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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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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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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8쪽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장은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물었다.


“처음 오셔서 큰일을 하셨습니다. 이번에 마주친 마수와 마신족 마왕은 모두가 두려워하던 존재들인데, 모두 죽이신 것을 보니 영력이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오성마족의 성마맹 결성 내용도 다른 선인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마 선신이시라 무력이 훨씬 뛰어나신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자주 오셔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러면서 깍듯이 작별 인사를 하였다.


지도가 든 옥간을 반납하고 들어올 때와 같은 방법으로 밖으로 나와서 작은 전각에 들러 영패를 반납했다.


그리고 검은 연무가 넘실대는 동굴로 들어가 뛰어내리니 심연의 암흑 같은 동굴을 지나 영체가 본체로 돌아왔다.


다급하게 눈을 번쩍 뜨자···, 다행히 아직은 해가 한 자쯤 남아 있다.


‘아이고~ 오늘은 잔소리 안 듣고 저녁밥을 제대로 얻어먹겠구나.’


기쁜 마음에 콧노래를 부르며 안채로 들어가서 목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여보! 나 왔수. 어때? 빨리 왔지?”


“뭐요? 빠르기는 개뿔! 벌써 해가 서산에 지고 있구만.”


아내를 또 하루 종일 홀로 둔 쥬맥은 어쩔 수 없이 겸연쩍게 머리를 손으로 긁적거렸다. 자신의 일에만 바쁘다 보니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할 뿐이다.


* * * * *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다.


누가 세월을 흐르는 물에 비유했을까?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은 가는지도 모르게 우리 곁을 흘러가 버린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까마득히 지난 과거가 되어 버리니······.


쥬맥이 한울이 되어 강력한 무력으로 천인족을 지키자 대륙에는 점차 전쟁이 줄어들었다. 천인족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도 말이다.


평화가 이어지니 어느새 천인족도 환시력 144년을 맞이하였다.


벌써 인구가 6천만 명까지 늘어난 천인족은 이제 발바라 대륙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최강국(最强國)이 되었다.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도 영토가 좁으니 동북단에 있는 무인(無人) 만수지대(萬獸地帶)를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으니······.


그러나 이는 쥬맥이 반대하였다.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한 것도 좋지만 다른 종족들을 자극하여 뭉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여러 손을 모두 당할 수는 없는 법 아니던가?


약한 종족들이 하나로 뭉쳐 사방에서 치고 들어오면 천인족(天人族)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당해 낼 재간이 있겠는가? 설사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고.


일곱 개 종족이 힘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 대륙에서 고립무원에 빠지면 천인족에 피바람이 불 것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것보다는 그것을 피해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 왔던 방침을 철회하고 자녀 수를 줄이는 가족계획을 추진했다.


최소한의 복지 정책만 남겨 둔 채···.


이제 자식을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자녀 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자녀 수에 관계없이 무료로 교육했던 아룡관도 1년 뒤 출생자부터 2자녀까지만 무료로 했다. 그 이상은 모두 자비로 부담하게 하였다.


인구수를 빨리 늘리려고 보통 자식을 칠팔 명 낳았고 어떤 사람은 열 명이 넘게 낳았으나, 점점 자녀수가 대여섯 명에서 서너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서 인구수의 증가폭도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는데······.


그런 세월이 흐르고······,


쥬맥도 어느덧 150살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 수행을 하며 편히 쉬고 싶다고 용퇴를 선언했으나 뒤를 이을 만한 인재가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此日彼日) 뒤로 미루어졌다.


가늠하기 어려운 무력을 지닌 쥬맥이 한울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종족(異種族)이 함부로 분란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 그것에 기대고자 하는 것일 터!


그러나 쥬맥의 생각과 입장은 달랐다. 그만두고 싶은 첫째 이유는 바로 아내 미루 때문이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막내 쥬신을 잃고 몸이 점점 약해지더니 이제 시름시름 앓아눕는 경우가 많았다.


내색은 안 해도 어찌 어미가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마음 편히 살았겠는가?


다른 것은 해 주지 못해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하게 옆에 있어 주고 싶었고, 그냥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아내마저 떠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그동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을 떠나지 않았던가?


약으로 될까 하여 그동안 구한 온갖 영약을 먹여 봐도 큰 차도가 없었고, 의원도 마음의 병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상책이 아니겠는가?


두 번째는 이제 더 이상 손에 생명의 피를 묻히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용히 수행하며 살고 싶었다.


마계나 요계에 가서 마수와 요수를 잡는 것은 기(氣)로 진체를 이루는 악령(惡靈)을 잡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별것 아니지만······.


생계에서, 그것도 비슷한 문명을 이룬 고등 생명체들의 생피를 묻히는 것은 정말 못 할 짓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하니 그동안 피칠갑을 하며 검을 휘두르고 살아왔지만 정말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너무 싫었다. 종족(種族)을 위해서? 정의(正義)를 위해서?


아니면 협(俠)을 행한다고? 정말 그것이 다이던가? 그건 쉬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였다.


세 번째는 천인족이 자신에게만 의지(依支)하는 것은 큰 위험이 있었다.


이렇게 큰 무력에 의지해서 편안하게 안주하다가 어느 땐가 자신이 떠나고 나면 이미 약체가 되어 다른 종족의 먹잇감이 되지 않겠는가?


삶이란 뒤로 숨기보다는 그 터전에 뛰어들어 부대끼며 살고, 닥쳐오는 고난과 맞서서 극복하며 살아야 강한 생명력을 얻는 법이거늘!


남의 뒤에 숨어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는 법이다.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손에 쥐여 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쥬맥은 천인족이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길 바란 것이다. 비록 때로는 태풍을 만날지라도.


그런데 아무도 한울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5년 뒤에 용퇴하기로 합의를 하고 그동안 후계자(後繼者)를 육성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에 영웅대회(英雄大會)의 우승자인 곽윤을 찾아보았다. 당시는 천령2대의 20대 후반 무사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출중한 무공과 그동안의 업적을 인정받아 관리의 길로 들어섰고 오랜 기간 부족장을 맡고 있었다.


업무 때문에 몇 번 보고를 받으면서 본 적이 있지만, 이제 대족장도 50명에 이르고 부족장은 몇백 명이라 다 기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천인족의 5대 신검 중 하나인 주작화정검(朱雀火晶劍)의 주인이라면 나름 한울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여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한번 만나 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자꾸 미적거리다가는 언제 물러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문밖을 향해 명을 내렸다.


“여봐라, 부족장 곽윤을 들라 하라.”


“알겠사옵니다. 바로 연락을 취하겠사옵니다.”


한울의 명을 수발하는 신료가 곧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전서응를 날리더니 한참 뒤에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은 업무 때문에 신시에 나가 있다고 하옵니다. 하오니 내일 오전에 들라 하심이 어떻겠사옵니까?”


차분히 명 받은 내용을 아뢰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닌데 업무를 보러 간 신하를 중간에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 일.


“그러면 내일 점심을 같이 하도록 준비하고 그리 연락하라. 그리고 올 때 주작화정검(朱雀火晶劍)도 가지고 오라 이르고.”


“그리 연락하고 준비하겠사옵니다.”


명을 받은 신료가 다시 전서응(傳書鷹)으로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 나갔다.


#


다음 날 점심 무렵.


쥬맥은 곽윤을 보는 자리에 천사장 천수 선인과 대신녀 천수연을 같이 불렀다. 정말 재목감인지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제삼자로부터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당사자보다는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은 오늘 2차 영웅대회의 우승자이고 지금 부족장을 맡고 있는 곽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두 분도 같이 점심을 들면서 사람 됨됨이나 한울이 될 만한 재목인지 한번 자세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그러실려고 부르셨군요. 들리는 소문에는 강직하고 빈틈이 없으며 무공도 이제 전신급 화경(化境)의 경지에 이르렀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한울과 많이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더니 전부터 관심이 있으셨나 봅니다.”


“드디어 후계를 삼을 만한 인재를 찾으셨나 보네요. 축하드려요.”


“아직은 결정한 바가 없으니 두 분도 같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전에 영웅대회 때 우승을 했는데 관상과 풍기는 기운이 괜찮아 보여서 그동안 제대로 성장했는지 보려고 그럽니다.”


이렇게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제의 신료가 들어왔다.


“한울님께옵서 부르신 곽윤 부족장이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이곳으로 들라 하겠사옵니다.”


그러자 쥬맥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다. 바로 식당으로 들라 하라. 천사장과 대신녀께서도 같이 식사할 것이니 그리 준비하고.”


“알겠사옵니다.”


신료가 물러가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식당에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셋이 식당으로 향하였다.

열 명은 앉아도 될 만한 크고 둥근 원탁에 식사가 준비되었는데······.


부족장 곽윤은 먼저 들어와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옆에 서 있다가 쥬맥이 들어서자 황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부족장을 맡고 있는 곽윤이 한울님께 부르심을 받고 왔사옵니다. 그동안 강녕(康寧)하시옵니까?”


깊게 허리를 숙이면서도 기품 있게 예를 표하였다. 벌써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맑고 투명한 얼굴에는 정기가 서려서 밝은 기운이 넘쳐흘렀다.


영웅대회 때는 한창 젊은이였는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어찌 사람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쥬맥이 인사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손짓을 하자 무형의 기운이 일어나서 곽윤의 허리를 펴게 하였다.


그러자 자신도 나름 무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손짓 한 번으로 자신의 기를 풀고 가볍게 일으켜 세우니 곽윤이 놀라는 표정이다.


그때 담담히 들리는 한울의 목소리.


“어서 오게. 한번 보고 싶어서 불렀네. 전에 영웅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제법 많은 세월이 흘렀지?”


“그렇사옵니다. 벌써 6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사옵니다.”


“벌써 65년? 그때가 20대 후반이었으니 그럼 벌써 90살이 넘었단 말인가? 세월이 너무 빠르군.”


“부끄럽사오나 소신이 벌써 90살 하고도 3년이 지났사옵니다.”


“허어! 딱 좋은 나이일세.”


그러자 뭐가 좋은 나이라는 것인지 그 말뜻을 모르는 곽윤은 어리둥절했다. 젊어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났으니.


“아직 나이가 100살을 넘지 않았으니 좋은 나이라는 얘기일세.”


아직 본심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 쥬맥이 대충 얼버무렸다.


모두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자 시녀들이 따뜻한 밥과 국을 내온다. 쥬맥은 평소에 검소한 편이라 음식이 그리 걸지는 않았다.


“미안하이. 불러 놓고 푸짐한 요리를 대접하지 못해서 말이야.”


“아니옵니다. 소신도 어떤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사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술이나 한잔 할까?”


“하오나 소신은 지금 근무 중이오라 술을 마시기가 저어되옵니다.”


“하하하하! 아니, 한울이 같이 마시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웃으면서 금령주 한 병을 가져오게 하여 손수 세 사람에게 따라 주고 곽윤으로부터 한 잔을 받았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술 한 병을 더 시켜 모두 비우니 곽윤의 얼굴이 불그레하게 약간 취기가 돌았다.


일부러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 술을 먹인 것인데······.


제법 술을 마셨는데도 한울 앞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는지 곽윤은 쉬 취하지 않았다. 그래도 약간 취기가 오르니 서로 얘기가 훨씬 편하게 오가서 식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였다.


쥬맥은 그동안 살아온 얘기들, 전투에 참가한 경험이나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 현재 천인족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의견 등을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식사하는 천사장과 대신녀도 중간중간에 농담을 해 가면서 슬쩍슬쩍 여러 가지 생각을 떠 보니 식사 시간이 제법 길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리를 집무실로 옮겨서 금령차를 내오게 하여 모두 다탁에 둘러앉았다.


그때 곽윤이 어깨에 메고 있는 검을 보면서 쥬맥이 생각난다는 듯이 물었다. 바로 주작화정검이다.


원래는 한울 앞에 검을 가지고 나설 수 없는 것이지만 사전에 쥬맥이 검을 소지하고 오라는 지시가 있어서 등에 메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에 영웅대회에서 우승자에게 준 주작화정검이지? 어디 내가 한번 볼 수 있겠나?”


그러자 곽윤이 얼른 검을 끌러서 공손하게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


검날을 뽑아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쥬 맥이 손에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키더니 두 손가락으로 검날을 잡고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러자 검날이 더욱 예리해지면서 푸른빛을 발했다가 다시 서서히 원래의 빛으로 돌아온다.


보통의 삼매진화로는 태을현철로 만든 검날을 세울 수 없지만, 이미 화정의 기운을 모두 소화하고 선신의 경지에 이른 쥬맥은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손에 영력을 집중하자 금빛을 띤 기운이 손을 타고 물이 흐르듯이 검신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밝게 금빛으로 번쩍거리다가 점점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검이 빛을 발했다. 마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듯한 정결함과 위맹한 기운이 풍긴다.


쥬맥이 삼기일원(三氣一元)을 이룬 영력을 검에 주입하여 혹시 모를 삿된 기운을 모두 몰아낸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머리와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심마에 빠지지 않게 해 준 것.


“이게 자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해는 없을 걸세.”


“감사하옵니다. 더욱 잘 간수 하겠사옵니다.”


“이미 전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던데, 어떤가? 나하고 비무 한번 해 보지 않겠나?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소신의 경지가 일천(日淺)하여 감당하기 어렵사옵니다.”


“그냥 비무 아닌가?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따라오게.”


앞장서서 수련장으로 데리고 가니 곽윤은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싫다고 거절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말이다.


반면에 천사장과 대신녀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뒤를 따라간다.


#


“자, 여기서 하지.”


여기는 한울의 수련장이다.


주변에는 높은 나무가 외부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고, 직경 50장 크기의 바닥에는 튼튼하게 두꺼운 청석을 깔았다. 집무실에서 일과 중에 한울이 가끔 수련을 하며 몸을 푸는 곳이다.


그런데 비무를 하자고 해 놓고 자신은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자 모두 권각(拳脚)으로 하려나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가운데에 이르러 마주 보고 섰을 때, 쥬맥이 언제 가지고 왔는지 손에 백호제마검(白虎制魔劍)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영력으로 연화시킨 기검이다.


그걸 멀찍이 서서 구경을 하던 천사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신녀에게 물었다.


“어라? 분명히 조금 전까지 빈손이었지 않소? 언제 검을 가지고 왔지요?”


“그러게요.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빈손이었는데···. 감추어서 가지고 온 걸까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대신녀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제 검을 들고 마주 선 두 사람. 쥬맥이 검을 비스듬히 내려뜨리고 곽윤을 보며 말했다.


“자, 준비가 되었으면 먼저 시작하게. 자네 솜씨를 한번 보자구.”


“알겠사옵니다. 그럼 소신이 먼저 들어가겠사옵니다.”


곽윤이 주작화정검을 하단세로 낮추어 예를 표하고 횡소천군 초식처럼 가볍게 횡으로 휘둘러 치고 들어간다. 나름 예전초식을 시전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쥬맥과 초식을 빠르게 주고받으며 비무가 이어졌는데······.


주로 공격보다는 상대의 초식을 살피면서 방어 중심으로 응하던 쥬맥이 어느 순간 공세로 전환했다.


“자, 이것도 한번 받아 보시게.”


말과 동시에 검을 뿌리듯 휘두르니 검이 갑자기 길어지면서 긴 쇠사슬 형태의 채찍으로 변했다. 당황하는 곽윤!


쥬맥이 2장에 이르는 채찍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사방이 채찍 그림자로 가득 찼다. 오직 현란한 빛무리가 춤출 뿐 어디를 노리는지 분간이 안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여 쩔쩔매던 곽윤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보법을 밟으며 조금씩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채찍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이번에는 채찍이 길게 휘둘러 오다가 길이가 짧아지면서 연검으로 변했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분명히 처음에는 백호제마검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벌써 하나의 무기에서 두 번째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니.


연검을 먹구름이 밀려오듯 휘두르며 공격하는데 일반 연검처럼 길이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늘어났다 줄어들며 길이를 종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떤 때는 꼿꼿하게 일어서서 일반 검처럼 찌르고 들어오고······.


하도 변화가 심하니 어느 때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 분간이 안 된다.


이번에도 곽윤이 진땀을 흘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일 다경이 지나서야 겨우 연검(軟劍)에 적응하여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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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2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9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6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4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0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2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4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1 7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6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3 7 18쪽
»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7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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