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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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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80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03.17 22:38
조회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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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토르와 로키

DUMMY

"생각해봐. 모두가 내가 종말을 가져올거라고 나를 미워하지만, 사실 내가 무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몰라."


로키가 말했다. 그녀는 달의 그림자보다 어두운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서리거인들의 요새인 우트가르드의 가장 깊숙한 광맥에서 캔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녹색눈을 가진 신이었다.


신들은 그녀의 녹색눈을 볼때면 그녀의 혀만큼 불길한 저주를 몰고오는 불길한 색이라고 말했다. 녹색은 로키에게 어울리는 교활함과 질투의 상징이라 속삭였다.

로키는 그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신들처럼 교활하고 신들처럼 질투심에 미쳐있는 종족이 없지."


로키는 말하곤 했다.


"그들이 내 눈을 험담하는건 그들이 나를 질투해서야. 입으로는 교활함을 속삭이면서도 내 눈에 들기위해 멍청한 짓을 한 신들을 줄세우자면 이그드라실의 기둥을 열번이라도 두르고도 남을걸."


로키의 입버릇이었다.

늘 그렇듯, 토르는 나무기둥에 기대 강아지풀 꼬리를 씹고 있었다.

그들이 기댄 나무기둥은 해가 뜨기전 바람이 불어올라오는 들판 꼭대기에 덩그러니 박혀있는것으로,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검은 고목만이 남아있는 지붕잃은 기둥같은 모양새다.

토르는 항상 그래왔듯이 자신의 어머니의 의형제이자 자신의 의형제인 로키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결과적으로 봤을때, 세상에서 그만큼 로키를 현명하게 다루는 신은 없을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신 크바시르조차도 로키의 말에 넘어가 낭패를 볼 때가 있었으니.


... 물론 토르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들판위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뺨을 간지르는 기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근신이잖아."


토르가 말했다.


"너는 지금은 종말이고 뭐고 아무것도 불러올 수 없어. 심지어 신이라고 할 수도 없지. 오딘께서 네 권능을 싹싹 긁어내 생명수 아래 처박아두셨으니."


로키는 토르가 그녀의 그 유명한 망치로 자신의 명치를 강타한 양 아픈 표정을 지었다.


"오딘께선 절대 널 용서하지 않으실걸."


토르가 말했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어."


로키가 말했다.


"나는 아주 잘 알겠는걸."


토르가 대꾸했다.


"자고있는 우리 부모님의 침대에 네가 조그만 물수리로 날아들어 잠든 어머니의 금발을 밀어버렸잖아."


토르는 언덕 아래에서 올라오는 태양의 빛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금무리는 토르의 눈부신 황금빛 풍성한 머리카락과 같은 빛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머리카락의 빛깔이기도 했다. ... 로키가 토르의 어머니를 대머리로 만들어버리기 전까지는.


토르는 자고 일어난 최고신 오딘이 아내의 대머리를 보고 길길이 날뛰어 지축이 흔들리던것을 기억한다. 구름이 쪼개지고 성난 바람이 폭풍처럼 불어 미드가르드의 북쪽대륙에는 한바탕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내 머리카락!>


최고신의 아내, 아름다운 금발의 시프가 비명을 질렀다.


<내 아름다운 머리카락!>


"... 나는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야."


로키가 웃음을 참기위해 거의 혀를 깨물면서 말했다.


"그래? 누가 네게 그런일을 시켰는데?"


토르는 물었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어. 단지 그러고싶었을 뿐이야. 네 어머니는 그 탐스런 금발을 치렁치렁 늘어뜨리며 자기가 미의 여신 프레이야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자랑하고 다니지. 그 거들먹거리는 꼴이 눈꼴시렸을 뿐이야. 그래서 그를 괴롭히고싶었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야하니까."

"사람에겐 자제력이란게 있어 로키."


토르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정정했다.


"신들에겐 자제력이란게 있지."


로키는 금방 코웃음을 쳤다.


"자제력? 지금 네가 자제력에 대해 말하는거야?"


토르도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내가 말하긴 우습긴 하지. 신들은 네가 그 세치 혀 때문에 몰락할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네 그 충동이 널 무너뜨릴거라고 생각해. 네 귀에서 속삭이는 그 어둡고 충동질하는 모든 욕망들에 일일히 대답하려는 욕구를 누르지 못한다면 그게 결국 네 종말이 될거야, 로키."


사람들은, 그리고 신들은 토르를 볼때 용맹하고 전장에서 최고의 신이라 여기지만, 그녀의 두뇌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사자처럼 용맹하기 때문에, 그 외의 단순함이나 분노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은 굳이 말로 하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로키는 이럴때면 사람들이 말하는 토르가 사실 누구보다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말로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목숨을 빌거나 최고신에게 알랑거려야할때가 아니면 결코 칭찬을 뱉지 않았다.


"...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야?"


토르가 말한다.


"네겐 적이 많잖아. 지금 네게 신의 권능조차 없다는 사실이 퍼지면 이제 곧 아홉개의 세계에서 네 적들이 널 죽이러 달려올걸."

"나한텐 네가 있잖아."


로키가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그녀에게 의지하는 눈, 그들이 고작 칠십살이었을때 강아지를 주워온것이 오딘과 시프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하게 만든 바로 그 강아지같은 눈을 해보인다.

두 자매가 데려온 것을 보고 기겁한 신들은 그 짐승이 작은 동산만하다고 했고, 강아지가 아니라 북지에서 뛰놀던 거대한 늑대라고했다.

끝까지 '팬시'는 지나가던 강아지일 뿐이고,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주장했던 로키도 팬시가 작고 가엾은 발을 들어 아스가르드의 중앙회관을 박살냈을때에는 어쩌면, 어쩌면 팬시가 늑대일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로키는 끝까지 팬시가 그 치사한 신들이 말하는것처럼 거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정말 거대한 늑대를 아직 본적이 없으니.


"내가 옆에 있을땐 네 머리가 박살나는 꼴은 면하게 해주겠지만, 언제까지나 네 옆에 묶여있을수는 없어 로키. 난 곧 거인들을 정복할 전쟁터에 나갈거고, 아홉세계가 나를 부르고있어."


토르가 말한다.


"정말 날 버릴 셈이야?"


로키는 포기하지않고 눈빛을 보낸다. 미드가르드의 북지를 뒤덮는 오로라같은 녹색눈은 정말 그럴듯하지만, 토르는 이제 겨우 칠십살짜리 어린 신이 아니다.


"네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용서를 구하는 길 뿐이야."


토르가 말한다.


"네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구할 방법만 안다면, 다음 서리거인들의 전쟁이 오기전까진 널 도와주지."


그러자 로키가 눈을 빛낸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어. 다만 니다벨리르(난쟁이들의 산)로 가야하는데, 지금 내 꼴로는 아스가르드에서 혼자 한걸음을 떼놓는순간 죽고말거야."

"좋아. 난쟁이들의 땅은 오랜만이지. 같이 가주마."


토르는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기대고 있던 동산위의 빼빼마른 나무등걸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한손으로 어렵지않게 나무둥치를 뽑아낸 토르가 흙을 털어내고 두어번 흔들자, 두 성인여성이 기대고도 남았던 커다란 나무는 작아져 토르의 한손에 들어오는 창이 되었다.


"니다벨리르의 난쟁이가 내게 이걸 만들어주었지. 벌써 삼백년이나 썼으니 간김에 새로운 무기를 부탁해야겠어."

"좋은생각이야. 벌써 출발부터 좋아보이네."


토르는 로키의 미소를 돌아보고, 밤바다의 검은 물결같은 그녀의 속눈썹을 내려다본다. 토르의 번개가 내리치는듯한 황금색 눈동자와 로키의 녹색 눈동자가 마주친다.


"내 아버지가 왜 너랑 의형제를 맺었는지 모르겠어."


토르가 말한다.


"내가 없으면 오딘은 살 수 없을걸."


로키는 당당하게 대꾸한다.


"모든 신들에게는 자신만의 악이 필요해. 영원을 살고 불멸의 육체를 가진채로 수백만년을 오만하게 사는 신들에게 정신병이 없다면 그들은 정말 돌아버리고 말거야. 그리고 나는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의 것이지."

"불행이자 축복이로군."


토르가 말한다. 로키가 어깨를 으쓱인다.


"우리가 모두가 그렇지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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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7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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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6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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