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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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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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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
추천
7
글자
19쪽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위험한 곳에 갈수록 믿을 만한 동료가 많으면 훨씬 든든한 법이다. 한수 영선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내일 사시 중반(오전 10시)에 출발한다고 하니 내가 진시 초(오전 7시)까지 데리러 오지. 두 후배님도 오늘은 여기서 보내고 같이 출발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자~ 그럼 내일들 봅시다. 자네도 준비 잘하고 내일 보세나.”


“그래, 조심히 가게.”


한수 영선이 손을 흔들고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올 때처럼 푸른 둔광을 끌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수 영선이 떠난 뒤 셋이 다시 모여 앉았다. 천령 영선이 자신이 마시던 향그러운 차를 끓여서 후배들에게 한 잔씩 권하는데 영기가 농후하다.


“그래, 이제 어쩔 셈인가? 함께 가기로 했으니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내일 함께 출발하세. 지금 자네들이 살고 있는 별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시간이 안 될 테니 말일세.”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 넓은 별에 저희 둘이 누울 자리야 있겠지요?”


“후후후! 이 사람들, 쓸데도 없는 방이 수백 개인데 무슨 걱정인가? 그보다 어차피 가려면 우리도 오늘밤에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희는 경험이 적으니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뭐든 시키십시오.”


“우선은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사용할 진법이나 공격용 법기, 긴급 후퇴 시의 수단 등에 대해서 하나씩 챙겨 보세. 참! 영기가 바닥나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먹을 영단들도 챙기고······.”


세 신선은 밤이 새도록 출전을 위한 준비에 몰두했다. 모르는 것은 서로 묻고 가르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푸드득 턱턱턱~


“꼬끼오~~~ 꼬!”


마침내 천령 영선이 기르는 애완용 닭이 홰를 치고 울면서 여명이 밝았다.


“으아~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나?”


법술을 연습하던 태을 신선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데, 실은 세 신선이 모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두 신선은 새로 전수받은 합격(合擊) 진법을 익히고, 혹시나 후배들이 다칠까 봐서 천령 영선이 내준 공격과 방어용 법기를 연화시키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손발을 맞춰야 하는 진법에 시간이 걸렸고 말이다.


천령 영선은 후배들을 지도하고 영단 등을 챙긴 뒤, 쥬맥이 선인족으로부터 입수한 비술들을 익히기에 바빴다.


특히 위급할 때 몸을 빼내기 좋은 포둔술(逋遁術)을 중점적으로 익혔다. 물론 바로 써먹을 수준까지 익힐 수는 없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수련할 생각이다.


#


어느덧 날이 새고 동창이 밝았을 때. 진시가 되어 가니 멀리서 어제의 푸른 둔광이 길게 빛을 끌며 날아들었다.


새처럼 가뿐하게 날아내린 한수 영선이 두리번거리며 일행을 찾는데······.


복장이 어제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오늘은 전투하기에 좋은 멋들어진 푸른색 경장을 차려입었다. 등에는 길다란 보검(寶劍)을 메고 있는 것이 나름대로 멋을 부린 모양이다.


한수 영선이 무인 출신은 아니니 아마 영기가 흐르는 저 보검은 고계 법기나 법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풍기는 기운이 꼭 고위 무사를 연상시킨다. 보랏빛 피부에 금색 눈동자, 푸른색 경장에 나부끼는 흰 수염이 어우러져 멋진 풍모였다. 허리춤에는 희미한 저물대가 매달려 있고.


“준비들 되었는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출발하세.”


“예, 선배님! 일찍 오셨네요. 저희도 이제 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돈문 신선이 나서서 인사를 하자 태을 신선도 말없이 목례를 올렸다.


“친구의 후배들이라니 오늘부터 나도 말을 편하게 하지. 그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야 거리감도 없어지고······.”


“그게 저희도 편하고 좋습니다.”


화통한 태을 신선이 나서서 맞장구를 치자 돈문 신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천령 영선이 나오면서 하는 말.


“아니, 벌써 왔나? 의식의 속도로 가면 금방 갈 텐데 모이는 곳이 먼가?”


“의식의 속도로 가도 한 시진 가까이 걸리는 곳일세. 1차 집합지가 우리가 속한 은하계의 중심에 있는 태천성(太天星)이거든. 준비되었으면 가세.”


“다른 준비는 다 되었는데 일단 복장은 좀 바꾸어야겠군. 전투를 하러 가면서 한량 같은 모습으로 갈 수는 없으니 말이야. 자네들 둘도 전투하기에 편한 옷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어.”


“알겠습니다. 바로 바꾸지요.”


“알겠습니다.”


셋이 동시에 법력을 운용하여 겉에 걸치고 있는 의복의 형태를 바꾸는데···, 금방 그 모습이 변했다.


우아하게 소매가 늘어진 신선복 차림에서 싸우기 편하게 신축성 있고 몸에 착 달라붙는 천인족 무사의 복장이다.


천령 영선은 자주색, 돈문 신선은 푸른색, 태을 신선은 검은색.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수 영선이 천령 영선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보게 천령, 옷 색깔을 다른 색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지금 적군(赤軍)과 싸우러 가는데 자주색은 좀 그렇지 않은가? 자네의 옷 색깔이 적군과 비슷하면 구분이 어려울 테니까 말일세.”


“그래? 그러면 색상을 조금 더 진하게 해 볼까?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러면서 진한 고동색으로 바꾸었다.


“됐네. 지금부터 나를 잘 따라오게.”


한수 영선이 푸른색 둔광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더니, 점점 속도를 더하여 의식의 속도로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셋은 열심히 그 뒤를 따랐고······.


#


수만 개의 별들을 지나서 속한 은하계의 중심으로 다가가니, 일반 별보다 수천 배는 더 커 보이는 거대한 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 은하계의 중심을 잡고 있는 별인 태천성(太天星)이다!


시간은 사시 초(오전 9시)를 지나고 있는데, 수많은 신선들이 빠르게 태천성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아마 거의가 이번의 적군 토벌전에 참전하기 위해서 모이는 신선들인 모양이다. 모두가 전투하기에 편한 차림인 것을 보면 말이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니 태천성 위에 거대한 전함이 한 척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삼천 장(9km)에 달했는데,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바라보는 신선들의 기를 죽일 정도였다.


“우와~ 정말 대단합니다.”


태을 신선이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말은 않지만 옆에서 같이 바라보는 돈문 신선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전함은 날씬한 유선형에 5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검은색 전신에서 푸른색 영기가 물결치니 멀리서 보면 꼭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보는 듯했다.


“저기 누가 서 있는데요.”


돈문 신선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전함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지휘소에, 한 신선이 밀려드는 둔광들을 바라보며 표표히 서 있다.

검은 구레나룻 수염이 검은색 장포와 어울려서 바람결에 흩날리는데······.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강한 영기의 기운이 전신을 압박하며 전해져 온다. 인솔해 온 한수 영선이 그 신선을 가리키더니 일행에게 설명해 주었다.


“저분이 바로 이 전함을 지휘하실 신선일세. 이미 만선(萬仙)의 경지에 이르셨고 그 신통이 비범하다고 하더군.”


그러자 천령 영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며 기감으로 살피더니······.


“그렇다면 저분이 우리 미리내(은하수) 출신의 인족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그분이 아니신가? 존함이 아마 공령추(孔鈴鄒) 만선이실 텐데 맞는지 모르겠군.”


“맞아, 바로 그분일세. 나도 먼빛으로 잠시 뵌 적밖에 없어서 직접 인사는 드리지 못했네.”


“잘됐군. 이번에 기회가 되면 인사라도 드리고, 같은 은하계 출신이시니까 앞으로 극진히 모셔야지. 그것이 바로 우리 미리내의 인족 출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겠나?”


“하하하! 이 사람 보게. 벌써 후배들을 위해서 고계 신선들과 인맥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이제 든든한 후배들이 있으니 우리 은하계 출신 신선들이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장설 생각이네. 자네도 같은 출신이니 뒤로 빠지지 말고 옆에서 잘 도와주게.”


“그야 이를 말인가? 우리가 친구 사이인데 어려울 땐 당연히 서로 도와야지. 그건 차후의 일이고 어서 가서 참전을 하겠다고 등록을 하자구.”


넷이서 좀더 전함에 다가가니 전함으로 오르는 길목에 거대한 탁자가 펼쳐져 있고, 거기에 열댓 명의 신선들이 앉아서 참전 희망자들을 맞았다.


접수를 받아 명부에 선적사항(仙的事項)을 기록하고 그러면서 숫자가 쓰여진 영패를 하나씩 배부했는데······.


돈문 신선은 금색패 갑26(甲二六)번을, 태을 신선은 금색패 갑27(甲二七)번을 받았다. 가장 하위 경지인 신선급은 모두 금색패를 받았다.


영선인 두 신선은 접수자가 달랐는데, 천령 영선이 녹색패 갑86번을, 한수 영선은 녹색패 갑85번을 받았다.


“영패는 받은 즉시 목에 걸도록 하시오. 앞으로 모든 관리는 그 영패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오.”


그 지시에 따라서 모두 영패를 목에 걸었는데, 목에 걸자마자 넷의 가슴과 등쪽에 영패와 동일한 색상의 숫자가 떠올라서 구분이 훨씬 용이해졌다.


숫자 둘레는 둥글게 여러 가지 주술문자가 감싸고 있고, 하단에 7(七)이라는 숫자가 들어 있었는데······.


아마도 수많은 신선이 참여하니 일일이 이름을 외울 수도 없는 상황이고, 급한 전장에서 호칭과 작전 수행에 어려움이 있으니 통제하기 쉽도록 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는 듯했다.


등록을 마친 네 신선이 전함으로 오르자 입구에서 출입자를 안내하는 영선급 신선이 한 명당 하나의 개인 선실을 배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모든 전달 사항은 이미 번호표로 배부된 영패를 통해서 이루어지니 잘 관리하도록 당부하였고······.


다행히 네 신선은 안내하는 신선에게 잘 부탁하여 서로 인접한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그래야 의논하기도 좋으니.


나중에 알고 보니 소속도 갑군(甲軍)이라 모두 같은 소속으로 배치되었다. 아마 전투 시에는 서로 협력해야 할 상황이 많이 벌어지므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일행을 같은 소속으로 묶어 주는 듯했다.


덕분에 혹시나 소속이 달라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 돈문과 태을 신선은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배치된 선실에 들어가 보니 수련을 겸할 수 있도록 침실과 수련실, 응접실 등으로 제법 구색을 갖추었다. 경지에 따라서 대우가 다른지 영선(英仙)급 선실은 훨씬 더 넓고 쾌적하다.


우선 각자의 선실에 들어가서 구조를 살피고 잠시 쉬는데, 투명하게 처리된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도 수많은 신선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번개처럼 날아드는 둔광에는 가지각색의 빛이 섞여 있는데 그래도 푸른색과 파란색 둔광이 가장 많았다.


가끔은 희한하게 검은색도 있었지만.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선실에 먼저 입실한 신선들께서는 잠시 기다리면서 영기를 가다듬으시오.]


배부 받은 영패를 통해서 전음이 들려오자 넷은 잠시 각자의 선실에 있는 수련실에 들어가서 좌정하고 앉았다.


어젯밤에 출전을 준비하느라고 바빠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으니 기를 가다듬고 몸과 의식을 안정시켰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시 말(오전 11시)이 되자, 목에 차고 있는 영패를 통해서 다시 전음이 들려온다.


[이번 대전에 참전하는 모든 신선은 1층 갑판으로 집결하시기 바랍니다.]


천령 영선을 비롯한 일행 네 명도 함께 모여 1층 갑판으로 나가 보니 벌써 많은 신선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그때, 들어오면서 보았던 공령추 만선이 구레나룻을 휘날리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지휘소로부터 마치 한 마리 비조처럼 사뿐하게 날아내렸다.


그 자연스러움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신선이면 누구나 날아내릴 수는 있지만 그게 어디 다 똑같을까?


내려오자마자 하늘이 떨리듯 우렁찬 목소리로 모두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 질렀다. 신선이라면 모두가 기본적으로 익히고 있는 선어(仙語)로 얘기하니 모여 있는 신선들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주목! 모두 조용히 하라! 지금부터 개인적인 잡담을 금한다.”


그러자 그동안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대던 신선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나는 이번 적군 토벌에서 이 7호 전함을 지휘할 선관(仙官) 공령추 만선이다. 지금부터 작전을 위한 편제(編制)를 할 것이니 모두 내 말에 따라서 정해진 위치로 정렬한다.”


대대적인 작전을 펼치는 전장에서는 선관에게 휘하의 신선들에 대한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까지 주어지니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함부로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든 지휘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집단 전투란 요원한 것 아니겠는가?


적을 맞이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지휘관의 명령이 먹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전함을 타고 출전하는 신선은 총 1만 명 규모이다. 지금부터 좌측에서 시작하여 우측으로 천간(天干) 순으로 정렬한다. 각 천간 단위에는 1,000명의 신선이 배정되었다.”


이 전함에 승선한 숫자가 1만 명을 넘는다는 말에 모두 놀랐다. 신선 1만 명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영선, 태선, 만선도 함께 섞여 있을 테니 말이다.


계속 이어지는 선관 공령추의 말.


“사전에 통보를 받은 천간장(天干長)들은 자신의 휘하를 확인하고, 각 천간 단위를 다시 100명씩 10개 조로 편성하여 선장(仙將)을 선임하도록 하라. 모든 절차는 일 다경 내에 완전히 끝내도록!”


이 말에 아직 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신선들이 서둘러 자신이 속한 천간을 찾아가고, 천령 영선 일행도 가장 좌측의 갑간(甲干)으로 이동했다.


** 천간(天干):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


맨 앞쪽을 보니 갑간 담당의 천간장(天干長)이 서 있는데 의외로 외모가 깔끔한 여신선(女神仙)이었다.


비술을 사용한 것인지 외모도 완숙한 40대 여인의 모습을 지녔는데······.


궁장 차림에 등 뒤에는 고풍스러운 비파를 메고 있었고 손에는 상아로 만든 것 같은 예쁜 홀(笏)을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경지는 벌써 태선경 (太仙境)에 이르러 있었다. 갑간(甲干)이라는 번호판이 청색으로 빛나고 있어서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었고······.


그리고 천간장들은 다른 신선들과 달리 번호판 둘레의 주술문자 외곽에 붉은색 테가 보였다.


“갑간에 속한 신선들은 순번 단위로 100명씩 맞추어서 정렬하도록 하라!”


비록 여인이지만 카랑카랑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니, 여자라고 우습게 알고 마음이 흩어지려던 신선들이 ‘앗, 뜨거워라!’ 하면서 서둘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일행은 갑간 중에서도 모두 갑100번 이내에 들어 같은 1조에 소속되었다.


이렇게 갑간에 속한 10개 조가 100명 단위로 정렬하자, 갑간을 맡은 천간장 여신선이 조(組) 단위로 돌아다니며, 영선경에 오른 신선들 중에서 선장을 지명하기 시작했다.


1조에 와서는 번호판이 녹색으로 빛나는 영선급 신선들 열 명을 살펴보더니, 그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천령 영선을 선장(仙將)으로 지목했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부리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영안으로 확인해서 법력이 가장 높은 영선을 선택한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선장으로 지목된 신선들의 번호패를 손으로 짚어 법력을 주입하자, 번호판의 주술문자 둘레로 붉은 테가 형성되어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웠다.


한수 영선이 웃으며 던지는 한마디다.


“하하하하! 결국 자네가 선장이 되었군. 혼자만 비술로 젊어지더니 이제는 선장까지······. 하여튼 축하하네.”


그러자 돈문과 태을 신선도 인사를 건네었다. 어쨌든 선배가 선장이 되었으니 좋은 일 아닌가?


“선배님, 이 돈문이 축하드립니다.”


“저희가 열심히 보필하겠습니다.”


세 신선이 한마디씩 축하를 건네자 천령 영선이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자! 선임된 선장들은 맨 앞으로 나서서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과 소속만 소개하도록 하라. 나부터 소개하자면 나는 갑간을 맡은 천간장 금영령 태선이다. 앞으로 그냥 천간장이라고 부르면 된다. 다음!”


“나는 1조의 선장을 맡은 천령 영선이오. 잘 부탁드리오.”


“나는 2조의 ······”


······.


열 명의 선장들이 각 조의 앞으로 나서서 간단히 자기 소개가 끝나자 다시 천간장이 앞으로 나서더니 목소리에 법력을 실어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번 적군 토벌대가 출전식(出戰式)을 갖는 선계 입구의 선궁(仙宮)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20대의 전함이 전부 모이면 바로 출전하여 마계로 이동할 것이다. 이동하는 동안 모든 전달은 번호패를 통하여 이루어지니 놓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지금부터 각자의 선실에 들어가 수련에 힘쓰도록 하라.

긴급 회의를 실시하니 선장들만 갑판 좌현(左舷)에 있는 대회의실로 모이도록! 자~ 전원 해산!”


기본 편제가 끝나자 직책을 맡지 않은 신선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를 나누며 선실로 들어가고, 선장 이상급만 좌현에 있는 대회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가끔 번호판이 이상한 신선들도 눈에 띄었는데······.


전함에는 전투에 참전하는 신선들 외에도 전함을 관리하고 지원과 통신 등을 맡은 신선들 수백이 타고 있었다.


이렇게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전함은 의식의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빛살보다 빠르게 수많은 은하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가을 밤하늘을 가르고 흐르는 유성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저 푸른 불빛이 번득인 것 같았는데 금방 눈에서 사라졌다.


선계에서는 이렇게 수천 년간 없었던 대대적인 전투의 막이 올랐다.


* * * * *


한편, 여기는 지구의 우르대협곡.


쥬맥이 여기에 은거한 지 벌써 10년.


이렇게 세월이 덧없이 흐르니 이제 나이가 벌써 170살에 이르렀다.


그동안 언덕 위 너럭바위나 대협곡의 동굴에서 수행을 하면서, 천지만물의 이치와 우주 만변의 법칙을 깨우치고자 부단히 촌음을 아끼며 참선했다.


이에 따라 영력은 점점 늘어나고 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하나하나가 초식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에 술(術)은 예(藝)가 되었고 예는 곧 법(法)이 되었으며, 천지의 이치가 그 안에 담겨서 무예나 무공이라는 틀을 벗어났다. 그러니 지구상에 누가 있어 쥬맥과 도검을 맞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에는 어디에나 무모한 일을 벌이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니······.


거인족의 한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수차례에 걸쳐 천인족을 멸족시키기 위해 출전하였으나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했고, 스스로 몰락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감히 다시 전쟁을 일으킬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하나의 숙원 사업이 있었으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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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3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4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7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7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1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9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1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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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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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7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3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8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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