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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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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82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12.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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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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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사랑에 빠진 프레이 3

DUMMY

미미르의 샘에서 눈 하나의 값을 치르고 세상의 모든 지혜를 얻은 오딘은 무엇이든 볼 수 있고 무엇이든 예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말은 부풀려지기 마련이지. 신화는 말할것도 없고.>


목소리가 말한다.


프레이는 이 목소리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모습을 바꾼 로키일지도 몰라. 나를 골탕먹이려고. 하지만 프레이는 마법은 잘 몰랐지만, 왠지 로키같지는 않았다. 로키라면 그가 알것같았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프레이는 물었다. 그들은 이제 막 오딘의 들판을 통과한 뒤였다. 그는 얼마전에도 이 들판을 통과한 적이 있었다. 최고 료스알프의 진노를 피하기위해 이야기꾼의 꿀술을 구해와야했던 프레이는 로키에게 사정하여 도움을 구했고, 그들은 오딘의 도움을 받아 겨우 꿀술을 구해와 프레이의 머리는 목 위에 무사히 붙어있게 되었다.

그때 보았던 오딘의 모습과 로키의 모습은, 프레이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했지만.

가끔은 신인 그로서도 모르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프레이는 그것들이 정말 알아야할 중요한것들이 아닐까 궁금해졌지만, 곧 다른 문제들이 생겨 금방 잊어버리곤했다. 마치 지금처럼.


<여기야. 여기로 들어가.>


프레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들은 발홀의 가장 커다란 홀에 들어와있었다. 이곳은 원래 전쟁에서 죽은 전사자들을 위해 오딘이 세상에서 가장 성대한 만찬을 여는곳이었다. 아홉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의 가장 큰 홀의 끝에서 끝까지 거대한 식탁들이 채워져있으며, 그 식탁에는 가장 살지고 풍족한 음식들과 술이 끊임없이 제공된다. 전투에서 가장 용맹하게 싸운자들의 영혼만이 에인헤랴르가 될 수 있으며, 수천개의 황금방패로 지어진 그 지붕아래의 성찬에 참가할 수 있었다.


프레이는 한때 수십만명의 전사자들의 영혼이 한꺼번에 이 발홀을 채운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또하나의 전쟁처럼 무시무시한 광경이었고, 지금 눈앞의 먼지한톨 없이 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아래 빛나는 대리석 식탁과 바닥들은 기이할정도로 적막하고 고요해보였다.


<저기야.>


목소리가 속삭였다.


<저게 뭔지 알아?>


"당연히 알지. 오딘의 왕좌잖아."


프레이는 눈을 굴리며 대꾸한다.

그 황금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거대한 홀 가운데에 높이 치솟으 옥좌는 홀에 들어선 누구라도 볼 수밖에 없다. 홀은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그 가운데 치솟은 왕좌만큼 장엄하게 생긴것은 없다. 그것은 아홉세계의 주신인 오딘의 자리로, 발홀과 아홉세계를 한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신의 자리다.


<오딘이 세상의 모든 지혜와 모든 시야를 갖고있다는건 오딘이 만들고 퍼뜨려낸 거짓말이야. 그게 정말이라면 저 왕좌가 필요할 리 없지. 저 왕좌야말로 세상의 모든것들을 무엇이든 보여주는 자리니까.>


목소리가 말한다. 프레이는 홀린듯이 왕좌로 올라가는 넓은 대리석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간다. 어린시절 이 왕좌위로 올라가려다가 아버지 뇨르드에게 혼난적이 있었다.


'기억해. 오딘은 아주 질투많은 신이야. 자비로운척 하지만 자기것을 넘보는 자들은 용서하지 않아. 그게 자기의 귀여운 조카이자 내 아들이라고해도 말이야.'


프레이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었다. 바다의 신은 강력하고 아스가르드의 어느 주신 못지않게 떠받들어진다. 그런 뇨르드마저도 오딘에 대해 말할때 그런 표정을 지었다. 그 어린시절 이후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오딘은 프레이가 까불거리거나 마음대로 행동해도 웃으며 눈감아주거나 모른척해주었다. 프레이에게 오딘은 그렇게 무서운 신이 아니었다. 오히려 답답하게 구는 다른 신들 사이에서 말이 통하는 재미있는 신이기도 했다.


프레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의 손은 어느새 옥좌의 팔걸이를 만지고 있었다. 상아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옥좌는 머리위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부시게 빛난다. 신들중의 신의 자리다. 하지만 프레이는 한번도 그 자리를 탐내본적이 없었다. 그는 번영과 풍요의 신이며, 그 자리에 늘 만족했다. 옥좌의 꼭대기에 오른 지금마저도, 이 자리가 상징하는 어마어마한 권력보다는 정말 이 의자가 그의 답을 알고있을까 하는 궁금증 뿐이었다.


<... 너는 정말 순진하고 깨끗하구나, 프레이.>


목소리가 속삭였고, 프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응?"


그러나 대답하는 대신 목소리는 부드럽게 프레이를 자리로 밀었다. 프레이는 천천히 옥좌에 앉았다.

개미새끼 한마리 없는 거대한 홀을 내려다보는 자리임에도 절로 다리가 후들거리는것 같았다.

프레이는 자리에 앉고, 심호흡을 했다.


목소리가 속삭였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네가 바라는걸 생각해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로키의 얼굴을 떠올렸다.

프레이의 감은 눈꺼풀 위로 차가운 물방울이 톡 톡 떨어졌다.


목소리가 웃었다.


<잘 생각해봐. 그리고 이제 눈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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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사랑에 빠진 프레이 4 21.12.06 36 1 6쪽
» 사랑에 빠진 프레이 3 21.12.03 37 1 5쪽
49 사랑에 빠진 프레이 2 21.12.03 37 1 6쪽
48 사랑에 빠진 프레이 1 21.12.01 38 1 3쪽
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5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8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1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7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1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39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7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0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0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89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7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6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6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6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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