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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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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
추천
7
글자
20쪽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둘 다 수컷(?)이지만 예쁜 걸 좋아하는 별이는 여자로 변신하는 것을 즐겼다. 뚱뚱하고 덩치가 큰 점박이는 날씬한 청년을 선호했고······.


쥬맥이 반가움에 겨워 정신없이 떠드는 둘의 말을 건성으로 들어 주면서 따끈한 차를 끓여 한 잔씩 권했다.


“야, 목마를 텐데 목 좀 축이고 얘기해라. 차를 마시고 나서 우리 옛날처럼 대협곡 앞에 있는 언덕의 큰 바위까지 누가 먼저 가는지 시합할까?”


“뭘 내기할 건데? 점박이가 좋아하는 먹는 것 내기할까?”


“인마! 먹는 것은 별이 너도 좋아하잖아? 술 내기하자 술.”


“그러면 너희들은 술을 살 돈은 있어? 돈이 있어야 술을 마시지. 좋은 술은 꽤 비싸거든.”


그때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점박이.


“아~ 그거야 아주 쉽지. 술은 내가 사고 돈은 네가 내면 되잖아?”


그러자 잘되었다고 얼씨구나 하고 맞장구를 치는 별이다.


“그래 맞다! 그럼 요리는 내가 살 테니까 돈은 쥬맥이 네가 내라.”


얘기를 하다 보니 말이 산으로 간다.


“좋았어. 그러면 그 대신에 너희가 배운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한 가지씩 나에게 무조건 가르쳐 주는 거야. 알았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 사이에 한 가지가 어딨냐? 친구 사이에 의리가 있지. 그래도 다섯 가지는 돼야지. 안 그래?”


이렇게 내기가 정해지고 셋은 성 밖으로 나가 출발하기 위해 나란히 섰다. 그런데 제멋대로 출발 신호를 보내고 먼저 잽싸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별이.


“준비 땅! 나 잡아 봐라!”


어느새 변신을 풀었는지 하늘로 날아오르며 거대한 독수리로 변하더니 바람처럼 사라진다. 점박이도 하얀 빛줄기가 되어 튀어 나가면서 거대한 표범이 되어 쏜살같이 사라졌고.


둘이 떠난 뒤에야 쥬맥은 어풍비행으로 날아오르더니, 조금 가다가 푸른 둔광을 길게 끌면서 유성처럼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별이와 점박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앞을 다투다가 처음 쥬맥이 버려졌던 큰 바위에 비슷하게 도착했다.


쥬맥이 제일 늦었으니 이제 술을 얻어먹을 일만 남아서 싱글벙글이다. 마치 자기가 일등을 할 것처럼 내기를 하자고 하더니 아직 실력이 안 되나 보다 하면서 둘은 기분이 째졌다.


“야, 쥬맥이 이 녀석은 굼뱅이처럼 기어오나 보다. 오늘은 내가 일등이다. 별이 너는 분명히 내 뒤에 왔으니까 절대로 우기면 안 돼. 알간?”


그러자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한다는 듯이 벌컥 성을 내며 우기는 별이다.


“인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뒤에서 뱉은 침이 너보다 먼저 바위에 묻었으니까 내가 일등이지. 너는 사람들이 침 발라 놓는다는 말도 모르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러면 네 침보다 내 콧김이 먼저 닿았거든.”


이렇게 둘이 서로 먼저 왔다고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데···, 옆에 서 있는 큰 나무 위에서 말이 들려온다.


“아이구~ 시끄러워! 너희들이 하도 늦게 와서 낮잠을 한숨 자고 있었더니 뭐 나더러 굼뱅이라고? 별이 네가 뱉은 침은 나한테 묻었거든. 봐라, 여기 내 손에 묻었지?”


쥬맥이 자다가 일어난 얼굴을 하고 나무 위에서 내려오면서 얼른 손에다 침을 묻혀 그것을 증거라고 내민다.


그러자 자기가 먼저 왔다고 다투던 둘이 벙찐 얼굴로 있다가 다시 틀렸다고 우기기 시작하는데······.


“안 돼. 이건 무효야. 네가 먼저 와서 바위를 찍는 것을 못 봤으니까 이건 무조건 무효야. 그리고 내 침은 여기에 묻었어. 여기에 흔적이 보이잖아.”


별이가 은근슬쩍 손에 침을 묻혀서 바위에 바른다. 좀 전에 쥬맥을 보고 배운 수법이다. 이에 점박이도 잘됐다는 듯이 덩달아서 따라 우겼다.


“네가 먼저 왔음 우리가 따라잡힐 때 보았을 텐데 못 봤어. 그러니까 무효!”


맨날 투닥투닥 하다가도 이럴 때는 서로 짜고 치듯이 장단을 맞추니 쥬맥도 혼자서는 이길 방법이 없다.


“좋아, 그럼 분명히 내가 일등이긴 한데 너희가 우기니까 일단 술과 요리는 내가 산다. 대신에 너희는 졌으니까 약속한 다섯 가지씩을 다 내 놔!”


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배운 거 알려 주는 것은 전혀 돈이 안 든다. 처음부터 알려 주면서 뻐기려고 했었고. 물론 사부가 절대 알려 줘서는 안 된다고 하던 비술들은 빼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셋이 저녁에 술과 요리를 먹고 즐기기로 하고, 온 김에 대협곡이나 같이 둘러보기로 했는데······.


쥬맥은 근처에 있는 미루 묘에 가서 잡초들을 뽑아 주고 나무에 흙도 북돋워 준 다음 함께 대협곡으로 들어갔다.


산천은 예전과 변함이 없건만 자신은 이제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이 어찌 세월을 이길 수 있겠는가?


마음은 아직도 이곳에서 살던 소년인데 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다. 기가 막혀서 찬찬히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 마치 자신이 아니라 꼭 타인을 보는 것 같다.


주름진 얼굴에는 힘든 세월이 흘러간 고랑이 줄기줄기 이어져 있었고······.


불타는 것처럼 생기가 돌던 머리칼도 이제 오랜 세월에 색이 바래서 생기를 잃어 간다. 거기에다가 귀밑머리는 어느덧 하얗게 변해 버렸으니.


하늘과 땅, 그리고 저 변함없는 산천초목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건만···, 세월을 따라서 흘러가는 삶이라는 배는 자신을 그 자리에 가만히 두지 않았다.


마음마저 빼앗아 가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그래! 그 아름다운 지난날의 추억과 아직도 소년 같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 꿋꿋하게 내 삶을 짊어지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렇게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쥬맥과 두 친구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으며 지난날을 그리워하다가, 밤이 될 무렵에야 환시로 돌아왔다.


물론 고기잡이는 쥬맥 몫이었고.


둘은 신수랍시고 생명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나 뭐. 구워 놓으니 먹기는 잘도 먹으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삶 자체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완성을 향해서 걸어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팔천계를 알고 윤회와 시공간 등 많은 세계를 경험한 쥬맥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영혼을 가꾸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죽음이 그 완성이라고 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수많은 생사를 넘나들었던 쥬맥의 생각에 죽음은 그저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는 한 점. 그러나 전환점!


그러니 죽음을 삶의 완성형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매 순간을 소중히 하고 최선을 다해서 완성형으로 가꾸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젊을 때는 젊은 대로, 그리고 늙었을 때는 늙은 대로 매 순간이 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단지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이 있고, 얻은 것이 있다면 또 어떤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할 수 있는 선택의 매 순간이 말이다. 쥬맥은 유수 같은 세월 속에 초라하게 늙어 가는 자신을 보면서 인생이 덧없음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직 지난 세월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추억 때문에 그 시절을 그리워할 뿐이다. 힘들고 가슴 아팠던 추억, 행복했던 추억, 그리고 그때는 좋은 시절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평범했던 일상의 추억들 때문에······.


‘죽음이 그 완성형인 종착역이 아니라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이미 쥬맥처럼 사후 세계를 경험한, 그리고 깊숙이 들여다본 이에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영혼을 잘 가꾸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


저녁이 되자 환시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태상루라는 주점에 비상이 걸렸다. 누가 오는지는 모르겠으나······.


근처에 눈매가 칼날 같은 절정의 고수들이 보이지 않게 쫙 깔리고 태상루 3층에 있는 특실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오늘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거부들 몇 명이 특실을 빼앗기고 입이 튀어나왔으나, 주인에게 따져도 방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누가 자신들이 안방처럼 사용하던 특실(特室)을 차지했는지 오가며 살펴보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조금 있으려니까 큰 팔두마차(八頭馬車)가 태상루의 정문으로 달려와서 멈추자 주인이 뚱뚱한 몸을 이끌고 허둥지둥 달려가서 영접을 하는데······.


멀리서 보니 젊어 보이는 2남1녀가 화사한 옷들을 입고 주점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모두 선남선녀지만 30살이 넘어 보이지 않았다.


“어린것들이 감히 우리 자리를 빼앗다니······.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오늘 확실하게 가르쳐 주마. 애들아, 어서 준비해라!”


그러자 어디에 은신(隱身)해 있는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예’ 하고 조그맣게 들린다.


목소리로 봐서는 열댓 명쯤 되는 모양이다. 지시를 내린 거부(巨富) 중 한 명이 뒤늦게 들어선 일행을 이끌고 오늘 배정된 방으로 들어섰다.


“어? 오늘은 특실이 아닌 모양이지? 특실은 항상 우리들 방이 아니던가?”


“우선 앉아서 기다리게. 애들을 보내 놓았으니 곧 자리가 빌 거야.”


“허허, 무슨 일인데 그래? 우리보다 힘센 놈이 뺏어 갔어? 누구야 그놈이?”


“아니, 웬 시퍼런 애송이 같은 것들이 셋이서 들어가더라고. 하나는 여잔데 멀리서 봐도 아주 늘씬하고 얼굴도 삼삼한 미인이야. 곧 끌고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봐.”


그렇게 거부가 된 졸부 넷이 노닥거리고 있을 때 특실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몰래 숨어든 졸부들의 호위무사 열네 명은, 젊은이 셋을 만나기도 전에 주변을 호위하는 한울의 수신호위들에게 붙잡혀서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정확히 얘기하면 붙잡아서 옥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을 쥬맥이 말린 것.


장난이 심한 점박이는 혈(穴)을 점하여 몇몇을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의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아서 재미있다는 듯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모두 보고, 듣고, 말하지를 못하는데 몇은 마치 깎아 놓은 장승처럼 서 있고, 몇은 의자가 되어서 구부리고 있고, 몇은 옷걸이가 되어 있었다.


“에이, 점박아! 장난 그만 치고 이제 빨리 보내라. 불쌍하잖아.”


“뭐가 불쌍해?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몰래 숨어든 놈들이잖아?”


쥬맥의 말에 점박이가 반발하자 별이도 장난끼가 동해서 혼내 주자고 한다.


“그래, 혼내 주자. 이런 놈들은 혼을 내야 두 번 다시 이런 짓 안 할 거야.”


“그런데 혹시 누가 시킨 것 아닐까?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잖아?”


“개에게 주인이 있다면 개를 잡고 있으니 결국 그 주인이 나타날 거야.”


점박이와 별이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다른 방에서 호위들을 기다리던 졸부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니 드디어 조바심이 났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지? 자네 호위들은 혹시 모두 엉터리 아닌가? 아니면 꼬리를 말고 도망갔거나······.”


“아니, 내 호위들이 무슨 개인 줄 아나? 꼬리를 말고 도망을 가게. 한 달에 금령을 다섯 개씩이나 주고 들인 호위들일세. 월봉(月俸) 값은 해야지.”


“에이, 그러지 말고 우리가 직접 특실에 가 보세. 가 보면 알겠지.”


“그래, 도대체 얼마나 좋은 부모를 둔 놈들인지 한번 보자구.”


“가세 가!”


결국 참지 못하고 우르르 특실을 향해 몰려가는데 근처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검이 튀어나오며 앞길을 막는다.


“으엑! 이게 뭐야? 아니 당신들은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엉!”


“여기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소. 경을 치기 전에 모두 돌아가시오.”


“뭐야? 여기가 네 집이야? 내 호위들이 여기로 와서 없어졌으니 내가 직접 가서 찾아봐야겠다 왜?”


이렇게 졸부들과 한울 수신호위 간에 말다툼이 생기자 그 소리들이 특실 안에까지 들려온다. 그러자 점박이가 웃으면서 하는 말.


“하하하하! 드디어 이 똥개들의 주인이 나타나셨군. 정말 기대가 되네.”


이에 별이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 대며 쥬맥을 향해 종주먹을 댄다.


“호호호호! 쥬맥아, 어서 가서 끌고 들어오라고 그래. 얼른!”


그러자 쥬맥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신호위들에게 전음을 날렸다.


[모두 들어오라고 해라.]


지시를 내리자 한울 수신호위들이 졸부 넷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다.


네 명은 젊은 놈들을 겁박해서 쫓아 보내라고 했던 호위들이 모두 붙잡혀 있는 꼴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또 한편으로는 어린 녀석들이 겁이 없어 보여서 버럭 화가 치밀었다.


“네 이놈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 특실에 앉아서 노닥거리면서 이 무슨 행패냐? 감히 내 호위들을 붙잡아 두다니······.”


그러자 순식간에 점박이와 별이의 모습이 엉뚱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점박이는 하얀 백발(白髮)에 흰 수염이 한 자나 자란 산신령 같은 모습이고, 별이는 얼굴이 쭈글쭈글한 노파로 변신했는데 하얀 백발을 쪽지어 비녀를 꽂았고 꾸불꾸불한 나무 지팡이를 짚었다. 그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산신령을 흉내 낸 점박이가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나 앞으로 나서더니 마치 애들을 타이르듯이 점잖게 말했다.


“애들아! 나더러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다고 했느냐? 그러면 너희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뜨물 아니냐?


못 배운 상것들이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말버릇이 형편없구나. 네 이놈들! 노친네들 구박하면 천벌을 받는다.”


점박이의 점잖은 꾸지람과 변신에 큰소리를 치던 졸부들이 화들짝 놀랐다.


“앗! 당신들은 누구요? 애들은 어데가고 쭈구렁 호박들만 남았······.”


“뭐? 쭈구렁 호박? 네 눈에는 내가 쭈구렁 호박으로 보이느냐? 네 이놈!”


하면서 사납게 눈을 부라리는데······.


보는 앞에서 모습이 다시 천천히 변한다. 9척 장신에 전신이 근육투성이요 코에는 코뚜레처럼 굵은 쇠고리가 걸려 있다. 마치 성질난 황소처럼.


손목에는 여러 개의 금속 팔찌를 차고 정신 사납게 손을 흔들었고 말이다.


챠르르르르릉~


경쾌한 소리가 방안을 울리는데 듣기는 좋으나 정신이 혼미해진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졸부들이 어찌할 줄 몰라서 허둥지둥하는데······.


그때 갑자기 별이가 오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작은 구슬이 달린 두 개의 큰 칼을 휘두르며 무당처럼 춤을 추었다.


“아이고~ 이놈의 귀신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는데, 피둥~피둥하게 살이 찐 이 돼지 같은 놈들을 한번 잡아먹어 볼까나~”


이렇게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그래도 점잖아 보이는 쥬맥에게 매달려서 애원을 한다.


“이보게 젊은이! 우리가 잘못했네. 이만 갈 테니 제발 좀 보내 주게.”


짝짝짝짝!


“으하하하하하하!”


그 소리에 쥬맥이 재미있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젊은이란다.


“앞으로는 사람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오. 보아하니 내가 젊은 당신들보다 100살은 더 먹은 것 같은데······.”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졸부들이다.


“엑! 100살? 저 정말이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귀신님 아니 신선님! 한 번만 봐주시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러자 쥬맥이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수신호위들을 보고 명을 내렸다.


“여봐라! 그만 보내 주어라. 한 번 혼을 냈으면 됐다. 저 호위들도 혈도를 풀어서 모두 보내라.”


그러자 한참 신나게 노는데 보낸다고 하니 점박이와 별이가 반발을 했다.


“얘! 재미있는데 더 데리고 놀자.”


“그래, 정말 재미있다. 나중에 보내. 우리 여기 자주 놀러 와야겠다.”


신이 났는지 더 장난을 치려는 것을 쥬맥이 손짓하여 다 내보냈다. 그제야 방안이 조금 조용해진다. 그러자 재미가 없는지 점박이와 별이가 자리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에이, 너는 맨날 점잔을 빼서 재미가 없어. 좀 재미있게 살아라.”


“에구~ 심심해. 뭐 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귀신 놀이 같은 거 말이야.”


심통이 났는지 괜히 입을 삐죽거린다. 쥬맥이 둘을 달래려고 금령주를 시켜서 계속 술을 먹였다. 그러자 술을 먹어 보지 못한 둘은 조금 지나니 술에 취해서 횡설수설이다.


#


한편, 점박이와 별이에게 붙들렸다가 겨우 위기를 벗어나서 태상루를 떠난 졸부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는데······.


“정말 꼭 귀신에게 홀린 것 같네. 네놈들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쫓아 보내라고 했더니 왜 잡혀 있었어?”


“죄송합니다. 저희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수들이 주변에 수십 명입니다. 한순간에 모두 제압을 당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높으신 분들께서 오신 것 같습니다.”


“높기는 무슨, 처음에는 분명히 애들이었는데······. 들어갈 때도 애들 아니었던가? 자네들은 어떻게 보았어?”


“나는 처음부터 노인으로 보이던데? 애들이 있었어?”


“뭐? 내 눈에는 아주머니들만 서넛이 보이던데? 노인이 있었다고?”


본 모습이 모두 다르다. 그러자 호위를 보낸 졸부가 왈칵 성을 내며 성질을 부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


“이 사람들이 벌써 노망을 했나? 애도 어른도 구분을 못 하다니······.”


그런데 나중에 눈앞에서 그들이 변신을 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이 오싹하고 등골에 소름이 쭉 끼친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때는 오줌을 지렸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들은 도깨비나 귀신이 틀림없다. 이렇게 무사히 살아서 나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 아닌가?


‘휴우, 오늘 하마터면 그대로 황천길로 갈 뻔했네. 완전히 홀린 것 같아.’


더욱 걸음을 빨리하며 종주먹을 댄다.


“얼른 가세. 또 그 귀신들이 쫓아오기 전에. 에구, 세상에 이런 일이···.”


#


여기는 셋이 술을 마시던 특실.


그런데 점박이와 별이는 술에 취해서 서로 자신이 배운 비기(秘技)와 신통(神通)들을 쥬맥에게 일러 주기 바쁘다. 신수 주작과 백호에게 배운 것을.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점박이가 하나를 알려 주면 별이가 심통이 나서 자기는 둘을 알려 준다.


그러면 또 경쟁을 하듯이 점박이는 셋을 알려 주니,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는 둘 다 모두 밑천이 드러나고 말았다. 취해서 잘 알지도 못했지만······.


쥬맥은 둘이 알려 준 비기와 신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잘 기록해 두었다.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니까.


그러려면 하나라도 허투루 흘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겠는가?


영체가 팔두마차에 있던 본신으로 돌아가서 만취가 된 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니 아내가 보고 깜짝 놀란다.


“여보! 웬 젊은 남녀를 집에까지 들여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던 양반이 별일이네. 마차에 태워서 집으로 보내야지요. 집에서 기다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세요?”


“하하하! 여보, 이놈들은 내가 어릴 때 대협곡에서 사귄 친구들인 점박이와 별이야. 신수 수업을 다 마쳤다고 변신해서 나에게 신고식을 하러 왔어.”


“어머! 정말이에요? 꼭 사람 같네요. 그럼 아래 행랑채에 재우세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내일 아침은 술국을 끓여야겠네요. 그런데 먹을려나?”


미루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호기심에 두 신수(神獸)를 살핀다.


하도 남편이 괴팍하니 친구들 또한 괴팍하다. ‘신수가 친구라니···, 허 참!’ 하면서 속으로 기가 막혀서 혀를 차는데······.


전에 왔을 때도 본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전혀 짐승 표시도 나지 않았고······.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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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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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4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2 7 19쪽
»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7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3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8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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