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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6 08:48
조회
1,052
추천
7
글자
18쪽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거대한 천망의 척추와 머리뼈를 보면서 아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말했다.


“에구! 당신도 참 겁도 없수. 이제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잡았다는 게 믿기지는 않지만······. 그런데 참! 당신이 할아버지처럼 섬기던 태을 선인께서 신선이 되셨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천수 선인하고 직접 옆에서 봤거든. 몸은 엄청나게 큰 번개를 수십 차례나 맞아서 재가 되어 버리고 영체만 남아서 하늘로 올라가더라니까. 멋지게 손을 흔들면서 말이야.”


“아이고, 저는 공짜로 신선을 하라고 해도 싫네요. 몸에 번개를 맞아서 살이 재가 될 정도면 얼마나 아플까? 생각만 해도 아이~ 끔찍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 역천(逆天)의 비술을 쓰는 것인데······. 영생을 하려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안 그러면 누구나 앞다투어 신선이 되려고 하지 않겠어? 나는 나중에 신이 되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 워낙 어려워서 말이야.”


“어머~ 당신이 신이 된다고요? 그런데 신선이 되는 것하고 신이 되는 것하고는 달라요? 어떻게 다른데요?”


아내가 놀라면서 연달아 질문이다.


“응, 신선은 글자 그대로 도를 닦아서 영체를 만들어 신선들이 사는 선계로 올라가 사는 것이 신선이야.

신은 그렇다고 천신과 같은 신은 아니고, 그 비스무리한 작은 신이 되는 것인데···, 혼자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서 그곳의 신이 되어 사는 것이야.”


“그러니까 조그만 우주를 하나 만들어서 혼자 대장 놀이하고 마음대로 산다는 거네요 가족도 없이. 아니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요?

오랜 세월이 지나서 아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혼자 고독하고 외로워서 맨날 찔찔 짜려구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는데······.

아니, 윤회(輪廻)를 해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다른 인생을 한번 살아 보는 것이 백 번 낫지. 안 그래요?”


“응? 으으으~ 응, 그렇지 그래.”


“피이~ 재미없어.”


쥬맥은 아내의 반박에 자신도 신이 되려고 한다는 말에 대한 변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대충 얼버무려서 넘기고 말았다.


더 이상 꿈같은 얘기를 꺼내 봐야 아내에게 퉁이나 맞을 테니까 말이다.


‘정말 아내 말이 맞을까?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했다는데······. 에이, 모르겠다. 여기까지 와서 사나이 대장부가 한 번 뺀 칼을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아내는 북명해(北溟海)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서 또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다본다. 지구에 온 뒤로 언제 이런 바다를 볼 틈이 있었겠는가?


자신이 좀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젊어서 같이 여기저기 많이 놀러나 다닐 걸. 맨날 싸움판에 끼어서 전신에 피칠갑만 하고 살았으니······.


원 참, 생각만 해도 입맛이 쓰디쓰다.


아내가 바다를 구경하는 동안 쥬맥은 아내의 안전을 위해서 주변에 간단히 진을 설치해 놓고, 바다로 가서 큰 생선을 몇 마리 잡아왔다.


오면서 보니까 큰 대붕 몇 마리가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미리 진을 설치해 두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믿는지 걱정도 않고 태평한 얼굴이다.


점심을 그렇게 금방 잡은 생선을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와아~ 물고기가 무척 신선하네요. 바닷물도 맑고···. 물속에 조개나 물고기도 많겠어요. 들어가 보면 얼마나 예쁠까? 당신은 들어가 본 적 있어요?”


“그럼~ 전에 많이 들어가 봤지. 당신도 지금 나랑 함께 들어가 볼까?”


“정말로 들어가 볼 수 있어요?”


“잠깐만 기다려. 내가 준비 좀 하고.”


“우와~ 신난다.”


쥬맥이 자리에 앉더니 몸속에서 기검을 꺼내 백호제마검으로 되돌렸다. 그런 다음 아내에게 다가가서 안은 뒤 수인을 맺고 법술의 진언을 외웠다.


쥬맥은 그냥 들어갈 수도 있지만 몸이 약한 아내가 찬물에 젖으면 아플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바라바라 밀데 홈 바라밀 데~ 천신의 방패!”


그러자 쥬맥의 몸에서 방패와 같은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두 사람의 몸을 가리고 보호했다. 이번에는······.


“마라 데 마라 홈 마데~ 청기호신광!”


하고 수인을 맺어 손을 휘두르며 외치자 천신의 방패 위로 다시 푸른 막이 생겨서 이중의 호신막을 형성했다.


“자~ 이제 물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구. 처음에는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곧 괜찮아질 거야.”


쥬맥은 아내를 안고 조금씩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중으로 막을 형성한 보호막 때문에 물이 밀려나 몸에까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채로 물속에 오래 있으면 산소가 부족하여 숨을 쉬기 곤란하다.


그래서 곧 한 손에 백호제마검을 들어서 보호막 밖으로 내미니, 검의 피수주에서 기포가 생기며 물을 밀어 내면서 점점 더 그 크기가 커졌다.


그 기포와 함께 점점 바닷속으로 깊이 들어가는데······.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곳이라 햇빛이 들어와 사방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물고기도 떼 지어 놀고······.


어떤 곳은 산호초가 군락을 이루어 마치 기화요초(琪花瑤草)가 가득한 초원을 연상케 하였다.


색색으로 하늘거리는 예쁜 수초들!


또 어떤 곳은 수많은 작은 물고기가 떼 지어 유영하며 거대한 물고기를 연상시키는데···, 빛살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여보! 너~무 멋져요. 저 물고기 좀 보세요. 마치 요술나라 같아요.”


아내가 은빛으로 빛나는 긴 몸을 구불거리며 헤엄치는 물고기 떼를 보다가, 이번에는 색색으로 빛나는 오색의 무늬를 가진 물고기 떼를 가리켰다.


“그래, 정말 예쁘군.”


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마침내 바다의 바닥에 내려섰는데······.


그때 검에서 발생한 커다란 기포가 물을 밀어 내며 집채만 한 반구형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 때문에 주변의 바다는 맨바닥이 그대로 드러났고.


모래가 있는 곳도 있고 바위가 있는 곳도 있으며 진흙이 있는 곳도 있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 내듯이 물은 검으로부터 어느 일정 범위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자~ 이 안에서는 마음껏 놀아도 돼. 그래도 물에는 너무 가깝게 가지 마. 물고기 중에는 위험한 놈도 있으니까.”


“알았어요. 아이 좋아라!”


아내를 물이 밀려나 바닥이 드러난 곳에 내려 주자 여기저기를 좋아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구경하기 바쁘다.


그중에 옆을 지나던 예쁜 물고기가 사람을 구경하다가 한눈을 팔았는지 기포 안으로 떨어져서 팔딱거렸다.


“호호호! 이 녀석. 너 나를 구경하다가 빠진 거니? 옛다, 돌아가거라.”


하면서 다시 조심히 잡아서 물속으로 던져 주니까 살았다 싶은지 꼬리가 빠지게 달아나 버렸다.


한참을 대형 수족관 같은 바닷속을 구경하던 미루가 이제는 이곳저곳 바위를 뒤적이며 작은 게와 조개를 잡았다. 그러다가 무엇을 보았는지 놀란다.


“으악! 저게 뭐야? 여보! 어서 와 봐요. 꼭 괴물 같아요. 아우~ 무서워.”


“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어디?”


쥬맥이 다가가서 보니 바위틈에 물이 고인 곳에 커다란 곰치가 한 마리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피수주로 물이 밀려날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모양이다.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뱀처럼 벌리고 있으니 뱀을 싫어하는 아내가 놀랄 만했다.


“응, 저거 곰치라는 물고기야. 구우면 맛있는데 잡아서 구워 먹을까?”


“에이~ 싫어요. 꼭 뱀 같잖아요.”


아내는 물고기도 못생긴 것은 먹기도 싫은 모양이다. 둘은 그렇게 바닷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한참을 구경했다. 아내는 그렇게 소꿉장난하듯이 잡았던 게나 조개를 모두 놓아주고 이번에는 예쁜 조개껍질을 주웠다.


“이제 나갈까? 너무 오래 있으면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몸에 안 좋아.”


“네, 좋아요. 다음에 또 와 봤으면 좋겠네요. 꼭 딴 세상 같아요.”


“그래, 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시 함께 오자구.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쥬맥은 다시 이중으로 법술의 보호막(保護膜)을 두르고, 검을 든 채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왔다.


“자, 여기자 아까 그 자리네.”


주변에 진을 쳐 놨던 곳에 아내를 내려 주고, 뱃속이 출출해서 조개를 구워 먹으려고 혼자 바닷속 깊은 곳으로 다시 내려갔는데······.


그때, 전에 아내가 보석 운운하던 말이 떠올랐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조개를 잡으면서 진주도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진주도 조개가 만드는 것이니까.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니 잡는 사람이 없어서 오래 산 조개들이 수없이 널려 있었다. 집채만 한 대왕조개까지.


“와아~ 저건 조개야 바위야? 도대체 얼마나 오래 살았으면 저리 크지?”


그중에는 이미 명이 다하여 껍질만 남기고 죽은 조개도 많았는데······.


빈 조개 껍질 속에 뒹구는 진주도 많아서 태을 선인의 말을 떠올리며 굵고 동그랗고 표면 광택이 좋은 것으로만 100여 개를 주웠다.

구워 먹을 조개까지 넉넉히 잡아서 다시 풍경을 구경하는 아내에게 갔다.


“여보, 이게 막 바다 속에 굴러다니네. 혹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어머, 이렇게 귀한 진주들이 막 바닥에 굴러다닌단 말이에요? 에구~ 예뻐라. 이 아까운 것들을 버리긴 왜 버려요. 다 가지고 가서 딸내미들이랑 손녀들에게 줘야지. 아마 좋아서 모두 팔짝팔짝 뛸 거예요.”


“나는 당신한테 주려고 열심히 주워 온 건데 당신이 가져야지.”


“나는 이제 늙어서 이런 것이 필요 없어요. 젊은 사람들에게나 어울리지 나처럼 쭈그렁바가지 할망구한테 어울리겠어요? 아무튼 애들이 좋아하겠네.”


“안 돼! 이건 내 성의야. 이 중에서 제일 큰 것 두 개는 당신이 가지고 있어. 내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되지.”


“호호호! 당신도 참, 알았어요. 당신이 준 거니까 가지고 있을게요. 아니 많이 있으면 다 주워 가지고 오지 그랬어요. 애들에게 나누어 주게······.”


그러자 쥬맥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태을 선인께 배운 게 한 가지가 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대. 놔두면 또 다 필요한 곳으로 가게 되어 있어. 과욕은 화를 부르는 거야.”


“당신 말이 맞아요. 마음을 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자식들 생각에 또 욕심을 부리니 참···,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가 보네요.”


그러면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씁쓸해한다. 모든 것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도를 닦는 수도자도 아닌데 말이다.


더구나 딸린 자식들이 몇인데······.


자식들을 생각하면 부모들은 다 마음이 그렇게 되나 보다. 커서 성인이 되면 저절로 큰 것처럼 다 저 잘났다고 하는 자식들인데 말이다.


둘은 나무 그늘에 나란히 앉아서 막 잡아온 조개를 구워 먹었다.


아내가 해감을 해 놓은 것을 쥬맥이 두 손에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켜서 구워 놓으면 아내가 껍질을 벌리고 살을 발랐다.


“호호호! 싱싱하고 정말 맛있네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맛있네.”


미루는 특히 통통하게 살이 오른 관자 부위를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둘이 오붓하게 앉아서 새참을 끝내고···.


아내와 손을 잡고 모래가 고운 백사장을 나란히 걸으니, 근처를 날아다니던 대붕들이 쥬맥을 보고 놀라서 모두 도망을 갔다. 그놈들이 하는 말.


[야! 옛날의 그 무서운 놈이 또 왔다. 천망(天蟒)을 죽이고 동료들까지 죽였던 그 괴물이 다시 왔으니 모두 피해라. 비상이다 비상! 어서 피해!]


[뭔지도 모르고 덤비는 겁 없는 애들부터 빨리 도피를 시켜라!]


자기네들끼리 허겁지겁 주고받는 말이 상심통으로 들려온다. 그 말들을 들으니 다시 옛날이 생각나는 쥬맥.


‘녀석들이 아직도 나를 잊지 않았군.’


쥬맥은 아내 몰래 빙그레 웃으며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걸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흰 포말로 부서진다. 그 물결이 발밑까지 오는 것을 보고 아내는 마치 개구쟁이 꼬마가 된 것처럼 장난을 친다.


파도가 밀려가면 따라서 뛰어들어 갔다가 밀려오면 다시 도망쳐 나왔다 하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어 댔고.


“호호호! 아이~ 재미있어.”


이미 파뿌리처럼 변한 흰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지만 마음과 행동은 아직도 옛날 소싯적 소녀의 모습이다.


아마 오랜만에 모든 근심 걱정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그런 아내의 해맑은 얼굴을 보니 함께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득한 수평선.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백사장.


그곳을 둘이 손잡고 거닐며···, 조금도 지치지 않고 하루를 다 보냈다.


“우리 여기에서 바다로 해가 지는 것도 보고 갈까? 아주 멋질 거야. 한번 생각해 봐. 저 넓은 바다가 붉은 노을빛으로 가득 차는 광경을 말이야. 얼마나 멋지겠어.”


“그래요. 정말 멋있을 거예요. 우리 저기 처음에 왔던 언덕에 앉아서 봐요. 바다로 해가 지는 것은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 진을 펼쳐 둔 곳에 마른 풀을 베어다 아내를 편안히 앉히고,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와~ 너무 멋져요.”


아내는 앉아 있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더니 망부석처럼 석양을 바라보았다.


해가 바다에 닿기 시작하자 바다가 온통 빨갛게 물들었는데······.


하늘에 노을이 넓게 번지며 바다에 반사되니 그 모습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물새들과 고래가 내뿜는 물줄기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렸다. 노을빛에 물든 파도까지······.


우리네 인생도 마지막이 저 불타는 듯한 황혼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이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둘은 손을 마주 잡고 말을 잃었다. 서로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마침내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다시 공간이동으로 큰 바위가 있는 언덕의 집으로 돌아왔다.


바닷가에서 먹다 남은 생선들로 찌개를 끓여서 또 한끼를 맛있게 먹었고···.


이렇게 아내와 같이 지내며 밤에는 아내를 재우고 수련을 시작했다. 뭐든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법이니.


그동안 깨우침을 다시 정리해 보고, 수많은 자료들도 재정리하고, 부적과 법기를 만들어 영체에 연화시키고······.


틈나는 대로 새로운 공법을 수련하는 나날이 흘러갔다. 가끔씩 자식들이 보고 싶고 궁금해서 찾아오기도 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 시간이 쌓여 1년을 넘기고, 2년이 지나서 어느덧 3년을 넘어서니 이제는 이곳이 몸에 익어서 아내도 편안해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었고 공기 좋은 곳에서 대자연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끼리 살아가니 부족함이 없었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세속의 모든 일이 다 허망하게 보인다.


대붕도 바닷가를 다녀온 이후에 대륙에서 제일 높다는 우르산맥의 자오봉도 다녀왔다. 어디 그뿐인가?


아름다운 수미산 정상, 남극과 북극 등 전에 쥬맥이 다녀 본 중에서 색다른 곳은 모두 함께 다녔다.


물론 추운 극지방(極地方)이나 자오봉 정상은 아내를 호신강기로 함께 꽁꽁 싸매서 외기를 차단해야 했다.


아내가 몸이 약해져서 특히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가장 신나게 소리를 질렀던 것은, 4천 장 높이의 자오봉 정상에서 쥬맥의 등 뒤에 탄 채 어풍비행으로 새처럼 날아내릴 때였는데······.


눈 덮인 정상에서 날아내리며 수시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너무 즐거워해서 다시 돌아가 세 번이나 날아내렸다.


#


이렇게 둘이 다정하게 3년을 보내고 4년째에 접어들어 몇 달이 흘렀을 때.


미루는 이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에 남편과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혼자 남겨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아픈지 몰래 눈물짓곤 했다.


쥬맥도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이미 그것을 알아차렸고······.


힘이 없다고 자주 눕고 느껴지는 기가 점점 약해지니 어찌 모르겠는가? 이미 선신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인간의 생로병사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장대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


창밖에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멍하니 바라보던 아내가 결국 말을 꺼냈다.


“여보! 이제 저 비가 그치면 우리 세가(世家)로 돌아가요. 당신과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나머지 시간은 자식들과 손주들 곁에 있고 싶어요.”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자구.”


쥬맥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참으며···, 딴 곳을 보는 것처럼 얼굴을 외면한 채 대답했다.


행여 그 모습을 아내에게 들킬세라···.


말은 하지 않아도, 자식들을 불효자식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그래서 자식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둘이 이곳에서 끝까지 행복하게 지내다가 남편의 품에서 조용히 떠나고 싶겠지만 말이다.


자식들은 또 자식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가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그걸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것이니······.


그리고, 쥬맥도 미루가 떠나면 슬픈 마음을 달래기도 힘들 텐데 혼자서 그 뒷수습을 할 자신이 없었다.


둘은 그저 내리는 빗물을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이 없다. 한 명은 떠나고 한 명은 남아야 하는 생계에서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눈에 그렁그렁하게 고인 눈물 때문에 풍경마저 그저 흐릿하게 보일 뿐!


다음 날 아침은 하늘이 맑게 개고 푸른 하늘에 밝은 태양이 솟아올랐다.


아침을 먹고 뒷수습을 한 뒤에 아내를 안고 대협곡(大峽谷)과 언덕 위의 집 둘레를 빙 돌아보았다.


이제 다시 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아내는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 두려고 열심히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됐어요. 우리 그만 가요.”


“알았어. 천천히 갈 테니까 꽉 잡아.”


그동안 짧지만 행복하게 살았던 자리를 모두 둘러본 뒤 마침내 세가를 향하여 날아올랐다.


집으로 돌아오자 자식들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난리를 쳤지만 아내는 그래도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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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9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6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0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4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2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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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3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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