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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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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76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09.25 22:35
조회
65
추천
1
글자
6쪽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DUMMY

티알피의 집은 작지만 깨끗하고 무엇보다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경이 아름다웠다. 티알피와 그의 여동생 요르나는 양떼들을 길렀는데, 새하얀 털의 양떼들이 햇살에 반짝이는 널따란 푸른 언덕을 따라 구름처럼 위아래로 흘러다니는 모습은 그림의 한 풍경같았다.


목이 마른 손님들을 위해 티알피는 물을 끓이고 요르나는 재빨리 마당으로 나가 나무를 기어올랐다. 요르나가 따온 모과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끓는물에 설탕과 꿀을 섞어 차가운 술을 내오자 신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디로 가시는거예요?"


무화과를 잘라 접시에 담던 티알피가 로키에게 물었다. 요르나는 이미 발드르의 미소를 보는데 흠뻑 빠져있었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였고 토르가 옆에서 대신 대답했다.


"동쪽으로 가는 길이었어."


토르가 말했다.


"긴눙가가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긴눙가가프는 최초의 공허이자 가장 거대한 공허였다. 그것에서부터 얼음과 불이 나타나고 이미르와 암소가 탄생했다. 최초의 인간은 자신과 탄생을 함께 한 암소를 쓰다듬었다. 거대한 암소는 얼음의 소금을 핥아먹었고 녹은 얼음이 강과 바다가되어 최초의 물이 되어 생명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긴눙가가프는 가장 높은 신에서 가장 작은 생물들이 태어난 시작이었으며 끝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무슨 소리가 나는데요?"


티알피가 물었다.


"그게 신기하다는거야. 사람들마다 다른 소리를 듣는다고 하니까."


창가에 앉아 창문 쪽으로 드리운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사귀를 매만지던 프레이야가 대답했다.


궁금한 표정을 짓는 티알피가 입을 열기전에 요르나가 따다준 모과를 한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온 발드르가 말했다.


"여인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사람도 있고, 남자나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있다고해."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끔찍한 괴물의 목소리나, 천상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난쟁이나 인간도 있었지."


프레이야가 발드르의 말을 받아 그렇게 말했을때, 발드르 뒤에서 종종이며 따라온 요르나는 프레이야를 가늘게 뜬 눈으로 보고있었다.


"공허에서 울려오는 목소리에 왜 그렇게 신경을 써야해요?"


요르나는 발드르 옆에 걸터앉아 창가에 앉은 미의 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사람들을 홀리는 목소리를 가진 영물이나 호수같은것들은 미드가르드에도 많이 있어요. 긴눙가가프는 끝을 모르는 구덩이라고 들었어요. 아무것도 나오지않고, 들어간것은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결국 거기서 나오는 목소리들은 전부 사람들을 홀리는 요사스런 메아리일 뿐이예요. 그게 왜 중요하죠?"


프레이야는 고개를 돌려 요르나를 바라보았다.


"긴눙가가프는 아홉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공허야. 가장 첫번째 생명이 그 안에서 시작되었고 가장 마지막 생명이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 죽을 운명이지. 그리고 예언에 따르면 긴눙가가프에서 여러 목소리들이 흘러나올때, 그 목소리들은 세계의 마지막에 대해 노래할것이라고 해."


프레이야가 말했다. 프레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긴눙가가프에서 미친 뱃사공의 노랫소리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고하는데도?"


"세계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르지."


발드르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요르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입을 다물었고, 프레이야는 어깨를 으쓱였다.


"... 그래서, 여튼 우리는 긴눙가가프에 가겠다는거야. 그러는 중에 너희 오빠가 우릴 이 오두막에 초대한거고."


프레이야가 요르나를 보며 말했다. 요르나는 아름다운 신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프레이야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로키를 보았다.


발드르는 줄곧 로키를 보고있었다. 요르나는 발드르가 그 음울한 얼굴의 검은머리 여인에게서 무엇을 보는지 궁금했다. 검은머리 여자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에는 사람을 섬짓하게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에반해 창틀에 앉은 여자는 햇빛이 들어오는 그림에서 막 걸어나온것처럼 아름답고 빛이 났다. 깜짝 놀랄만큼 아름다운 발드르와 어울릴만한 짝이 있다면, 바로 그 모습일터였다. 요르나는 발드르가 두 여자중 하나와 맺어질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느쪽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요르나는 로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로키를 보는순간, 여자의 녹빛이 도는 검은 눈동자가 줄곧 그녀를 보고있었음을 깨닫고 움찔했다.


로키는 요르나를 향해 빙긋 웃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로 토르에게 물었다.


"배고프다, 토르. 저녁은 염소고기가 어때?"


로키가 말하자, 줄곧 로키를 보고있던 티알피가 벌떡 일어났다.


"저희 집에는 양들이 많아요. 저희가 양을 잡아 대접해드릴게요."


그러나 토르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환대를 해주었어. 저녁은 내가 염소를 잡도록 하지. 우리를 하룻밤만 머물게 해준다면 내일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염소고기를 줄 수 있어."


토르가 말했다. 티알피는 어색한 얼굴로 창밖의 나무에 묶여있는 토르의 염소 두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새하얀 털에 윤기가 돌고 황금빛 뿔을 가진 훌륭한 염소들이었고, 일곱명의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라면 염소를 둘다 잡아야할텐데 그는 검은머리 여인의 친구에게 그런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괜찮은데... 염소가 두마리밖에 없으시잖아요? 그걸 저희집에서 다 잡으시면---"


티알피가 말했고, 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칼을 꺼내들었다.


"걱정마, 어린친구. 내 염소들은 지난 삼백년간 한번도 고기가 모자란 적이 없었으니까."


토르가 말했고, 티알피는 황당한 얼굴로 토르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소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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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사랑에 빠진 프레이 2 21.12.03 37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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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5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8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0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7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0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39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7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0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0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89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6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6 1 5쪽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6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5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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