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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4 08:50
조회
1,049
추천
8
글자
19쪽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동안 빛 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드러난 쥬맥의 몸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조금 말라 보일 뿐이다.


이미 선신의 경지를 이루어 물질적인 곡기를 취하지 않아도 천지영기로 몸을 지탱하는 경지(境地)에 이르렀다.


그러니 먹고 마시는 것이 이제 생명의 필수적인 조건에서 사라진 것!


“아유~ 출출한데 뭘 좀 먹어야지.”


그래도 인간의 본능(本能)은 살아 있는지 먼지를 털고 일어서서 먹을 것을 찾으러 집으로 들어가는데······.


오래된 옷이 바람결에 가루가 되어 날려 가고 맨몸이 드러나니 부끄러운지 기운을 발산하여 몸을 가렸다.


일단 집으로 들어가 그동안 자식들이 계속 찾아와서 챙겨 둔 옷을 걸쳐 입고 하천가로 내려가서 수욕을 하였다.


그동안 기(氣)에 휩싸여 지내서 몸에 묻은 것은 별로 없었지만, 차가운 물에 전신을 담그고 깨끗이 씻고 나니 날아갈 듯이 기분이 상쾌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긴 세월이 흐른 것일까? 마치 하루가 지난 것처럼 별로 감각이 없다. 꼭 어제저녁에 식사를 한 뒤에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듯한데······.


그러나 주변의 환경 변화는 세월의 흐름을 말없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래, 제법 시간이 흐른 것이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홀로 중얼거리며 집으로 들어선 쥬맥. 수행에 빠졌을 때 자식들이 가져다 둔 식량을 찾아서 습관적으로 선식(仙食)을 만들어 배를 채웠다.


큰 낙엽수 아래에 있는 너럭바위에 올라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는데 세월의 흐름에도 하늘은 변화가 없다. 우리네 인간도 저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데···, 그때 밖에서 두런대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있으려니까 큰아들 쥬온과 딸 쥬미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집 둘레에 쳐진 진법의 생문으로 들어섰다.


“누구냐? 온이냐 상이냐?”


“아니, 아버지! 이제 수행에서 깨어나신 거예요?”


“아빠! 온이 오빠랑 미가 왔어요. 무슨 수행을 그리도 오래하세요. 모두 기다리다가 지쳐 버렸어요.”


“하하하하! 인석아!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들처럼 아빠냐? 손주들이 보면 웃는다 웃어. 이제는 어른답게 아버지라고 불러야지.”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포옹은커녕 핀잔을 주면서 쥬맥이 높은 바위에서 제비처럼 날렵하게 날아내렸다.


“너희들은 이 애비가 잠깐 못 본 사이에 왜 이리도 폭삭 늙어 버렸냐?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이냐?”


황당해하면서 자식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둘 다 완전히 폭삭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내 자식들이 뭐하다가 이렇게까지 늙어 버렸어? 에구~ 속상해.”


“아버지! 제가 벌써 166살이고 미가 163살인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도 저희는 같은 또래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축에 듭니다.”


“아빠는 200살이 되어서도 세월이 가는 것을 그렇게 몰라요? 하긴 30년이 넘도록 자식들을 다 내팽개치고 수행이나 하셨으니··· 하~ 참.

엄마가 알면 저승에서 화내실 거예요. 기껏 자식들 돌보고 오라 했더니 수행이나 하신다며 혼자서 놀았다고요.”


“뭐야? 그럼 내가 벌써 200살이라고? 수행에 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자식들 말에 어이가 없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른다더니!


자신이 딱 그 꼴이다.


그러고 보니 머리와 수염이 너무 길게 자라서 거추장스러워 수도(手刀)로 모두 잘라 내지 않았던가?


“에고~ 참! 무슨 세월이 이리도 빠르다냐? 그래,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그동안 저희들이 수십 번을 넘게 번갈아 왔지만, 결계(結界)가 쳐져 있어서 모두 되돌아갔습니다. 하늘로 빛의 기둥이 서 있으니 살아 계시려니 한 것이고요.”


그러면서 집안으로 들어가자 쥬미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를 위해서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했고···, 쥬온은 그동안 세가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씩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


그동안 천인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쥬씨세가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천인족에도 조그만 국지적(局地的)인 마찰은 있었으나, 쥬맥이 살아 있어서 그런지 전쟁을 일으켜 쳐들어온 종족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가족계획을 실행했음에도 인구가 불어나 8천만 명을 넘어서니 인구수로도 발바라 대륙의 제1종족이 되었고, 인구수가 많은 만큼 내부적인 문제들이 많이 생기고 있었는데······.


전쟁이 없으니 무력을 사용할 데가 없어진 무사들이 사집단(私集團)에 흡수되어 서로 이권 다툼으로 싸우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


이권과 영역 때문에 수시로 자기들끼리 피 흘리며 치고받기 일쑤였다.


그나마 일반 부족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법으로 엄히 다스리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부족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별로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쥬씨세가에는 쥬맥이 살아 있으니 시비를 거는 집단이 없었고.


관리하는 영업장이나 방목장도 모두 자비를 들여 투자했고 대리인을 내세워서 운영할 뿐이니, 보호비 명목으로 치고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다만 다른 데에 문제가 있었다. 쥬맥이 수많은 영초와 내단, 영물의 육포를 포함해서 많은 기진이보를 찾아 비고(秘庫)에 보관한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무림계에 퍼졌다.


특히 무인이라면 천금을 주고도 바꾸려고 하는 영단과 영액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고 말이다. 일부는 음해 세력의 모함이기도 하지만 또 맞는 내용도 있으니 쥬맥은 입맛이 씁쓸했다.


그 소문 때문에 침을 흘리며 몰래 눈독을 들이는 무리가 많았는데······. 그게 좀 걱정이 될 뿐이다.


그러나 쥬맥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고, 그 자식들의 무위도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안개 속의 절세고수라는 소문 때문에 담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기쁜 소식 중에 하나는 쥬맥이 수행에 든 사이에 전 천사장 천수 선인이 마침내 진선기(眞仙期)에 이르렀다고 한다. 천수 선인은 오랫동안 한울과 천사장으로 지낸 사이가 아니던가?


그뿐만 아니라 태을 선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많은 도움을 준 사이다.


그 외에도 돈문세가에서 진선기에 이른 새 선인(仙人)을 배출했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고 말이다.


모두 쥬맥이 베푼 덕이 아니겠는가?


#


아버지가 오랜 수행(修行)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에 쥬맥의 자식들이 만사를 제쳐 두고 모두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동안 부친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생사를 가늠할 수도 없어서 마음 고생들이 심했던 모양인데······.


늘어놓는 원망이 끝 가는 데를 모른다. 쥬맥은 그 투정이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자식들의 원망 속에 숨어 있는 자신에 대한 염려와 사랑을 느꼈다. 자식이 아니라면 그런 걱정을 했을까? 남이라면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한 것! 그래서 그동안 자신이 재정리하고 깨달은 모든 것들과, 이번에 긴 수행에서 새로 얻고 창안한 것들까지 총정리를 하여 전부 옥간에 집어넣었다.


이 내용들이 빠져나가면 종족에 위험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운 비술 중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혈종술(血種術)을 펼쳤는데······.


피가 자신의 직계(直系)가 아니면 옥간을 쥐고 법력이나 진기를 가해도 그 속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도록 2중의 안전장치를 하였다.

친딸들이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후손들이 보는 것도 불가능했고.


모여 있는 자식들에게는 옥간(玉簡)을 쥐게 하여 그 내용을 전달하였고, 사용한 옥간은 세가의 비고(秘庫)에 보관하여 절대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이게 빠져나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만약 이종족에게 넘어가면 큰일이니 옥간뿐 아니라 내용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해 다오.”


“알겠습니다 아버지. 염려 마세요.”


세가주를 맡고 있는 큰아들 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을 했다.


쥬맥은 그 내용을 다시 내용별 셋으로 나누어 무공(武功)과 법술(呪術), 마법(魔法)으로 재정리했다. 그 각각의 내용을 별도의 옥간에 담아서 큰아들 온이에게 넘겨주면서 당부했다.


“이 법술의 신통과 마법을 담은 옥간은 반드시 천사장과 대신녀에게 직접 전해 다오. 그리고 향후에는 그 두 직책에 있는 사람만 내용을 볼 수 있게 하라고 전하여라.

그리고 이 무공에 대한 옥간은 한울께 전하여 오직 한울의 자리에 오른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라고 하고······.”


“예, 그것도 그리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 종족을 위한 일 외에는 절대로 유출하거나 사적인 사용을 금하는 심마(心魔)의 비술을 걸어 놓았다. 그 말도 함께 전했고.


종족을 지키는 데에 평생을 바쳐 헌신해 온 쥬맥다운 조처였다.


오랜만에 자식들과의 기쁜 해후(邂逅)를 마치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는 자식들의 권유를 뿌리친 채, 그대로 혼자 대협곡에 남기로 했다.


이제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몸에 익어서 세속(世俗)의 번거로운 삶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


“나는 이제 자연이 좋구나. 그냥 이곳에서 머물며 조용히 수행이나 하고 싶으니 너희는 내일 모두 돌아가거라.”


“아빠! 그래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멀어서 자주 올 수도 없고······.”


나이답지 않게 아직도 아빠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리는 큰딸 미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쥬맥은 못 본 체했다.


그동안 긴 수행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신이 되어서 이계의 귀물들과 싸울 때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무술을 창안한 것이 그 첫째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자연의 물리와 화학의 법칙을 깨달아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 때 지구나 아리별과 같은 별을 자신의 손으로, 원하는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여러 법칙과 방법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


한마디로 지구 정도의 별 하나는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신(神)의 기초를 닦은 것인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 필요한 수많은 재료와 엄청난 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법을 안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 방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방법을 알면 언제든 때가 되면 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방법을 모르면 시도조차 해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쥬맥이 여기까지 발전한 데에는 소우주에서 기맥 형님이 가르쳐 준 여러 내용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


#


다음 날.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들을 모두 세가로 돌려보내고 다시 홀로 남은 쥬맥.


굳은 몸을 풀 겸 해서 무공 수련으로 하루를 보낸 다음, 이번 수행에서 새로 창안한 선신의 무공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이계 수행에 나서기로 했다.


자신의 영체로 혼자 마계(魔界) 수행을 다녀온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요계(妖界) 수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러기 전에 영체가 사용할 여러 무기를 더 만들 필요가 있었다. 물론 기화된 백호제마검으로 형태를 바꿀 수는 있지만 만약 파괴되었을 시 대응할 수단도 필요하고, 각각의 특화된 무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인이 쓰는 무기 종류라면 태을현철만 한 재료가 없는데 어떡하지?”


무기의 재료로는 뭐라고 해도 태을현철을 따를 만한 금속이 없다. 강과 유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천인족이 가지고 있던 분량은 모두 사용하거나 용처가 정해져 있으니, 아무리 자신이 전대 한울이라고 하더라도 종족의 자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천인족이 지구로 이주 시 천둔산에서 잃어버린 태을현철의 철괴를 찾는 것!


“그래! 바로 그거야.”


쥬맥은 됐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다.


“이런 일은 미루면 안 되지.”


자신이 한울 때에도 그 잃어버린 두 덩어리를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이제 천인족은 그 태을현철(太乙顯鐵)을 찾는 것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말은 해 봐야 하니 뒤로 미루지 않고 바로 한울 곽윤을 찾아갔다. 마침 천사장과 대신녀를 불러서 업무를 협의한 뒤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한울이 쥬맥을 보자 반갑게 맞이한다.


쥬맥이 후계로 키워서 자리를 물려준 것이니 제자나 다름없지 않은가?


쥬맥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스승을 맞이하듯 예를 갖추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동안 강녕하신지요? 그렇게 찾아뵈려고 애를 써도 기회가 없더니, 어쩐 일로 여기까지 손수 납시셨습니까?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가워하는 한울을 따라서 천사장과 대신녀도 함께 일어나서 예를 취했다.


“그동안 뵙고 싶었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안녕하세요. 많은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함이 없으셔요.”


“하하하! 혼자 수행에 빠져들다 보니 세월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하면서 내주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한울이 쥬씨세가에서 전해 받은 옥간이 생각났는지 말을 꺼냈다.


“이번에 세가주를 통해서 전해 주신 물건은 잘 받았습니다. 아직도 종족의 안녕을 위해서 살뜰히 챙기시는데, 저희가 제대로 모시지를 못해서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한울이 깊이 허리를 숙이며 감사 겸 사죄를 청했으나, 쥬맥은 내온 차를 후루룩 마시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여러분도 불철주야 종족의 안전을 위하여 고생하는데 그에 비하면 별거 아니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늙은이가 주책이라고 흉보지 마시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제자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한울이니 하대를 삼갔다.


“흉이라니요?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법기처럼 사용할 무기들을 만들려고 하는데···, 마땅한 재료가 없어서 이주 시 천둔산에서 잃어버린 태을현철을 좀

찾아서 사용할까 하는데 괜찮겠소?”


그러자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어렵게 얘기한다는 투로 한울이 나서서 얼른 답했다.


“그러면 진즉 말씀을 하시지요. 그것은 이미 여러 번 찾아보았으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못 찾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니 지금 보관하고 있는 것에서 내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그것은 종족의 귀한 자산이니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함부로 써서야 되겠소? 운이 좋으면 찾을 수 있으니 염려 마시오.

대신 찾으면 절반은 반납하고 절반은 내가 쓰리다.”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혹시 못 찾으시면 가진 것이라도 내드릴 터이니 꼭 말씀하십시오.”


“고맙지만 그 뜻만 받기로 하겠소. 그럼 바빠서 이만 가 보리다.”


“아니,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몇십 년 만에 오셨다가 그냥 가시다니요? 아니 되십니다. 오늘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고 가십시오.”


오랜만에 왔다가 바로 가겠다고 하니 서운하다면서 계속 붙잡는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겨우 뿌리치고 나서서 바로 천둔산(天遁山)으로 날아갔다.


‘미안하이. 가능한 속세의 정을 끊어야 수행에 정진할 수 있어서 말일세.’


섭섭하겠지만 후인들이 이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


높이가 1,700장에 이르는 천둔산 정상은 이주하던 그날처럼 하얀 눈이 두껍게 쌓여 있다. 감회에 젖어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난 그날을 되새기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지난날이 꼭 어제만 같다. 그런데 벌써 2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일곱 살배기 꼬마는 이제 노인이 되어 버렸고 해맑던 소년의 얼굴에는 제법 골이 깊어진 주름살이 가득하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던 쥬맥이 태을현철이 굴러떨어진 낭떠러지의 아래를 살펴보다가 새처럼 아래로 날아내렸다.


“그곳이 여기 어디쯤일 텐데.”


열심히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100장이 넘는 낭떠러지 아래는 기암괴석(奇巖怪石)이 어우러진 계곡인데, 길도 없고 무척 험하여 걸어 다니며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인은 힘들어서 내려올 수도 없었고······.


그러나 이미 선신(仙神)의 경지에 이른 쥬맥의 발길을 붙잡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워낙 지세가 험하고 큰 바위들 사이에 틈이 많아서 맨눈으로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겠군. 음양오행목이 좋겠어.”


결국 전신에 영력을 두르고 두 눈에 음양오행목을 발현하여 넓은 계곡 안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는데······.


먼저 구획을 나눈 다음 떨어진 위치를 가늠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세밀히 수색을 진행했다.


영력을 한층 음양오행목에 집중하자 큰 바위들도 대부분 투시(透視)가 되어 묻혀 있는 것들이 눈에 드러난다.


그렇게 찾기를 한 시진.


마침내 태을현철로 보이는 커다란 철괴 두 덩이를 발견하였다.


“저렇게 묻혀 있으니 그동안 찾지를 못한 것이군. 휴~ 정말 다행이다.”


그동안 위에서 돌들이 굴러 내려와 철괴를 덮은 까닭에, 깊은 바위 밑에 깔려 있는 것을 꺼내기 위해서 바위들을 하나씩 들어내야 했다.


하나는 조금 얕게 묻혔고 하나는 더 깊숙이 묻혀서 캐내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얕게 묻힌 하나만 캐내기로 했다. 깊숙이 묻힌 것은 훗날 다른 인연이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듯해서다.


그리고 깊이 묻혀서 파내려면 큰 고역이기도 하니 포기를 하는 수밖에.


“끄응! 제법 무겁군.”


집채만 한 바위에서 주먹만 한 돌까지 정신없이 들어내기를 또 한 시진.


마침내 태을현철의 큰 철괴 한 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320관이 나가는 무거운 철괴를 가볍게 한 손으로 어깨에 걸머지더니, 공간신통으로 이동하여 살고 있는 대협곡의 언덕 위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햐! 이 녀석이 누가 태을현철이 아니랄까 봐 제법 무겁군.”


가공을 하려면 잘라야 하니 우선 기검(氣劍)이 된 백호제마검을 꺼내서 옆에 놓았다.


이어서 두 손에 화정(火晶)의 기운을 발현하여 철괴(鐵塊)에 대고 영력을 불어넣자, 철괴가 점점 벌겋게 달아올라 쇠가 물러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잽싸게 일어나 백호제마검을 쥐고 일초(一招)을 가하는데······.


“단(斷)!”


검으로 힘차게 붉은 철괴를 내리치니 마치 콩이 두 쪽으로 나뉘듯이 반듯하게 둘로 쩍 갈라졌다. 태을현철이 갈라지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아마 기함을 하고 놀랐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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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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