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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0 09:01
조회
1,044
추천
7
글자
19쪽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거인들은 못 이룬 꿈의 저변에 물귀신 같은 쥬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그 치욕을 씻고자 했다.


“위대한 거인의 자존심과 명예에 똥칠을 한 그 귀신을 반드시 살아생전에 제거해야 우리 종족의 한이 풀린다.”


설인족과 돌목족 양측 자이얀의 합의하에 특별히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전사들을 3천 명 차출하여 훈련을 시키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반인족이나 야차족에게 당한 것들도 모두 그 배후에 천인족이 있다고 생각 하니 뼛속 깊이 한이 맺혔다. 특히 그 중심에 선 자!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리하여 결성된 그 이름 파밀붕천대!


이미 30년 전에 시작된 이 복수극을 위해서 설인족에서는 백색 털에 빨간 갈기털을 가진 전사 다섯 명이, 돌목족에서는 3안이 열려 마령안(魔靈眼)을 가진 전사 다섯 명이 가세했다.


“무공 없이는 결코 죽일 수 없다. 모두 무공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천인족의 무공을 빼내었고, 내공 증진이나 몸에 좋다는 온갖 영단과 영초, 영물을 구하여 무공 수련을 도왔다.


그중에 상당한 부분이 천인족과의 밀무역으로 이루어졌고 말이다. 바로 적을 치기 위해서 적을 이용한 것!


세상 어디에나 동족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황금에 눈이 어둡거나 여자에 미쳐서 말이다.


심지어는 고목나무에 매미가 달라붙듯이 거인족 여자를 천인족 밀무역꾼에게 바치면서까지 무공을 빼내었으니.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 대장 므므르는 그동안 양성한 파밀붕천대를 이끌고 쥬맥이라는 그 물귀신을 제거하라! 그래야 우리 위대한 거인의 전설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두 자이얀의 특명이 떨어지자 파밀산맥의 험난한 파밀봉 아래서 특수 훈련과 무공 수련에 전념하던 파밀붕천대 전원에게 소집령이 전달되었다.


그동안 무한대의 지원과 지옥 같은 수련, 개개인 모두의 각고의 노력으로 무공 수위가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특히 무리를 이끄는 대장 므므르는 천인족의 제신급 최고봉에 해당하는 내공 3갑자의 초절정고수가 되었고···.


어디 그뿐인가? 검강을 발현하는 절정 고수가 자그마치 100명에 달했다.


나머지 3천 명 대원들도 1~2갑자에 이르는 초일류고수로 탈바꿈했는데···.


이는 옛날 같았으면 막대한 전력이었다. 거인 3천 명만으로도 큰 전력(戰力)인데 거기에 무공까지 익혀서 초일류 이상의 무술 고수(高手)라니!


그것을 단순히 다른 종족의 무사 기준으로 3천 명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덩치가 큰 거인이니까.


거인들이 이렇게 무공을 익힐 수 있게 된 것은 밀무역이나 천인족의 혼혈들을 통하여 무공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타 종족에도 점차 무공의 고수들이 늘어 가는 추세였고.


물론 천인족은 무공이 외부로 흘러 나간 만큼 종족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이제 그 수가 8천만에 가까우니 주변에서 감히 넘보는 종족이 없었다.


그래서 거인족도 감히 천인족과의 전면적인 전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대신에 소수 정예의 무사들을 키워서 복수를 꿈꾸는 것인데···, 그 대상이 바로 쥬맥이었다.


그들이 칭하는 이름은 물귀신 쥬맥!


그들의 모든 꿈이 좌절된 것이 바로 쥬맥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마침 쥬맥이 한울 자리에서 물러나 대협곡에서 홀로 수행을 한다고 하니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것!


아무리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도 한 사람이 고수 3천 명을 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일반적이라면 맞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같은 덩치의 고수가 아니라 몇 배나 더 큰 거인족 고수들이니, 그 위력이 얼마나 막강할지는 가히 가늠이 되지 않을 수준인 것이다.


그럼 이제 쥬맥은 어찌 될 것인가?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히 놔두질 않으니······.


“모든 대원은 출전 준비를 갖추고 일각 이내에 연무장에 집합하라!”


마침내 므므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파밀붕천대 3천 명이 빠르게 출전 준비를 마치고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등에 맨 바랑에는 비상식량 등 간단한 물건과 웬일인지 폭뢰가 하나씩 담겼다. 이제 모두 무공의 고수가 되어 어디서든 짐승을 사냥해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우리는 이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출전한다. 우리 모두 위대한 거인족의 명예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자!”


“와~ 위대한 거인 만세! 만만세!”


대장 므므르의 말에 모두 만세를 부르며 열광했다. 파밀붕천대로 차출되었을 때 목숨은 이미 내맡긴 것이니!


이제는 명예로운 죽음만이 남았다.


위대한 거인족의 명예를 위한 죽음!


파밀붕천대 조직은 크게 세 개의 천인대(千人隊)로 나누어졌고, 천인대는 다시 열 개의 백인대로 구성되었다.


천인대별로 거대한 검과 도, 창을 기본 무기로 삼았고 전원 어깨에 작은 활을 메었다. 거인들 덩치에 비해서 작다는 것이지 실제 크기는 천인족의 활보다 두 배 이상 큰 것이었다.


쿵! 쿵! 쿵!


발을 굴러 진각을 밟으며 박자를 맞추니 마치 산이 흔들리는 듯하다. 그러면서 정렬을 하더니 백인대, 천인대 단위로 질서정연하게 늘어섰다.


이어지는 대장 므므르의 명령.


“우르대협곡에 은거한 원수의 거처가 확인되었다. 우리는 길잡이를 따라서 백인대 단위로 흩어져 은밀하게 이동한다. 모든 지시가 천인대장과 백인대장에게 하달되었으니, 명령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 자~ 출전하라!”


“출전! ······ 출전!”


거인들은 므므르의 출전 명령에 복창하며 백인대 단위로 일사분란하게 출발했다. 이제 파밀붕천대에 속한 거인 무사들의 얼굴은 예전과 달랐다.


날카로운 눈에서는 예기(銳氣)가 넘쳐흘렀고 무공 수련으로 균형 잡힌 몸에서는 보기만 해도 힘이 넘쳐흐른다.


모두 초일류급 이상 고수들이라 경신술로 내달리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고, 그동안 훈련을 거듭한 연무장만 텅~ 빈 채 덩그러니 남았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아 온 거인족 무사들이 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 쥬맥은 오직 깊은 수행에 빠져 있었다. 자신을 망각한 채···.


#


오늘도 언덕 위 너럭바위에 앉아서 좌선한 채 깊은 심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휘영청 밝은 달빛이 어깨와 머리에 내려앉아 우윳빛 광채를 뿜어낸다.


점점 자연과 어우러져 그 일부가 되어 갔고 주변은 정적 속에 잠겼다.


그때 쥬맥의 눈썹이 꿈틀하는데······.


남쪽 멀리에서 낯선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명상 중에 자신도 모르게 주변으로 기감이 한없이 멀리까지 퍼져 나갔는데, 그 한 가닥이 이질적인 기운을 느낀 것!


거리가 너무 멀어서 미미하긴 하지만 점점 그 크기가 강해지며 쥬맥이 있는 곳을 향해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미 선신의 경지에 이른 쥬맥. 그의 예감은 비록 미래를 보는 선지자의 수준은 아니지만, 기감으로 상황을 예측하는 것과 같아서 대부분 들어맞았다.


혹시 적일까? 그러나 이미 쥬맥에게 적수라고 할 만한 사람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누구일까?’


잡념이 수행을 방해하니 마음을 접고 가만히 눈을 떠서 현실로 돌아왔다.


“나를 공격할 만한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먼 남쪽 하늘을 바라보니, 붉은 별 하나가 길게 꼬리를 끌며 쥬맥을 행해서 날아오다 허공에서 사라졌다.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분명히 좋은 일은 아니야.’


이미 어떤 경지를 넘어서니 꼭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어도 기(氣)와 의식세계가 위험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직은 멀리에 있으니 좀 더 두고 봐야겠군. 남쪽에서 파밀산맥을 넘어오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거인족인데···. 느껴지는 기의 수로 봐서 전쟁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일반인의 기가 아니라 분명 무인의 기운이야.”


그래서 날마다 기감을 펼쳐서 어디쯤 오는지를 살폈다. 무리를 나누어서 길게 뱀처럼 늘어졌는데 아마 산개해서 오는 모양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나 그러한 수법도 일반적인 무사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이미 경지를 넘어서 반신의 경지에 들어선 고수에게는 그건 얕은 수작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면 잘못해서 천인족에게 먼저 들통나면 복수도 하기 전에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는지도 모르는 일.


비록 경신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르강 상류를 거쳐 우르산맥에 있는 자오봉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이동 속도로 봐서는 앞으로도 열흘이 넘게 걸릴 듯하다. 거리가 워낙 머니까.


그래도 천인족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고 여기까지 이른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주간에는 몸을 숨기고 주로 야간에 이동해서 그렇겠지만 말이다.


“이걸 천인족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하나? 알려서 잘못되면 전쟁이 날 거고···. 그래, 어디 한번 내가 혼자서 막아보지 뭐. 제까짓 것들이 별수 있겠어? 요즘은 무공을 개나 소나 다 하는 모양이지만, 어디 실력을 한번 볼까?”


쥬맥은 가만히 앉아서 적을 맞기보다는 자신이 싸우기 좋은 곳으로 나가서 적을 맞기로 했다. 잘못하면 종족에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쥬맥은 우르산에서 발원하여 천단성을 지나 환인호로 흘러드는 큰 하천의 상류에서 적을 맞기로 했다.


가만히 기다리다 싸우게 되면 쥬맥이 아끼는 거처 주변의 경관이 모두 망가질 것이고, 피로 물들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잠든 이곳이 결코 피바다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


간단히 전투 준비를 마친 뒤 어풍비행(御風飛行)으로 날아올랐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날아가니 한식경만에 하천 상류 지점에 이르렀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


아무 곳에서나 싸울 수는 없다. 세인(世人)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 호랑이는 한 마리의 토끼를 잡을 때도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하물며 3천 명의 거인 무사들과 싸워야 하니 오죽하겠는가?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으로, 전투란 그저 힘만으로 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니 한 곳이 사방 5리가 울창한 갈대밭이다. 갈대는 키가 넘게 자라 있었고······.


세인의 이목을 끌지 않고 전투를 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또한 자신을 감추고 적을 공격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래, 이곳이 좋겠군. 몇 시진 내에 이곳에 다다를 것이니 여기서 혼내 줘야지. 마침 천인족 시야에서도 벗어난 곳이니 시끄러워지지는 않겠지.”


장소가 마음에 든 쥬맥은 그래도 일대에서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야트막한 둔덕의 갈대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갔다.


이미 모든 기운이 합쳐져서 영력 하나로 순화되었으나, 무인이 무사들을 맞아 싸우는 데에 구차하게 법술이나 마법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근본이 어디까지나 무사라는 인식이 깔린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아니겠는가?


상대가 무사들이니 무사로서 당당히 겨루리라. 그들에게 무예란 어떤 것인지 하늘을 보여 주고, 그들이 얼마나 자만한 것인지를 똑똑히 알게 하리라.


그것이 또한 서툰 무술을 대단하다 여겨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길이고, 그것이 바로 종족을 위한 일이 아니겠는가?


운기조식을 함에 따라 영력에서 분리되어 나온 내공이 힘차게 전신 세맥 곳곳을 휘돌았고, 힘이 넘쳐흘렀다.


이미 써도 써도 마르지 않고 샘솟듯이 외기를 끌어다가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내공이 몇 갑자니 하는 것은 이미 쥬맥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건 일반 무인들의 얘기다.


이미 신의 경지에 한 발을 들인 사람. 그가 바로 쥬맥이다. 그에게 내공을 따져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두 시진 가까이 운기조식을 하던 쥬맥이 기감을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이제야 오는가 보군. 어서들 와라.”


기감을 넓혀 살피니 적들이 벌써 십 리 근처까지 접근했다. 그들은 이미 쥬맥이 알아차리고 근처까지 와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리라.


갈대밭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쥬맥의 몸이 번개처럼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북서쪽 대협곡 방향으로 가시오.”


천인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험난한 우르산맥의 기슭을 타고 이동하는 파밀붕천대. 거대한 거인의 덩치에도 불구하고 안내인을 따라 마치 바람처럼 가볍게 이동하고 있는데······. 한 걸음이 천인족의 다섯 걸음보다 크니 그 이동 속도도 훨씬 빠르다.


어느 순간, 맨 앞에 이동하는 무리의 위쪽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치 새처럼 날고 있는데 분명 사람 그림자다.


“모두 멈추어라! 저게 무엇이냐?”


대장 므므르가 수하들에게 물었다.


“하늘을 나는데 새가 아닐까요?”


“저렇게 생긴 새도 있단 말이냐?”


그러자 마령안을 가져서 시력이 좋은 돌목족 출신 무사 하나가 제3의 눈으로 살펴보더니 깜짝 놀랐다.


“저것은 새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생김새를 보니 천인족이고요.”


“아니, 사람이 새처럼 날다니······.”


모두 놀라고 있을 때 새처럼 날던 사람이 점점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거인들 앞에 내려섰다. 모두 무술의 고수들이지만 놀라서 그냥 쳐다본다.


그때···, 자신들에 비하면 완전히 난장이 같은 왜소한 노인네가 앞길을 가로막고 서서는 입도 달싹이지 않은 채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풍문으로는 선인들의 선어에 대한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지금 시전하는 것이 그보다 고명한 상심통이라는 것을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대들은 거인족인데 이 달밤에 어디를 가는가? 이곳은 천인족의 영역인데 불법으로 침입을 하다니!]


그러자 므므르가 앞으로 나섰다.


“그대는 누구인가? 감히 우리 파밀붕천대의 앞을 가로막다니! 이미 우리를 알아보았으니 입을 봉해야겠다.”


[하하하하! 내가 누구냐고? 아마 모두 나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바로 그대들이 찾는 쥬맥이다.]


“거짓말하지 마라! 쥬맥은 대협곡에 은거하고 있다. 감히 거짓말을 하다니, 당장에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


하늘을 날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그 말과 동시에 좌우에서 서너 명의 무사가 나서더니 번개처럼 도검(刀劍)을 휘두르며 치고 들어왔다.


쒸앙~ 휘리릭!


무기가 크고 힘이 세니 주변에 바람이 일고 사납게 강기가 몰아쳤다.


그러나 아무리 힘차게 휘두르며 치고 들어가도 한 치를 치면 한 치를 물러나고 한 자를 찌르면 한 자를 물러나니, 어떤 수를 써도 몸에 난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놈이 아주 귀신 같구나!”


이런 고수를 놔두고 쥬맥을 찾겠다고 갈 수도 없는 일. 또 열댓 명이 우르르 달려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너희들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저쪽에 넓은 곳이 있으니 너희 무리를 모두 끌고 오너라. 내가 틀림없이 쥬맥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마.]


서서히 갈대밭을 향해서 물러나기 시작하는데, 뒤를 향해 방어하면서 가는데도 자세에 흐트러짐이 일절 없다.


그제야 므므르는 예전에 천인족과의 전쟁 시에 괴인이 새처럼 날아다니며 거인족을 공격했고, 그 괴인이 바로 쥬맥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자가 정말로 쥬맥?’


멀리서 새처럼 날아왔으니 이 사람이 정말로 쥬맥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며 바로 목표로 한 원수를 만난 것!


아직도 멀리에 있는 대협곡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서 결판을 지을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쥬맥이든 아니든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말이다.


“모두 나를 따르라! 저자가 쥬맥일 수 있으니 일단 죽이고 나서, 다시 대협곡으로 가서 사실을 확인한다.”


마침내 파밀붕천대 무리가 대장 므므르를 따라서 우르르 갈대밭으로 향했다. 갈대가 비록 키를 넘게 자랐으나 거인들에게는 무릎을 조금 넘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잔풀이나 다름없다.


쥬맥이 점차 물러나면서 갈대밭 가운데에 위치한 낮은 둔덕 위로 올랐다. 주변보다 약간 높은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주변 갈대밭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전투는 위치도 중요한 법이다.


‘그래, 이곳이 제격이군.’


방어로 슬슬 몸을 풀면서···, 거인들 무리가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쥬맥은 거인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서 일망타진하기 위해 슬슬 몸만 풀며 방어를 하는 것이고, 거인들은 전원이 모여서 준비한 진을 구축해 한 번에 들이치기 위해서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공격만 하는 것일 게다.


백인대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반 시진 만에 3천 명에 이르는 거인족 무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군.’


쥬맥이 짐작한 대로 파밀붕천대가 다 모이자 공격하던 무사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3천 명이 쥬맥의 둘레로 질서 정연하게 포진했다.

형식적인 공격을 끝내고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하겠다는 신호와 같았는데···.


므므르가 손을 들자 그게 신호인지 일제히 등 뒤에 메고 있는 활을 들더니, 보기에도 예리한 시커먼 화살을 활시위에 걸었다.


오랜 훈련을 거쳐 손짓 하나에 모두가 숙달된 동작으로 척척 움직인다.


삐이이~ 삐이이~


갑자기 호각 소리가 두 번 울리고···.


소슬한 바람이 갈대를 휘젓고 가는 끝없는 갈대밭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피 튀기는 전투의 막이 올랐다.


거인들은 백인대 단위로 쥬맥을 근거리에서 활로 저격하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일어나 쏘면 반대쪽은 낮게 앉아서 사격을 준비하는 게 질서정연했다.


활은 원래 장거리 공격용인데 연습을 했는지 근거리에서 직사(直射)로 공격해 왔고, 그중에 일부는 아군에게 날아가기도 했으나 보호구를 갖추어 큰 영향이 없는 듯했다. 일부가 부상을 당해도 오직 쥬맥 한 사람만 죽이면 된다는 듯이 괘념치 않았고 말이다.


삐이잉~ 휘류류류~ 쉬쉬쉬식~


화살들은 일반 화살들과 다르게 신호용 향전(響箭)처럼 온갖 여러 가지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물론 그 안에는 조용히 다가오는 독사처럼 거의 소리가 안 나는, 짧고 빠른 아기살 같은 화살들도 무수히 섞여 있었고 말이다.

바로 상대의 정신을 흩트려 혼을 쏙 빼놓기 위한 작전인 것일 터.


그 순간 쥬맥의 몸 둘레로 푸른 빛을 내며 호신강기가 떠올랐다. 어느새 손에는 애검 백호제마검이 들렸고.


화살이 도착하기 전에 검이 손을 떠나더니 몸 둘레를 돌며 회전하면서 달빛처럼 눈부신 검막을 펼친다.


퍼버버버벅!


수없이 날아든 화살들이 호신강기에 이르지도 못하고 모두 이기어검(以氣馭劍)으로 펼친 검막에 막혀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한 번에 100명씩 1개 백인대가 활을 쏘고 앉으면 다음 백인대가 쏘고, 다음은 또 다른 활을 백인대가 쏜다.


이렇게 연환 공격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런 공격에는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고슴도치가 되고 말리라.


그러나 콧방귀를 뀌는 쥬맥이다.


‘흥, 이놈들! 귀찮게 웬 화살 공격이냐? 나를 마치 어린애 취급을 하는군.’

280화 파밀붕천대와 격전지 위치 지도.png

280화. 파밀붕천대와의 격전지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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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6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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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7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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