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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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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73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11.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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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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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DUMMY

토르는 우트가르달로키를 보았다. 마신 술이 한번에 깰만큼 서늘한 공기가 그녀의 등을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로 천천히 일어서며 허리춤의 묠니르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거인은 자신의 줄없는 하프를 내려다보면서도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소리야?"


토르가 물었다. 거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는 우연히 우트가르드로 온게 아니야."


"그렇지. 너희 부하인 스크리미르가 거인들의 땅에 들어온 이상 왕인 당신을 보고가라고 우리를 끌고왔으니."


토르가 대답했다. 거인은 고개를 저었다.


"스크리미르?"


거인이 말했다. 거인이 미소짓고 세번 눈을 깜박이자, 그의 얼굴은 다른 얼굴로 바뀌어있었다. 어리숙하고, 순진한 얼굴의 거인이었다.


"이 얼굴 말이오?"


스크리미르가 토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토르는 입을 벌린채 거인을 쳐다보았다. 거인은 토르의 얼빠진 얼굴을 보고 즐거운듯 미소짓고, 다시 손으로 얼굴을 씻듯이 문질렀다. 그 자리에는 다시 우트가르달로키의 얼굴이 있었다.


"마법은 우리 서리거인들의 오랜 특기지. 오딘이 미미르의 샘에서 오래된 고대의 저주를 깨우치기 전까진."


토르는 거인을 쳐다보았다.


"우리 아버지 이야기는 왜 나오는거야? 아버지의 마법이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우트가르달로키는 미소지었다.


"우리들의 성이 아름답소?"


토르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거인을 빤히 노려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 아름답더군. 로키와 세상 온갖 모든 아름다운것들을 다 꿰고있는 프레이야와 발드르마저 감탄할 정도로."


토르가 대답했다. 우트가르달로키는 미소지었다.


"세계의 시작이 거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것을 알고있소? 공허로부터 생겨난 첫 불과 첫 얼음이 만나 최초의 존재가 탄생했고 그가 위미르였소. 오딘은 자신의 형제들인 빌리와 베와 함께 그를 살해하여 세상을 만들었지. 그의 살은 땅이 되었고 그의 피는 바다가 되었고 그의 뇌는 천공이 되었소. 오딘이 만든 모든 세계는 태초의 거인의 피와 살로 만들어낸것이지."


거인들의 왕이 말했다. 토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것은 토르도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우트가르달로키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토르는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변호해야할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 아홉세계의 수호자이자 세상을 만들어낸 분이야. 그분 덕분에 이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거라고."


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자들은 늘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오딘이 위미르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탄생하지 못했을까? 위미르에게는 자유의지가 없었을까?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거인은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창조해내지 않았을까? 어린 오딘이 처음 위미르의 살을 베어냈을때, 그는 왜 웃고있었을까?"


거인이 물었고, 토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한번도 그런식으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오딘이 세계를 창조한것이 당연했고, 거인들의 피와 살을 재료로 신들이 구상한 세계를 빚어내는것이 당연했다. 거인들은 신들의 이야기를 빛나고 맛있게 해주는 재료들에 불과했다. .... 그렇지 않았나?


"... 당신 정말 누구야?"


토르가 물었고, 거인은 미소지었다.


"우리는 이파르족이오. 거인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핏줄 중 하나지. 이 피는 세상의 탄생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흘러내려왔다오. 그래서 우리는 오딘의 어린시절을 기억하지."


토르는 거인을 노려보았다.


"이파르? 나는 로키만큼 똑똑하진 않지만, 그 이름은 들어본적도 없어."


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미르를 시작으로 오딘은 신과 균형을 맞추기위해 거인들을 학살해오기 시작했으니까. 그가 어쩌지 못할만큼 강하거나 거대한 거인들만이 살아남았고, 우린 그 후예들 중 하나지. 하지만 우린 영원에 가까운 시간동안 계속 죽어가고 있고, 사실상 멸족해가는 중이오."


토르는 거인을 보았다.


"그래서 우리를 꾀어낸건가? 우릴 죽여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거인은 슬픈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당신을 이긴것은 오직 속임수와 마법 덕분이라고 하지 않았소. 우린 오딘을 죽이고싶지만 그 오딘의 수호자인 당신이 이렇게 강력한것을 보고 또다시 오랜시간 잠에 빠지려하오. 우리의 증오는 한때 깊고 날카로웠지만 이제는 우리의 마지막 핏줄을 걸만큼의 분노조차 남아있지 않으니."


우트가르달로키가 말했다. 그는 토르의 뒤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라면 당신에게 아베스크가르트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점이겠군, 로키."


토르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로키가 서있었다. 눈빛과 뺨이 창백해진채. 거인들의 왕을 바라보는 로키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부서질것 같다고 토르는 생각했다.


"오랜시간 죽어가는것에도 좋은점이 있었군. 다시 얼굴을 보니 기쁘군요, 아름다운 장난의 신이시여."


우트가르달로키가 말했고, 로키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토르는 로키가 아무리 강한 적 앞에서도, 그게 아홉세계의 신인 아버지 오딘의 앞일지라도 그렇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이제 잠에 들 수 있겠군."


우트가르달로키가 말했다.


그리고 토르의 눈앞에, 거대한 암흑이 침묵처럼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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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5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8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0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6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0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39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7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0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0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89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6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5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5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5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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