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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4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03 08:29
조회
1,053
추천
7
글자
18쪽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러자 쥬맥이 던지는 조언 한마디.


“하하하! 자네 정도면 이미 화경에 들었거늘 무엇을 그리 어려워하는가? 무기를 보지 말고 본능과 감각으로 기의 흐름과 방향성을 보며 대응하게.”


그러면서 이번에는 연검을 긴 장창으로 변화시켰다. 벌써 세 번째 변화다!


두 사람이 겨루는 것을 바라보는 천사장과 대신녀는 꼭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없던 손에 갑자기 검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 채찍으로 변했다가 연검이 되었다.


그것이 이제는 또 긴 장창이 되었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일반의 물질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선도의 경지가 앞선 천사장은 이제 조금 짐작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압!”


기합 소리와 함께 장창을 내지르는 쥬맥. 이렇게 한 번 장창을 휘두를 때마다 막대한 경력이 실린 기류가 몸을 밀어 내듯이 참관자에게까지 몰려간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렇지 본신의 절기를 쏟아 내면 곽윤 자신은 한 초식도 제대로 받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통감했다.


이번에는 장창이 수시로 변한다. 찌를 때는 창으로 길게 늘어났다가 가까운 거리를 방어할 때는 짧은 검으로 바뀌고···, 원거리를 공격할 때는 2장이 넘는 채찍으로 바뀌며 거리에 따라서 수시로 변화를 일으킨다.


곽윤은 쥬맥의 조언에 따라 무기를 보지 않고 기의 흐름과 방향성을 보며 눈보다는 귀와 전신의 기감을 살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본능에 맡기고 기의 흐름에 따라 대응하자 그제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기가 장도로 변하면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고, 살을 에는 기파를 일으키며 공격해 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장도가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곽윤의 뒤에서 나타나며 공격을 가했다.


파바바밧!


장도에 얼마나 큰 힘이 실렸는지 공간이 검게 왜곡된다. 이것은 바로 이기어도(以氣馭刀)로 공간의 벽을 넘어 뒤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이미 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곽윤이라 하나 어찌 이를 짐작이나 했으랴.


쥬맥의 조언에 따라 기의 흐름과 감각에 의지하여 본능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결코 막을 수 없는 수였다.


꽈아아아앙!!


두 개의 무기가 부딪치자 거센 폭음이 터진다. 곽윤은 오늘 생애 처음으로 새로운 무예의 경지를 경험했다.


공격자는 앞에 있는데 갑자기 무기가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졌고···, 그것이 공간이동으로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곽윤이 식겁하여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겨우 막고 있는데, 그것도 횟수가 반복되니 점차 익숙해지면서 제대로 방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도가 둘로 나뉘더니 검과 채찍으로 바뀌었다.


검은 이기어검(以氣馭劍)으로 날며 뒤에서 공격을 가하고, 채찍은 장거리까지 윙윙거리며 날아와서 한 마리 독사처럼 앞에서 공격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검이 공간으로 숨어들었다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며 공격을 가하나니!


도대체 몇 사람하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언제 또 예기치 못한 공격이 어디에서 가해질지도 모르겠고.


곽윤의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그러면서 점점 싸움에 몰입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비무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제 자신이 비무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본능적으로 막고 찌르고 베면서 전신의 모든 감각을 열어젖혔다. 쥬맥이 이끄는 대로 말이다.


이제 눈으로 보지 않아도 어디에서 어떤 공격이 오고 있는지 감각적으로 알아내고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겨우 화경의 경지 초입에 들어섰던 무위가 화경 중기를 넘어서 완숙한 단계의 후기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입신의 경지인 무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정신적인 깨우침과 심득, 그리고 내공(內功)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제 입신(入神)의 경지로 나아가는 기초를 다진 것이니 오늘 큰 기연(奇緣)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비무 중에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서 깨달음을 얻어 가던 곽윤이 한 시진 뒤에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비무 중에 무아지경에 빠졌었구나! 그 속에서 큰 걸 깨달았어.’


이제는 정신을 차렸어도 본능에 의지하여 능수능란하게 대응을 하게 되니 완전히 몸에 익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제야 쥬맥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이 맺히고 서서히 공격을 줄이더니 완전히 멈추었다. 그리고······.


짝짝짝짝!


곽윤을 향해서 축하의 박수를 친다.


“축하하네. 이제 완전히 화경 후기의 경지에 이르렀구만.”


“감사하옵니다.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 비무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오늘에서야 소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깨달았사오니 절치부심 하여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사옵니다.”


“하하하! 아닐세. 지금 이 수준으로도 훌륭하네. 다만, 자만하지 말고 항상 노력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야.”


둘이 마치 사제지간처럼 얘기를 나누며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천사장과 대신녀는 장시간 비무를 관전했음에도 지루한 표정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녀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쥬맥의 손을 살피는데······. 이미 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대신녀가 호기심에 쥬맥을 한 바퀴 빙 돌면서 검을 찾더니 물었다.


“아니 그새에 무기를 어디다 감추셨어요?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아요. 한 번 보여 주세요.”


그러자 쥬맥이 기검을 꺼내 들고 쓰윽 손을 들어 올리며 놀린다.


“내 검은 여기 있는데 왜 찾으시오? 계속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머나! 분명히 없었는데······. 정말 귀신 같네요. 혹시 요술을 부리세요?”


대신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 사람은 안으로 들어와서 다시 따뜻한 차를 내오게 하여 컬컬한 목을 축였다.


“저어··· 그런데······.”


천사장이 비무 때 보던 장면이 도저히 자신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물었다.


“아까 비무 중에 검이 채찍이나 연검, 창 등 여러 가지로 변화하던데 어떻게 하신 것입니까? 가실 때나 지금도 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구요. 혹시 법력으로 연화시켜서 몸속에 감춘 법기의 한 종류입니까?”


그러자 쥬맥이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게 웃더니 사실을 털어놓았다.


“실은 무신의 위 단계인 선신의 경지에 이르면 검이나 법기를 영기로 연화시켜 영체 안에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형체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선인들께서 진선기에 이르면 법기를 연화시켜서 체내에 넣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선신의 경지에 이르면 선인들의 진선기처럼 체내에 영체(靈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실은 오늘 본의 아니게 곽 부족장의 경지를 이끌어 주기 위해서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들키고 말았네요.”


그러자 천사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 무신 위의 선신의 경지요? 그런 경지도 있었습니까? 금시초문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같이 안계를 넓힐 수 있도록 자세히 좀 알려 주시죠.”


그 말에 쥬맥이 짓궂게 웃으며 세 사람을 둘러보고 말했다.


“하하하하! 그냥 맨입으로요? 내가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 수많은 투자를 했으니 그럼 다음에 술 한잔 사세요.

그러면 선신(仙神)의 경지가 뭐냐 하면 바로 이런 겁니다. 입신의 경지 윗단계로 영체를 구현하여······.”


쥬맥은 천인족 역사에 선신이라는 경지가 없었으니 이참에 자세히 설명하여 무인들이 앞으로 꿈을 가지고 도전(挑戰)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소우주에서 5억 살이 넘은 기맥 형님을 만난 일부터 시작해서 선신이 되려면 무신에서 선인의 수행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것과······.


그에 따라 법력과 내공, 마력 등 삼기일체와 이기일원을 이뤄야 하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그리고 최근에 영체를 이루어 마계 수행을 다녀온 일까지 자세히 말하자 모두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정말 믿기지 않네요.”


천사장과 대신녀까지 놀라며 감탄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이자 저공간(貯空間)에서 그 증거를 꺼냈다. 바로 용을 닮은 마수의 단단한 비늘이다. 그것을 꺼내 보여 주며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비늘의 크기는 천인족의 성인만 한데 기로 진체를 이루어서 그런지 마치 공기처럼 가벼웠다.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집어서 들어 올릴 만큼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찌나 날카롭고 단단한지 손이 살짝만 스쳐도 베일 것 같은 예리한 모습에 모두 놀랐다.


그뿐만 아니라 쥬맥이 차고 있는 흐릿한 작은 주머니에서 커다란 물체가 불쑥 나타나고, 그것이 저공간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자 또 한 번 놀란다. 단지 천사장만 미리서 눈치를 챘고.


오늘은 어찌 생전 처음 보는 것투성이다. 특히 그중에 가장 나이가 적은 곽윤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엿보는 듯한 표정이었으니······.

무인인 곽윤은 보고 듣고 설명한 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래서 그것을 잘 정리하여 천인족의 무인체계(武人體系)에도 반영하라고 일렀다.


#


곽윤이 돌아가고 나서 천사장과 대신녀까지 셋이 다시 둘러앉았다.


“두 분이 보시기에는 곽윤이 어떻습니까? 한울을 맡을 만한 재목(材木)감이 되어 보이던가요?”


그러자 천사장과 대신녀가 모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찬성했다.


“저 정도면 조그만 이끌어 주면 금방 성장할 것 같습니다. 대족장으로 빨리 승진을 시켜서 앞으로 몇 년만 가르치면 잘할 것 같네요.”


“우선 사람이 되어 보이네요. 무공도 뛰어나니 잘 고르셨어요.”


쥬맥도 같은 생각인지라 대족장 자리가 한 곳 비어 있어서 다음 날 바로 대족장으로 승진시키고 환시성을 관할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수시로 불러서 업무 보고를 받고, 지시하고, 필요한 것을 가르치면서 후계자로 육성해 나갔다.


또한 종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면서 많은 대족장들과 총대장 등 고위직들과의 인맥 관계를 자연스레 넓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혼자서는 큰일을 할 수 없으니 그 밑으로 뛰어난 무사들과 책사들을 붙여 주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말이다.


물론 틈나는 대로 비무(比武)를 통하여 무술 지도도 계속해 주었고, 본가(本家)와 처가(妻家)를 살펴서 큰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요소가 없는지 파악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용히 정리를 시켰다.


본인이 곁가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대도(大道)만을 걸을 수 있게.


여러 조치로 곽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정치적인 입지도 확실히 다졌고.


#


후계자 육성이 어느덧 5년.


물론 후계자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짧다면 짧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곽윤도 이제 정치가 무엇인지 최고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정치와 최고 지도자라는 것이 무인처럼 무공만 높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대족장들 틈새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올바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오랜 시간 지켜 온 한울의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즈음에 반가운 손님 둘이 쥬맥을 찾아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천사장, 대신녀와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명을 수납하는 신료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와서 예를 취하며 고했다.


“한울님의 친구라고 하는 두 분이 찾아오셨는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여 잠시 기다리라 하였사옵니다. 너무 젊으신 분들이라······.”


찾아올 친구라고 하면 이제 둘뿐이다.


“내 친구라고? 별이하고 점박이가 벌써 신수 수업이 다 끝났나? 신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일단 안으로 모시고 오게.”


그러자 신료가 나가더니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는데 둘 다 젊은이다.


한 명은 겉 모습이 연녹색 궁장차림의 어여쁜 여인이요 한 명은 청사(靑紗) 비단옷을 멋지게 차려입은 서생의 모습이었지만 실은 별이와 점박이였다.


쥬맥은 한눈에 둘을 알아보았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고 딴전을 부렸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장난끼가 발동한 것!


“아니, 어떤 분들이 내 친구라고 찾아오셨습니까? 두 분은 젊디젊은데 이 늙은이의 친구라니······. 나는 두 사람처럼 젊은 친구가 없어요. 내 나이가 벌써 150을 넘었는데 웬 손자뻘이 와서 친구라고 하다니, 나 원 참.”


그러면서 손사래를 치며 내치는 시늉을 했는데···, 그 행동에 곧 울 듯이 여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서생을 돌아보며 울상을 짓고 말했다.


“저 친구가 벌써 우리를 잊었나 봐! 이를 어쩌니?”


그러자 얼굴에 얄궂은 미소를 띠면서 능글맞게 웃는 서생. 전부터 쥬맥의 장난질에 수없이 당한 점박이가 또 당할 리 있겠는가? 이제는 눈을 감고도 그 수가 훤히 보이니 말이다.


“흐흐흐! 저놈이 전부터 장난꾸러기 선수였잖아? 그렇게 당하고도 몰라?”


이에는 이, 장난질에는 장난질이다. 쥬맥과 천사장, 대신녀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며 나름 정중하게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친구 쥬맥이 여기 있다기에 찾아왔더니 웬 다 늙은 영감탱이만 있네요. 내 친구인 쥬맥은 아주 멋지게 생겼거든요. 허 참, 얘! 우리가 잘못 찾아왔다. 그만 가자.”


친구에게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여인의 손을 잡고 홱 돌아섰다.


그리고 막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웬 낯선 청년이 문 앞을 가로막고 있다. 비어 있는 곳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니까 또 몸을 틀어서 둘이 나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아주 의도적이다.


그런데 푸른색 장포에 한울처럼 28수의 별자리와 은하수를 금빛으로 수놓은 근사한 옷을 입고 붉은 머리를 틀어 올린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


넌지시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살래살래 흔든다.


“누구지? 내 친구 별이와 점박이는 잘생겼는데 이렇게 못생긴 분들이 왔으니 별이와 점박이는 아니고······.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요?

에이, 잘생긴 그놈들 보고 싶어서 죽겠네그려. 이렇게 친구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도무지 찾아올 생각을 안 하니, 나 원 참. 쯧쯧쯧! 아주 나쁜 놈들일세그려”


이제는 천사장과 대신녀만 놀란 게 아니라 별이와 점박이까지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분명히 앞에는 처음부터 있었던 나이 든 쥬맥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런데 지금 이 청년도 젊었을 때의 쥬맥과 아주 판박이다. 어릴 때부터 봐 왔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누가 진짜인지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유달리 정이 많은 별이가 나타난 청년을 와락 껴안으며 소리쳤다.


“으앙~ 이 나쁜 놈! 너 쥬맥이지? 내 친구 맞지?”


“그래, 내가 쥬맥인 것은 맞는데 처음 보는 못생긴 아가씨는 누구세요?”


“너 죽을래? 잊을 사람이 따로 있지 감히 이 별이를 잊어 먹었어?”


“아니, 네가 별이라고? 우리 별이는 훨씬 더 예쁜데?”


그러자 서생이 다가와서 점잖게 접이 부채로 쥬맥을 치면서 말했다.


“이보게 친구. 장난은 그만 치게나. 자네도 속으로는 반가워 죽겠지?”


그러자 쥬맥이 둘을 한꺼번에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꽁꽁 감추어 두었던 속내를 드러낸다.


“그래, 이놈들아 반가워 죽겠다. 어디에 처박혀 있다가 이제야 온 거야 응? 하도 성질이 나서 그냥 내쫓으려고 했다 왜? 그래서 섭섭하냐?”


하는데···, 반가워서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그러자 점잖아 보이던 점박이도 눈동자가 붉어지고 별이는 반갑고 좋아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우선 저리 가자.”


감격의 재회가 끝나고 젊은 쥬맥이 둘을 데리고 다탁으로 오더니 천사장과 대신녀에게 둘을 소개시켰다.


“아~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쪽은 내 친구 별이하고 점박이입니다. 전에 신수 수업하던 친구들 알지요?

인사해라. 우리 천인족의 천사장이신 천수 선인과 천수연 대신녀이시다.”


“안녕하세요. 점박이입니다. 반갑습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쥬맥 친구 별이예요. 잘 부탁드려요.”


둘의 인사에 천사장과 대신녀는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경황이 없는지라 황급히 예를 갖추며 인사를 받았다.


“아, 예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러면서 둘이 된 쥬맥을 살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앉아 있는 나이 든 한울 쥬맥은 얼굴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두정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래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대신녀가 젊은 쥬맥을 보고 물었다.


“겉모습은 분명히 한울님 같으신데 너무 젊어서···, 혹시 변신하셨어요?”


이상하다는 듯이 두 쥬맥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자 쥬맥이 습관처럼 머리를 긁었다.


“실은 영체(靈體)를 이루어 잠시 빠져나온 것입니다. 잠시만요.”


그러더니 나이 든 쥬맥에게 다가가 살짝 열린 두정 속으로 바람처럼 훅 날아서 들어가 버린다. 그제야 한울이 살아서 움직이며 표정이 돌아왔다.


“하하하! 미안합니다. 이 녀석들이 나를 놀리려고 젊게 하고 와서 나도 같이 맞장구를 좀 치느라고 영체로 장난을 좀 쳤습니다.”


영체가 신체로 드나드는 것을 처음으로 본 대신녀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자 이제 합신기에 이른 천사장은 선인인 자신보다 더욱 뚜렷하고 큰 영체를 이루고, 자유자재(自由自在)로 본체를 드나드는 쥬맥이 너무 부럽다.


“친구분들이 오셨는데 우리가 자리를 좀 비켜드립시다.”


“그래요. 오랜만에 만나셨는데 좋은 시간을 가지세요.”


두 사람은 셋의 관계를 아는지라 일부러 자리를 비켜 주었다. 밖으로 나가면서도 대신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이고, 오늘은 꼭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아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그러자 천사장도 같이 고개를 흔든다.


두 사람이 나가고 마침내 셋만 남으니 별이와 점박이는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서로 앞을 다퉈 가며 끝없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련한 내용부터 시작해서 만남을 위하여 얼마나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는지 등등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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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2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50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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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4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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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1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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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4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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