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인간이 어떻게 산과 부딪힐 수 있는것인지, 티알피는 잠시간 이해하지 못했다. 신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싶어서 토르를 돌아보면 신에게도 흔한 일은 아닌듯 했다. 토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가, 다음순간 입을 벌렸다.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프레이야가 물었고, 그 답은 오래지않아 스스로 모습을 밝혔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토르가 부딪힌 산은 천천히 몸을 털더니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신들과 티알피가 모두 입을 벌리고 쳐다보는동안, 그 산은 끝없이 자라나 신들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산이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토르조차도 그 얼굴빛이 살짝 질린것같다고 티알피는 생각했다.
"나는 천둥의 신 토르, 그리고 여긴 내 친구들인 로키와 발드르, 프레이와 프레이야, 그리고 인간인 티알피다."
토르가 대답했다. 거인의 눈은 땅과 너무 멀리 있는 듯, 저 먼 곳의 작은 물건들을 살피듯 눈을 찌푸리고 땅위에 붙어있는 토르와 그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는 거인 스크리미르다. 이곳에서 낮잠을 자고있었는데, 개미가 발등을 타고오르는 느낌에 잠에서 깼지."
그 개미가 바로 산에 부딪힌 자신이었다는걸 토르는 밝히고싶은 생각이 없는듯 했다. 토르는 스크리미르를 째려보며 말했다.
"왜 들판 한가운데에서 자고있는거야? 사람들이 부딪혀서 다칠 수 있잖아."
토르가 말했지만, 스크리미르는 아무렇지않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곳의 들판은 아주 넓어. 나같이 작은 거인이 웅크리고 자고있다고해서 누굴 불편하게 할 일은 없겠지."
그의 말에 프레이의 입이 벌어졌다.
"작은 거인이라고?"
토르가 프레이를 노려봤지만, 거인은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인이야. 너무 작아서 왕국의 파수꾼 일을 하고있지. 그러다 너희들을 발견한거고."
"왕국? 무슨 왕국?"
프레이가 물었지만, 프레이야는 코웃음을 쳤다.
"발견하기는. 너는 우리가 와서 부딪히기 전까지 자고있었잖아."
스크리미르는 아름다운 프레이야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너희들을 발견한 이상 왕에게 데려가야해. 이곳은 우르가르드이고, 우트가르달로키님이 다스리는 땅이지. 너희는 그분을 뵈러가야해."
"우르가르드?"
발드르가 말했다. 그는 로키와 프레이야들을 돌아보았으나, 다른 신들도 처음 들어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갈곳이 있어. 우린 긴눙가가프에서 나는 세계의 마지막에 대한 예언을 들으러 가는길이야. 너희 거인들의 왕을 만나러 갈 시간은 없다고."
프레이야가 말했다. 스크리미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거나 나는 왕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너희들이 싫다고한다면 너희들을 집어서 데려갈 수 밖에."
그 말에 신들과 티알피는 모두 토르를 돌아보았다. 거인이 토르를 조그만 벌레잡듯 집어 거인들의 성으로 데려가게 놔두는것은 토르의 자존심이 허락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거인은 어수룩하지만 왕의 명령을 따르는것에 진심인것으로 보였고, 토르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긴눙가가프의 목소리는 우리를 좀더 기다려 줄 수 있겠지. 그럼 너희들의 망할 왕을 보러 가보자고."
토르가 말했고, 스크리미르는 바람빠지는듯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몸을 돌려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들과 티알피는 우르가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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