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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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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71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11.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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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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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DUMMY

밤이 깊었다.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 되자 토르는 바닥에 널부러진 거인들과 프레이, 프레이야들을 밟지않게 피하면서 바람을 쐬러 나갔다. 로키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토르는 로키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긴 흰 대리석의 복도를 지나며 고요한 밤의 소리가 음악처럼 토르의 피부를 스쳤다. 토르는 정처없이 복도를 걸었다. 어느곳에 다다르자 음악소리가 들렸다. 토르는 그곳으로 끌리듯 걸어들어갔다.


그 방은 토기처럼 붉은 벽으로 둘러싸인 방이었다. 바닥은 우유색의 대리석이 깔려있었다. 검은색의 아름다운 나무의자 아홉개가 방 가운데에 반달처럼 둥글게 놓여져있었고, 그 가운데 의자에는 우트가르달로키가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흰색 작은 하프가 들려있었다. 우트가르달로키는 토르가 방안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다.


토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거인에게 다가갔다. 그는 거인의 손에 들린 하프를 쳐다보았다.


"하프에 줄이 없군."


토르가 말했다. 우트가르달로키는 빙긋 미소지었다.


"집과 악기와 사는사람의 모습은 모두 같은법이지."


거인이 말했다. 토르는 그게 무슨소리인가 싶었지만 방안의 무언가 고요한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넓은 방안에는 둘뿐이었지만 무언가 자꾸 그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토르는 빈 의자들을 보았다. 그곳에 누군가 방금전까지 앉아있었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밤이 깊었는데 잠에 들지않고 왜 걷고있나?"


우트가르달로키가 물었고, 토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의자들에 앉는 대신 거인의 맞은편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방을 둘러보았다. 붉은벽들은 마치 비단처럼 방안에 은은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내가 패배에 익숙하지 않아서인가보지. 하루에 세번씩이나 거인들에게 지는건 처음이거든."


토르가 말했다. 거인은 껄껄 웃었다.


"자네는 지지 않았어, 위대한 천둥의 신이시여. 내가 속임수를 썼지."


거인이 말했다. 토르는 얼굴을 찡그린채 거인을 보았다.


"무슨소리야? 너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어. 정정당당하게 나를 세번이나 이겼고, 나는 패배에 승복하지 못할만큼 못난 신이 아니야."


우트가르달로키가 고개를 저었다.


"로키와 빨리먹기 시합을 한 하인 로기를 기억하나?"


거인이 말했다.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를 먹는 시합에서 이긴 존재는 본적이 없어. 대단하더군."


우트가르달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거인이 아니야. 로기는 사실 '불'이지. 화염은 그 어느 위장보다 빨리 음식을 태울 수 있고 로기가 닿는 음식들은 순식간에 사라질수밖에 없었지."


거인이 말했다. 토르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뭐?"


우트가르달로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티알피와 달리기 시합을 했던 어린 거인 후기를 기억하나?"


토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인간아이가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지는 몰랐어. 하지만 후기는 더 대단하더군. 바람처럼 달리는 티알피조차 그 거인아이를 쫓아가지 못했어."


우트가르달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기는 '생각'이야. 세상 그 어떤 빠른 발과 날개도 생각만큼 빨리 움직일수는 없는법이지. 후기에게 맞선것 치고 네 인간동료는 놀라울정도로 빨리 달렸어."


이제 토르는 기가막혀 거인을 쳐다보았다.


"그럼 내게 한 시험들은? 뿔잔을 비우는 시험들은 어땠는데?"


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네를 세번 시험했지."


거인이 말했다.


"뿔잔에 채워진 술은 바닷물이었어. 자네는 기어코 바다의 수면을 한뺨이나 마셔버리더군. 그렇게 굉장한 모습은 본적이 없어. 덕분에 바다의 수면이 조금 낮아졌지."


우트가르달로키가 말했다.


"두번째 시험은 고양이였지. 그건 사실 요르문간드였어. 요르문간드는 가장 위험한 바다의 가장 깊은 심해에 사는 거대한 괴물이고 수백년동안 괴물들의 왕으로 군림하는동안 스스로 세상을 몇번이나 둘러 몸이 꼬여버렸어. 아무도 자네가 그 뱀을 들어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네는 그 뱀의 허리를 들었다 내려놓았지. 덕분에 그 뱀의 몸을 스스로 얽매고있던 매듭이 느슨해졌고, 이제 요르문간드는 다시 바다를 누비며 움직이기 시작할거야."


거인이 말했다. 토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이 괴물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딘께서는 이 어마어마한 괴물에 대해서 알고계신가? 그는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시험이 있었지.""


우트가르달로키가 말했다.


"내 늙은 유모는 사실 '노년'이야. 나를 포함한 세상의 어떤 존재도 유모를 이길수는 없지. 하지만 자네는 유모와의 씨름중에도 버티고 섰고, 유모가 다리를 걸었을때에도 한쪽 무릎으로 버텨냈어."


거인이 말했다. 착각이 아니라면, 토르는 자신을 보는 거인의 얼굴에서 일종의 경의를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위대한 존재야, 토르. 그리고 자네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복수가 조금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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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5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7 1 6쪽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0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6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0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39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7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0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0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89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6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5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5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5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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