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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3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5 08:35
조회
1,064
추천
8
글자
18쪽

274화. 둘만의 시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미루는 쥬맥이 자신을 안고 마치 허공을 활보하듯 천천히 걸어서 내려가자 기분이 좋은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남편을 꼭 붙들었다.


“우와! 이렇게 내려가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너무 멋져요!”


“그렇지? 풍경이 너무 멋지지?”


“풍경도 멋지고···, 당신도 멋져요.”


“그래? 그렇다니 기분이 좋은데······. 그럼 좀 빨리 내려가 볼까? 이렇게!”


갑자기 쑤욱~ 내려가니 마치 아래서 바람이 후욱~ 하고 불어오는 것 같다.


그래도 이미 예상해서인지 아내는 무섭다면서도 소녀처럼 깔깔거리며 즐겁게 웃었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언제 이런 걸 느껴 보았을까?


“저기 가운데에 작은 집이 보이지? 큰 돌과 꽃들이 자라고, 앞에 조그만 작은 연못도 있잖아? 저 큰 돌 옆에도 집을 하나 지어 놨어. 당신 집.”


“정말이요? 우리 빨리 가 봐요. 여기는 정말 너무 예쁘다. 사시사철 봄날처럼 꽃이 피고 날씨가 온화하니 지내기에 너무 좋겠어요.”


“여기뿐만이 아니라 저 위에 절벽에도 당신 집을 하나 만들어 놨어. 오늘 저녁에는 여기에서 잘까? 여기의 달밤 경치도 아주 끝내주거든.”


그런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주변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기암괴석이 널려 있으니 말이다.


“좋아요. 그런데 무섭지 않으려나?”


“무섭긴 이 사람아, 당신 남편이 이 지구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그래도 믿지 못하는 아내. 아내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남편은 무른 사람이다. 남들은 뛰어난 무사라고 하지만.


“피이~ 사람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호랑이나 큰 뱀보다 무서워요? 사자보다 더 무서워요?”


“이런 이런, 그런 것들은 나한테는 한 주먹 감이라니까. 이거 정말이야.”


힘차게 주먹으로 허공을 쳐 보인다.


“에이, 닭 모가지도 비틀지 못할 것 같은데 큰소리치지 마세요. 호호호!”


하면서 웃는데···, 아내에게 남편은 그저 조금 싸움 잘하는 남편일 뿐이다.


“어때? 여기 좋지? 풍광도 좋고 꽃과 나비도 좋고······.”


“어머! 저기에 커다란 메가네잠자리도 있어요. 어떻게 사람만 하네.”


“잠시 여기에서 쉬면서 기다려 봐. 저기 둘레 보이지? 저것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쳐 놓은 진법이니까 혼자 있을 때는 저 진법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아. 우리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서 맛있게 구워 먹자구.”


“알았어요. 혼자 두고 멀리 가면 안 돼요. 나 무서워요.”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역시 여자인가 보다. 안전하게 진법이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깊은 협곡에서 남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니 말이다.


쥬맥이 손을 흔들어 주고 근처에 있는 연못으로 가더니, 팔뚝만 한 물고기를 두 마리 잡아다가 배를 가르고 비늘을 벗긴 다음 나무에 꿰었다.


훌쩍 날아서 만들어 둔 동굴 집에 가더니 양념을 가져다 살짝 뿌리고···, 꼬치를 큰 돌 사이에 걸어 두고 손에서 푸른색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켜 먹기에 알맞게 구웠다.


나무로 불을 피우지 않으니 연기도 안 나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러면서 또 옛날에 점박이랑 별이와 함께 지내던 생각이 났다.


‘그 녀석들이 이 냄새를 맡으면 환장하겠군. 수행은 잘하고 있겠지?’


그러는 사이에 고기가 다 익었다.


“여보! 저쪽 마루로 올라가자구. 햇볕보다는 저기가 음식 먹기에 더 좋아.”


그러면서 아내를 데리고 마루로 올라가서 잘 익은 물고기 꼬치를 건넨다. 아내가 냄새를 맡아 보고 입으로 조금 베어서 먹어 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와! 정말 맛있네. 어떻게 비린내도 안 나게 이렇게 잘 구웠어요?”


“내가 여기서 혼자 살 때 터득한 비법이 있지. 점박이하고 별이 그 녀석들도 내가 물고기를 잡아서 구워 주면 좋아서 그냥 껌벅 죽었다니까. 날로 먹는 것보다 더 좋아했어.”


“피이~ 거짓말. 그런데 이 물고기는 정말로 맛이 좋네요. 고소해요.”


이렇게 물고기 두 마리와 근처에서 따 온 산과일 몇 개가 둘의 점심이 되었다. 보는 눈도 없이 둘이 사는 데 무슨 격식이 필요하겠는가?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영초를 말려서 끓인 차로 향기를 음미했다. 그런데 대화 중에 아내가 피곤한지 하품을 하자 쥬맥이 두툼한 천을 가져다가 밑에 깔고는 베개를 받쳐 주었다.


“당신은 여기 누워서 시원하게 낮잠이나 한숨 자. 나는 집을 짓는 데 바빠서 제대로 살펴보지를 못했으니, 여기랑 동굴 집도 좀 자세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데는 손을 좀 봐야겠어.”


“알았어요. 빨리 끝내고 당신도 여기 와서 좀 쉬세요.”


잘 것처럼 하더니 막상 자리를 깔아 주니까 잠이 잘 안 오는지 뜰을 바라보며 모로 누워서 구경을 하고 있다.


쥬맥은 작은 집 앞뒤를 살피며 보수를 하고 방이나 부엌도 불편하지는 않은지 둘러본 다음, 둘레에 쳐 둔 진법도 다시 꼼꼼히 챙겨 보았다.


“끼이루~”


그때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울면서 날아왔다. 진법이 쳐진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근처의 나무에 앉아서, 처음 보는 방문객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웃대며 살핀다.


마치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듯하다.


쥬맥이 딱 보니 별이와 같은 배에서 태어난 누이들의 후손이다. 저 익숙한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머리와 날개의 깃에 있는 무늬를 보니 신수가 되기 전의 별이와 판박이다. 꼭 옛날의 별이를 보는 것 같아서 상심통으로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 반갑다. 나는 옛날에 여기 대협곡에서 살았던 쥬맥이란다.]


[꾸르르~ 쥬맥! 할아버지 쥬맥?]


[그래, 저기 위에 보이지? 옛날에 내가 그 근처의 동굴에서 살 때, 너희 할머니가 그 옆에 있는 큰 나무에서 너희 엄마와 삼촌들을 낳고 함께 살았거든. 별이가 내 친구란다.]


[꾸꾹~ 신수 별이 할머니 나 안다. 엄마한테 들었다. 꾸꾹~]


[나 앞으로 여기서 우리 아내랑 같이 살 거니까 잘 봐주라 응?]


[꾸우~ 좋아. 근데 나도 신수 되고 싶다. 신수(神獸) 좋아.]


[하하하! 신수가 아무나 되는 줄 아니? 그건 저기 동굴이 막혀서 이제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어. 너희 고모 별이 한테 한번 부탁해 봐.

대신에 내가 네 친구해 줄게. 이름도 지어 줄까? 어디 별이 조카니까 달이? 순이? 똘이? 한번 골라 봐.]


[꾸루룩~ 에잉~ 싫어. 별이는 내 할무니뻘인데 노친네랑 친구하기 싫다. 이름? 좋다. 달이, 달이 좋다.]


[이 녀석, 조카뻘인지 알았더니 손주뻘이었구나. 그래, 지금부터 네 이름은 달이다. 잘 지내보자. 친구가 싫다니 그럼 그냥 할부지라고 해라.]


[꾸루룩~ 할부지 달이, 나는 달이.]


이렇게 해서 또 친구가···, 아니, 손자 같은 녀석이 하나 생겼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는 유난히 사이가 좋은 쥬맥이 금방 또 하나를 사귀었다. 서투르지만 서로 간단히 마음이 통하니 쥬맥이 다가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손에 부리를 비빈다.


[이리 따라와 봐. 내 아내를 소개시켜 줄게. 너한테는 미루 할무니야.]


[꾸룩~ 나 할무니 좋다. 달이 미루 할무니 좋다. 꾸룩~]


쥬맥이 사뿐히 안아서 바닥에 내려 주자 날개를 펴고 날갯짓을 한 번 하더니 아장걸음으로 졸졸 따라온다.


날개를 접어서 그렇지 날개를 활짝 펴면 아마 쥬맥보다 날개 길이가 더 클 것이다. 쥬맥이 진법의 생문(生門)을 알려 주고, 데리고 들어와서 아내에게 소개를 시켜 주었다.


“여보! 여기 이웃하고 인사나 해. 달이야 달이. 별이 손주뻘 되는 애야.”


그러자 독수리를 보고 깜짝 놀라는 아내. 그런데 소개를 시켜 준단다.


“예? 아니, 독수리 아니에요. 당신은 독수리하고도 말을 해요?”


“그럼! 내가 누군데, 타심통(他心通)을 더 심화시킨 상심통(相心通)이면 어떤 대상과도 거의 대화가 가능해.


알고 지내면 해코지하지 않고 서로 좋을 거야. 심심할 때 친구처럼 어울려서 지낼 수도 있고······.”


“그래요 그럼. 안녕? 나는 이 할아버지의 아내 미루야. 반가워.”


“꾸루~ 꾸 국 꾸(나는 달이, 달이 할무니 좋다.)”


“자기는 달이고 당신은 할무니래. 할무니가 좋대.”


“할무니? 난 할무니는 싫은데···, 늙는 것 싫어~.”


“꾸루룩 꾸꾸 꾸루(미루, 미루 좋다. 달이 좋다.)”


“하하하! 이 녀석이 눈치가 제법 빠르네. 당신을 미루라고 부르겠대.”


“그래, 반갑다 달이야. 이 미루랑 잘 지내보자.”


이후로 달이는 심심하면 놀러 와서 빈둥거리더니 옆에서 먹을 것을 얻어먹었다. 아내 미루도 재미가 있는지 자주 달이와 놀아 주었고······.


#


저녁이 되어 오늘밤은 동부(洞府)에서 지내기로 했다.


“여보! 어두워지기 전에 동굴로 올라가자. 생각보다 편하고 경치도 좋아. 달밤에는 정말 죽여주거든.”


“그래요? 그럼 어서 가요.”


아내를 안고 허공답보로 천천히 걸어서 동굴 입구로 올라간 뒤에 앞쪽의 넓은 전망대(展望臺)에 내려 주었다.


“우아! 정말 멋있네요. 여기서 해가 지는 것도 보여요? 붉은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황혼은 멋지잖아요.”


“여기 협곡이 남북으로 비스듬히 나 있고 또 너무 깊어서 해가 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데···, 대신에 해가 질 때의 붉은 노을빛은 정말 끝내줘.”


“그럼 나는 여기에 앉아서 그 끝내준다는 노을빛이나 구경할래요.”


“알았어. 돌 바닥이 차가우니까 내가 이불을 가져다가 바닥에 깔아 줄게.”


“이불 말고 그냥 마른풀 같은 것을 깔면 안 돼요? 자연의 냄새가 솔솔 나는 게 더 좋잖아요. 이제 나이가 드니까 자연이 더 좋네요.”


“그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리셔. 내가 다 해 줄게.”


아내가 원하는데 무엇인들 해 주지 못할까? 바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라 들판의 말라가는 풀들을 한아름 베어다가 바닥에 두껍게 깔아 주었다.


아내가 노을빛을 바라보며 대협곡을 구경하고 있을 때 쥬맥은 안으로 들어가서 월광등에 불을 켰다. 그리고 몇 가지 재료를 가져다가 간단히 요리를 하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잘은 못해도 혼자 살았던 세월이 있어서 두 사람이 먹을 한 끼를 준비하는 것 정도는 별 어려움이 없었으니.


이렇게 아내와 대협곡에서 밤을 보내려니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또 먼저 간 다른 미루도 생각이 나는데······.


어느새 해가 지는지 깊은 협곡의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었다.


아래서부터 시커먼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질리지도 않는지 협곡 틈새로 망연히 노을빛을 바라보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쥬맥이 작은 상에 간단히 식사를 차려서 몇 가지 가져다 놓은 반찬과 따뜻한 밥, 국, 찌개를 함께 들고 나왔다.


뒤가 막힌 동굴보다는 넓게 시야가 탁 트인 입구가 훨씬 나을 것 같아서다. 마침 바람도 시원하니 말이다.


“여보! 우리 밥 먹자. 내가 대충 했는데 괜찮을지 몰라.”


“어머, 당신이 정말로 저녁상을 차렸어요? 내가 하게 놔두지 않고서.”


“이제 할 일도 없는데 누가 하면 어때. 자, 한번 먹어 봐. 맛이 있을지 모르겠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허 참, 내 생전에 당신이 해 준 밥을 다 먹어 보고. 그럼 잘 먹을게요. 어디···, 어머! 맛있어요.”


아내는 찌개 맛을 보더니 얼굴이 활짝 폈다. 둘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데···, 입맛이 반찬이라 그런지 단둘이 밖에서 이렇게 먹으니 반찬은 별로 없어도 입맛이 꿀맛이다.


저녁을 먹고 큰 동이를 가져다가 물을 퍼서 날랐다. 동굴이라 둘이 씻을 물이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허공답보가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에 쓰이지 않고 아내를 기쁘게 하는 데에 쓰이니 정말로 다행이 아닌가? 누가 보면 무공이 아깝다고 비웃겠지만 말이다.


혹시 감기가 들까 봐 손을 넣어서 삼매진화로 금방 따끈하게 물을 데우니 아내가 무척 신기해했다.


자신도 해 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니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고. 그게 어디 아무나 하고 싶다고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던가? 오랜 세월을 수련해도 이루기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먹고 씻고 나니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둘이 동굴의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여보, 어때? 이렇게 협곡에서 우리 둘만 오붓하게 지내는 기분이?”


“좋아요. 모두 놓아 버리고 마음 편히 당신 곁에 있으니까 참 좋네요.”


“심심하면 금령파를 들려줄까? 당신이 한번 연주해 보던가?”


“금령파요? 올 때 금령파는 안 가져왔잖아요? 그것도 여기에 있어요?”


“그럼, 내가 요술쟁이인 것도 몰라? 자 봐, 여기 있잖아.”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손에 갑자기 금령파가 나타난다. 쥬맥은 일어나 앉아서 아내가 무릎을 베고 눕게 하고, 금령파의 줄을 고르기 시작했다.


샤라라라라랑~


띠리리리리링~


천상의 소리처럼 고운 선율이 대협곡 멀리까지 아득하게 퍼져 나간다.


띠리링~ 띠리리리리리링~


샤라랑~ 샤라라라라라랑~


아름다운 음률이 계곡에 가득히 울려 퍼지자 날아가던 새가 쳐다보다가 바위와 나무에 부딪쳐서 밑으로 떨어졌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는지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흔들다가 다시 날아오른다.


울어 대던 풀벌레도 소리를 죽이고···.


주변의 모든 만물이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결계가 쳐져 동굴 입구가 들여다보이지 않으니, 그저 어디서 이런 천상의 음악이 들려오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이리저리 살필 뿐!


‘하나, 둘, 셋······.’


미루는 남편의 연주를 들으며 어두운 밤하늘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하나 둘 세다가···, 어느 순간 너무 많아서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좁은 틈새로 보이는 하늘에는 가득히 은하수가 보인다.


마치 형형색색의 보석을 뿌려 놓은 듯이 반짝거리는 수많은 별들!


아내는 이렇게 남편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좋은 모양이다.


주름진 얼굴 가득히 잔잔한 미소를 띠고···, 그윽한 얼굴로 남편과 밤하늘의 별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인생이 항상 이처럼 편안하고 즐거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네 삶이라는 운명은 우리를 항상 예측할 수 없는 격류 속으로 밀어 넣지 않던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도록······.


그리고 편안하고 즐겁기만 해서는 얻는 것 또한 없을 것이다. 이 편안하고 즐거움도 거센 운명과 맞서 싸워서 얻어낸 한 자락 대가일 뿐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달이 금빛 모래를 뿌리듯이 대협곡(大峽谷)을 내리비추니 이 또한 장관이다.


기암절벽(奇巖絶壁)과 괴목들이 어우러져 보여 주는 한 폭의 그림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대자연의 노래이며 천지(天地)의 울림이다.


둘은 그렇게 그 모습에 동화되어 자연의 일부가 된 채 말을 잊었다. 그 평화로움에 아내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쥬맥은 아내가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봐 안으로 안고 들어갔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깊은 협곡에 스멀스멀 여명이 파고들더니, 조금 지나자 햇볕이 삐쭉 얼굴을 내밀고 어둠을 내쫓으며 점점 깊이 파고들었다.


둘이서 오붓하게 아침을 먹은 뒤.


“여보, 당신 어디 가 보고 싶은 데는 없어? 말만 해 봐. 내가 다 데려다줄게. 어디든 다 갈 수 있어. 정말이야.”


“그럼, 우리 저 높은 곳에 있는 하늘나라에도 가 볼 수 있어요?”


하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아마 막내가 보고 싶은 것이리라. 최근에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도 보고 싶을 것이고 말이다.


두 눈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였다······.


“응? 하늘 나라? 거기는 조금······. 거기는 둘이는 같이 못 가.”


쥬맥은 금방 기가 죽어서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막내가 그리도 보고 싶었을까? 괜히 자신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동안 아내의 마음에는 죽은 막내밖에 없었나 보다. 그것을 마음속 깊이 꼭꼭 감추고 사느라고 병이 든 것이겠지.


“그럼 넓은 바닷가에 가 볼 수 있어요? 가슴이 탁 트이는 곳으로······.”


“그러~엄. 그건 가능하지. 내가 천망을 잡았던 대붕도에 한번 가 볼까?”


그래서 아내가 놀라지 않게 공간이동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자신이 이끄는 대로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따라만 오라고 당부를 했다.


그런 뒤 손에 영력(靈力)을 실어 공간의 결을 길게 잘라 냈다.


“으아~ 이게 뭐예요?”


“놀라지 마. 좀 전에 설명했잖아. 이건 그냥 공간의 균열이야. 우리가 아리(峩理)별에서 지구로 이동할 때처럼.”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검은 균열의 틈이 드러나자 놀라기는 했지만, 쥬맥이 이끄는 대로 조심스레 공간의 틈새로 들어섰다.


공간이동을 처음 경험하는 아내는 호기심과 긴장이 서린 눈으로 쥬맥이 하는 것을 눈여겨 살펴보며 조심스레 따라다녔다.


쥬맥이 두 손에 영력을 실어 조심스럽게 일곱 가지 색깔의 줄을 조정하여 대붕도(大鵬島)에 맞추더니······.


전에 천망(天蟒)을 잡았던 언덕 위에 좌표를 맞추고···, 혹시 주변에 위험 요인이 없는지 살핀 다음에야 비로소 다시 공간을 찢고 밖으로 나왔다.


“우와! 세상에 이런 방법이 다 있네요. 진작에 좀 같이 다닐 걸.”


둘이 다시 나타난 곳은 대붕도의 높은 언덕 위인데, 그곳에서는 대붕도가 잘 내려다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도 한눈에 모두 보인다.


그때 쥬맥이 언덕 밑에 천망을 죽였던 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내가 그 큰 이무기 천망을 죽였던 곳이야. 살이나 가죽, 뼈 등 어지간한 것은 모두 가지고 갔지만 아직도 저 긴 척추뼈와 머리뼈가 그대로 남아 있네. 얼마나 큰지 한번 봐.”


이제 백골이 된 천망의 척추와 머리가 마치 하천처럼 10리가 넘게 풀밭에 누워 있다. 지금도 사투를 벌이던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그럼 당신이 정말로 저 큰 괴물을 혼자서 죽였단 말이에요?”


“그래! 정말이라니까. 전에 내가 그놈 때문에 뱃속에 삼켜져서 죽었다가 살아난 적도 있었어. 태을 선인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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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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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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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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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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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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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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