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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3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1 08:35
조회
1,050
추천
7
글자
18쪽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이미 선신의 경지에 이른 무사를 일반 고수처럼 이런 화살로 어찌할 수는 없는 법. 그저 성가실 뿐이다.


삐이이잉~ 휘류류류류~


온갖 소리가 시끄러운 가운데 쥬맥의 둘레로 화살만 잔뜩 쌓여 간다.


[하하하! 이놈들! 이까짓 화살로 나를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쥬맥의 호통과 함께 검막을 치던 검이 번개처럼 휘돌며 주변에 쌓인 화살을 쳐 내자 모두 산산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리고 그 눈 없는 파편이 거인족 무사들 수십 명의 몸속으로 사정없이 파고든다.


“끄으윽~”


“으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소리들! 이제 저 괴인이 쥬맥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여야 한다. 동귀어진을 해서라도.


삐이이이이이익!


호각이 다시 한 번 길게 울려 퍼지자 3천의 무사들이 쥬맥을 필살하기 위한 공격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삭!


비록 덩치가 크지만 이제 모두 초일류급 이상 고수라 바람처럼 움직인다.


차륜전(車輪戰)으로 힘 빼기를 시도하고,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망을 천 명 단위의 세 겹으로 둘러쌌다.


그 천 명 단위가 또 백 명 단위로 열 줄씩 늘어섰고······.


한 사람을 공격하는 데 동시에 백 명이 공격을 가할 수는 없다. 무기 길이의 한계와 공간적인 제약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무리 거인들이 초일류고수 이상이라 하더라도 일대일로는 쥬맥과 무기를 맞댈 수 없었다. 그러기엔 공력의 차이가 너무 크니까 말이다.


그래서 거인들은 어디서 훔쳐 배운 것인지 괴이한 방법을 동원했다. 바로 격체전력의 비법을 구사한 것!


1개 백인대가 공격할 때 실제로 앞장서서 쥬맥에게 공격을 가하는 자는 네 명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앞사람의 등에 손을 대고 앞으로 내공을 전달하는 격체전력을 시전했다.


그러니 맨 앞에 선 자는 뒤에 늘어선 스물네 명의 힘을 모아서 공격을 감행했다. 사방에서 동시에 서너 번의 공격을 가하고 있으면, 그 사이에 다시 다른 백인대가 들어오면서 공격한다.


이렇게 계속된 차륜전으로 3천 명이 달라붙어서 쥬맥을 지치게 하려고 계속 몰아붙였지만 그건 시간 낭비였다.


거인들은 한 시진이 지나도록 쥬맥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것도 쥬맥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 거인 무사들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방어 중심으로만 움직이니 그런 것이다.


싸우는 장면은 아주 가관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덩치가 큰 어른들이 둘러싸고 사정없이 쥐어 패는 듯한 양상이었으나, 실상은 그 덩치 큰 어른들이 온 힘을 다해서 공격하면서도 쩔쩔매는 형국이니······.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인족도 정말 대단한 발전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옛날의 덩치만 크고 무지몽매했던 거인들에 비하면 말이다.


40척(12m)이 넘는 거인들 3천 명이 8척이 채 안 되는 쥬맥을 에워싸고, 3장(9m)에 가까운 도검(刀劍)이나 5장이 넘는 거대한 창으로 공격을 해 대니 분위기가 그야말로 살벌했다.


스물다섯이 한 조가 되어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전달하니, 맨 앞에 선 무사는 20갑자에 버금가는 공력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다.


쑤앙~ 파바바박!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들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하앗!”


파바바바밧!!


쥬맥의 기합성 한마디에 거인들이 움찔거리고, 잴 수 없는 크기의 힘이 거인들을 몰아치면 그 지나간 자리가 공간이 왜곡되며 검게 변한다.


그래도 아직 죽이고자 하는 살심이 일지 않아서 죽어 나가는 거인은 없었다. 지금 맨 앞에서 공격을 전담하는 거인 무사들은 대부분 2갑자 이상으로, 붉은 갈기털을 가진 설인족이나 마령안을 가진 돌목족이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지닌 힘만 해도 아주 장사였다.


무기 끝에서는 도강이나 검강, 창강이 3장이 넘게 뻗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공격에서 쥬맥에게 작은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 것!


쥬맥은 지금 방어에 치중하면서 이들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살려 보내야 하나? 죽여야 하나?


‘천인족을 봐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참해야겠으나, 이미 나는 육체를 지닌 생명을 죽이는 것에서 손을 놓은지 오래되지 않았는가?

신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수행을 거듭하고 있는데 지금 이들을 죽이는 것이 무슨 보탬이 될까? 살려 두자니 종족에 큰 짐이 될 것이고, 죽이자니 향후 수행에 심마가 되어 돌아올 텐데 정말 고민스럽군.’


사실 최근 수십 년간 참선하고 수행에 힘쓰면서 생계에서의 살생에서는 손을 놓았다. 큰 전쟁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천인족에게 많은 피해가 돌아올 것 아닌가?


이들이 수련에만 몰두하는 수도자도 아니니 힘이 쌓이면 분명히 어느 곳에든 그 힘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 죽일 수 없다면 그 힘이라도 크게 꺾어 놓아야 다른 재앙을 줄을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방법은 그것뿐이지!’


막상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비록 적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무사로서의 길을 막는 것이니···.


그동안 대부분 방어에 치중하던 쥬맥의 몸이 3장 이상 위로 붕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이제 거인들과 거의 눈높이가 같아진 셈이다.


[오너라! 지금부터 지옥을 경험하게 해 주마.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 똑똑히 알게 하리라!]


한마디와 함께 내지르는 일성(一聲)!


“차앗!”


그러자 갑자기 백호제마검에서 5장에 이르는 시퍼런 검강이 쑥~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거인들의 무기에 맺힌 강기보다 훨씬 진하고 순수한 빛을 내뿜었다. 더욱 밝게······.


그런데 이제 쥬맥이 지쳐서 결판을 내려고 한다는 것으로 오판한 거인들.


“이제 지쳤을 것이다. 가차없이 쳐라. 오늘 목숨을 걸고 귀신을 죽인다.”


므므르가 악을 쓰며 공격을 독려했고 자신도 파밀붕천대가 공격하는 사이로 빈틈을 노리며 수없이 화살을 날려 보냈다. 아군에게 맞는 것도 개의치 않고 말이다. 소리도 없는 화살로······.


비록 쥬맥의 호신강기에 막혀서 모두 튕겨 나왔지만 그래도 혼잡한 틈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화살을 막느라고 신경을 쓰다 보면 상대의 정신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일 터.


그러나 쥬맥은 화살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특별한 초식도 없이 검을 날려 이기어검으로 공격하면서, 두 손을 마치 수도처럼 펴서 주변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미 무초식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 하나하나가 어떤 초식보다 무섭고 날카롭기 그지없다. 어느 순간 검의 기세가 변하더니,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주변을 맴돌며 무사들의 사지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팔목을, 왼손잡이는 왼손 팔목을 귀신같이 잘라 내는데, 그도 안 되면 두 다리 중에 한 다리의 무릎을 잘라 버렸다.


수강으로는 공격과 수비를 겸하면서 탄지신공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지강(指罡)을 무수히 날린다.


핏! 피비비비빗! 피빗!


비록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도 너무 빨라서 피할 수가 없고, 보이지 않으니 또한 피할 수 없다. 싸우는 소리에 막혀서 피하거나 막을 수가 없으니 그저 맞을 뿐!


“으아악!”


“커흑~”


주변에 비명 소리가 난무하면서···, 거인족 무사들이 하나둘 단전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단전이 무엇인가? 무인들이 내공을 쓸 수 있는 힘의 근원을 이룬 곳이 아닌가?


숨을 헐떡이며 쓰러진 자들은 모두 사지 중에 하나가 절단되거나 단전이 파괴되어 더 이상 내공을 운용할 수가 없으니,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끊긴 것이나 매한가지다.


“으으으~~ 내 단전!”


이제 보통 사람만도 못 했고 잘린 사지와 단전을 붙들고 지혈하기 바쁘다.


아무리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워도 제 목숨 귀한 것은 누구나 같은 법! 살고자 하는 것은 마음속 깊은 심연에 깔린 잠재적인 본능이 아니겠는가?


비록 외형상으로는 목숨을 바쳐서 원수를 갚으러 왔으나, 무사로서의 길이 닫히고 사지 중 하나가 잘려서 병신이 되는 것은 사실 무사에게는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일일진대······.


그런데 어찌하겠는가? 쥬맥은 이제 더 이상 살생을 하기가 싫으니 말이다.


애초에 가만히 있는 사람을 원수를 갚겠답시고 죽이러 덤벼든 사람들이 잘못이지 공격당한 사람의 잘못이랴!


“물러서지 마라. 죽음을 불사하고 덤벼라! 이진(二陣) 공격!”


삐이이익! 삐이이익!


벌써 절반이 무너진 천인대가 물러나면서 바로 다른 천인대가 치고 들어왔다. 다른 무사들은 부상자를 진 밖으로 끌어내고 일부는 치료를 맡았다.


“받아라! 이 물귀신아!”


“제발 좀 죽어라 이 악마야!”


조그만 몸체의 나이 든 노인을 두고 거대한 덩치의 거인들이 죽어라고 공격을 해 대는데, 의외로 떨어져 나가는 것은 거인들의 팔다리요 터져 나가는 것은 그들의 단전이라!


“크아악! 내 팔!”


“내 다리 ······. 내 단전······.”


또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지가 검에 잘리면서 마치 땅 위에 던져진 커다란 물고기처럼 펄떡거린다.


누구는 떨어진 육신이 아까워서 주워 들고 누구는 악으로 깡으로 무기를 다른 손에 고쳐 잡고 덤비지만···, 단전마저 터져 나가니 결국 비참한 분루를 흘리며 쓰러지고 만다.


“으으으~ 저놈은 사람도 아니다.”


두 번째 천인대마저 사지가 잘리고 단전이 터져 나가 반수 이상이 쓰러졌다. 분함에 치를 떨던 므므르가 이제 마지막 남은 천인대를 마저 투입했다.


“삼진 공격! 거창하여 투창하라!”


삐이! 삐이이익! 삐이! 삐이이익!


“투창(投槍)!”


삼진(三陣)의 공격 방법은 달랐다. 일정 거리를 두고 일제히 백인대 하나가 장창을 틀어잡고 투창을 하면, 나머지는 활을 쏘아 댔다.


휘류류류류류~ 피비비비빙!


창과 화살이 나는 소리가 빗발치고 일부는 아군에게 맞아 상처를 입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이 계속되었다.


[하하하!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 보아라!]


촤좌좌좌작!


이기어검(以氣馭劍)으로 비행하며 공격을 퍼붓던 백호제마검이 검광(劍光)을 흩뿌리며 휘돌더니 같은 형상 다섯 개의 검으로 분리되었다.


바로 최근 10년 동안 쥬맥이 고심하여 완성한 이기어검 분격술(分擊術)!


이는 이미 백호제마검이 기검(氣劍)으로 연화되었기에 가능한 검술이었다.


다섯 개의 검은 마치 제각각 눈이 달린 듯 세 개는 쥬맥의 주변을 돌며 날아오는 화살과 창을 쳐내고, 두 개는 거인들을 공격하여 사지를 끊어 댔다.


마치 자로 잰 것처럼 팔목이나 무릎만을 일검에 끊어 내는데······.


그 모습을 본 거인들은 병신이 되기 싫으니 검을 피해 다니며 공격을 하려 는데, 허둥대는 사이에 탄지신공의 무형 지강이 날아들어 단전을 꿰뚫었다.


“으아악! 커흑······.”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므므르의 눈에는 분함을 참지 못해 혈루가 흐르고 움켜쥔 손아귀에서는 핏물이 떨어진다.


소슬한 바람이 지나면 물결처럼 일렁이던 갈대밭은 어느새 쑥대밭이 되었다. 사방에 떨어진 육편에서 핏물이 질펀하게 흐르니, 서로의 신념으로 목숨 걸고 싸우건만 복수는 덧없어라!


복수도 능력이 될 때 할 수 있는 것. 상대의 능력을 모르는 복수는 자신의 피폐(疲弊)함을 불러올 뿐이리니!


“죽여라!”


“으아아아악!!”


달빛이 곱게 부서지던 들판은 이제 생명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차고, 쥬맥의 손이 한 번 뿌려질 때마다 사방에서 비명이 난무한다.


그래도 파밀붕천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직 오늘을 위해서 30년 넘게 견뎌 온 인고(忍苦)의 세월이 아니던가?


쉴 새 없이 기를 실어 창을 던지고 화살을 날리지만, 반 시진도 못 되어 또 절반이 넘게 폐인이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다. 이 방법은 가능한 안 쓰려고 했는데 이미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걸었으니 하는 수밖에······.”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도저히 복수를 할 수 없다고 느낀 므므르가 다음 방법을 꺼내 들었다.


바로 비장의 한 수!


삐이삐이삐이~ 삐이삐이삐이~


호각 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격하던 삼진(三陣)이 거리를 벌리면서, 아직 사지가 멀쩡한 반수 오백 명 정도가 둘로 나뉘더니 좌우로 늘어섰다.


그들은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모으면서 쥬맥에게 접근하여 내력 대결을 시도했다. 누구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모두 한 손을 앞사람의 등에 대고, 맨 앞쪽 두 명의 무사에게 모든 내공을 몰아주는데······.


맨 앞쪽 한 명은 흰털에 붉은 갈기털을 지닌 설인족이었고 또 한 명은 마령안을 지닌 돌목족이었다.


그 둘이 자신에게 밀려오는 내력을 실어서 손을 내밀어 쥬맥의 손에 마주쳐 갔다. 얼마나 큰 내력이 실렸는지 손바닥이 대문짝처럼 크게 보이며 하얗게 빛을 내뿜는다.


그 모습이 마치 갓난아기의 손바닥에 덩치가 큰 어른의 손바닥을 갖다 댄 형국이니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웠다.


쥬맥은 전신에 호신강기를 감싼 채 허공에 떠서, 양쪽으로 손바닥을 내밀어 거인들의 손과 맞대었다.


그 순간에도 화살은 쉼 없이 계속 날아드니 백호제마검은 주변을 돌며 검막으로 화살을 막기 바쁘다. 그런데 단숨에 내력에서 밀릴 줄 알았던 쥬맥이 비웃는 표정으로 일갈했다.


[이놈들! 나는 너희를 살려 보내고자 하였거늘 너희들 스스로가 죽고자 하는 것이니 나를 원망치 마라. 이건 내가 너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너희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니.]


한 손에 250갑자, 양손 500갑자에 이르는 내력이 쥬맥에게 밀려들었다.


일단 내력 싸움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 순간 막대한 타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죽거나, 잘해도 폐인이 되기 십상이었으니······.


500여 명의 거인들이 심법을 운용하며 힘을 한곳으로 모았고, 그 힘은 거친 격랑처럼 쥬맥에게 흘러들었다.


파앗!


그 순간 쥬맥의 몸이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는데, 온몸이 투명하게 미세한 실핏줄까지 들여다보일 지경이었다.


그 몸으로 양쪽에서 대해(大海)처럼 막대한 양의 내력이 흘러 들어간다.


그러자 양손을 통해서 밀려들어 오는 내력은 쥬맥의 몸에서 서로 부딪치며 팽팽한 평형을 이루었다.


므므르는 이제 저 악마같은 고수도 결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그마치 초일류고수 500명 이상의 내공을 어찌 한 인간의 몸으로 받아 낼 수 있겠는가? 쥬맥이 신이라면 몰라도.


팽팽한 내력 대결은 한 시진 가까이 이어졌다. 어느덧 달도 서쪽으로 기울고 밤새들은 서서히 집을 찾는데······.


이제 화살이 거의 떨어졌는지 거인들은 땅에 떨어진 화살들을 주워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검막에 막히거나 호신강기에 막혀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내력 대결로 승부가 나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초조한 므므르가 검을 들고 직접 뛰어들었다.


쥬맥이 양손을 사용하지 못하니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여긴 것. 종족의 원수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만 있다면 목숨인들 아까우랴!


“죽어라 이놈!”


사사사사삭!


파바바바박!


검강을 휘두르며 대검(大劍)으로 치고 들어가는데, 백호제마검 하나가 빙글 돌더니 그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꽈아앙!


하면서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검을 맞댄 므므르가 번개처럼 튕겨져 나왔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는 가느다란 핏물이 줄줄 흐른다.


“지독한 놈이구나. 500명과 겨루면서도 내력으로 나를 튕겨 내다니···.”


그때 그의 마음속에 서늘한 코웃음이 들리더니 냉랭한 경고가 울렸다.


[흥! 네놈이 수하들의 명줄을 앞당겨서 끊으려고 하는구나.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보아라.]


그동안 팽팽한 평형을 유지하던 힘이 균형이 깨졌는지 거인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펑! 퍼벙! 퍼버벙!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양쪽으로 늘어선 거인들의 끝에서부터 한 명씩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터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500명이 한 사람과의 내력 대결에서 이렇게 어이없이 밀리다니!


한 번 터지기 시작한 폭음은 점점 더 빠르게 들불처럼 번졌다.


퍼버벙! 펑! 퍼버버버벙!


므므르는 기도 차지 않아서 입가에 피를 흘리며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30년간 공들여 키운 수하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폭탄처럼 터지며 육편과 함께 피 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 가운데 허공에 서 있는 쥬맥의 얼굴에는 힘들어하는 기색 하나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은 쥬맥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는 이제 더 이상 육체를 지닌 생명을 죽이지 않기로 하지 않았던가?


쥬맥은 거의 힘을 쓰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몸 안에서 두 내력이 서로 팽팽하게 싸우게 하면서, 약간의 힘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없도록 방어했을 뿐이다.


거인들은 쥬맥의 몸을 매개체로 양쪽에서 서로 용을 쓰며 힘 빼기를 하면서 아군과 서로 싸운 것인데······.


서로 죽자사자 팽팽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므므르가 일격을 가하니, 쥬맥의 신경이 분산되는 사이에 그 균형이 깨져 버렸다. 그러자 길을 잃은 거대한 힘은 서로를 힘차게 치고 들어갔으니······.


이로 인해서 밀려나간 힘이 벽에 부딪치듯이 튕기면서, 맨 뒤쪽부터 팽창하며 결국 견디지 못하고 순서대로 터져 나간 것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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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4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4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1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1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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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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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8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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