오는데 묘한 향기가 실려 있다. 간간이 그 틈에 망사가 변한 칼도 섞였고.


쥬맥은 백호제마검을 가볍게 휘둘러 찔러 오는 손톱들을 잘라 내며 진법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시녀들의 공격 수법을 관찰했다.


공격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지휘하는 시녀가 다시 명령을 내린다.


“청사출격(靑蛇出擊)!”


그 외침에 시녀들 50여 명이 망사 목도리를 거두고 허리에 매고 있던 푸른 뱀으로 된 허리띠를 풀어서 일제히 쥬맥을 향해 그것을 던졌다. 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다가······.


쉭! 쉬쉬쉭!


그러자 뱀들이 꼬리를 틀며 연무 속을 비사(飛蛇)처럼 날더니, 쥬맥에게 독물을 뿜고 빈틈으로 파고들어서 물려고 덤볐다. 그리고 그중에 어떤 녀석은 푸른 두 눈에 밝은 광채를 내고 화살처럼 직선으로 날아들었고. 그러나 모두 쥬맥의 호신강기에 막혀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쥬맥이 검으로 번개처럼 뱀들을 내리치면 두 토막이 났다가 다시 들러붙곤 하니 꼭 불사의 존재 같았다.


‘하! 요것들 봐라! 재미있는 것들이 나왔군.’


수법을 바꾸어 가면서 푸른 뱀들을 여러 가지로 공격해 보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뱀들이 날뛰자 그 틈에 시녀들이 다시 흰 망사 목도리를 풀어내더니 도처럼 휘두르며 공격해 왔다. 요기를 불어넣어 빳빳하게 만들어서.


한 번에 여섯이 공격해 들어왔다가 물러서면 다른 여섯이 찔러 들어온다. 각각이 공격하는 혈이 다르고 미묘한 시차가 있어서 매우 정교했고.


그런데 그 틈새로 은신한 시녀들이 교묘하게 빈틈을 노리고 긴 손톱을 찔러 댔다. 마치 가느다란 창처럼 말이다.


그러나 쥬맥은 침착하게 오른손으로 가볍게 상대하며 왼손으로는 옆을 날아가는 푸른 뱀의 머리를 낚아챘다.


[어디 이것도 견디나 한번 보자.]


손가락에 영력을 실으면서 소멸의 기운을 함께 담아서 머리를 으깨 버렸다.


그러자 뱀이 ‘펑!’ 하고 푸른 연기를 내뿜으며 터지더니,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고 먼지로 흩어져 버린다.


한 마리를 처치하고 나니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였다. 한 손은 시녀들의 공격을 막으며 한 손으로는 계속 뱀들의 머리를 낚아채서 터뜨리니······.


금방 뱀의 숫자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잘못하면 뱀이 몰살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진을 지휘하던 시녀가 다시 손을 들더니 크게 외친다.


“회사(回蛇)!”


그러자 살아남은 뱀들이 번개처럼 날아가서 다시 시녀들의 허리에 감겼다.


“살모(殺毛)!”


다시 떨어진 명령. 이번엔 모두 머리에 꽂고 있는 기다란 비녀를 뽑아낸다.


그러자 허리까지 이르는 긴 머리가 출렁이더니, 가녀린 머리 끝마다 뱀의 미세한 입이 생겨나며 바람결에 나부꼈는데······.


그 모습이 실로 섬뜩했다.


머리에 찔렀던 한 자 길이의 비녀는 날카로운 비수로 변했고, 50여 명의 시녀들 머리가 모두 세모사(細毛蛇)로 바뀌니 꼭 요괴를 보는 듯하다.


그때, 지휘하는 시녀가 좌우를 둘러보며 손을 흔들자 시녀들이 모두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다.


“출사(出蛇)!


명령이 떨어지자 시녀 한 명에 수천 개에 이르는 머리칼이 모두 세모사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빛줄기가 하늘로 분출하듯이···.


쥬맥은 시녀들의 공격 수법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방어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호신을 위하여 한 겹의 방어막을 더 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모사의 위력을 모르는 것도 한 이유고 말이다. 그래서 서둘러 수인을 맺고 손을 휘두르며 진언을 외웠다.


‘마라 데 마라 홈 마데~ 청기호신광!’


그러자 호신강기 위로 다시 푸른 막이 생겨서 이중의 방어막을 형성한다.


그런 다음 검에 영력을 실어 희미하게 시야를 가리며 밀려오는 수만 마리의 세모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잘려 나간 세모사가 기체처럼 나뉘었다가 다시 빠르게 하나로 들러붙는다.


[흥! 내가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코웃음을 친 쥬맥이 검(劍)은 시녀들의 공격을 막아 내며, 왼손에는 영력과 함께 소멸의 법칙을 머금은 기운을 실어서 세모사들을 향해 내밀었다.


‘일장취몽(一掌醉夢)!’


동시에 번개처럼 장풍을 발사하니 마치 검은 회오리 같은 기운이 일어나며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검은 회오리가 다시 오색의 기운으로 변하여 뭉게구름처럼 넘실대는데······.


그 안에서 여러 개의 무지개가 찬란하게 떠오르고 봄날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아른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치 술에 취해서 봄볕이 따사로운 풀밭에 홀로 누워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 오색의 뭉게구름 속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전혀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생계를 빠져나올 때 빨려 들어간 검은 회오리처럼 사나운 회오리가 주변의 물체를 사정없이 빨아들였고···, 엄청난 압력과 소멸의 법칙을 머금은 기운으로 맷돌처럼 갈기 시작한다.


그러자 시녀들이 진법을 펼쳐 일으켰던 연분홍 연무는 쥬맥이 일으킨 뭉게구름에 가려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수만 마리의 세모사가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서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 맷돌에 갈리면서 먼지처럼 사라진다.


그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주변으로 안개처럼 퍼지면서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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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 본 작품은 30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22.10.27 761 0 -
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4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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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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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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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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