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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28 08:46
조회
1,057
추천
8
글자
19쪽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어리숙한 무영이는 숫자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친구들이 서로 짜고 속여 먹기 십상이었다.


그러니 맨날 꼴찌는 혼자서 맡아 놓은 당상이었고 말이다. 그래도 항상 빠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아니면 함께 놀아 줄 친구들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때 옆에서 심판을 보다가 얼굴을 찡그리는 창석이. 뒤가 급한 모양이다.


“야!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너희들끼리 하고 있어. 일 좀 보고 올게.”


급하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밖에는 벌써 흰 눈이 한 자가 넘게 쌓여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다. 밖으로 나온 창석이를 보고 멀리서 망을 보고 있던 두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물었다.


“형! 성공했어요?”


“바보 형이 쥐를 먹었어요?”


그러자 창석이가 큰일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면서 답했다.


“그럼! 내가 누구냐? 이 동네에서 가장 똑똑한 창석이가 아니냐?”


“우와! 정말 웃긴다. 쥐를 모르고 먹다니······. 내일 실컷 놀려 줘야지.”


“그 형은 정말 바보다. 고구마와 쥐도 구분하지 못하다니! 으이그, 정말.”


“야! 나 뒤가 급하다. 나중에 얘기해.”


그러자 애들은 장난질이 성공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서 흰 눈밭을 희희낙락거리며 달려간다.


애들이 가고 나서 똥이 마려운지 손으로 뒤를 누른 채 급하게 아래채의 변소를 찾아가는 창석이.


밖은 눈이 내려서 그래도 하얀 세상이 조금 눈에 보이지만, 변소는 문을 여니 안이 어두워서 마치 귀신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만 같다.


평소에 일을 보던 곳이라 조심스럽게 발로 더듬거려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밑에는 큰 똥통이 놓여 있고 위를 나무판자로 덮은 뒤 일을 볼 수 있게 구멍을 내놓았는데···, 오래된 뒷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뒤로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어서 어두컴컴한 부분이 잘 보이지 않으니 괜히 무서운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갑자기 귀신이 나올 것도 같았고······.


조금 겁을 먹은 창석이는 변소 문을 다 닫지 않고 반쯤 열어 둔 채로 일을 보았다. 그러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뿌두둑~ 뿌둑~


시원하게 일을 끝내고 군고구마를 싸 왔던 헝겊을 찢어서 밑을 닦은 뒤 막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무영이가 함께 놀던 초가집에서 나와 변소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자 응큼한 생각에 사악한 미소를 짓는 창석이! 쓰고 남은 천 조각을 들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앉는 것이 아닌가?


무영이는 좀 전에 먹은 고구마 같은 것이 맛이 이상하더니,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며 살살 배가 아파서 변소를 찾았다. 아마 편한 마음으로 먹지 못하고 꺼림칙한 기분에 억지로 먹어서 체한 모양이다.


그런데 변소 문이 반쯤 열려 있다. 혹시 누가 들어가 있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서 일은 보았다. 우선 뒤가 급하니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서자 무서운 귀신 생각이 난다. 흔히 말하는 얼굴 없는 귀신 얘기 말이다. 뒤는 급하고 귀신 생각에 무섭기는 하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겁이 나니 아예 변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밖을 보면서 일을 보았다.


그런데 뱃속에서는 계속 꾸르륵거리는 소리만 나고 생각처럼 똥이 쉬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뒤쪽에 숨어서 계속 쭈그리고 앉아 있는 창석이는 마음이 급해서 죽을 맛이다.


저놈의 무영이가 빨리 일을 마쳐야 깜짝 놀라게 해 줄 텐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다리가 저리면서 지겨워 죽겠고···.


그때 무영이가 똥통 위에 앉아서 끙끙거리면서 한참 힘을 주더니···, 겨우 콩알만큼 똥을 싸고는 밑을 닦으려고 주변의 지푸라기나 닦을 거리가 있는지 주변을 이리저리 찾는다.


바로 그때!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오는 하나의 손!


창석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에 들고 있던 헝겊으로, 뒤에서 밑으로 손을 넣어서 쓰윽 닦아 주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으아아아악!”


기겁을 하며 놀라는 무영이다.


무영이는 크게 고함을 내지르며 바지춤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튀어 나갔다.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그러다가 발이 뒤엉켜서 눈밭에 엉덩이를 내놓고 나뒹굴었다. 아마 얼굴 없는 귀신이 내 뒤를 닦았나 보다. 오직 그 생각에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무영이는 엉덩이에 흰 눈이 잔뜩 묻는 차가움도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으으으~ 빨리 도망쳐야 해.’


오직 그 생각으로 두 손을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허둥지둥 일어났다. 그래도 바지를 대충 올리고 허겁지겁 초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 간다.


그때 방에서 무영이가 없는 틈에 놀이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놓던 기석이는, 갑자기 무영이가 튀어 들어오니 깜작 놀라서 움칠했으나 새파랗게 질린 모습을 보더니 그래도 친구라고 황급히 물었다.


“무영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변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자 겁에 질려서 벗겨진 바지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무영이가 오들오들 떨면서 말했다.


“귀··· 귀··· 귀신이야 귀신. 변소에 귀··· 귀신이 있어.”


“뭐 귀신? 바보같이 무슨 귀신? 그럼 우리 같이 한번 가 보자.”


하면서 우르르 나와서 변소를 들여다보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때 창석이는 이미 변소를 나와서 초가의 모퉁이에 몸을 숨긴 채, 우르르 몰려나온 친구들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교활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변소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무영이는 그 뒤로 다시는 이 변소에 가지 못했다. 얼굴 없는 귀신이 무서워서 말이다.


#


“으응? 무슨 소리야?”


옆에서 자다가 비명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깬 미루가 쥬맥을 깨웠다.


“여보! 여보! 왜 그래요? 막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니까 악몽을 꾸나 봐.”


“으으응~ 응? 내가 꿈을 꾸었나?”


“아니,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으악 하고 고함을 지르고 그래요?”


“수르 녀석이, 아니 창석이 녀석이···.”


“수르는 알겠는데 창석인 누구예요?”


“아니야. 그냥 꿈이야.”


자세한 설명이 힘드니 대충 얼버무리는데···, 잠을 자다가 뜬금없이 전생을 얘기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꿈속에서 본 그 전생이 꼭 맞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에이, 무슨 꿈이 이래. 그래서 내가 전생은 절대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수르 녀석이 전생에 나한테 미안한 짓을 많이 해서, 그 빚을 갚으려고 내 대신에 죽었나?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내 친구는 그래도 그 녀석 하나뿐인데······. 괜히 또 그 친구가 생각나게 하네.’


쥬맥은 다시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업보··· 업장··· 윤회··· 전생··· 그런 말들이 머릿속을 빙빙 돌면서 잠이 잘 오지 않아 이리저리 한참을 뒤척였다.


새벽녘에야 겨우 깜박 잠이 들었다. 현생의 내 삶이 더 중요하지 지나가 버린 전생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것을 연결 짓다 보면 현재의 삶이 끝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다.


선인선과(善因善果)라 했다. 현생에서 선업(善業)을 쌓아 나가면 되지 전생을 왜 돌아보는가?


이제 선신의 경지로 영체를 이루었으니 마계(魔界)나 요계(妖界) 등에 가서 더 수행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원활한 법력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법기도 제대로 된 것은 백호제마검 하나밖에 없으니 더 제련을 해야 하는데······.


고민 끝에 그래도 가장 손에 익은 금령파를 우선 연화시키기로 했다. 자철목 재질에 태을현철이 섞인 줄을 사용하였으니 충분히 견뎌 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몇 가지 귀한 재료를 찾아서 첨가하고 화정의 기운을 가하여 법력으로 정련했다. 물론 예상대로였지만.


#


이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한 휴일에 겨우 수련실에서 좌정을 하고 앉았다.


이번에도 늦으면 저녁밥이 없다는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말이다.


깊은 심상의 세계로 들어가니 두정(頭頂)이 열리고 젊은 모습의 영체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공과 법력, 마력이 삼기일원(三氣一元)을 이루어 하나로 조화를 이루었으니 이제 그 이름을 그냥 영력(靈力)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제 멋지게 좀 꾸며야지.’


영력을 끌어내 입고 있는 옷을 바꾸었다. 비록 영체라지만 항상 같은 옷만 입고 다니기는 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왕이면 멋지게······.


푸른색 장포에 한울처럼 28수의 별자리와 은하수를 금빛으로 수놓으니 제법 옷이 근사해 보인다.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쥬맥의 영체가 기검을 몸속에 감추고 수련실 천정의 구멍을 통해서 빠져나왔다.


점점 위로 떠오르더니 지구를 벗어나고··· 태양계마저 벗어나··· 은하수를 한눈에 바라보고 섰다.


이어서 거대한 검은 회오리가 이는 기둥을 찾아서 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생계를 벗어났고.


언제 보아도 가슴이 벅찬 팔계(八界). 그 계면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기맥 형님을 한번 보러 갈까? 아니, 중계에 가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라도 잠시 보고 갈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결국은 그냥 마계(魔界)로 가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또한 이미 죽은 자를 산 자가 자꾸 뒤돌아보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을 위한 것일지도 또한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계속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이 맴돌 수는 없으니까.


그때 팔계의 계면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작은 소우주들을 보면서, 전에 만났던 무서운 아가씨들이 생각났다.


도화(桃花)와 설화(雪花)라고 했던가?


당시 영의(靈意) 상태에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수행을 쌓은 존재들이었는데······.


지금은 선신(仙神)의 경지에 올라 영체(靈體)를 이루었으니 혹시 한번 견주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1억 살이나 3억 살이라는 나이를, 세월에 따른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또 겨룬다고 해서 나올 것도 없고.


5억 살이 넘었다는 기맥 형님도 생각이 났지만 그 만남도 뒤로 미루고 당초 계획대로 마계를 향해 다가갔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다 하려고 하다 보면 마음먹었던 것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가간 곳은 마계(魔界).


거대한 검은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검은 빛에 둘러싸인 마계, 그 앞에는 수천 명의 신장들과 수십 명의 천장들이 출입을 통제하며 지키고 서 있다.


쥬맥의 영체가 다가서니 번쩍거리는 은빛 갑주를 입은 천장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으응? 선인(仙人)이신 것 같은데 선인도 아니시고···, 무인(武人)이신 듯한데 무인도 아니시니 혹시 그 귀하다는 선신(仙神)이 아니신지요?


하지만 여기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마계입니다. 여기를 출입하시려면 능력을 보여 주셔야 합니다. 모두 능력을 확인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전에 지구의 태을 선인과 함께 온 적이 있습니다만, 자 그럼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그러면서 쥬맥이 삼기일원을 이룬 영력을 모두 개방하여 기운을 겉으로 쏟아 냈다. 그러자 영체로부터 엄청난 우윳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바닥으로 깔리더니 주변 수백 장을 잠식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진선기에 이른 선인의 법력보다 더 강한 기운인데, 그 속에는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섭리와 법칙의 힘들이 서로 뒤엉켜서 시공간(時空間)의 힘을 따라 맴돌고 있었다.


거대한 은하계(銀河系)를 연상시키는 영력을 본 주변의 신장(神將)과 천장(天將)들이 깜짝 놀라며 얼결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요청했던 천장이 다시 나서더니 민망한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정말 놀랐습니다. 여러 힘이 조화를 이루었군요. 이제 기운을 거두시고 앞쪽의 작은 전각으로 가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전에 지구의 태을 선인과 함께 오셨다구요? 뵌 적이 없는데?”


맞다. 그때는 의식 수행(意識修行)으로 왔으니 당연히 봤을 리가 없다. 영안(靈眼)으로 보아도 잘 드러나지 않는 반딧불보다 약한 존재였으니.


“제가 중계(中界)에 함께 간 것을 잠시 착각을 했나 봅니다.”


어설프게 대충 얼버무리는 쥬맥. 혹시 의식 수행을 들킬세라 황급히 거대한 검은 대문 앞으로 가니, 그 앞에 통행을 관리하는 전각 안에서 다른 천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았다.


“아이구~ 어서 오세요. 정말 반갑습니다. 선신께서 오시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실례지만 누구라고 기재할까요? 초행(初行)이시면 몇 가지 주의 사항도 잘 살펴보고 가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름을 물어 기록하고 마계(魔界) 수행 시에 주의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 준다.


마계의 구조와 길을 찾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재난 구조, 통행 방법 등등의 여러 가지를 줄줄이 설명했다.


“마계에서는 반드시 영패(靈牌)를 소지해야 합니다. 같은 짝 하나를 여기에 있는 혼신등(魂神燈)에 꽂아 두면 계신 위치도 파악할 수 있고요.

문제 발생 시 영력으로 가운데를 꼭 누르시면 여기에 있는 비상등이 켜져서 구출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또 다른 사항은요?”


“마계에는 고계(高階)의 마수(魔獸)와 귀물급(鬼物級)의 포악한 마왕(魔王)들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처음 오시는 분들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 이리 따라오시지요.”


쥬맥을 검은 대문 옆에 난 작은 소문으로 안내하더니 신호처럼 문을 몇 번 두드리고, 안과 밖에서 열쇠를 넣어 동시에 돌리니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안쪽의 열쇠를 마귀들이 탈취하더라도 마음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이중의 안전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문안으로 들어서니 안에도 수천 명의 신장과 천장들이 삼엄하게 늘어서서 대문을 지키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사방에 감추어진 법보들의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아마 대대적인 공격이 가해지면 공격과 방어를 하기 위한 조치이리라.


그때 천천히 다가서는 천장 한 명.


가까이에 이르러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하더니, 작은 옥간(玉簡) 하나를 내주며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이건 마계의 지도입니다. 안에서 필요하실 때 영력(靈力)으로 가운데를 누르시면 마계의 상세 지도가 나타나니 수행에 참고하시지요. 단, 마계의 우주 지도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너무 광범위해서요.”


“예, 고맙습니다.”


천장이 직접 시범을 보여 주는데 예전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공에 빛으로 이루어진 큰 지도가 한 장 떠오르더니 손짓에 따라서 회전하기도 하고, 입체적으로도 깊이와 두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좋은 점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붉은 빛이 점멸하여 알아보기 쉽다는 점이었다. 다시 가운데를 누르자 지도가 작은 옥간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건네주면서 대문 앞 큰 대로를 따라 계속 들어가라고 일러 준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와서 뵙지요.”


인사를 하고 대로를 따라 홀로 마계에 들어섰다. 영체로 직접 오니 의식 수행을 할 때보다 긴장감이 느껴진다.


지난번 본 것처럼 대지는 온통 검은 빛이고 하늘은 핏빛처럼 붉었다. 하늘에는 화염을 내뿜으며 해가 여섯 개나 떠 있고, 그 주변으로는 이상한 것들이 이리저리 떠다니는데······.


‘저것들은 소우주와 같은 것들일까?’ 하는 생각에 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지켜보다가 주변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마계에도 별들은 있었다. 생계보다 더 크고 밝은 별들이 떠 있는데, 그러나 그 수는 훨씬 적어 보인다.


색깔도 붉거나 황토색, 또는 회색이나 검은 종류의 별빛이 많았고. 그런데 희한하게도 검게 빛나는 별이 눈에 잘 보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둠속에서도 검게 빛나는 별! 생계에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별이다.


주변과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풍비행(御風飛行)으로 날아올라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선신의 경지에 올라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져서 아래의 검은 풍경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간다.


‘검은색도 농도에 따라 많이 다르군.’


마계가 비록 검은색 일색이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그 농도에 차이가 있고 살짝 다른 색들도 섞여 있는데···.


거기에 천안통(天眼通)이나 선안(仙眼),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 등으로 살펴보면 더 다양한 색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색상만 다를 뿐 마계(魔界)에도 생계처럼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마농민(魔農民) 그리고 각종 농산물(農産物)까지도.


그렇게 어풍비행으로 빠르게 날아가는데, 앞에 2천 장이 넘는 높은 산이 나타나서 그 산 정상에 내려섰다.


그곳에서 큰 마기(魔氣)의 파동(波動)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검은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 커다란 마수(魔獸) 두 마리가 서로 으르렁대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풍기는 기운이 엄청난 괴수들이라 한 마리씩은 자신이 있으나 둘이 한꺼번에 덤비면 쥬맥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근처의 나무 그늘에 은신하여 싸움을 지켜보는데······.


상심통으로 마수들이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린다.


“팔각녹수(八角鹿首), 네놈이 감히 내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하다니!”


“이놈! 어찌 저것이 마황룡(魔荒龍) 네놈의 보물이란 말이냐?”


팔각녹수라 불리는 괴물은 사슴의 몸에 호랑이의 머리를 가졌는데, 몸에는 붉고 검은 뾰족한 털이 가득하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여덟 개의 날카로운 뿔이 솟아 있고, 어깨 높이가 5장, 몸길이는 20장 정도다.


그 거대한 몸체의 팔각녹수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크고 날카로운 뿔로 마황룡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마황룡은 높이가 2장 정도이나 몸통이 용의 형상으로 50장에 이른다. 지금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개의 다리 중에서 앞쪽에 있는 두 발을 치켜든 채 팔각녹수를 할퀴려는 자세다.


그런데 독수리 형상의 머리에는 앞을 향해서 붉은색 뿔 두 개가 앙증맞게 자라 있었다. 전신의 큼지막한 비늘은 진녹색으로 번쩍거렸고······.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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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9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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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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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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