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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4 08:40
조회
1,061
추천
7
글자
19쪽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점박이와 별이를 사랑채에 누인 쥬맥이 아내를 재운 뒤, 바로 자지 않고 수련실로 들어가더니 서책에 기록부터 시작해서 무언가를 꿈지럭거린다.


오늘 둘이 알려 준 내용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점박이와 별이에게 줄 선물들도 준비를 하는데······.


작은 저공간을 네 개 만들어서 여러 가지 법기 재료들을 잔뜩 집어넣고, 옥간을 두 개 꺼내어 선인족에서 받아 온 내용들과 기맥 형님으로부터 알아 온 내용 등 여러 가지를 집어넣었다.


단,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선인족에서 받은 태령체혼복제술만은 제외를 시켰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동안 모아 둔 영단과 내단 등을 뒤적여 수행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함께 챙겨 넣었다.


항상 하나를 받으면 둘을 주는 것이 쥬맥의 처세술 아니던가?


그런데 이렇게 퍼 줘도 비슷한 것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각기 다른 것을 받으니, 자신이 더 이득을 보는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다.


아침이 되자 그때까지도 취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점박이와 별이는, 술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푸념과 함께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나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


“어때?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아이고~ 머리야. 술이 마실 때는 좋더니 깰 때는 이 점박이를 잡는구나. 전에는 그렇게 마시고 싶었는데 막상 마셔 보니 이제야 인생을 알겠네.”


“뭐, 인생씩이나······. 너는 수생(獸生)이고 나는 조생(鳥生)이다 이놈아. 아니다 이제는 신수생(神獸生)이네. 내 말이 맞나? 호호호호!”


제법 농담까지 하는 것을 보니 이제야 조금 살 만한 모양이다.


“차나 한잔 하자.”


식사를 하고 차를 한잔 한 다음, 쥬맥이 둘을 데리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자! 이건 어제 너희가 준 보답으로 내가 주는 선물이다. 잘 챙겨서 가라.”


어젯밤에 준비한 저공간(貯空間)을 하나씩 허리에 매어 주고 의식으로 연계를 시켜 주자 둘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깜짝 놀랐다.


“와~ 뭐가 이리도 많아? 쥬맥이 너 혹시 살림이 모두 거덜나는 것 아니냐? 많아도 너무 많은데······.”


점박이의 말에 별이도 저공간을 살펴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


“그러고 보니 너한테 다섯 가지를 알려 준다고 해 놓고 깜박하고 잊었네.”


술에 취해서 어제 저녁에 했던 일들이 제대로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다.


“그런 걱정 마라. 어젯밤에 내가 너희들 밑천을 몽땅 털어먹었으니까.”


그러자 점박이는 그제야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취중에 무엇을 알려 줬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응? 아니, 언제 그랬어? 나는 분명히 하나도 안 알려 줬는데? 우리 사부님이 비술은 아무도 알려 주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네.”


점박이를 따라 덩달아 걱정하는 별이.


“나도 그래. 우리 사부님이 비술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쥬맥이 장난삼아 눈을 부라렸다. 자기네들이 앞장서서 알려 주고는 이제 밑천을 다 털었다고 하니까 걱정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응? 이놈들 보게. 쪼잔하게 그까짓 몇 개 가지고···. 여기에 듬뿍 담아서 퍼 주려고 했는데 안 줄까 부다. 너희 사부님들 것도 다 챙겼는데······.”


“뭐? 사부님 것까지? 뭔데? 어서 줘 봐. 가서 우리 사부님께 자랑할 거야.”


“나도, 나도 얼른 줘. 호호호!”


그러자 쥬맥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저공간과 푸른 옥간 두 개를 꺼냈다.


“자! 지금부터 눈을 꼭 감고 있어야 돼. 아니면 내용 전달이 안 되거든. 눈을 뜨거나 말을 하면 모두 지워지니까 너희들 스스로 알아서 해라.”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 눈을 떠도 말을 해도 되지만 성가시게 자꾸 재잘거릴까 봐 눈을 감게 하고, 오른손에 옥간(玉簡)을 하나씩 쥐여 주었다.


둘은 깜짝 놀라면서도 눈을 뜨거나 말을 하면 내용이 정말로 지워질까 봐 그냥 조용히 기다렸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내용들이 들어와서 각인(刻印)이 되니 힘들게 외울 필요도 없었다.


“우와! 정말 대단하구나!”


둘 다 끝나자마자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런 신통이 있다니! 그 신기함에 감탄하면서 둘 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 이건 잃어버리지 않게 잘 보관해라. 너희 사부님들 외에는 절대로 전하면 안 되고······. 그분들께만 전해 주고 반드시 파손시켜야 돼. 알았지?

이미 내가 금제(禁制)를 걸어 놓았으니까 두번 사용하면 자동으로 부서지겠지만 말이야. 만약 이것이 나쁜 놈들의 손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되거든.

너희도 받은 것을 남에게 함부로 전하면 절대 안 된다. 약속해! 알았지?”


“알았어. 그런데 우와 정말 대단하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도 열심히 수행해서 선계로 갈 수 있겠다. 사부님 선물까지 챙겨 주고, 고맙다 친구야.”


“친구야, 정말 고마워! 이런 큰 선물을 주다니······. 호호호호!”


“그러니까 너희도 좋은 것을 배우면 무조건 나한테 알려 줘야 돼. 알았지.”


“알았어. 꼭 그렇게 할께.”


“호호호! 그럼, 그래야지.”


“너희도 꼭 선계로 올라가라. 우리 거기서 만나자. 그래서 주는 거야. 그리고 아마 이 소식을 들으면 다른 신수들이 자기는 안 준다고 난리를 칠 거야. 절대 알려 주지 말고 나한테 오면 알려 준다고 했다고 그래. 알았지?”


“응! 알았어. 그럼 다음에 보자.”


“호호호! 고맙다 친구야. 또 보자.”


이렇게 신신당부를 해서 오랜만에 만난 지기(知己)들을 돌려보냈다.


처음 마셔 본 술 얘기가 나와서 금령주를 또 열 병씩이나 들려서······.


#


그렇게 점박이와 별이가 기분 좋게 떠나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이상한 옷차림의 세 사람이 또 쥬맥의 지인이라며 집무실로 찾아왔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살피니 신수 해타와 청룡 그리고 현무였다. 아마 점박이와 별이가 간 뒤에 신수들 간에 무슨 얘기가 오간 모양이다.


쥬맥이 건넨 선물에 대한······.


해타(海駝)는 얼룩덜룩한 문사복에 머리에는 사관모를 쓰고 커다란 부채를 든 중년인으로 변신을 했다.


청룡(靑龍)은 푸른 용무늬가 수놓아진 장포를 걸치고 용을 닮은 검을 손에 들었으며, 푸른 머리를 길게 기른 청년이었고······.


현무(玄武)는 회색의 무사복을 걸쳤다. 회색의 긴 머리에 긴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무사 차림. 거기에 장창을 비껴 든 노인의 모습이었다.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니 싫증날 때마다 바꾸는 모양이다. 멀리서부터 그들의 기운을 감지한 쥬맥이 수신호위들에게 막지 말고 그대로 들여보내게 전음을 보냈다.


무기를 소지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말다툼을 벌일까 봐서다. 그래도 천인족을 수호하는 신수들이니 소홀히 할 수 없어서 걸어 나가며 친히 그들을 맞았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어서 오세요. 아니 세 분이 무슨 일로 이렇게 나란히 찾아오십니까?”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 척 물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그간 별래무양(別來無恙) 하시지요?”


“한번 뵙고 싶어서 먼 길을 왔습니다. 하여튼 반갑습니다.”


“점박이와 별이만 술대접을 하십니까? 우리도 술 좀 사 주세요.”


일단 인사치레로 하는 말은 술을 먹고 싶다고 하지만 그 속에는 진짜 말하고 싶은 다른 뜻이 숨어 있으리라.


“술이야 당연히 사 드리지요. 어렵게 여기까지 오셨는데 오신 김에 제가 사람들을 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봐라! 가서 대족장 곽윤과 천사장, 대신녀를 모셔 오너라.”


신료가 급히 전하러 가는 사이에 세 사람을 다탁으로 안내하여 금령차를 대접하고 여러 가지 담화를 나누었다.


아직 마음속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술기운을 빌릴 모양이다. 조금 지나자 대족장 곽윤과 천사장, 대신녀가 함께 들어왔다.


쥬맥이 신수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소개하고 서로 인사를 시켰다.


“모두 인사들 하시지요. 여기 계신 분들께서는 모두 우리 천인족을 지켜 주시는 신수들이십니다. 이분은 해타시고, 이분은 청룡, 이분은 현무십니다.

자! 이번에는 우리 천인족의 몇 사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천사장 천수 선인은 전에 같이 인사를 다녔으니 잘 아시지요? 이쪽은 대신녀 천수연이고 이쪽은 대족장 곽윤입니다.”


그러자 서로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시며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며 가까워졌고······.


“그런데 이분은 대족장이라면서 많은 대족장들 중에 이 한 사람만 소개를 시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 같군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보는 해타. 사리 분별을 잘하는 신수답게 한눈에 알아보고 넌지시 물어본다.


“하하하! 역시 해타십니다.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지금은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세 신수는 금방 눈치를 채고 곽윤을 눈여겨보았다.


쥬맥 생각에 만일을 위해서 차기 한울이 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여겨졌다. 그래야 자신이 없더라도 안심이 되지 않겠는가?


저녁이 되어 다시 전처럼 태상루 특실에 술자리를 마련했다. 혹시라도 뒷말이 나올까 봐서 지난번과 같은 장소에 같은 술과 음식을 준비시켰다.


그날도 졸부 넷이 왔다가 특실이 이미 예약되었고 눈매가 날카로운 무사들이 눈에 띄자 두말 않고 약속을 다음 날로 미루며 줄행랑을 놓았다.


도망가면서 자기네끼리 주고받는 말.


“아이고, 저 귀신들이 또 왔네. 얼른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세”


“또 저 귀신들한테 전처럼 당하기 전에 어여 가세 어여 가.”


덕분에 방해자 없이 순탄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금령주(金靈酒)와 맛있는 요리가 계속 들어오자 처음에는 체면을 차리던 신수들도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취기가 돌았다.


“햐! 술 맛이 기가 막힙니다.”


벌써 얼굴이 붉어진 청룡이 한마디를 던졌다. 평소에는 수행을 하느라고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수백 년을 수행해도 얻기 어려운 신통과 비술을 점박이와 별이가 얻어 왔다는 말에 혹하여 달려온 것이다.


직접 찾아오면 준다는 말을 믿고···.


어느 정도 술이 돌고 취하기 시작하자 해타 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한울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점박이와 별이한테는 친구라고 그 많은 선물을 안겨 주고, 더 선배인 우리들에게는 콩물도 없다니요.”


그러자 옆에서 눈치를 보던 청룡 신수가 슬며시 같이 거들고 나선다.


“그러게 말입니다. 천령 선인께서 우리를 거두시고 아낌없이 가르침을 주셨는데, 이제 와서 한울께서 차별을 하시다니요. 조금 섭섭합니다.”


이때 회색 머리와 수염을 멋지게 기른 현무마저 가세해서 한마디 했다.


“그렇게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나눠야지요. 어디 우리가 남입니까?”


그러면서 조금 원망하는 투로 쥬맥을 바라보니 쥬맥이 겸연쩍게 웃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점박이와 별이는 친구끼리 그냥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은 것입니다.

점박이는 백호 신수의 신통과 비술을 모두 내놓았고, 별이도 주작 신수의 신통과 비술을 모두 내놓았어요. 그래서 나도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준 것입니다. 그냥 서로 맞바꾼 거예요.”


그러자 세 신수도 이구동성으로 서로 맞바꾸자고 하는데···, 특히 해타 신수가 강하게 요청하고 나섰다.


“그럼 우리랑도 맞바꾸면 되지 않소이까? 모두 예전에 천령 선인께서 가르쳐 주신 것에, 그동안 우리가 수행하면서 얻은 것들을 조금 보탠 것뿐인데 섭섭하게 우리만 빼다니요? 우리도 같이 합시다아~.”


그런데 친한 척 뒷말이 길어진다.


······.


이렇게 해서 또 술자리에서 신수 셋이 모두 쥬맥에게 밑천이 털렸다.


사실 신수들은 거대하면서 강한 신체를 가진 반면에 두뇌의 수준은 인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수천 년간 수행을 쌓아도 선계로 가기가 힘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행을 하는 만큼 신통과 비술은 뛰어나지만 깨달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계나 소우주에서 흘러나온 자료들에는 많은 깨달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신수들이 목을 매고 쥬맥을 찾은 것!


주맥이 이번에는 전과 같이 듣고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푸른 옥간을 손에 쥐어 주고 자신의 손으로 마주 잡고서 법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신수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신통과 비술들이 순식간에 옥간으로 저장된다.


이에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동안 비술이 또 한 번 진일보한 것이다! 약속한 자료는 오늘 밤에 준비를 해서 내일 돌아가기 전에 주겠다고 하고, 지난번과 똑같이 좋은 술과 요리로 성대하게 대접했다.


신수들이 그동안 수행하느라 참았던 술과 요리를 실컷 먹는 바람에 자그마치 금령 200개가 훌쩍 날아갔는데···.


거나하게 취한 신수들을 팔두마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 미루가 이번에는 또 누구를 데려왔냐고 묻는다.


“응, 이번에는 5대 신수 중에 해타와 청룡 그리고 현무 신수야.”


“예? 정말 5대 신수 중에 세 분이란 말이에요? 당신 미쳤어요? 그 귀한 신수들을 술을 먹여서 집으로 데려오게.”


“걱정할 것 없어. 내일 아침에도 지난번처럼 해장국 좀 부탁하우.”


“저렇게 귀한 분들에게 집에서 끓인 해장국을 드려도 되겠어요?”


“걱정 마셔. 점박이와 별이랑 똑같이 안 하면 (작은 소리로) 질투해.”


점박이와 별이처럼 신수들을 행랑채에 재우고 아내도 재운 다음, 전처럼 또 똑같은 것들을 저공간에 넣고, 옥간에도 같은 내용들을 담았다.


하나라도 다르면 괜히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모두 똑같이 했지만, 옥간은 일회용(一回用)으로 만들어서 한 번 쓰면 다시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잘못하면 의도치 않게 나쁜 곳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


아침이 되자 전처럼 해장국을 같이 먹고 수련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준비한 저공간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저공간의 사용법을 알려 주고, 그러면서 푸른 옥간을 손으로 잡게 해서 또 똑같은 내용들을 전해 주었다.


신수들은 인간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다 보니 그동안 오랜 수행에도 큰 진보가 없다가, 놀라운 내용들을 접하면서 이제야 선계로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전수가 끝나자 머릿속의 내용을 살펴보고 모두 흡족해하면서 고마워했다.


“모두 꼭 선계에서 만납시다. 이제 우리도 노력하면 언젠가 선계로 갈 수 있겠어요. 한울님 정말 고맙습니다.”


해타의 말에 쥬맥도 웃으면서 답했다.


“하하하! 서로 가진 것을 공평하게 나눈 것을요. 저도 받은 내용을 절대 남에게 전하지 않을 테니 여러분께서도 약속을 해 주세요. 왜냐하면 이 내용들이 나쁜 무리들에게 넘어가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반드시 약속을 지킵시다. 그리고 다 같이 선계에서 만납시다.”


신수 청룡이 떠나며 호기롭게 외쳤다. 신수들이 모두 유쾌한 기분으로 떠나자 쥬맥도 받은 자료들을 옥간을 통해서 모두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신수(神獸) 자신이 얻은 것을 제외한 천령 선인의 신통과 비술들은 따로 모아서 천사장에게 건네주어 선인들의 수행에 사용하도록 했다.


천령 선인은 천인족 최초로 신선이 되신 분인데 그 신통과 비술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비록 대가를 치르고 얻어 낸 것이지만 그것은 크게 보면 천인족 전체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5대 신수들의 신통과 비술까지 모두 머릿속에 담으니, 이제 지구에서는 선인이라 해도 쥬맥만큼 정보를 많이 가진 자가 거의 없었다.


물론 머릿속에 있다고 해서 그것들이 곧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익히고 연습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수련을 해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는 길을 어느 정도 닦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계속 수행을 하면서 신이 되어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드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계로 영체 수행을 하면서 얻은 부산물들도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천령대나 대부족 무사대, 그리고 일부는 쥬씨세가에 전해 주었다.


용을 닮은 마수의 비늘도 모두 꺼내 보니 그 수가 3천여 개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장 최상질의 것 100개만 추려서 법기를 만들 때 사용하기 위해 저공간에 보관했다. 나머지는 천령대와 대부족 무사대, 쥬씨세가에 갑주를 만드는 데 사용하라고 나누어 주었다.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질기니 무사들에게는 위험할 때 목숨을 지켜 주는 보배와 다름없을 것이다.


#


그리고 마침내 한 달 뒤.


한울의 자리를 곽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천인족 대회의를 열어 출마자를 투표에 붙이게 하였다.


모두 그동안 쥬맥이 곽윤을 후계자(後繼者)로 키운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서는 대족장이 없었고, 가부(可否) 투표로 의사를 물어서 승인을 받았다.


쥬맥은 83세에 최연소 한울이 되어 155세까지 재임 기간이 72년으로 역대 한울 중에서 최장기 한울이 되었다.


그런데도 모두 물러남을 아쉬워했다.


곽윤의 신임 한울 대관식이 치러지고 해타정심검(海駝正心劍)과 천령수 왕관을 모두 넘긴 쥬맥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천사장을 맡았던 천수 선인도 이제 자신은 거의 진선기에 이르러 수행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임을 했다. 그리고 홀로 수행하기 위해서 태을 선인이 살았던 대협곡으로 들어갔다.


물론 쥬맥에게는 그 거처를 알려 주었지만 말이다. 그곳은 바로 전에 태을 선인이 수행하며 지내던 곳이었다.


쥬맥은 살고 있던 한울의 거처도 신임 한울에게 내어 주고, 비어 있는 내성의 다른 저택을 하나 골라서 살기로 했다. 전임 한울용 거처 중 하나에서.


안전과 정보 문제 때문에 역대 한울은 내성에서 기거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세가에서 여러 자식들과 마음 편히 지내게 하고 자신은 내성의 저택과 세가를 오가며 지냈다.


종족에서 붙여 준 시녀와 호위가 있으니 내성에서 홀로 있을 때도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 걱정에 낮에는 거의 세가에 가 있었지만 말이다. 아내도 자식들과 손주들 속에서 지내다 보니 얼굴이 전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이제 연세가 지긋한 장인과 장모가 한 달 사이로 세상을 뜨자 아내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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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9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6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0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2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4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2 7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6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3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7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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