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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2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10.17 08:20
조회
1,102
추천
9
글자
19쪽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결국 시녀들이 쥬맥을 공격하느라고 한눈을 파는 사이에 그 많던 세모사가 모두 먼지로 화해서 소멸해 버렸다.


뒤늦게 시녀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서 회수할 머리카락 한 올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모두 비구니 같은 민머리가 되고 말았다.


[하하하하! 민머리도 보기에는 과히 나쁘지 않구나!]


쥬맥이 절로 웃음이 나와 크게 웃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지휘자.


“출(出)!”


하고 외치면서 비녀가 변한 날카로운 비수를 쥬맥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러자 동시다발적으로 50여 개의 비수가 쥬맥을 향해서 날아드는데······.


중간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하더니 섬뜩한 외눈박이 10장 거인으로 변했다. 그들이 거대한 주먹으로 너도 나도 쥬맥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기 시작한다.


[겨우 부리는 재주가 이것이더냐?]


상대의 비술을 비웃은 쥬맥이 주먹에 맞는 순간 모습을 감추고 사라지더니, 공간이동을 해서 번뜩 거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생계의 청성에서 얻은 선인족 이계 공간이동술이 제법 쓰임새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근거리밖에 쓰지 못하지만 말이다.


‘일장혼몽(一掌魂夢)!’


번개처럼 거인의 머리를 장으로 내리쳤고···, 장에서 푸른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나 거인을 감싸더니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며 몸속으로 파고든다.


그러자 일격을 당한 거인이 괴성을 내지르며 주변의 동료 거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겁먹은 눈에는 한가득 공포가 어려 있고, 입은 헤~ 하고 벌어져서 마치 미치광이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지금 이 거인은 일장혼몽(一掌魂夢)을 머리에 얻어맞고, 덩치가 더 큰 악귀 같은 귀신들에게 전신을 뜯어 먹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 악귀로 보이는 것들이 바로 옆에 있는 동료 거인들이라 무턱대고 덤비면서 공격을 가하는 것이고 말이다.


‘어디 몇 놈 더 때려 볼까?’


다시 10여 번을 일장혼몽으로 거인들의 머리를 내리치자 이제는 저희들끼리 치고받으며 정신없이 싸우느라고 쥬맥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에 악에 바친 시녀들이 주문을 외우며 빠르게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에 분홍색 구름이 몰려들고 붉은 뇌전이 번쩍거리더니, 쥬맥을 향해 강대한 뇌전 한 줄기가 떨어져 내리면서 굉음이 울렸는데······.


콰아아아아앙!!


얼마나 폭발력이 컸던지 쥬맥 주변에서 싸우던 거인들은 흔적도 없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근처에서 쥬맥을 공격하고 있던 시녀들도 20여 명이 폭발에 휘말려서 10여 장 뒤로 날아가 처박혔고.


쥬맥이 섰던 자리에는 검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며 직경 10장의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이 공격으로 쥬맥이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호호호호! 이놈!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꼴 보기 좋다.”


지휘하던 시녀가 뇌전 한 방에 쥬맥을 날려 버리고 기분 좋다는 듯이 큰소리를 쳤다.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그런데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구덩이 속에서 쥬맥이 땅을 헤치고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지 않는가?


뇌전이 터지는 위기의 순간에 지둔술로 땅속 깊이 피했던 것일 터.


쥬맥이 시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하하! 이제 너희가 보일 것은 다 보인 것이지? 그럼 지금부터는 어디 내 공격도 한번 받아 보아라!]


그러면서 검을 허공으로 높이 던져 올렸다. 검이 황금빛을 뿌리며 하늘로 계속 치솟자 시녀들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는데···, 이제 아마 거의 밑천이 드러난 모양이다.


그때 지휘하던 시녀가 결심을 했는지 시녀들을 둘러보며 다시 명령을 내렸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모습으로.


“어쩔 수 없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비기를 펼친다. 환요(幻妖)!”


자신부터 앞장서서 몸에 걸치고 있는 분홍빛 망사를 과감하게 벗어 던진다.


“환요!”


따라서 복창하며 순식간에 모두 나신이 되더니···, 보기에도 역겨운 환무(幻舞)를 추며 쥬맥에게 다가섰다.


요사스러운 손짓 한 번에 보기 민망한 남녀의 환상이 나타나고, 요사스러운 눈빛 한 번에 분홍빛 요기가 요동치며 주변을 휘어 감는데······.


살포시 들어올리는 발끝을 따라서 묘한 향내가 퍼지면서 음심을 자극한다. 그러는 가운데 요기가 뭉쳐서 이루어진 요기살(妖氣煞) 수십 가닥이 소리 없이 쥬맥에게 은밀히 파고들었다.


그러자 가소롭다는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쥬맥. 자유로워진 두 손을 허공으로 높이 치솟다가 내리꽂히고 있는 검을 향해서 가볍게 휘젓는다.


‘화원혈해(火源血海)!’


그와 동시에 아래로 내려오던 검에서 공격하던 시녀들을 둘러싸고 눈부신 불기둥이 현란하게 쏟아져 내렸다.


마치 18층 지옥불이 하늘에서 동시에 쏟아져 내려오는 것처럼! 화정의 기운을 정화하여 진화시킨 불기둥이 얼마나 뜨겁고 고통스럽겠는가?


그 불길이 얼마나 거센지 삿된 기운이 모두 불에 타서 사라지고 땅이 녹아 붉은 피처럼 용암이 되어 흘렀다.


그 속에서 천둥 번개의 소리가 울려 퍼지며, 형체가 보이지도 않는 무형검과 무형살(無形煞)이 비 오듯이 시녀들을 향해서 쏟아져 내리나니!


“으아악! 이 악마야!”


“커억~ 뜨거워! 엉엉엉!”


저마다 비명과 울음을 쏟아 놓으며 불길 속에 쓰러져 용암에 잠기더니···, 잠시 뒤에는 용암이 굳어 버리자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누가 봤다면 쥬맥이 정말로 악마처럼 보였을 것!


시녀들이 스러진 자리에는 이제 용암만이 스산하게 열기를 내뿜고 있다.


“아니, 저놈이······.”


처음에는 시녀들이 이길 것으로 생각 하여 자신에 찬 얼굴로 싸움을 지켜보던 구호요왕. 그러나 시녀들이 비참하게 용암에 매몰되고 말자 흉심이 일었는지 주변의 큰 분홍빛 구렁이들을 향해서 거칠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만만치 않은 놈이다. 어서 공격해!”


그러자 구렁이들이 20장에 이르는 몸에서 요기를 내뿜으며 쥬맥에게 우르르 한꺼번에 몰려드는데······.


오는 동안에 변신을 하는지 머리에는 하나의 외각 뿔이 길게 자라났고, 몸통에서는 분홍색 요기가 진하게 맺히며 방어막이 빛을 뿌리고 떠올랐다.


몸도 길게 늘어나며 부풀려져서 한 마리가 1천 장에 이르는 거대한 괴물로 탈바꿈했고 말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천망에 버금가는 기운을 내뿜으며 일시에 쥬맥에게 덤벼들었다. 쉽게 말해서 천망 수십 마리와 혼자서 싸우는 격이다. 더구나 주술로 신통까지 부리니 천망보다 더 강력한 적이다.


그렇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 쥬맥. 이제 쥬맥도 그때의 쥬맥이 아니다. 이미 신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선신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는가?


괴물들의 덩치가 커져서 이제 그 큰 분지가 괴물들로 꽉 들어찼고, 제단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공격을 지시한 요왕이 이번에는 자신이 있는지 가마를 탄 채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을 보니 구렁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래도 요왕이니 체면 때문에 함께 달려들지는 못하고, 안 되면 최후에 나서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요왕이 위에서 싸움을 구경하겠다는 듯이 내려다보면서 꼭 구경꾼처럼 얄궂은 얼굴로 쥬맥에게 말했다.


“흥! 이번에도 네놈이 견디는지 어디 볼까? 꼭 피똥을 싸게 만들어 주마.”


아마 자신의 친위대 같은 분홍색 구렁이들을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다.


[하하하하! 걱정하지 마라. 곧 네 차례가 될 것이니 목이나 깨끗이 씻고 기다려라. 곧 그 목을 잘라 줄 테니까.]


“아니 이놈이 입만 살아서······.”


요왕이 분노하여 온몸을 부르르 떨 때, 구렁이들의 분홍색 비늘들이 올올이 일어나서 강기를 머금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에 수많은 비행체가 난무하니 얼핏 보기에는 아주 장관이다.


‘제법인데······. 만만치 않겠어.’


사람 크기의 비늘들 수만 개가 허공에서 투명하게 변하더니 마치 은신이라도 하듯이 공기 중으로 녹아든다.


쥬맥은 음양오행목에 영력을 집중하여 전체적인 모습을 투시하면서 기를 사방으로 퍼뜨려 변화를 살폈다.


[아직도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지 못했구나. 어서 덤벼라 구호요왕! 네놈도 같이 덤벼도 좋다.]


“우헤헤헤! 마음으로 말을 전하다니 대단한 놈이군. 서두를 것 없으니 어서 내 수하들과 먼저 겨루어 보아라.”


구호요왕은 먼저 나설 생각이 없었다. 부하들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고 만약에 그렇지 못하면, 우선 부하들을 시켜서 쥬맥의 힘을 빼놓은 다음에 나서서 날로 먹겠다는 심보다.


[그래, 목이나 씻어 놓아라.]


그때, 투명하게 변한 비늘들이 공기 중으로 진득하게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마치 묽은 엿처럼 쥬맥의 전신을 잘 움직이지 못하게 물고 늘어졌고.


갑자기 움직임이 느려지니 공격과 방어에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인 법!


구렁이들이 변한 괴물들은 움직임이 느려진 쥬맥을 빙 둘러싸고 머리의 뿔에서 치직거리는 뇌전을 쏘아 보냈다.


다가오는 뇌전을 보면서 가만히 전후를 살피던 쥬맥이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영체의 얇은 외형을 매미의 껍질처럼 그대로 두고, 공간의 결을 순간적으로 찢으며 그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괴물들의 뇌전이 들이닥쳐서 허물만 남은 영체를 가격했다.


쿠르릉! 꽈과강! 꽝!


연이어 우렛소리와 폭음이 들리고 쥬맥의 허물이 갈갈이 찢겨져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터진 풍선처럼······.


그 모습을 보고 괴물들이 쥬맥을 해치웠는 줄 알고 좋아라고 키득거린다.


“키킥킥킥! 키킥킥!”


“이 바보 같은 놈들아! 허물만 없애 놓고 뭐가 좋아서 키득거리느냐? 어디로 숨었는지 빨리 찾아서 죽여라!”


구호요왕이 위에서 보고 있다가 황당하고 화가 나니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어디로 숨었는지는 모르나 번개가 들이치는 순간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괴물들이 그 호통에 움찔하는 순간에 쥬맥이 분지 중앙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검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고 휘젓다가 앞으로 쓱 밀었다.


‘구룡만참(九龍萬斬)!’


그 동작은 매우 가벼워 보이면서도 표홀하여 겉보기에는 큰 힘이 실린 것 같지 않았으나 왠지 위험해 보인다.


푸화악~


검식이 끝나자 검을 따라서 붉은 연무가 거세게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분지(盆地) 안을 꽉 채우며 괴물들이 물러갈 퇴로를 모두 차단했다.


어디 그뿐인가?


천둥이 치는 듯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땅으로부터 둥근 금빛의 기둥들이 수천 개나 솟아올랐는데······.


그 빛기둥이 주변에 미로진을 구축하여 생문을 알지 못하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감옥처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주위를 막아 버린 것!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왼손으로 허공을 쥐고 무언가를 주물럭거리니···, 괴물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하지도 않는데 쥬맥의 간단한 손놀림에 따라서 괴물들은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몸을 뒤틀어 대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실은 지금 의형살기가 괴물들의 뇌와 심장을 움켜쥐고 날카롭게 찔러 대는 중이다. 그러니 아무리 덩치가 큰 괴물이라도 어찌 견디겠는가?


마침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서너 마리가 먼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나머지도 우르르 따라서 미친듯이 발광을 했다.


“크에엑~ 카아아악!”


이것은 살려 달라는 애원이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의한 비통한 절규다.


괴물들이 몸부림치는 가운데 검으로부터 무형의 검환이 생성되더니 소리 없이 날아가서 뿔 위로 떨어졌다.


꽈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뿔이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수십 장이 폭발에 휘말렸고, 괴물들의 머리가 모두 일격에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나 버렸다.


어디 그뿐이랴? 금빛 기운이 검에서 일어나 일대를 회오리처럼 휘저으니, 태풍에 휩쓸리듯 날려 간 괴물들이 그 안에 스며 있는 소멸의 법칙에 녹아내리며 흔적도 없이 먼지로 사라졌다.


이제 넓은 분지는 텅 비었고 불어오는 찬바람에 뿌연 먼지만 날릴 뿐이다!


수하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구호요왕. 그래도 왕이랍시고 뺑소니를 치지 않았다. 나름 자존심이 있었을 터.


그리고 아무리 요계(妖界)라고는 하나 그래도 왕이라는 위치에까지 오르는 데는 수많은 험로가 있었을 것이다. 그만한 심계와 실력도 있었을 것이고.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서 도망가지는 않았으나, 일격에 부하들이 당하자 구호요왕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허~ 참! 이거야 원, 허~ 참!”


같은 소리를 연발하더니 별수없다는 듯이 가마를 몰고 앞으로 나섰다.


마계나 요계는 힘있는 자가 곧 주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약육강식! 그리고 한 번 도망친 자는 그것이 습관화되어 힘들 땐 항상 도망치려고 한다.


그래서야 어찌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이 또한 요왕이 도망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일 터.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우리가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고 항상 맞서야 하는 것처럼······.


무서워서 도망을 치는 순간 자신이 몰락할 것을 아는 요왕은 생사(生死)를 걸고 쥬맥과의 대결에 나섰다.


“이놈! 거기서 기다려라!”


가마에 탄 채 그대로 날아오는데···, 보석으로 치장(治粧)되어 그 호화롭던 가마가 순식간에 검은 기운에 휩싸인 거대한 가마로 바뀌었다.


그 가마 안에서 분홍색 요기(妖氣)가 넘실대며 조금씩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소름이 쭉~ 끼치는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했는데······.


“네놈이 끝까지 나와 대적하려고 하는구나! 너를 잡아서 의식을 죽이고 내 종으로 삼을 것이다. 덤벼라 이놈!”


당연히 이길 것처럼 큰소리를 치고 덤빈다. 그러자 쥬맥이 음양오행목으로 가마를 투시하며 말했다.


[자신이 있으면 진즉에 나설 것이지 졸개들이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린 것은 내 힘을 빼놓고 손쉽게 이기겠다는 수작이 아니더냐?]


“닥쳐라 이놈! 그렇게 큰소리를 치던 선인들의 영체가 수십이나 내 입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느냐? 오늘 내가 네놈의 그 오만방자한 버릇을 확실하게 고쳐 주마.”


힘차게 가마를 오른손으로 내리치자 가마가 빙글빙글 돌더니 사각 모퉁이에서 붉은 강기를 줄기줄기 뿜어낸다.


그때 쥬맥이 그림자를 남기고 허공을 밟으며 공격을 가볍게 피하자 약이 올랐는지 바락바락 악을 쓰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이제는 처음과 달리 목소리가 변하여 장년 남자의 굵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이놈! 비겁하게 피하지만 말고 어서 이 명뇌(冥雷)를 받아라!”


그러자 가마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전하더니 무형의 강노살(強弩煞)이 수천 발이나 날아들었다.


아마 가마에 특수한 장치를 한 것 같았다. 가마 자체가 하나의 전차처럼 공격용 법기를 탑재한 것이다!


음양오행목으로 공간을 투시(透視)하며 가마의 공격을 피하는 쥬맥.


[어린애 같은 녀석이 목소리만 어른 흉내를 낸다고 어른이 된다더냐?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무서워 감히 가마 밖으로는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모양이군. 불쌍한 것!]


가소롭다는 듯이 끌끌끌 혀까지 차자 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가마 속에서 누군가 총알같이 튀어나오는데······.


키만 컸지 완전히 어린애 모습이다.


[하하하! 정말 애송이로군.]


정말로 기저귀를 차고 입에는 노리개를 물고 있는데···, 분홍색 머리털이 보송보송 자라고 있는 모습이 덩치만 좀 작았으면 무척 귀여웠을 것이다.


이마에도 한 치 길이의 금색 뿔이 자라고 있었다. 전체적인 외양은 시녀들과 비슷한데 꼭 덩치 큰 어린애 같다.


입에 물고 있던 노리개를 쭉쭉 빨더니 쥬맥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늙으면 애가 된다는 소리도 들어 보지 못했느냐? 내가 만 년이 넘게 살았지만 너같이 무례한 놈은 처음이다. 요왕이 그냥 놀다가 된 줄 아느냐? 자! 어서 덤벼라!”


허세를 부리듯이 큰소리를 치더니 입에 물고 있던 노리개를 빼서 쥬맥을 향해 홱 집어 던졌다.


그러자 노리개가 날아오며 빙글빙글 돌더니 천붕과 같은 거대한 새로 변하여 날카로운 부리로 쥬맥을 쪼았다.


파바바바박!


강철같이 강하고 빛나는 부리에는 예기가 숨어 있고, 시간의 흐름을 느릿하게 바꾸는 법칙이 숨쉬고 있는데···.


아마 많은 신통을 익힌 고계 요수인 모양이다. 만 년 운운하는 것을 보니.


쥬맥이 밀려오는 압력을 경시하지 못하고 쪼아 오는 날카로운 부리를 향해서 연이어 권을 수십 번 날렸다.


팟! 파바바바밧!


그러자 무형의 권강이 일어나 거조(巨鳥)의 머리를 향해서 물결이 번지듯 밀려갔고, 공간에 파문이 일면서 주변이 왜곡되더니 무언가가 그 속을 빛살처럼 꿰뚫고 지난다.


꽈아아앙!


빛살처럼 날아간 무형의 권강(拳罡)과 거조의 날카로운 부리가 충돌하면서 요란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그런데 의외로 덩치가 수백 배 더 큰 거조가 뒤로 주춤주춤 수십 장을 밀려난다. 그러자 자세를 가다듬더니 이번에는 거조의 양발에 있는 날카로운 발톱을 여섯 개나 날리는 것이 아닌가?


쉬쉬쉬쉬쉬쉭!


그리고, 강기를 머금고 빙빙 돌며 날아오던 발톱이 공간이동을 한 것인지 중간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음양오행목으로 바라보는 쥬맥에게는 그 변화가 모두 투시되었다.


[하하하하! 미련한 것 같으니라고. 생긴 것처럼 애들 같은 짓만 하고 있구나. 내가 그런 속임수에 속을 줄 알았더냐? 어디 한번 맛 좀 봐라.]


그러더니 갑자기 순간적으로 앞으로 불쑥 나오며 거조의 본체를 공격했다.


그러자 쥬맥이 지나온 자리를 여섯 개의 발톱이 나타나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지나갔다. 쌩~ 소리를 내면서.


“하압!”


그때 쥬맥이 앞으로 나서서 내지른 권경(拳勁)이 소멸의 법칙 파동을 일으키며 거조의 앞가슴을 강타했다.


쿠웅!


그러자 거조가 뒤로 튕겨 나가며 기운이 쇠하더니 점점 사라져 간다. 어느 순간 처음의 노리개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요왕의 손에 잡혔고.


[흥, 별것도 아닌 것이 까불고 있어.]


“어디서 갑자기 너 같은 놈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어디 이것도 한 번 받아 보아라.”


말을 마친 요왕의 눈빛이 붉어졌다.


“아나 키 사르힘 사루 하~ 유령거수(幽靈巨手)!”


주술의 진언(眞言)을 외우며 어린애 같은 손을 들어서 내리치자 하늘을 가득 채운 투명한 거대 손이 천둥소리를 내며 쥬맥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쿠르르르릉!


그러자 쥬맥이 검에 영력을 가득 주입하고 둔광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더니, 떨어져 내리는 투명한 손바닥의 가운데를 번개처럼 사선으로 내리쳤다.


그 기세에 손바닥이 쩍 갈라진 틈으로 빠져나가니 하릴없이 맨땅만 내려친 손바닥이 급선회하면서 다시 쥬맥을 움켜쥐려고 달려든다.


그러자 쥬맥이 눈을 서늘하게 빛내고 잽싸게 반격을 펼치는데······.


‘유성행파(流星行破)!’


번개처럼 거대한 투명 손을 향해서 일검을 내리긋자···, 정말로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검에서 검환(劍丸)의 수십 배에 이르는 영력의 기운이 둥글게 뭉쳐서 마치 유성처럼 꼬리를 끌고 날아간 것!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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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 본 작품은 30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22.10.27 760 0 -
» 290화. 구호요왕과 생사결(生死決) 22.10.17 1,103 9 19쪽
289 289화. 선신(仙神)의 무공 22.10.17 1,053 8 18쪽
288 288화. 요왕의 혈제(血祭) 22.10.14 1,051 7 19쪽
287 287화. 태을현철을 찾아서 22.10.14 1,049 8 19쪽
286 286화. 새로운 수행(修行) 22.10.13 1,052 8 19쪽
285 285화. 잔인한 토벌(討罰) 22.10.13 1,052 7 19쪽
284 284화. 흑산계곡 대전투(大戰鬪) 22.10.12 1,053 7 18쪽
283 283화. 마령적(魔靈賊)과의 싸움 22.10.12 1,056 7 19쪽
282 282화. 위대한 거인들의 노래 22.10.11 1,086 8 19쪽
281 281화. 갈대밭의 혈투(血鬪) 22.10.11 1,050 7 18쪽
280 280화. 거인들의 복수전(復讐戰) 22.10.10 1,045 7 19쪽
279 279화. 적군(赤軍) 토벌 참전 22.10.10 1,058 7 19쪽
278 278화. 천인족 신선(神仙) 모임 22.10.07 1,050 8 19쪽
277 277화. 또다시 수행의 길로 22.10.07 1,060 7 19쪽
276 276화. 죽음도 막지 못하는 사랑 +1 22.10.06 1,052 8 19쪽
275 275화. 황혼 빛이 찬란한 여행 22.10.06 1,052 7 18쪽
274 274화. 둘만의 시간 22.10.05 1,064 8 18쪽
273 273화. 아내를 위하여 22.10.05 1,084 8 19쪽
272 272화.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법 22.10.04 1,061 7 19쪽
271 271화. 세월을 잊은 도깨비들 22.10.04 1,056 7 20쪽
270 270화. 다시 만난 세 친구(親舊) 22.10.03 1,053 7 18쪽
269 269화. 후계자(後繼者)를 찾아라 22.10.03 1,051 7 18쪽
268 268화. 오성마족과의 대결 22.09.30 1,053 8 18쪽
267 267화. 마족의 성마맹(聖魔盟) 22.09.30 1,056 7 18쪽
266 266화. 마왕 참마수와의 대결 22.09.29 1,056 8 19쪽
265 265화. 마황룡과 팔각녹수 22.09.29 1,072 7 18쪽
264 264화. 영체의 마계 수행 22.09.28 1,057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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